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수희향
  • 조회 수 364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1년 3월 23일 10시 46분 등록


모짜르트와 고래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선뜻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영화를 끌고가는 주제이다..

남자 주인공 도널드 (조쉬 하트넷)는 선천적으로 자폐증을 앓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스퍼거 증후군 (어느 한 가지에 대한 몰입과 집착이 강한 자폐증상) 환자. 그런 그가 자폐아들의 모임을 만들어 서로 외로움을 달래며 지내는데, 그곳에 새로운 멤버인 여주인공 이사벨이 찾아온다. 그녀는 음악과 미술에 특별한 재능을 지녔지만 자폐증 중에서도 상대방의 말중 은유나 비유를 헤아리지 못하고 문장 그대로 알아듣거나 본인 또한 직선적으로 곧이 곧대로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 증상을 앓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할로윈 축제를 함께가며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도널드는 고래의 복장으로, 이사벨은 모짜르트의 복장으로.
한 사람은 수학적 재능을 지닌 자폐아, 한 사람은 모짜르트를 사랑하는 감성의 자폐아.
같은 병명의 병을 앓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꾸밀 줄 모르고, 이해타산적이지 않은, 그래서 어쩌면 더 순수하고, 그래서 어쩌면 더 위태로운 그들만의 사랑말이다..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생활에 계속되는 실직에 빠져있던 도널드가 이사벨의 도움으로 학부때 전공을 살려 컴퓨터에서 오류를 잡아내는 전문적인 일자리를 갖게 된다 (이게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컴팽인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다시금 정상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도널드는 조금씩 자신도 그리고 이사벨도 그래서 커플로서 그들의 삶도 정상적이길 희망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런 그를 견디지 못하는 이사벨과 조금씩 갈등을 일으키다 급기야 이사벨이 극단적인 일을 실행하기까지 만드는데..

죽을 고비를 넘긴 이사벨을 찾아와 사랑을 고백하는 도널드에게 이사벨이 우리 사랑이 2시간이 갈지, 20년이 갈지 몰라 불안하다 말하자, 도널드는 "그런건 모르지만, 함께 있으면 좋다는 건 알잖아.."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단순하지만 가슴 깊은 사랑고백인지..

이 영화를 보며 나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이란 단어가 탄생한 것에 대해 비애를 느꼈다.
누가 정상, 비정상을 가르는걸까? 무엇이 정상인가?
사회적 가면을 훌륭히 쓰고 사회의 요구대로 착실히 행동하면 정상인이고, 그렇지 못하면 비정상인일까?

우리의 이성은 정신세계의 일부분일뿐인데, 그것이 양산해내는 이분법적 사고에 때론 가슴이 답답하다.
정상인이라 자부하는 우리들의 삶이 가면 하나만 내려놓으면 그 누군들 그 나름의 슬픔과 아픔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냥 우린 다 똑같은 존재들일뿐이다.

같은 자폐라는 증상을 가졌지만, 모임에 모인 모든 이들이 갖고 있는 증상의 다양화만큼이나
우리 또한 인간이란 존재성은 같지만, 각자의 삶은 그 나름 다 다르다.
아마 감독 또한 관객들이 부디 그 보이지 않는 금긋기를 멈추기를 소망한 것은 아닐런지..

두 사람이 재회하는 장면보다 더 감명깊었던 장면은
이사벨이 떠난 뒤 도널드가 실의에 빠져 모임에서 기운없이 늘어져 있자, 그때까지 단 한번도 하나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멤버들이 다같이 마음을 모아 도널드를 위해 바다로 고래를 보러가자고 손을 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너무, 너무 마음이 뭉클했다..

그래.. 사람의 관계가..사랑이 아름다운건 바로 저런거지..
사람들은 애시당초 다 다른 존재로 태어났다.
그런 존재들이 만나 서로 사랑하고 마음을 모으는 거, 어쩌면 정말이지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살면서 수백번도 더 묻고는 했다.
이 영화를 보며 느낀건, 어쩌면 사랑이란 다름을 인정하는 거.
그러나 그 다름 속에 흐르는 교감을 찾아 두 사람만의 혹은 몇몇 친구들만의 교집합을 조금씩 쌓아가며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나보다..
"사랑이 삶이고, 삶이 사랑이다.." 라는 말씀 말이다..

이 봄에는 더욱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함께하는 이들을 더 마니 사랑하며 보내고 싶다.
봄햇살처럼 따스한 마음을 주고 받으며..

------------------------------------------------------------------------------------------------------------------------------------------------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십우도에 나타난 자기실현의 길: http://blog.daum.net/alysapark



IP *.98.16.15

프로필 이미지
2011.03.24 04:52:11 *.109.24.52
이 영화 꼭 보고 싶어요 누나! ㅜㅡ
세상의 잣대의 폭력성은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지 모르겠어요..
누가 감히 정상과 비정상을 나눌 수 있을까요? 웃기는 소리죠..
"함께 있으면 좋다는 건 알잖아" 너무 감동적이 구절이네요..
오늘도 좋은 글 고마워요 먼별 샤먼님 ^^
프로필 이미지
2011.03.24 11:29:29 *.98.16.15
이분법적 사고가 얼마나 답답한건지 내안에서부터 서서히 걷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그냥 함께하면 좋은 이들과 삶을 조금씩 쌓아가면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는데 말이야.
그대야의 인터뷰 정리에 나 또한 얼마나 많은 걸 배웠는지..
그 소중한 순간을 함께 나눠줘서 정말 고마워. 그대야는 아름다운 사람이야..^^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먼별3-34] <조쉬 하트넷의 "모짜르트와 고래"> 모짜르트와 고래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2] 수희향 2011.03.23 3647
3388 열필로 生을 쓴다/박노해 [2] 써니 2011.03.23 2756
3387 갈라진 심장/ 박노해 [1] 써니 2011.03.22 3421
3386 오늘은 한 권도 팔지 못 했다 [6] 김신웅 2011.03.21 2655
3385 진실/ 박노해 - 변경 연구원 3차 면접을 준비하는 벗들에게 [11] 써니 2011.03.17 3501
3384 이별 - 원태연 [1] 햇빛처럼 2011.03.16 2734
3383 [먼별3-31] <소피 마르소의 피델리티> 결혼의 뿌리란 과연 무엇일까.. 수희향 2011.03.16 4449
3382 [7기 연구원지원] 신이란 무엇인가 file [2] [3] 박주선 2011.03.14 3162
3381 [예비7기] 4주차_신이란 무엇인가 김서영 2011.03.14 2356
3380 [7기]신이란 무엇인가? 이루미 2011.03.14 5230
3379 7기 연구원 1차 레이스 4주차에서 저는 멈춥니다 ^^ [5] 이현정 2011.03.14 2423
3378 신이란 무엇인가? [1] 오경희 2011.03.14 3294
3377 [7기 칼럼4] 신이란 무엇인가? file [2] 양경수 2011.03.14 2440
3376 4. 신이란 무엇인가? 미선 2011.03.13 2294
3375 4주차 신이란 무엇인가 전민정 2011.03.13 2492
3374 [7기 레이스 4주차] 신이란 무엇인가.. 미나 2011.03.13 2453
3373 [7기도전-칼럼] 신이란 무엇인가? 유재경 2011.03.13 2424
3372 [7기 연구원-지적 Race]살다보면 칼럼-신이란 무엇인가 [2] 장윤영 2011.03.13 2419
3371 [7기지원] 4주. 신이란 무엇인가? [4] 강훈 2011.03.13 2302
3370 [7기 레이스] 신이란 무엇인가 file [2] [2] 김경인 2011.03.13 3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