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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2월 27일 15시 47분 등록
  “관계가 뭘까? 뭐라고 생각해?

나의 질문에 엄마가 대답을 한다.

 “관계 is life. 삶이지.”

 “뭐야.... 도움도 안돼.”

그리고 돌아서서 생각을 한다. 그래, 관계는 삶이구나.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관계에 기인한다. 아니, ‘나’라는 존재가 처음 존재할 수 있게 되었던 것도 우리 부모들의 관계에 의한 것이고, 우리 부모의 관계도 그들이 각자 가지고 있었던 관계에서 시작하는 만큼 우리는 관계 안에서 처음 존재하게 되고 세상을 만나게 되고 살아가게 된다. 관계를 떠난 우리는 상상할 수조차 없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우리는 관계 안에서 우리의 인생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시작하고 영위해 나간다. 결국 관계란 우리가 인식하든 인식할 수 없든 언제 어디서나 항상 우리의 주변에 존재하고 또 나의 의식과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관계는 우리가 선택하거나 조종할 수 없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No.”이다. 물론 세상에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관계들이 존재한다. 나의 부모를 내가 선택할 수 없고, 나의 직장 상사를 내가 고를 수도 없다. 이들과의 관계는 어찌보면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 관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는 나의 몫이다. 시인 김춘수는 그의 시 “꽃”에서 말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그렇다. 관계는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만큼이다. 세상은 관계로 둘러싸여 있지만 나로 인한 관계는 내가 있어야 가능하다. 내가 있기에 관계도 있다. 내가 없다면 세상이 관계로 이루어져 있더라도 나에게는 의미가 없다. 관계는 나의 의지와 달리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이 관계 안에서 철저하게 나는 주인이다. 세상이 우리 부모님과 나를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 만들어 나에게 주었을지라도 이 관계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것인지는 결국 나에게 달린 문제이다. 내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가. 나는 그들과 어떤 의미를 공유할 것인가. 그것은 내가 주체가 되어 선택하고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하여 세상의 부모와 자식처럼 흔한 관계라 하더라도(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자식이며 누군가의 어버이니까) 모두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각자 개인은 그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다르므로. 그리고 내가 선택하고 행한 관계는 어떤 방향으로든 나를 변화시킨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관계 안에서 내가 행했던 것과 내가 겪었던 것들은 나의 바탕이 되어 나를 변화시킨다.


 나에게는 딸이 있다.

“엄마 보물은?”

“하은이.”

라고 대답하는 나의 딸이다. 세상은 나에게 딸을 원하는지 아들을 원하는지 물어보지 않고 나를 딸의 엄마로 만들었다. 나는 그 순간 그저 세상이 주는 관계를 받아들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아니다. 세상은 나에게 딸을 주었지만 딸과의 관계를 이끌고 나가는 것은 나와 나의 딸이다.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줄 것인지는 우리 둘이 결정한다. 세상이 정해놓은 엄마와 딸의 관계는 이러해야 한다는 것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를 내비추며, 서로를 파악하며 관계를 형성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개별적 자아를 가진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나는 나의 딸에게 의미를 부여했다. 그것은 내 안에서 그녀가 가지는 내가 부여한 의미이다. 그녀와 내가 공유하는 시간에서 만들어진 내가 느끼는 의미이다. 그녀는 나의 반이다. 때론 나의 전부이다. 나는 그녀에게 그런 의미를 부여했고 그녀는 나와 그런 관계를 맺었다. 그녀가 동의했는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이런 관계에 대한 의미 부여는 나를 성장시켰다. 그녀에게 규칙적인 생활을 선사하기 위해 아침 해를 보며 술을 마시던 나는 일찍 자고 새벽을 깨우는 사람이 되었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짜증을 내던 나는 몇 번이고 앵무새처럼 말할 수 있는 텔레토비가 되었다. 이것이 긍정적인 것인지 부정적인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는 딱히 어느 쪽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사람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기반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딸아이와의 관계가 나를 변화 시킨 것만은 사실이다.


 우리는 관계 안에서 먹고, 자고 생활한다. 우리가 혼자 있더라도 관계 안에 있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수많은 관계 안에서 형성된 것이므로. 주변을 둘러보라. 얼마나 많은 관계들에 노출되어 있는지. 이제 모습을 드러내는 봄기운도 오늘 불어오는 바람도 길거리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도 나와 관계를 가진다. 이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생명력을 불어 넣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방향으로든 우리를 변화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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