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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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의 특징중 하나가 아마 그 사람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관객들은 콜린 퍼스라는 배우보다는 진짜로 말더듬이에 괴로워하는 "왕"을 보게 되니 말이다. 그런가하면 진주귀걸이에선 섬세한 "예술가"를 보게 된다. 콜린 퍼스. 브릿지 존스의 다이어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그다지 연기를 잘한다는 느낌도 남자 배우로서의 매력도 느끼지 못한체 (지금 생각하면 그가 맡은 역 자체가 남자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역이 아니기도 했다) 그냥저냥 무난한 영국 배우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이후 그가 보여주는 연기들은 참으로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 영화 역시 그러하다.
스토리도 나름 뻔하고 (사실 대개 실화들이 영화화될 때는 일반 관객들이 감동을 느낄 소재들이 많은데, 실화임에도 불구하고 썩~하니 감동적이지 않은건 역시나 "왕"이라는 사회적 배경에서 나오는 거리감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배경이나 음악이 두드러지는 영화도 아닌, 자칫 다소 밋밋할수도 있는 영화를 콜린 퍼스가 앞에서 끌고 제프리 러쉬가 뒤에서 받치는 연기력의 영화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치유과정에서 (치료가 아니라 치유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의 관계이다) 두 사람의 관계가 좀 더 섬세하게 심리적인 부분을 터치해주었으면..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각도에서 충분히 좋았던 영화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왕이라는 어쩌면 인류 역사상 굳이 사람들의 체제를 피라미드에 비유하자면 맨 꼭대기층에 위치하는 그들도 그 나름의 무게를 짊어지고 노력한다는 점말이다. 권력자들이라 하면 그 속성상 어쩔 수 없이 심리적 거리감부터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살짝 다른 각도에서 그들의 삶을 엿본다면 그들 또한 같은 인간으로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운명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실정도는 인정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말이다.
그러니 권력의 사다리 어디쯤에 있어 더 행복하고 덜 행복한건 아닐 것 같다. 결국 자신의 사생활을 위해 왕위를 포기하는 형이나, 전시라는 막중한 책임감 속에서 스스로의 개인적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국민들을 하나로 감싸고 대변해야 하는 버티의 책임감이 국왕이라는 화려함만으로 상쇄하기에는 다소 무거워보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들은 계속해서 친구로 남았다.."
영화 맨 마지막 앤딩부분에서 올라오는 자막인데, 이 영화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결국 국왕이란 직위도 사람들이 만들어낸 사회적 페르소나일뿐이다.
라이오넬이 라이오넬인것처럼 버티 역시 버티일뿐이다.
버티가 온전히 버티일 수 있을 때, 그 때 비로소 국왕 역할도 제대로 감당할 수 있을 터이니
나 역시 온전히 나다움이 어떤건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다.
콜린 퍼스가 영화 속에서 너무도 버티여서 뛰어난 연기자가 되는 바로 그런 것 말이다.
극 중의 인물을 통해서도, 그 역을 돋보이게 소화해낸 배우를 통해
나를 진정한 나로만드는 '자기다움'에 대해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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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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