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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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뒷간
박노해
내가 땅을 갖게 되는 날
나는 맨 먼저 아주 우아한 뒷간을 지으리라
앉아서 보면 풍광이 좋고 시원한 바람이 통하는
송진 냄새나는 나무로 지은 멋진 해우소를
나의 똥오줌은 햇볕과 바람에 잘 삭아서
논밭과 화단에 훌륭한 거름이 되리라
똥오줌이 무엇인 줄 알지 않는가
나팔꽃이고 수선화꽃이고 국화꽃이며
상추 오이 고추 감자 녹두 배추이며
황금빛 벼 이삭이며 김 오르는 흰 쌀밥이며
엄마의 젖이며 아가의 보드라운 살결이며
내 품에 안기는 그녀 입술의 촉감이며
우리 몸속을 돌고 있는 따뜻한 피가 아닌가
내가 이 지상에 가장 먼저 짓는 건축물은
아주 멋지고 시원한 뒷간이리라
그 순간 나는 폐기물 덩어리 인간에서
폐기물이란 없는 자연인으로 진보하리라
......................................................................................................................................
시인의 시 제목에서 영화 <우아한 세계: 송광호 주연>가 언뜻 기억되면서 묘한 대비를 이루네요.
내게 꿈은 있다고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 그 꿈의 구체적인 정체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고요.
그것들을 향해 어떻게 세워 나아가야 할까를 숙고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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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석
써니가 올려준 시 읽다가 나도 비슷한 시가 떠올라 하나 옮겨 보네요. 오늘 처음으로 진달래를 두 송이 보았어요. 좋은 봄날 되기 바래요, 써니. |
양변기 위에서 -- 김선우 어릴 적 어머니 따라 파밭에 갔다가 모락모락 똥 한무더기 밭둑에 누곤 하였는데 어머니 부드러운 애기호박잎으로 밑끔을 닦아주곤 하였는데 똥무더기 옆에 엉겅퀴꽃 곱다랗게 흔들릴 때면 나는 좀 부끄러웠을라나 따끈하고 몰랑한 그것 한나절 햇살 아래 시남히 식어갈 때쯤 어머니 머릿수건에서도 노릿노릿한 냄새가 풍겼을라나 야아---망 좀 보그라 호박넌출 아래 슬며시 보이던 어머니 엉덩이는 차암 기분을 은근하게도 하였는데 돌아오는 길 알맞게 마른 내 똥 한무더기 밭고랑에 던지며 늬들 것은 다아 거름이어야 하실 땐 어땠을라나 나는 좀 으쓱하기도 했을라나 양변기 위에 걸터앉아 모락모락 김나던 그 똥 한무더기 생각하는 저녁, 오늘 내가 먹은 건 도대체 거름이 되질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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