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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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려서부터 나 스스로를 남 다르다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내 삶은 너무나도 지극히 평범하다. 어린 시절에는 내가 정말 특별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퇴색되었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물 흐르듯 큰 파도도 없이 격정의 소용돌이 없이 밋밋하게 살아온 것 같다.
모범생으로 공부하면서 부모님께 기쁨을 드리고, 대학 나와서 바로 취직하고 월급쟁이로 19년 이상 살아오면서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둘이나 낳았다. 아이를 낳는 동안은 잠시 육아휴직을 가지긴 했지만 19년이라는 기간 동안 전체 공백이 1년도 안되게 직장생활을 해오고 있다. 대학의 전공을 정하면서 직장에서 업을 쌓으면서 대학원에서 또 다른 전공을 하면서도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목표도 없었고, 언제까지 어떤 위치에 가겠다는 생각도 없이, 하루하루를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어느덧 지금의 모습에 이르게 되었다.
수 년 전 시골집에서 겨울에 마당에서 김장을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시던 스님께서 김치 좀 공양하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우리 쪽으로 오시더니 나를 쳐다보며 “평생 일해야겠네.” 라고 하셨다. 그 말씀의 마법에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정말 오래도록 일하고 있다. 중간에 쉴 기회가 생기기도 했지만 젊은 나이에 환한 대낮에 집에 있는 나의 모습이 스스로도 용서되지가 않았다.
나는 일이 좋다. 아침에 출근할 때도 늘 감사한 마음으로 출근한다. 아침에 일하러 갈 곳이 있음에 감사하고 내가 바쁘게 할 일이 있음에 감사한다. 평일의 바쁜 일로 인해 주말의 휴식이 더욱 빛난다. 가급적 그 스님의 말씀처럼 평생을 일을 하고 싶다. 꼭 직장이 아니더라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하고 싶다.
나는 회사에서 일도 열심히 하면서 나를 위한 일도 하고 싶다. 나를 위한 일은 내 이름이 저자로 적힌 나의 책을 내는 것이다. 근무시간에는 열심히 집중해서 일하고 정시에 퇴근하여 아이들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그리고 나는 내 일을 할 것이다. 나는 글 쓰는 것이 좋다. 글을 쓰다 보면 나의 생각이 정리가 되고 더 많은 성찰을 하게 된다.
나의 직장생활의 다양한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험에서 우러난 정직한 글을 쓰고 싶다. 나의 시행착오와 시간들을 나 혼자 소모해 버린다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다. 도움을 주고 싶다.
나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정말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낸다. 이야기도 많이 하고 문화생활도 같이 하고 맛있는 음식도 같이 만들어 잘 먹는다. 아이들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인 듯 감정이입이 된다. 아이들 공부를 위해 고군분투도 하고 많은 방법도 시도해 보았다. 아직까지 아이들이 성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참 잘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야기도 하고 싶다.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구본형씨의 <마흔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에서 언급된 개인의 역사에 관한 글을 나 역시 쓰고 싶다. 내 이야기 이거나 아니면 내 주변의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저자는 글쓰기를 마흔세 살에 시작했다. 나도 내년이면 마흔세 살이다. 나이가 같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책쓰기로 나의 특별함을 시작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