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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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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21일 09시 34분 등록

(생물학적) 태어남은, (생물학적) 죽음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는 아기의 입장에서 세상에 나온다는 것은,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는, 은혜 혹은 고통으로의 초대이다. 스스로 태어나는 아기는 없으며, 아기는 오직 어머니의 수고와 노력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탄생의 순간 이외에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별로 남아있지 않다. 인간은 항상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때로는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야 한다. 빛나는 환희의 순간은 찰나이고, 인생의 대부분은 곡진하게 노력하는 시간들로 채워진다.


  모두는 아니지만, 이렇게 곡진하게 노력하는 사람 중 일부는 살면서 그 노력의 근간을 흔드는몇번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이런 전환점을 성공적으로 넘긴 사람들을 일컬어 새로 태어났다고 우리는 말한다. 하던 일의 성공 혹은 실패 여부와는 상관없이,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본질적인 속성이 변한다는 것이다. 새로 태어난 사람은 성공한 사람, 혹은 실패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는 삶을 대하는 근본적인 태도나 시각이 달라져서, 예전과는 아예 다른 존재로 새로 태어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인간은 조그만 습관의 변화도 어려워서 허덕이는 존재가 아닌가. 하물며 인간이 새로 태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새로 태어남이 어려운 것은, 인간에게 지속적인 변화의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자양분이 희소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태어남이 스스로의 힘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탄생의 순간을 인간은 선물처럼, 혹은 당연한 것으로 여겼지만 새로 태어남이 임박한 순간에, 인간은 그 당연했던 것이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했던 것인지 알게 되고, 좌절하게 된다.

새로 태어나는 것이, 꼭 본인 스스로의 에너지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않는다. 다만, 그 에너지의 크기는, 생명을 위해 일년 가까이 조건 없이 몸과 마음을 다한 어머니의 그것에 맞먹는다. 새로 태어나기 위해, 사람은 스스로의 실망스러운 모습 그리고 뿌리깊은 습관과 매 순간 싸워야 하고, 자신의 부족함 앞에 처참하게 눈물 흘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누군가를 새로 태어나게 하려면 오래 참고 인내하고, 배신당하고도 다시 그를 믿어줘야 한다. 기꺼이 상처받고도 다시 일어설 정도의 힘이 있어야 새로 태어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눈물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레 태어남의 경험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나의 존재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누군가의 수고와 희생을 통해 가능했음을 깨달을 때 매일 무심코 지나쳤던 무수한 당연한 것들이 감동과 감사로 다가온다. 이러한 사소한 감사의 조각들이 모여서,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그냥 스쳐지나 갔던 것들이 사실은 소중하고, 기뻐해야 할 존재들이라는 깨달음, 나는 이미 참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다는 감사함을 느끼는 것만으로 그 사람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힘을 얻는다. 어쩌면 새로 태어난다는 것은, 새로 태어남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 내 안에, 혹은 상대에게 나도 모르는 거대한 힘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이미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고 새로 태어난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이런 힘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나를 완전히 다른 존재로 만들고, 그리고 상대를 새로운 존재로 만들 수 있는 혁명적인 힘. 사실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힘상대를 새로 태어나게 하는 힘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내가 새로 태어나려면 그저 타인에 불과했던 다른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며,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참고 인내하는 태도 그 자체가 나의 새로 태어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세간의 말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나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자기계발서가 인기 있는 것과 텍스트 속 사랑이 난무하는(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많지 않은) 현상에 깊은 관계가 있다고 본다. 그 어느 때보다 현대인의 내면에는, 그리고 현대 한국인 속에는 변화에의 의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변화에의 의지의 근간에 용기보다 이기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게 문제다. 사람들이 일단 내가 잘 되는 것, 내가 성공하는 것에 관심이 많기에 자기계발서는 불티나게 팔리지만, 그 중 단 한 권도 상처받을 수 있는 용기를 내라거나 먼저 참고 인내해보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는, 새로 태어나는 경험을 갈망하지만, 막상 그 문턱에서 주저하기에 새로 태어날 수 있는 에너지를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연애라는 담론 하에 나를 새롭게 할 에너지원을 상대방에게서 찾으려고 하는데, 먼저 자신의 에너지를 주려고 하지도 않고 애초에 줄 수 있는 에너지가 없는 사람끼리 모이다 보니 새로 태어나지도 못하고 뜻하지 않게 상처만 입는 게 태반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내가 만나는 사람은 우선 새로 태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이길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감히 내가 먼저 새로 태어나기를 소망해 본다.


  새로 태어남은 혁명적인 힘이자 용기이고, 사랑이다. 이는 찬란한 경험이지만, 생물학적인 탄생의 순간과는 달리 온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스스로가 오래 참거나 다치는 것이 두렵다면 새로 태어나지 않는 것을 선택하더라도, 그 누구도 이에 대해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 새로 태어나기를 선택했다고 해서 진정 새로 태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새로 태어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들에 대해 우월감을 느낄 하등의 권리도 없다. 하지만 조심스럽고도 분명히 새로 태어나야겠다고 선택한 내 자신을 나는 마음껏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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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ell
2011.03.02 17:47:04 *.40.150.157
Life is movement, movement requires good equipment, a pair is air max essential to protect your feet, the movement will be better, if you select the feet will not hurt, if you have air jordan, you can let your Exercise to get better resul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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