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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3일 17시 53분 등록

신이란 무엇인가?

2011 3 14일 강훈

 

하늘에 전지전능한 신이 있어서 우주 만물을 만들고, 그것들이 돌아가는 것이 다 신의 뜻이며, 내가 착한 일을 하면 상을 주고 나쁜 일을 하면 벌을 주며, 이것이 내세의 삶을 천국과 지옥으로 구분하고, 열심히 빌면 신은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리라는 것이 내가 갖고 있는 신 혹은 종교와 관련한 일반개념이다. 믿음과 관계없이 성장을 통해서 얻게 된 이런 초보적인 개념이 나에게는 전부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는 그악스러운 신앙인들에게 조금도 공감할 수 없지만 신은 망상이라는 공격적인 확신에도 수긍이 가지 않는다. 기도를 들어주는 신 같은 건 없다고 믿으면서도 고통 앞에서 늘 기도하게 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나는 스스로 유신론자인지 무신론자인지 불가지론자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없다.

 

몇 년 전 우리나라 종교인구에 대한 통계를 기억해보면 조사대상의 53퍼센트가 종교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47퍼센트는 종교를 가지고 않지 않았다. 교회 숫자가 중국집 숫자보다 많다는 우스갯소리와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 마다 절이 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꽤나 의외라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신을 믿는 것은 다른 동물들과 구분되는 인간의 '()적 특성''이라는 이야기를 감안하면 더욱더 그것의 의아함은 커진다. 그 많은 종교적인 사회장치에도 불구하고 2명 중 1명은 왜 인간의 종적인 특성을 거부하고 신을 기꺼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비단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신의 믿음 저편에 있게 한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내가 신을 멀리하고 있는 배경이라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본다.

아마도 그것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믿지 못할 일들과 신의 전지전능 하신 섭리가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부조리에 대한 인식 때문일 것이라는 짐작을 해본다. 물론 그것이 신에 대한 나의 무지이며, 종교생활을 하지 않는 자의 서푼 말 빚이라고 해도, 이해와 믿음 사이에는 건너 가기 힘든 큰 강물이 흐른다. 지금도 연일 계속되고 있는 종교라는 이름 아래의 전쟁과 테러의 모습에서, 어제 오늘 일본에서 많은 사람들을 삶과 이별하게 하고, 살아 남은 자에게 고통을 주는 자연의 이치 앞에서 나는 어떤 신의 섭리를 읽어야 하는 것일까?

 

고대 원주민들의 사회적, 종족적 의례로부터 우리민족이 조상을 섬기고 풍요를 빌며 감사하는 여러 형태의 제례까지 모든 시대와 민족은 신을 구심점으로 각자의 사회를 구성하고 통합하며 유지 발전하여 왔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종교를 의미하는 영어 religion다시 묶는다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religare'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종교는 신과 인간을 묶고, 인간과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힘인 것이다. 그리고 신은 그러한 힘의 원점이자 구심점이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다른 이의 종교는 흰 눈으로 해서 바라보고 조상에게 예를 갖추는 것을 우상이자 미신으로 치부해서 금기해야 하고, 불신하면 지옥에 가야 하는 맹목적인 교조주의적 맹신은 미천한 지식을 가진 범인범부에게도 신의 이치에 합당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된다.

 

신과 현실 사이에서 느끼는 부조리와 태고 때부터 인류를 지탱해준 신의 존재에 대한 경외감 사이에서 나는 사념하고 있다. 종교는 실천적 수련이며, 헌신적인 삶의 방식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라고 했다. 나는 언제까지 이성으로 생각하고 관념의 틀 안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인지 스스로 자문해본다. 나와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파스칼은 이야기 한다. <오직 보기를 원하는 자에게는 충분한 빛이 있고, 이와 반대되는 마음을 가진 자들에게는 충분한 어둠이 있다.>

 

내가 살아서 잘되고 죽어서도 잘되는 것이 신을 있게 하는 필요가 아니라, 최고의 가치, 절대의 가치로서 신을 믿고 그것의 신성에 다가가는 것, 내 속에 존재하는 신적 요소를 나에게 찾아내어서 늘름하고 의연한 삶을 살 수 있는 자기확립과 이웃에 대한 보편적인 사랑과 선을 베푸는 삶이 되도록 하는 것을 내가 우러러야 할 신에 대한 사랑으로 정의하면서 나의 글을 마친다.

IP *.69.2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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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3 20:57:56 *.109.25.139
지난 4주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신에 대한 관점에 많은 부분 공감할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특히 신을 멀리 하고 있는 배경에서 말이죠..
일요일 저녁 좋은 휴식 가지시길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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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1.03.14 21:14:58 *.97.72.180
  


삶에 대한 감사


                                                                                                              박노해 


                                                                         
                                                    
하늘은 나에게 영웅의 면모를 주지 않으셨다
그만한 키와 그만한 외모처럼
그만한 겸손을 지니고 살으라고


하늘은 나에게 고귀한 집안을 주지 않으셨다
힘없고 가난한 자의 존엄으로
세계의 약자들을 빛내며 살아가라고


하늘은 나에게 신통력을 주지 않으셨다
상처받고 쓰러지고 깨어지면서
스스로 깨쳐가며 길이 되라고


하늘은 나에게 위대한 스승도 주지 않으셨다
노동하는 민초들 속에서 지혜를 구하고
최후까지 정진하는 배움의 사람이 되라고


하늘은 나에게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내 작은 성취마저 허물어 버리셨다
낡은 것을 버리고 나날이 새로와지라고


하늘은 나에게 사람들이 탐낼만한
그 어떤 것도 주지 않으셨지만
그 모든 씨앗이 담긴 삶을 다 주셨으니
무력한 사랑 하나 내게 주신
내 삶에 대한 감사를 바칩니다



..................................................................................................................



좋은 기회를 따내셨네요. (사부님 댓글을 먼저 보게 되었군요.^^)
사람들은 사람은 알 수 없지만 그가 어떤 노력을 하는가는 알게 되곤 하지요. 때때로 핀트가 안 맞을 지라도 서로가 서로에게 꾸준하다보면 저절로 알게 되지요.
외로왔던(?) 첫마음 오래 잘 관리하셔요. 큰 밑천이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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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
2011.03.15 15:19:34 *.219.84.74
매사에 감사하고, 겸손하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면서도 실상을 돌아보면 잇속챙기기에 급급할 때가 많습니다. 신을 우러르기 이전에 나를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기를 보내주신 시를 통해서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매주 챙겨주셨던 관심 덕분에 2차레이스를 통과했습니다. 외로운 늑대가 셀렘을 갖는 봄날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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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영
2011.03.14 22:20:06 *.206.173.247
생각보다 종교인구가 적네요.
내 안에 있는 신적요소를 찾아낸다는 것 좋은 표현인 것 같습니다.~
4주 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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