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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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4. Q : 신이란 무엇인가?
A :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는, 나에겐 흐릿한...
<부석사, 2010, 사진/양경수>
참 신, 참 인간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미션스쿨이었다. 예배가 매주마다 정규수업으로 들어와 있었고 학기마다 '수양회'라는 전체 행사를 통해 자연스레 기독교를 접하게 되었다. 그 때문인지 고2 때부터 동네 교회에 다니게 되었다. 하나님과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읽었다. 성경은 그때까지 내가 아는 것들 이상의 크고 넓은 이야기였고, 교회의 문화와 인간관계는 내 삶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교회에 다니는 것이 다니지 않는 것보다 나았으므로 계속해서 교회에 다녔다. 1년쯤 지나자 세례를 받았고, 고등부 졸업후에는 다양한 교회 활동을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 그리스도, 성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교리를 이데올로기처럼 받아들였다.
그러던 중 대학생활을 통해 진보적 성격의 기독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었다. 교리에 대한 질문과 역사적 예수에 대한 관심이 생겨났다. 그 때 동아리 방에서 우연히 이현주목사의 <예수와 만난 사람들>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복음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예수를 만난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어 그들이 만난 예수를 실제처럼 묘사하고 있는 책이었다. 나무 위에 올라가 예수를 바라본 세리 삭개오가 되어 보기도 하고, 문둥병자, 사마리아 여인이 되어 예수를 만나는 생생한 경험이었다. 그들의 절실했던 마음을 느꼈고 감격스런 체험에 몸을 떨었다. 생생한 체험을 통해 그동안 너무나 교리화된 하나님만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미 남들에 의해 고백되어 닿을 수 없는 곳까지 올라간 '신'을 믿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난 '참 인간'으로 사신 예수를 만나고 싶었다.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 서적을 읽기도 했고 현대신학 서적을 뒤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코끼리 다리만 보고 전체를 짐작하는 형국이라 깊이가 생기지는 않았다. 삶의 체험과 실천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동대문 창신동 민중교회를 찾아가 공부방 교사활동을 시작했다. 가난한 아이들과 사회변화를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군대에 다녀와서는 민중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훌륭한 분들이 많은 교회였지만 여전히 하나님은 두려움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교회안에 가두는 존재로 느껴졌다. 교회개혁과 사회변화는 중요한 문제였지만 나는 점차 알수없는 죄책감에 무기력해져 갔다. 그러면서 '참 인간'인 예수를 만나려는 나의 바램은 더 멀어졌다. 예수가 '참 하나님'이자 '참 인간'이라는 선언은 교리문답에나 나오는 말에 불과했다.
잊혀진 신
2002년도에 요가를 만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요가의 다양한 수련법 중 '아사나 Asana'라고 하는 몸으로 하는 수련방법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 요가 수련을 할때의 기쁨을 잊지 못한다. 그동안 알아주지 못했던 내 몸 구석구석과 호흡을 느낄 때의 기쁨은 눈물이 흐를 정도였다. 몸과 영혼이 하나로 느껴졌다. 예수를 알기 전에 내 몸부터 알아야 했다. '참 나'를 만나는 것이 중요했다. 그 해 11월에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인도에 가기로 결정했고, 요가 스승님들이 공부하신 인도 뿌네 근방의 요가 College를 가기위해 준비했다. 1년 반 동안 돈을 비롯한 준비를 마치고 2004년 초여름에 인도로 향했다. 그런데 '참 나'를 만나는 것이 목적이지 '요가' 자격증이 목적이 아니어서 였을까. 피치못할 사정으로 요가 College를 5개월만에 그만두게 되었고, 6개월 동안 인도여행을 하게 되었다. 인도는 신들의 나라였다. 기도와 순례가 일상이었고, 성자로 이름난 이들 투성이었다. 오쇼 아쉬람, 마하리쉬의 수행처, 11일간의 위빠사나 명상, 오로빌공동체 등 영적이고 자유로운 여행을 통해 내 삶의 체험은 더욱 넓어졌다. 하지만 어디를 가나 낯선 그곳에서 '참 나'를 명확하게 만나기는 힘들었다. 그런 후 귀국해 나는 한국사회에 다시 편입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생활의 기반을 세워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참된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믿음을 간신히 붙잡고 삶의 파도에 휩쓸려 가는 모습이 되고 말았다. 지방에 있는 회사를 다니게 되면서 종교활동은 더욱 멀어지게 되었고, 수련의 맥은 끊어졌다.
나는 신을 무엇이라 정의할 수 없다. 나에게 신은 잊혀진 존재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참된 나 자신을 만나게 될때 신을 체험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은 여전히 가지고 있다. 안타깝게도 그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저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다. 앞이 어두워 한발 내딪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스스로 불빛이 되어 조금씩 길을 찾아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 와닿았던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한복음 4:6)라는 말씀을 붙잡고 용기를 내서 가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