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

  집중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집중의 방법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개념적인 단어의 의미를 실제에 적용하려면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사실적인 지식과 그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절차지식이 요구된다. 코치는 물론 일반적인 생활에서도 집중력은 상당한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좁은 의미에서 집중은 의식의 초점 즉 주의가 한 곳에 모여 지속되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집중은 일관성이라고 말 할 수 있다.
의식은 몸과 달리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주의는 과거나 미래뿐만 아니라 기억과 상상을 쫓아가기도 한다.
집중을 방해하는 것은 생각이다. 주의가 초점을 어떤 대상에 맞추면 대상에 연관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리고 그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생각은 주의를 자연스럽게 눈 앞의 초점으로부터 멀어져 기억과 상상을 보고 있게 된다. 그래서 눈앞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것을 보고 있게 된다.

좁은 의미에서의 집중은 주의의 산만한 초점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계속 현재적인 시점에서 관찰을 계속해야만 한다. 계속 변화되면서 변화하지 않는 것이 있어야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가 호흡훈련이다. 숨의 길이나 양은 아주 다양해서 변화가 다양하고 호흡이라는 점에서는 단일한 것이다.
  편안하게 앉아서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는데, 실제로 소리가 나지 않지만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나가는 숨소리에 주의를 기울인다. 초보자들은 호흡패턴이 단순하면 집중이 잘 안되거나 잠에 빠져들게 된다. 걸어가면서 하는 호흡으로 주의를 모으는 훈련방법이 있다. 집중훈련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으로 체력을 강화하고 몸의 움직임과 조화를 이루어 지치거나 지루하지 않게 된다.

( 평흡- 장토- 단흡 - 평토-평흡-평토-평흡-단단토 : 코로 길게 마시고 깊게 내쉬고 짧게 들이 마신다 다시 길게 내쉬고 길게 마시고 길게 내쉬고 길게 마시고 짧고 강하게 내쉰다.)

집중을 위해서는 다른 생각이 들어오지 않도록 계속 호흡에 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어야 한다. 집중은 눈으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의 생각으로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눈이 가는 곳에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는 곳 즉 기억이 있는 곳에 생각이 있게 된다.

검을 다룰 때 주의 초점을 상대의 칼끝이나 몸의 움직임 혹은 발에 두는 경우가 많은데 잘못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의 움직임에 따른 생각을 일으키게 되고 속거나 끌려다니게 된다. 실력차이가 많이 나고 여유가 있다면, 필요에 따라서 활용할 수는 있겠으나 실력차가 근접하다면 주의의 초점을 전신에 동시에 두고 있어야 한다. 내 검끝과 상대의 칼과 몸을 삼각으로 동시에 바라보고 있어야만 상대의 속임수에 속거나 끌려다지 않게 된다.
나는 이것을 개방적 주의집중이라고 부른다.

넓은 의미에서의 집중은 주의의 초점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기억과 상상을 하나의 방향으로 이끄는 연관성을 확보하여 일관되게 하는 것이다.

내가 심리학 공부를 하거나 영어와 중국어를 배우는 것 우슈의 태극권이나 요가의 체조동작을 배우고 변경연에서 글쓰기 공부를 하는 것은 모두 펜싱을 하나의 초점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다양한 것을 하나의 목적으로 이끄는 것과 하나의 내용을 세분하고 새롭게 관찰할 수 있을 때, 집중은 계속된다. 다양성을 하나로 연관시키지 못하면 산만해지거나 혼란을 야기한다. 반면에 하나 속에서 깊이와 넓이의 다양함을 발견하지 못하면 즉 새롭게 느끼지 못하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기억과 경험에 갇히게 되고 습관과 타성으로 빠져든다.

두 가지 넓고 좁은 의미의 집중력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선수가 단기적으로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기계적인 패턴을 벗어난 일정한 조건 안에서 무작위로 기술을 제시해서 습관적이고 반사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해야만 계속해서 성장할 수 한다. 반면에 장기적인 집중을 위해서는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가치와 의미를 제시하고 요소들을 하나로 연관시켜줄 수 있어야 한다. 왜 외국어가 필요한가? 의사소통이 되면 더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왜 글쓰기를 하는가 그것은 나의 생각과 판단을 구체화해주고 효율성을 높여준다. 왜 태극권을 배우는가 그 동작의 원리와 요령을 재구성해서 펜싱에 사용할수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낀다. 시간이란 본래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의식이 주의의 초점을 현재에 두고 집중된 시간이 길수록 돌이켜볼 때,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 의식이 현재에 있지 못하고 습관적이고 기계적인 반복을 할수록 현재시간은 지루고 하고 돌이킬 때는 아주 짧게 느껴진다. 내게 지도를 받았던 대표선수들은 함께 한 시간을 굉장히 길게 느낀다. 실제로 그들의 선수생활 기간에 비교하면 아주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느낀다. 반면에 렛슨을 할 때는 시간이 아주 빨리 가는 것처럼 느낀다. 의식이 현재에 몰입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느끼는 시간이 짧게 느껴지는 것이다.
나도 그렇게 36년동안 펜싱을 하고 있고 아직도 그것이 새롭고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