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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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행동
생각의 주인은 의식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고 있는 나라는 존재다. 그러나 행동의 주인은 좀 더 복잡하다. 그것을 설명하는 일은 더욱 복잡한 일일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 의식이 생각을 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시간보다 더 짧은 시간에 행동할 수 있다. 그 행동의 주체가 바로 우리가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이해하고 있는 행동의 진짜 주인이다. 진아(眞我) 무아(無我)라고 불리고, 불가에서는 본래면목이라고 하기도 한다. 무예에서는 신(神)으로 불리는 데 무슨무슨 신공(神功)이라고 불리는 모든 신은 종교적인 신이 아니라 행동을 주체인 본질적인 자기존재이다.
과학적인 방법론의 발달로 의식의 주체인 자아가 대뇌의 통합적인 기능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과학적 방법론의 결론이다. 하지만 행동의 주체인 본질적인 존재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의 한 이론들은 행동의 주체가 심장에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동양적인 발상이다. 우리는 행동의 주체인 그 마음을 심(心)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코치의 입장에서 생각과 행동의 주체가 무엇이며 어디에 존재하는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제어하고 활용하는가에 있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의식의 주체인 자아는 행동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반응시간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대뇌가 여러 가지 감각기관의 수용기로부터 정보를 받아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비교 분석하고 판단을 내리는데 아주 짧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거기다 보태어 행동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이 시간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로 하는 시간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훨씬 짧지만 난이도가 높고 치밀한 행동을 수행하는데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상에서는 ‘찰나’, ‘무의식’, ‘본능’이라는 말로 정리되어지지만, 그것은 상당히 무책임한 것이다. 이 모든 개념들은 의식으로는 제어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삶의 중요한 순간에 눈한번 깜작할만큼의 이 시간들 때문에 바뀌는 우리의 운명이나 삶은 어찌할 것인가. 그렇게 운명론이나 막연한 신앙심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나는 코치다. 코치는 선수들의 행동을 개발하고 그 행동의 기능을 수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상이나 믿음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사실에서 출발해야 하고 분석하고 재정의하는 것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코치는 생각과 행동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의식은 주의라는 것을 통해서 활동하고 주의는 선별적이며 일대일의 단일한 통로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켬퓨터 화면을 보면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를 마신다면 의식의 주체는 화면을 보다가 음악을 듣다가 커피맛을 음미하다가 ... 그렇게 왔다갔다 하는 것이다. 하나에 주의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동안 나머지는 자동화나 무의식이라는 매카니즘으로 정리되어진다.
이러한 의식의 주체는 언어로서 생각한다, 언어는 태어난 이후에 학습과 경험에 의해서 발달하는 것이다. 그것은 주어진 환경과 경험의 정도에 따라서 절대적으로 영향받는다.
그러나 행동의 또 다른 주체인 몸은 병렬적이고 동시 다발적으로 정보를 처리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몰입’이다. 운동과학에서는 최고수행(peak performance) 혹은 최적수행(optimal permance)이라고 불리는 상태다. 불가에서는 천수천안(千手千眼)이라는 말로 이러한 기능의 활성화 상태를 표현한다.
백만년동안 진화한 몸의 언어를 생각해보라, 그리고 언어로 기록되고 있는 인류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할 일이다.
구조적이고 기능적인 행동의 발달은 반복의 빈도와 자극의 강도에 있다. 그러나 그 기능적인 행동의 활용인 상대적 대응 행동은 선택이라는 의식적 지각기능의 보조를 받는다.
즉 예리하게 공격해 들어오는 상대의 공격에 신체기능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몸을 통해 이루어지지만 그 몸의 반응을 결정하는 것 즉 방어할 것인가, 피할 것인가 아니면 맞받아 칠것인가는 선택이라는 의식의 보조적 기능을 통해 학습한다. 그리고 다시 반복과 강도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자동화된다.
곧 올바른 방법과 충분한 반복 연습을 하고 난 후에서야 우리가 말하는 마음을 비우거나 생각을 멈추는 것 그것이 가장 유효하게 몸을 다루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하는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도가(道家)경전의 말을 인용하여 마무리 짓겠다.
도는 도라고 이름지워질 때 이미 도가 아니다. (名可名 非常名)
그래서 때로는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 그러나 아무런 준비 없이 용감한 것은 자칫 죽음이나 패배를 자초하는 것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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