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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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으로 특별해 지고 싶은가?>
어느 날 문득, 글이 쓰고 싶어졌다. 아니다. 글은 늘 쓰고 싶어했다. 그러나, 글을 써본 적도 없고 내게 어떤 특별함이 있지도 않기에 나의 글을 읽어 줄 지가 자신이 없었다. 과연 누가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인가?
내 나이 20대에 대학 동기 중의 한 명이 잡지에 실린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친구는 이름 들으면 알만한 출판사에서 책을 기획해서 출판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직업에 대한 거였다.
그때 막연하게 나중에 나도 내가 하는 일로 유명해져서 누군가 나를 인터뷰하겠다고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기사에서 읽었는데, 외국 어느 나라에서 학생들의 장래 희망을 조사했는데 80%의 답변이 명사라고 했다. 명사.. 유명한 사람을 말하는 거다. 연예인, 가수, 스포츠선수, 정치인 등등.
지금의 우리 나라 아이들도 다르지 않다. 초등학교 교실 뒤편에 걸린 나의 장래희망코너를 보면, 가수와 연예인이 그 절반을 넘는다. 그들의 뒤에 얼마나 많은 고통이 숨어있는지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유명해진 그들의 이름만이 보일 뿐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말과 같이 사람은 유명해지고 싶은 사회적인 욕구를 내재하고 태어나는 것 같다.
유명해 질 수 있는 특정 직업이 아니라면, 뭔가 내가 특별해져야 하는데, 보통 평범한 직장인이 책 한권을 낸다고 특별해 질 수 있을까?
사실.. 몇 년 전 자기 꿈을 찾아 떠난 후배를 보면서 내 꿈이 뭐였는지, 난 뭐하고 산 건지 막막하고 힘들었다면, 이번의 질문은 처음 봤을 때, 또 한번 고민을 했다.
한주 한주 지나가면서 그 전에 찾아내보겠다고 몸부림 쳤지만, 내가 글을 쓰겠다고 한 것 말고는 정해진 게 없었다. 글 써서 특별해 진다고 해야할까?
그래서 방향을 바꾸어 생각해 봤다. 어떤 글들로 나의 독자들에게 공감을 받아낼 것이며, 무엇으로 나의 10년 후를 만들어 갈 것인가? 난 어떤 전문가가 되고 싶은가?
이번 레이스를 준비하면서 남편과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무엇인지? 나의 강점은 무엇인지… 그러면서의 결론은 내가 이번에 연구원이 되고 나면, 다음해에는 남편이 연구원에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가 다른 가정과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면, 부부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는 거다.
회사는 다르지만, 같은 그룹 내에 있기에 회사 문화를 공유하고 있고, 남편은 재수를 했지만 나와 같은 해에 대학을 입학했기에 같은 문화를 체험하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고, 비슷한 시기에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비슷한 시기에 승진도 하면서 말이다.
어느 날, 남편에게 내가 말했다. 당신은 참 복많은 남자야. 젊어서는 마누라가 돈도 벌어다 줘. 나이 들어서는 자기나 나나 동네 친구 하나 없으니 둘이서 또 노닥노닥 놀러다녀. 다른 여자들은 나이들면 친구들하고 노는데 남편이 귀찮게해서 싫다는데 나는 그런 일 없을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
나는 남자를 많이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어릴 적에는 남자를 만나면 결혼해야 하는 줄 알아서 못 사귀다가 어느 순간 마음을 열고 연애나 한번 해볼까? 하고 만난 게 지금의 남편이다.
지금도 많지 않을텐데, 어떻게 남자를 사귀어 할 지 몰라서 시작한 게 계약연애다. 일주일에 몇 번 전화해야 하고, 몇 번은 만나야 하고 등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왜 남편 이야기를 하는가? 나는 남편과 더불어 특별한 삶을 만들어 가고 싶다. 그 특별함이라는 것은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만들어 내는 일일 것이다. 행복이라는 것은 행복하다고 소리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늘 사람이 즐거울 수 있겠는가? 행복전도사로 불리우던 최윤희씨도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았던가? 그만큼 사람은 행복하자고 해서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주변에 글 쓰는 사람은 보통 본인이 주인공이고, 그 이외의 사람들은 그 사람의 글을 통해서 보여진다. 그래서 글을 쓰는 저자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보인다.
이번에 이 주제를 고민하면서 앞으로 책을 쓴다면 어떤 책을 쓸지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그 여러가지 중에서 한가지 정도는 남편과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동일한 사건을 하나는 내 관점에서 하나는 남편의 관점에서.. 제목은 ‘맞벌이 블루스’정도라고 하면 어울릴까? 너무 제목이 구태스러운가?
나는 가족으로 인해서 특별해지고 싶다. 가족들에게 나의 아들, 딸, 나의 남편, 또는 나의 부모님을 통해서 여러가지의 실험들을 해 보고 그 결과들을 가지고 글을 써보고 싶다.
앞으로의 미래 세계에는 더욱 더 가족이 소중해질 것 같다. 인간의 내면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 가족이 아닐까?
육아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겪었던, 또는 우리들이, 우리 사회가 겪었던 어려움을 공감하고 풀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계기로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가 생겨나기를 바란다.
지금도 육아 때문에 직장을 포기하는 여자들이 한 둘이던가? 육아 때문에 직장 뿐 아니라 꿈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다. 지금의 나처럼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게 네 팔자야’라고 말하면서 속으로 아파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함께 나눠 보고 싶다. 그래서 포기하고 싶을 때 용기를 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들을 찾아내서 함께 도와주고 싶다.
오히려 내가 특별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구본형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용기를 냈듯이 다른 어떤 사람이 나를 통해서 새로운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내용들을 글로 써서 남겨 놓는다면, 누가 얼마나 봐주든 아니든 나는 이 땅에 나의 히스토리를 남겨놓는 것이 아닌가? 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