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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20일 19시 46분 등록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강정자-

 

3억대 1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쟁률을 뚫고 잉태된 순간, 우리 인간은 생물적으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280여 일 동안을 암흑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진동 속에서 보낸 이후에 어머니의 자궁 밖으로 탈출한다.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영아기를 지나 유년기를 거치면서 인간은 점차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태생적인 습성이 근간을 이룬 가운데 각종 암묵적, 명시적 교육과 자극이 한데 어우러져 한 사람으로 점차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들의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이미 어느 정도 ‘바람직’하다고 정해놓은 틀과 방향 속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승자로 부상한 이들이 기록한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고, 제도권에 연착륙한 이들이 ‘성공’으로 규정한 길을 큰 고민 없이 따라간 이들은 정신적으로 미숙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생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하여 이 세상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에 어떤 새로운 가치를 더해나갈 수 있는 것인지는 그들에게 하등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콘크리트 건물을 하나 더 사들이고, 보통 사람들이 선망하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이 인생의 절대 목표로 자리 잡게 된다. 세상이 제공할 수 있는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 있으니 내 주변 동료, 다른 이들과의 경쟁을 통해서 내가 좀 더 많은 몫을 차지하면 될 뿐이다. 그들은 불공평한 사회에서 어떻게든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전략을 취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신들이 목표로 삼았던 물질적 부를 쟁취한 후에도 그들은 만족하지 않는다. 이미 더 많은 껍데기를 긁어모으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적으로 치환되었기에 처음 정했던 목표는 끊임없이 수정되고 높아져만 간다. 그 높은 곳으로 올라간 이후의 삶은? 왜 그렇게 높이 올라가야만 하는 거지?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질문을 던지면 '한가하게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답변이 되돌아온다. 이런 삶을 영위하는 이들에게는 제아무리 화수분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내적인 공허함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한편, 이런 목적 없는 뜨거움조차 갖지 않고 여유와 느림을 혼동하면서 어제와 똑같은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다.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가는 이들과 대조적으로, 그들은 나비는커녕 누에고치가 될 생각도 없고 그저 내 손에 주어진 이파리를 조금씩 갉아먹는 것에 만족하면서 산다. 그들은 자신들이 쟁취하지 못한 것들, ‘부, 지위, 권력’과 같은 것들을 배척한다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오히려 그들 또한 세속적인 이런 가치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금세 알아챌 수 있다. 그들은 속세에서 가치를 두고 있는 항목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과격한 언행을 선보이고는 하는데, 이와 같은 격렬한 반응은 그들의 뇌리에 이런 단어들이 얼마나 깊숙이 박혀 있는지를 반증한다. 그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기보다, 갈망하지만 손에 넣을 수 없는 것들로부터의 비겁한 도피자이다. 그들은 일견 세상의 모든 지혜를 깨달은 듯이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실상은 자신과 만물의 진일보를 위해 어떠한 가시적인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현실 안주자일 뿐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주류로 편입되지 못한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완전한 주변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표출하기에 급급하다.

 

하지만 이렇게 아집과 독단 속에 빠져 허우적대던 범인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순간이 있다. 물론 생의 마지막 숨결이 다할 때까지 이런 만남을 누리지 못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변화하겠다는 굳은 의지와 고난을 걸림돌이 아닌 성장을 위한 디딤돌로 삼겠다는 전향적인 태도로 가득한 이는 자신의 삶의 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한 번 뿐인 소중한 삶을 헛되이 흘려보내지 않겠다는 각오가 서 있는 이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지는 자극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때를 기다린다. 이러한 삶의 변혁은 ‘줄탁동시’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다. 어제보다 나은 삶을 살겠다는 전향적인 열정으로 똘똘 뭉친 이가 삶의 대변혁을 이끌 동인을 만나면 드디어 갇혀있던 알에서 깨어나 비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변하게 하는 것일까? 그들의 영혼에 울림을 주는 책을 떠올릴 수 있겠다.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사람일 가능성도 높다. 과거의 영광과 상흔의 모습을 품고 있는 고색창연한 건물도 빼놓을 수 없다. 심연의 고통을 자아내는 슬픔 앞에서 유영하고 있는 또 다른 자아에 맞닥뜨릴 때도 진화가 이뤄진다. 그들의 행동과 심리적인 변모를 초래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이러한 마중물을 접한 후에 보이는 변화의 양상은 대동소이하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지금까지 안고 살아온 구태의연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기성세대가 자의적으로 규정한 부정적인 단어들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는다. 사회에 무조건적으로 동화되기보다 자신만의 색채를 띠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용기 있게 추구할 수 있게 된다. 온 세계를 포용할 수 있을 만큼의 너그러움도 갖추게 된다.

그들은 ‘죽음’이라는 최종 종착지를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언제 도래할지는 알 수 없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여기며 최선을 다한다.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 내가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내가 정열을 쏟고 싶은 대상’을 수시로 떠올린다. 그리고 다시 반복되지 않는 소중한 매순간을 즐기면서, 행복할 권리가 있는 자신을 위해 환한 미소와 긍정적인 생각을 선물한다. 이들은 온 만물을 창조한 절대적인 존재가 자신 인생의 씨줄과 날줄을 이미 정해놓았다고 믿는다. 따라서 자신의 힘으로 바꿀 도리가 없는 고난 앞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역경’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성공’이나 ‘행복’과 같은 말의 대척점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마음의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시련에 직면해 힘들다고 불평하기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노력한다. 이런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절망하지 않는다. 대신 어려운 상황을 안고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 이렇게 현명하게 대처한 결과, 그들이 손에 쥐고 있는 삶의 촛불은 쉽사리 꺼지지 않는다. 힘든 시기가 지난 후에 오히려 그네들의 삶의 불길이 예전보다 더 큰 횃불로 바뀌어 있는 것을 목도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나는 감히 지금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다. 작년 이맘때 나는 삶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찬 어리석은 이였다. 불행이라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기다렸다는 듯이 연거푸 나를 방문했다.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그들을 떼어내고 싶어 했으나 그들은 그럴수록 내 곁에 더욱 가깝게 다가와 떠날 줄을 몰랐다. 어느 순간 나는 그들과 함께 사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그들을 버릴 수 없다면 그들을 받아들이는 내 태도를 바꾸기로 한 것이다. 나는 지난 1여 년간 책을 통해 400여 명 이상의 사람을 만났다. 그들의 삶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했다. 그리고 그들이 삶을 바라보는 각도로 천차만별이었다. 그런데 내가 만난 이들 중 내 육신과 영혼의 갈급함에 대답해준 이들의 지향점은 한결같았다. 끊임없는 ‘사랑과 나눔‘. 나는 더 이상 나만의 영달을 꿈꾸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예전의 유치한 삶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나의 진정한 성장을 위한 자양분을 찾아다녔다. 물론 내가 사회 안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 사람들이 좇는 가치에서 완전히 초월한다는 것은 풀기 힘든 숙제였다. 하지만 나는 최소한 치열한 고민을 하면서 깨어 있는 정신으로 살고자 노력했다.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던 것들에 물음표를 찍거나 최소한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아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앎과 삶의 일치를 또 다른 목표로 하여 오늘 배운 만큼 행동으로 옮겨 ‘생각과 말과 행동이 바른 이’가 되고자 했다.

내 꿈은 점점 원대해졌다. 처음에는 ‘나만이라도 마음껏 행복을 누리자’로 시작했다. 그런데 내가 어느 정도 질적인 성장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자 ‘내 가족이 나와 함께 하며 한 번 더 웃었으면‘하는 소망이 자연스레 생겼다. 그리고 이 대상이 끝도 없이 확대되었다. 친지들로, 회사 동료로, 나를 알고 있는 이들로, 나와 말을 나누거나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이들로. 지금도 이런 내 꿈은 무한대로 확산하는 중이다. 삶을 내밀하게 설계하고 기쁨의 정수를 맛보는 것, 다른 이를 짓밟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게임의 룰 내에서 주변 이들을 독려하면서 함께 가는 것, 마음이 가난한 자들과 함께 걷다 필요하면 도약하고 비상하는 것, 주입된 가치관과 사고방식이라는 뫼비우스의 띠를 끊어버리는 것, 어제의 거푸집에 머물러있지 않고 내 가치를 계속 높이는 것. 내 삶의 지향점이다. 혹시 아직 새롭게 태어나지 못한 이가 있다면 내 손을 잡고 이 매력적인 향연에 동참하는 것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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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1 11:21:42 *.124.233.1
깊은 글 잘 읽었습니다.
특히, '줄탁동시' 그리고 '끊임없는 사랑과 나눔' 속에
새로 태어날 수 있다는 의미가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4주간 즐거운 여정 함께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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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ell
2011.03.02 17:49:48 *.40.150.157
Life is movement, movement requires good equipment, a pair is air max essential to protect your feet, the movement will be better, if you select the feet will not hurt, if you have air jordan, you can let your Exercise to get better 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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