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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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란 무엇인가?
2011년 2월 28일 강훈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따라가 봅니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지켜보고, 식사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일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표정을 읽어봅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그의 길을 따라 그가 사는 곳으로 함께 들어갑니다. 그의 가족들을 보고, 그의 서재에서 그가 읽는 책을 보고, 사는 집의 분위기를 눈으로 마음으로 바라보다가 그리고 돌아옵니다.
그와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듯합니다. 하루 동안 그가 '관계'하는 것들을 찬찬히 지켜보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저녁에 눈을 감을 때 까지 우리의 하루는 무수한 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쩌면 그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런 관계의 합으로 이루어진 나날이, 삶의 한 대목을 만들고, 그것이 결국은 나의 생을 완성케 하는 것이라 생각하니 '관계'를 대하는 마음이 사뭇 달라집니다. 생각해보니 '관계'가 곧 나의 삶이고, 나를 설명하는 편린들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계가 나를 만든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을 돌아봅니다. 주변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소설 속 혹은 역사 속의 인물들을 생각해 봅니다. 어떤 관계는 성인을 만들고, 어떤 관계는 카인을 만들었는가, 관계의 무엇이 사람마다의 고유한 무늬를 만들어 내는지 궁금해집니다. 그것은 어느 한 특정의 변수가 결과값을 좌우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관계를 이루는 모든 부분들의 신묘불측한 상호간의 작용에 달려 있다고 보여집니다. 사회적, 자연적, 유전적 환경에서부터 집단을 구성하는 구성원, 그리고 나와 너의 '성숙'의 정도가 한 개인의 '정체성'인 관계의 성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지요? 여기서 환경적인 요인은 주어진 나의 분수로 어찌할 수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나와 너'라는 관계가 성숙하여 우리 삶의 고유한 무늬를 '희귀하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나의 '됨'과 너의 '됨'에 달린 것이라는 보편의 개념으로 정리해 봅니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와 관계하는 그들을 위해서 더욱 성숙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내 속에 있는 '나' 하나 어쩌지 못해 절절대는 긴 밤의 고민들을 사랑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나는 누군가의 관계 속에서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망각으로부터 살아남아 나의 기억 속에서 온전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관계들을 떠올려 봅니다. 기쁨과 격려라는 이름으로 혹은 아픔과 상처라는 이름으로 명명될 수 있는 그런 관계의 기억들이 잊혀지지 않고 내 속에 나와 함께 하고 있음은 무엇 때문입니까? 관계에 깃들어 있는 '애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 관계에 헌신했던 녹아있는 애정이 이제는 '그리움'의 이름을 하고 있습니다. 그 그리움이 세월이 지나서도 나의 내면을 풍성하게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제러미 리프킨은 그의 책 '공감의 시대'에서 "죽음이 가까워지면 누구나 가족, 친구, 동료 등을 떠올리고 그들과 함께했던 순간을 추억한다. 그리고 그것이 한 세상을 살았던 보람을 느끼게 해 주고 끈끈한 정으로 함께 했다는 사실로 위로 받게 해 주는 순간이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한 삶의 보람, 정, 위로 이런 것들이 지금 당신과 나의 마음에서 '그리움' 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는 그런 관계의 잔상과 통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카이로스적 시간으로부터 나를 잊지 않고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지는 문득 궁금해집니다.
당신은 무엇을 그리워 합니까?
당신을 그리워 하는 누군가가 있습니까?
나와 구분되며 별개의 객체로 존재했던 '관계'가 나의 마음속으로 사운거리며 들어옵니다.
이 봄 무언가 만나질 것 같은 운명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남이 될 수 있는 능력
박노해
진정 나는 나일 수 있는가
나 자신이 되는 일을 하고
내 가슴이 떨리는 사랑을 하고
내 영혼이 부르는 길을 따라갈 수 있는가
진정 나는 남이 될 수 있는가
될 수 있으면 많은 남들이 될 수 있는가
남이 되는 일을 하고 남이 되는 밥을 먹고
남이 되는 공부를 할 수 있는가
남이 될 수 있는 만큼이 나인 것을
남이 될 수 있는 능력이 진정한 실력인 것을
진실로 남이 될 수 있는 능력이
내가 가진 가장 큰 힘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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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봄날처럼 따스하더니 종일 가랑비가 내린 어제 밤에는 몹시 춥고, 오늘은 꽃샘추위를 하려고 새초롬한 날씨네요. 하지만 뭐 봄은 올 테고, 꽃은 필 테고, 인생의 새날을 맞기위한 열망의 노래 또한 가슴벅차게 울릴 테지요.
서로를 스승으로, 또 다른 나로 맞이하며, 일상을 재구성하는 가운데 사색하고 배우고 나누는 이 찐찐한 과정을
봄 꽃 만개하듯 옹골차게 즐감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