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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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끝~~내준다! "맨발의 꿈!!"
어딘가 지금까지처럼 조용한 리뷰를 할 수 없을 것 같은 영화
그야말로 꿈밖에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울컥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사실 줄거리자체는 영화로치면 그리 특이할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 이야기다.
근데 문제는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는 거다. 실화..
한국의 전직 축구선수가 선수 생활 그만두고 사업으로 돈을 벌고자 했으나 이도저도 실패하며 어찌어찌 인도네시아를 거쳐 이제 막 독립한 동티모르까지 가게 되었고, 거기서 사업이 아닌 맨발로 축구를 하는 아이들한테 아이디어를 얻어 나름 야심차게 스포츠 숍을 오픈한다.
하지만 먹을 것도 충분치 않은 아이들에게 축구화는 언감생심이다. 그러자 우리의 주인공 미스터 킴. 화려한 작전을 내놓으시는데, "1 달러, 1 데이 for 2 먼스" 참으로 코흘리게들을 상대로 엉뚱하시다못해 미스터 킴이 더 처량할 뻔 한 장면. 그러나 박 휘순씨의 연기가 어찌나 능청스러운지 그야말로 나름 마음 아픈 상황에 관객도 덩달아 웃으며 지나치게 된다.
그러다 결국 본능이 발동하여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리키게 되고, 자신들의 아이들을 상대로 사기치지 말라는 라모스의 형을 상대로 자신의 진심을 밝히기 위해 돼지 1마리를 걸고 시합을 한다 (왜 하필 돼지냐고요. 정말이지 자칫 심각할 뻔한 소재에 위트를 적절히 가미한 영화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첫 경기에서 유니폼만 멋지게 차려입은 미스터 킴의 팀은 동네 주민들께 한아름 웃음을 선사하며 멋지게 지고, 딸랑 100불밖에 없는 미스터 킴. 아무 죄도 없는 외교관 인기에게 200불을 빌려 돼지 값을 지불한다.
그리고 영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는건 바로 그때부터다.
"1 달러, 1 데이"가 힘든 아이들. 하나씩, 둘씩 꿈에도 좋아하던 운동화를 돌려주기 시작한다..
아이들로서 할 수 있는 별별 일들을 다해보지만 그들에겐 힘겨운 돈이었던 것..
설상가상으로 아직 평화가 정착되지 않은 그 곳에서 다시 한번 폭동이 일어난다.
폭동 중에 어렴풋이 들리는 한국인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구해주었지만,
하필이면 본의아니게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누군가였다.
결국 미스터 킴은 외교부에서 한국행을 권유받게 되고
자신의 마지막 꿈을 걸었던 동티모르에서의 가게를 정리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려 한다..
바로 그때, 어렵사리 자신의 팀으로 끌어들였던 라모스가 소매치기로 붙잡혀 경찰에 가게 되는데
이유인즉, 프로 구단 테스트를 받으러 인도네시아로 가기 위한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라모스는 미스터 킴 당신을 믿으면 내 꿈을 실현할 수 있냐며 그의 팀원이 된 재능있는 어린 선수..
차마 수갑까지 채운 라모스를 외면할 수 없어 가게를 정리한 돈 전부를 피해자에게 건네주며 선처를 부탁하고 돌아서는 미스터 킴. 정말 되는 일이 없어도 너무 없다..
힘없이 경찰서를 나서는 그 앞에 아이들이 서 있다..
함께 하자며.. 가지 말고 자신들과 함께 하자는 아이들말이다..
말도 안되는 영어에 현지어에 한국어까지 섞어가며 함께 뒹글었는데
사람들은 참 묘하다.. 그러면서도 정이 드니 말이다..
역시 진심의 힘은 참..
"난 늘 시작은 했는데 한번도 끝을 본 적이 없어.
그런데 이 녀석들하고라면 끝을 보고 싶어.."
히로시마 유소년 축구대회에 참여하고자 하는 불가능한 꿈에 도전하면서 김 감독이 하는 말이다..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아니었으면 솔직히 감동이 이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 말도 안되는 것같은 이야기가 실화라니..
김감독이 뜻을 이룰 수 있던 이유가 뭘까..
아마도 그의 진심이 하늘에 닿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애들을 가리키기 시작한 처음부터 유소년 국가대표팀이 될거라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으로 자신도 유명해질거라 계획하지 않았을 것이다.
벼랑 끝에서 절박함 속에서 가난해서 꿈을 이루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기에 스스로를 다 던질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고아가 된 뚜아 남매를 자상히 감싸안고, 영양실조에 걸린 모따비에에게 영양제까지 챙겨주는 그 마음은 결코 계산된 마음일 수 없을테니 말이다. 그래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외교관 인기도 자진해서 한국 미디어에 이야기를 전달하고, 일본인 친구도 동티모르 방송국에 연결하고. 심지어 돈을 갚지 못해 한국으로 추방의 위기까지 몰렸던 같은 한국인이 결국 이해하고 체육부 장관에게 소개까지 해주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라는 한국의 속담이 떠오르는 가슴 뭉클한 장면장면들이었다.
그렇게 결국 우여곡절 끝에 동티모르 역사상 처음으로 이 꼬마들이 나라를 대표하여 국제 경기에 진출한다.. 한국의 김감독의 지휘 아래.. 믿기지 않는, 영화같은 현실이다.
영화는 맨 마지막까지 아주 드라마틱한 요소를 품고 있다.
바로 동티모르 내전에서 서로의 부모들이 죽고 죽이며 축구를 하면서도 그 앙금으로 인해 늘 싸우던 라모스와 모따비에가 비로소 축구장에서 마음을 열고 하나되는 이야기다..
사실 내전의 앙금이 아무리 어린 친구들이라 할지라도 그리 쉽게 사그러질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 희망의 불씨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기뻤다. 무엇보다 한국인이 만든 영화였지만, 그 나라의 아픔까지도 조용히 품어주고 있어 좋았다고나 할까. 특히, 히로시마 대회에서 영화에 등장하는 상대팀이 다름아닌 일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인과 김감독은 하나되어 동티모르 팀을 지휘하고 응원한다. 아시아의 경제리더라 할 수 있는 한국과 일본이 나아가야 할 미래를 시사하는 모습이라고 하면 내가 너무 오버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런 느낌조차 들게 만드는 엔딩이었다..
영화로서 수작이나 명작은 아닐지언정 영화적 요소를 충분히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박휘순씨와 고창석씨의 연기. 너무 실감났다. 특히, 영어+현지어+한국어를 섞어 너무도 자연스레 미스터 킴에서 김감독으로 변해가는 박휘순씨. 처음으로 영화를 대해보는 현지 아이들은 또 얼마나 귀여운지! 어쩌면 이 아이들이 상업적으로 물들지 않아 이다지도 감동 깊은 장면들이 연출된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이야기를 제공?해준 김신환 감독님.
한 사람의 맨발의 꿈이 참으로 넓게 그 울림이 퍼져나가기를 소망해본다.
게다가 그들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후원해준 베이직 하우스.
사람들이 선한 의도로 최선을 다할 때 하늘이 그 뜻을 살펴 길을 열어주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일까.
어쩌면 내가 맨발로 꿈길을 걷고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할 필요는 없잖아.."라는 김감독의 말처럼
현재의 자신의 상황에 눌려 꿈까지 잃어버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꿈이란
축 늘어진 어깨를 곧추 세우고
눈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는 것 같다.
그러니 우리 모두 꿈을 잃지 말고 살면 좋겠다.
내일을 기다리게 되고, 그래서 오늘을 더 열심히 살 수 있는건
내게 꿈이 있어서라고 말할 수 있는 오늘이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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