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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31일 20시 45분 등록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들이 탄탄한 원작 스토리에 비해 관객들의 실망감을 피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마도 한권의 책을, 그것도 활자로만 구성되어 독자들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하거나 무섭도록 섬세한 심리 혹은 의식의 흐름을 2시간에 담아내기 어려워서 아닐까.. 반면 책보다 영화를 선호하는 이유는 분명 "시각적 효과"를 바탕으로 한 종합예술적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일테고..

너무도 유명한 하루키의 원작 "상실의 시대"를 영화를 만든건 용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그만큼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쉽게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젠 원작의 내용조차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지만 아무래도 "노르웨이의 숲"이라는 제목부터 다소 묘한 느낌을 자아내는 하루키의 원작은 그 자체로 몽환적인 소설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아마 등장하는 인물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내가 하루키를 읽은 그 시대로서는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그 무언가의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기에 말이다.

그런 그의 소설이 영화화되었다기에 과연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겨졌을지, 그 작업이 가능은 했을런지가 더 궁금해서 보게 된 영화, "상실의 시대"..

장면 하나하나가 펼쳐질수록 아스란히 떠오르는 한 사람, 두 사람..
그러면서 그들의 느낌이 기억 어딘가에서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여주인공 세 명다 상상 속의 인물들과는 그다지 가깝지 못한건 나만의 의견은 아닐 듯 싶다. 그렇다고 여주인공들의 연기력을 탓하기보단, 아무래도 하루키의 원작이 지닌 알 수 없는 힘이 너무 큰 것 같다. 그 누구도 쉽게 그 인물에 가까이 가질 못할듯하니 말이다.

책을 읽지 않고 영화를 보았다면.. ?
그랬다면 조금은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는반면, 조금은 일상적인 부분도 있고.. 약간은 어정쩡한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싶은 느낌이 든다.

결론은 영화가 하루키를 넘어서지 못했다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좋기도 했다. 영화를 보면서 원작을 다시 떠올려보는 느낌, 원작과 영화를 섞어 그 느낌에 다시 한번 빠져보는 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분명, 오히려 책으로 읽던 그 시절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이제야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상실의 시대..

며칠 전 친구들을 만났을 때, 청춘이 무엇이냐고 서로 물어보았다.
선뜻 답하지 못했는데, 하루키를 다시 만나며 그 답이 내게 온듯하다.

청춘이란 모든것이 바람같이 왔다, 바람처럼 사라지는 시대..
바람에 때론 많은 것들이 휩쓸려 가지만, 그래도 남은 것들을 그러모아 살아갈 수 있고, 살아야만 하는 시대..

한살, 두살 나이를 먹을수록 상실이 두려워진다.
결국은 인간이란 한 존재로서 걷는 이 길 끝에 죽음이 날 기다리며, 내 존재와 맞바꿔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모든 것이 영원할것처럼 계속 뿌리내리려고만 한다. 바람에 휩쓸려가지 않게 하기위해 애쓰며 말이다..

모든 것을 잃고도 다시 살아갈 수 있는 단 한번의 시대, 청춘.
그래서 아름다운거 아닐런지..
고통 속에서도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나를 오롯이 던질 수 있는 유일한 시대이기에
사람들은 그토록 청춘을 예찬하고 그리워하는거 아닐런지..

바람이 두렵다면 물처럼 살면 어떨까..
쌓이는 세월 앞에 차마 바람결에 모든걸 내어줄순 없다면
사막같은 이 시간들을 황금빛으로 일렁이게 만들어줄 내 안의 오아시스는 과연..

원작이 조금 더 이해되자
이젠 원작에서 묻지 않던 질문들이 물음이 되어 다가온다.
한 편의 좋은 작품은 세월을 넘어 어떤 모습으로 다가와도
색채를 달리해 늘 좋은 의미를 안겨주는 것 같다.

오랜만에 만난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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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죽음마저 가르침이신 고 이태석 신부님의 "울지마 톤즈" 영화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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