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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사
이상욱
먼저 이 경사스러운 날을 맞은 양가 부모님들께 뜨거운 축하를 드립니다. 이 자리에 오신 여러분들은 결혼의 목적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 저는 삶의 역사를 가까이서 서로 기억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큰일들은 역사가들이 기록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한 개인의 역사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 결혼을 통해서 두 사람이 어떻게 역경과 시련을 이겨내며 살았는지를 서로 기억해주고 다음 세대에 알려주어야 하는 약속의 시발점이 바로 결혼인 것입니다. 그럼 이 삶의 긴 역사를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잘 써나가기 위해서 몇가지 지혜를 알려드릴까 합니다. 첫째는 건강해야 합니다. 두 사람이 모두 의료계에 몸담고 있기에 건강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옛 말에 의사 시키는 대는 해도 의사처럼 살지는 말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의 신체의 미묘한 변화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철통같은 경계만이 그 대책입니다.
둘째는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솔직한 것을 싫어합니다. 솔직함 속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70% 정도 표현하고 나머지 30%는 상대에게 맡겨두는 기다림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 30%를 당장 알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살아가면서 공유해야할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모두를 섬기는 마음입니다. 이 부분은 제가 당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랑은 환경운동가인 아버지의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보며 자랐고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환자를 볼 때에도 최선을 다하는 참 의사의 모습을 볼 때 제가 감동을 받습니다. 또 신부는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과 함께 살며 어른을 공경하는 것을 배웠고, 큰 딸로서 어머니의 훌륭한 가르침 속에서 가족의 소중함도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두 사람의 아름다운 섬김이 우리 병원을 넘어 양가에 있어 귀한 축복으로 빛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넷째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교제의 시간이 있었지만, 이제부터는 익숙했던 환경을 떠나 함께 생활하는 삶이라는 긴 여행길에 들어섰습니다. 익숙함으로 인한 다름을 틀렸다고 비난하지 말고 과녁을 향해 영점 조정하듯, 밥에 뜸들이듯 다름의 불편함을 인정하고 극복해가시기 바랍니다.
다섯째는 다툼을 극복하는 지혜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신이 아닌 이상은 다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 다툼의 순간에 해야 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반드시 구별해야 합니다. 사랑은 다툼으로 쉬 금갈 수 있고 흥분하여 생각없이 뱉은 말이 시간이 흘러 부메랑처럼 바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두 분은 부디 쉬 회복될 수 있을 만큼만 다투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양가 모두 개혼으로 알고 있습니다. 장가를 가고 시집을 간다고 표현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제 이 예식이 끝나고 나면 온전한 가정으로서 출발을 합니다. 좀 미숙한 점이 있더라도 기다려 주시고, 힘들어 할 때 여기 모인 여러분들이 이 가정을 위해 기도해 주시고 힘이 되어주셔서 한참 세월이 지났을 때 두 분이 타인을 위해 또 다른 힘이 되어주는 역사를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진심으로 두 분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주례자 이 상 욱
주례사를 쓰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던 나의 젊은 결혼 시절을 돌아보고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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