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 조회 수 364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모짜르트와 고래가 무슨 연관이 있을까..? 선뜻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영화를 끌고가는 주제이다..
남자 주인공 도널드 (조쉬 하트넷)는 선천적으로 자폐증을 앓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스퍼거 증후군 (어느 한 가지에 대한 몰입과 집착이 강한 자폐증상) 환자. 그런 그가 자폐아들의 모임을 만들어 서로 외로움을 달래며 지내는데, 그곳에 새로운 멤버인 여주인공 이사벨이 찾아온다. 그녀는 음악과 미술에 특별한 재능을 지녔지만 자폐증 중에서도 상대방의 말중 은유나 비유를 헤아리지 못하고 문장 그대로 알아듣거나 본인 또한 직선적으로 곧이 곧대로 모든 걸 표현해야 하는 증상을 앓고 있다.
그런 두 사람이 만나 할로윈 축제를 함께가며 사랑에 빠지기 시작한다.
도널드는 고래의 복장으로, 이사벨은 모짜르트의 복장으로.
한 사람은 수학적 재능을 지닌 자폐아, 한 사람은 모짜르트를 사랑하는 감성의 자폐아.
같은 병명의 병을 앓고 있지만, 그 안에서도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시작한다.
꾸밀 줄 모르고, 이해타산적이지 않은, 그래서 어쩌면 더 순수하고, 그래서 어쩌면 더 위태로운 그들만의 사랑말이다..
자신의 천재적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지저분한 생활에 계속되는 실직에 빠져있던 도널드가 이사벨의 도움으로 학부때 전공을 살려 컴퓨터에서 오류를 잡아내는 전문적인 일자리를 갖게 된다 (이게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컴팽인 내가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다시금 정상인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며 도널드는 조금씩 자신도 그리고 이사벨도 그래서 커플로서 그들의 삶도 정상적이길 희망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그런 그를 견디지 못하는 이사벨과 조금씩 갈등을 일으키다 급기야 이사벨이 극단적인 일을 실행하기까지 만드는데..
죽을 고비를 넘긴 이사벨을 찾아와 사랑을 고백하는 도널드에게 이사벨이 우리 사랑이 2시간이 갈지, 20년이 갈지 몰라 불안하다 말하자, 도널드는 "그런건 모르지만, 함께 있으면 좋다는 건 알잖아.."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단순하지만 가슴 깊은 사랑고백인지..
이 영화를 보며 나는 정상인과 비정상인이란 단어가 탄생한 것에 대해 비애를 느꼈다.
누가 정상, 비정상을 가르는걸까? 무엇이 정상인가?
사회적 가면을 훌륭히 쓰고 사회의 요구대로 착실히 행동하면 정상인이고, 그렇지 못하면 비정상인일까?
우리의 이성은 정신세계의 일부분일뿐인데, 그것이 양산해내는 이분법적 사고에 때론 가슴이 답답하다.
정상인이라 자부하는 우리들의 삶이 가면 하나만 내려놓으면 그 누군들 그 나름의 슬픔과 아픔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냥 우린 다 똑같은 존재들일뿐이다.
같은 자폐라는 증상을 가졌지만, 모임에 모인 모든 이들이 갖고 있는 증상의 다양화만큼이나
우리 또한 인간이란 존재성은 같지만, 각자의 삶은 그 나름 다 다르다.
아마 감독 또한 관객들이 부디 그 보이지 않는 금긋기를 멈추기를 소망한 것은 아닐런지..
두 사람이 재회하는 장면보다 더 감명깊었던 장면은
이사벨이 떠난 뒤 도널드가 실의에 빠져 모임에서 기운없이 늘어져 있자, 그때까지 단 한번도 하나의 주제로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멤버들이 다같이 마음을 모아 도널드를 위해 바다로 고래를 보러가자고 손을 드는 장면이 나오는데 너무, 너무 마음이 뭉클했다..
그래.. 사람의 관계가..사랑이 아름다운건 바로 저런거지..
사람들은 애시당초 다 다른 존재로 태어났다.
그런 존재들이 만나 서로 사랑하고 마음을 모으는 거, 어쩌면 정말이지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랑이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살면서 수백번도 더 묻고는 했다.
이 영화를 보며 느낀건, 어쩌면 사랑이란 다름을 인정하는 거.
그러나 그 다름 속에 흐르는 교감을 찾아 두 사람만의 혹은 몇몇 친구들만의 교집합을 조금씩 쌓아가며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나보다..
"사랑이 삶이고, 삶이 사랑이다.." 라는 말씀 말이다..
이 봄에는 더욱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함께하는 이들을 더 마니 사랑하며 보내고 싶다.
봄햇살처럼 따스한 마음을 주고 받으며..
------------------------------------------------------------------------------------------------------------------------------------------------
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십우도에 나타난 자기실현의 길: http://blog.daum.net/alysa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