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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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을 기념하며, 처음의 마음으로, 7기 연구원들 수업 청강을 앞두고,
아직은 한없이 미흡하지만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를 믿으며...
작년 2월 5일에 사부님께 이메일 보낸 내용을 다시 읽으며 다짐합니다.
존경하옵는 구본형 소장님께!
바쁘신데 이렇게 또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외람되지만 연구원 지원서에 못 다쓴 이야기가 있어 서신 올립니다. 어떻게 하면 선발될 수 있을까? 제게는 정말 절박하기에 며칠을 고민 고민하다 결례를 무릅쓰고 글을 씁니다.
사실은 제가 사부님께 두 번 정도 유선전화번호로 연락을 드렸습니다. 주변머리가 없어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끊었습니다만, 기쁘고, 한편으로는 어떻게 해야 선발될 수 있을까 하는 답답한 마음에서 였습니다.
모집 요강을 처음 접한 날이 1월 23일 경입니다. 시간은 촉박하고, 쓸 말은 너무 많은 반면, 글솜씨는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시간이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발되어야 할 이유입니다.
첫째, 현실 속에 묻혀 있는 고정관념들을 일깨우기 위함입니다.
세상은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도 아직 고정관념에 묻혀 사는 주변의 미성숙 상태에 있는 분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그 동안 책이나 방송 등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자세에 대해 많이 배웠고, 그대로 실천하려 무던히 애썼습니다. 생활 속에서나 직장에서 봉사와 희생정신을 발휘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 현실은 많은 괴리감이 있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겼습니다. 그 괴리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우리 사회가 발전되게 하려면 소장님과 같이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저에게 특히 부족한 점이 있다면 바로 글쓰기 능력입니다. 의사전달능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제게 기회를 한 번 주시기 바랍니다. 소장님과 요강의 기준대로 선발된 연구원들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필립스 아카데미의 건학이념인 ‘나 아닌 남을 위해’ 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아시겠지만, 졸업생 35명당 1명이 인명사전에 올라가고, 백만장자 배출율도 가장 많은 학교입니다. ‘제임스 쿠제스’가 쓰고 김경섭 한국리더십센터 회장이 옮긴 ‘최고의 리더’ 라는 책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그 책 첫머리에 “모범적인 리더는 자신의 성공보다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성공에 관심이 많다. 리더에게 있어서 가장 큰 성공은 자신이 섬기는 사람들이 승리하는 것이다. (중략) 다른 사람들에 대한 봉사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리더는 영원한 유산을 남긴다. 우리만의 유산을 남김으로써 우리가 사는 세상을 우리가 있기 전보다 훨씬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저도 포부와 목표가 그런 것들이기에 그렇게 생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무시당하기 일쑤였습니다.
둘째, 공헌력 및 통합능력이 남다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분명한 경쟁력, 공헌력과 통합능력입니다. 부자스쿨이나 종친회 등 각종 단체에서 저 같이 열심히 한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열정적이면서도 창의적이기에 조직에 매우 긍정적으로 기여할 줄 압니다. 또한 나 자신을 희생하고, 나보다 남을 잘 되게 하는 순수한 마음이 있습니다. 허준을 키운 류의태 선생같이 저의 몸이 필요하다면 살신성인할 각오도 있습니다. 선발기준에 부합된 그런 분들과 함께라면 더욱 신나게 봉사하며 함께 할 것입니다. 영혼이 맑고 깨끗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동안 순수하고 의로운 분을 찾다가 우연히 핀란드의 성자, 다미엔 신부를 알게 되었습니다. 몰로카이 섬, 한센병 환자들을 위해 목숨까지 내 놓은 분입니다. 처음에는 온갖 정성을 다해 보살펴도 본심을 믿어주지 않자, ‘저들과 같이 한센병에 걸리게 해 주십시요.’ 라는 기도를 했고, 그것이 실현되었습니다. 결국 그분들과의 공감 속에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치료해 주며 섬김을 실천하신 분입니다. 저도 그런 분 같이 살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그분에 관한 신문 기사와 사진을 스크랩했고, 지금도 항상 몸에 간직하고 다닙니다.
한 개인의 글쓰기 능력은 좀 부족해도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 봅니다. 그것은 지원자 여러분들이 워낙 글쓰기에 있어 수준급이기 때문입니다. 한 개인의 부족은 그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충분히 보완발전이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반면, 저의 독특한 강점인 공헌력과 통합능력은 다른 분들이 부족한 점일 수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연구소 입장에서 손실보다 유익이 클 것이라 사료됩니다.
공헌력과 통합능력이 어느 정도 자신하기 때문에 국가 경쟁력 강화위원회와 사회통합위원회에 지원했던 것입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에는 진정으로 ‘사람을 위하고 미래를 위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제4의 불’의 저자 정지훈은 그의 저서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원동력은 휴먼 에너지’라고 했습니다. 또한 ‘집단지성’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을 저도 잘 압니다.
앞으로 남은 약 5년의 기간 동안 연구원 양성과 커뮤니티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저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하실 것입니다. 10년 전체를 생각하신다면, 저의 역할이 더욱 분명해 집니다. 지금까지 배출됐던 선배님들과 앞으로 후배들 간에 진정으로 윤활유 역할을 할 것입니다. 각각의 틈새를 메꿔 큰 시너지를 낼 것입니다. 정말 인간적인 끈끈한 정과 함께 탄탄한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입니다.
저의 공헌력이나 통합능력 발휘는 낮은 자세로 함을 의미합니다. 건방지게 앞에 나서서 공헌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뒤에 빠져서 각 개인이나 전체 분위기에 가장 적절하고 도움되는 방향으로 섬기는 것입니다. 이것들은 지금까지 단체생활에서 체험한 결과 얻은 노하우들입니다. 환자 개인간병이나 종친회 어르신들 도우미, 혹은 여러 조직의 구성원들을 낮은 자세로 섬기면서 얻은 방법들입니다. 그리고 고3 학생들 학습지도를 통해 5년간 체험하면서 깨달은 창의적인 학습 방법도 있습니다
셋째, 소장님의 비서 역할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조심스럽지만, 직접 전화를 받으시면서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매우 존경스럽습니다. 그러나 외람되지만 사람의 능력에 따라 규모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누군가 옆에서 그런 작은 일을 도와 드린다면, 소장님께서는 크게 쓰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이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겪는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셔야 합니다. 큰 재능을 발견하고자 하는, 혹은 발견했더라도 실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소장님 같은 분이 꼭 필요합니다. 그들이 인생을 낭비하지 않도록 말입니다. 큰 꿈을 포기하고 평범하게, 아니, 실의에 빠져 그 이하의 삶으로 살아가지 않도록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
넷째, 평생 인연 맺을 분들을 사귀고 싶습니다. 동고동락하면서 깊게 멀리 가고자 합니다. 그 중심에는 저의 솔선과 희생정신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찾고 있던 기준들이었기에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다.’ 는 절박하고 간절한 심정입니다.
저는 지금 소장님께서 저술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와 비슷한 기질을 가지고 계시기에 많은 감명을 받고 있으며, 소장님과 함께 하는데 더욱 신이 날 겁니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제 삶에 있어 연구원 활동을 가장 우선시 할 것입니다. 지금 건강상 직장을 쉬고 있으니 가능합니다. 저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새우잠을 자더라도 오히려 행복입니다.
앞으로 몇십 년 후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1~2년의 이런 과정은 피가 되고 살이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치열하게 체험한 것들이 절대 헛되지 않게 이번 기회에 꼭 활용하고 싶습니다.
저는 잘 해 낼 자신이 있습니다. 도전정신이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발전하는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저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겠다는 염려는 안 하셔도 됩니다.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기에 실수를 거의 하지 않습니다. 항상 상대와 그 분위기에 맞출 줄 압니다. 작으면서도 크고, 크면서도 작습니다. 강열하면서도 온유하고, 온유하면서도 강렬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혹 제가 너무 미흡하다 생각되시면, 정원외 든지 기여입학도 좋습니다. 함께 할 수만 있다면 옆에 별도 의자를 놓고 앉아 수업받도록 해 주셔도 황송합니다. 부족한 부분은 항상 고치려고 노력하지만, 연구 진행 중에 오히려 방해된다면 물러날 용의가 있습니다. 저는 사리 분별력이 뚜렷하여 미안하고 고마운 것을 아주 잘 아는 사람입니다. 절대 남에게 피해주는 일은 없습니다. ‘최소한 이익을 주자.’ 라는 것이 저의 소신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약속한 것들 모두는 말에 그치지 않고 분명히 실천할 것입니다.
너무 장황했습니다. 죄송하고요. 저의 본 마음을 부디 어여삐 봐 주시길 기원합니다.
2010. 2. 5
윤인희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