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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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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20일 21시 54분 등록

소중한 내 친구 J에게

 

"두 번째 태어남이란, 중심인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 조셉캠벨, 신화의 힘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라고 불쑥 물어온 그대의 편지를 받고 처음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네. 순간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는 과정이었다네. 언젠가 TV 다큐멘터리에서 배추 흰나비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나비가 되는 장면을 본적이 있지. 애벌레, 번데기 그리고 나비, 이 셋은 엄연히 같은 존재이지만 그 어떤 공통점도 찾아 볼 수가 없는 다른 존재이기도 하네. 과연 어떤 과정을 거치길래 애벌레에서 나비가 나올 수 있었을까? 나와 같은 호기심을 가졌던 누군가가 번데기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번데기를 터뜨려 보았지만 그 속에는 노란 액체만 가득 차 있을 뿐 나비가 될 수 있는 단서는 어디에도 없었다네.

 

다음으로 든 생각이 그대와 내가 사랑하는 두물머리에 있는 아름드리 느티나무였다네. 느티나무는 본래부터 느티나무로 그렇게 있었을까? 그대도 알다시피 느티나무는 본래 하나의 작은 씨앗이었지. 그 작은 씨앗으로부터 싹이 움터나고, 자라나 묘목이 되어 옮겨 심기 된다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무럭무럭 자라나 오랜 세월을 거쳐 지금의 아름드리 나무가 되었을 것이네. 그대에게 묻겠네. 느티나무가 씨앗이었을 때 다른 나무가 될 가능성이 있었을까? 예컨대 벚나무가 된다던가 소나무가 된다든지 말이지.

 

세 번째는 내 이야기를 해야겠네. 그대는 어린 시절부터 나를 보아온 죽마고우로써 나를 아주 잘 알고 있지. 내가 결혼한 2009년 가을 이후 우리는 1년여 만에 다시 만났고, 담배도 끊고, 살도 많이 빠진 내게 그대는 "이거 사람이 완전 달라졌네"라고 놀라며 이야기 했네. 처음에 그대는 나의 달라진 겉모습에 놀랐지만, 내 홈페이지에 들어와 200여 일을 매일같이 새벽 4에 일어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운동한 흔적을 담은 하루도 빠짐없이 쓴 내 일기를 보고 더 놀랐다고 이야기 했지.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 좋아하는 C.G 융에 대해 이야기 해야겠네. 하나의 투명한 유리 구슬이 있고, 그 안은 액체로 가득 차 있다네. 그리고 그 구슬 중심에는 빛나는 한 점이 있고. 그대도 짐작했겠지만 그 구슬은 우리의 영혼을 의미하고, 구슬의 중심은 본래 우리의 존재인 '자기(Self)'를 의미하지. 그리고 액체는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에너지를 상징하는 것이고. 그 액체는 섞이지 않는 두 가지 색을 띠고 있는데, 하나는 푸른 색으로 된 액체로 우리의 의식세계를 의미하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붉은 색으로 꿈과 같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 세계를 의미한다네. 내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유리 구슬 안의 액체가 어떤 양상을 띠느냐에 따라 우리의 존재가 달라진다는 걸세. 즉 어떤 색의 액체가 구슬의 중심을 포함하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지.

 

영민한 그대라면 앞에 늘어 놓은 이 네 가지 실마리 만으로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충분히 짐작했으리라 생각하네. 그래 맞아. 내가 생각하는 '새로 태어난 다는 것의 의미'는 애벌레가 나비로 변하듯 전혀 다른 삶으로의 전환을 의미하고, 하나의 씨앗이 느티나무가 되듯 본래부터 자신 안에 존재하던 접혀있던 가능성을 세상에 펼쳐내 보이는 것이며, 늘 그대가 뚱뚱한 돼지라고 놀리던 보잘 것 없던 나에게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지. 그리고 유리 구슬 안의 빛나는 중심은 지금까지 늘 무의식이라는 붉은색의 액체에 속해 있었지만, 크게 한 마음 돌이키는 깨달음과 자신을 알아가기 위한 치열한 내적 성찰과 함께 푸른색이 구슬의 중심에 이르도록 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이지. 융 식으로 표현하자면 '무의식의 의식화'인 셈이네.

 

얼마 전 나는 조셉 자보르스키의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으며 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를 하나 발견했네. 고대 그리스어인 '메타노이아(metanoia)'라는 단어인데, 위대한 정신적 전환, 크게 한 마음 돌이킨다는 뜻이지. 주로 종교적인 의미로 회개, 회심이란 말로 쓰이곤 하는데, 이 단어를 보고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네. 그대도 알다시피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바로 그 일이 아닌가? '스스로 변화하여 성장을 이루고 그 성장을 기반으로 변화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을 돕는 일' 말일세. 내가 온 마음을 다해 따르고자 하는 스승께서 이미 하고 계신 일이기도 하고.

 

한 가지 덧붙이자면 새롭게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한 순간에 일어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지. 번데기의 기간을 거쳐야만이 애벌레에서 나비로 거듭나듯, 우리의 느티나무가 인고의 세월을 거쳐 아름드리가 되었듯, 오랜 시간(1만시간 혹은 10년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시간)동안 묵묵히 단련하고, 고독과 침묵을 견뎌내야만 한 순간 '활짝!' 하고 내 안에 접혀있던 잠재력의 꽃망울이 이 세상에 펼쳐지는 것이지.

 

그대의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네. 그대가 내게 던진 그 질문이야 말로 우리가 평생을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고, 또 묻고 답해야 하는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네. 그 질문에 용기 있게 맞설 때만이 그 동안 세상에 의해 종용된 지친 낙타에 삶으로부터 우렁차게 포효하는 초원의 사자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테니 말일세. 그렇지 않은가?

 

건강하게 지내고, 자주 소식 전하세. 이만 줄이겠네.

 

IP *.109.5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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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1.02.23 02:29:35 *.180.75.152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Abraxas)다'란 대목이 생각나네. 경인이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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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3 07:20:27 *.124.233.1
가슴에 경종을 울리는 멋진 장절이네요. 손으로 직접 갈무리해 두었습니다. 고마워요 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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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ell
2011.03.02 17:48:45 *.40.15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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