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2010년 4월 9일 23시 50분 등록


봄이 기지개를 켠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상큼하다. 노랗고 하얗고 붉고 푸르다. 먼 여행길로   나서라 유혹한다. 마음은 이미 동쪽 끝자락, 속초나 강릉 어디쯤을 서성이고 사람과 건물로 빼곡한 서울이 시시해진다. 이곳이 목적지가 아니라 출발지라는 생각, 떠남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자 다음에 들를 카페 탐방지가 고민된다. 어디로 갈까?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면서, 어디로 갈까라는 이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문득, 창조놀이 게시판에 올라온 소개 글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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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유혹만큼이나 강렬한 추천 글. 그래! 이번 탐방지는 구리로 가자. 속초나 강릉은 다음에 가자. 아니, 탐방만 일찍 마치면 바로 넘어갔다 새벽쯤 돌아오면 될 것이다. 써니 선배한테 전화했다. 까페 탐방에 필 꽂힌 써니 선배도 오케이다. 까탐을 취재하려는 수희향도 동행한다. 그녀는 용인에서 서울로 나와 다시 구리까지 올라가야 한다. 장거리 여행에 기꺼이 동참해준다. 모처럼 만난 써니 선배와 수희향. 수다가 시작된다. 두 번 다시 못 만날 사람들처럼 이야기는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진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눈 이야기를 펼치면 어지간한 둘레길 하나는 만들고도 남을 것이다. 이야기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의 향기를 피어낸다. 차 안이 물씬한 봄 향기와 더불어 향긋해진다. 어디에서 무슨 이야기로 끼어들어야 할지 모를 만큼 틈이 없다. 그저 묵묵히 운전대만 잡고 달린다. “괜찮으니 두 분이서 맘껏 즐기셔요.” 준비해간 최신 CD는 꺼내보지도 못했다.

 

목요일(8), 영등포구청에서 출발한지 1시간여 만에 도착한 커피 아리스타는 구리시 교문동에 자리잡고 있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건물을 바라보고 우측이다. 구리시는 인구 20만의 크지 않은 도시로 동쪽과 북쪽으로는 남양주시와, 서쪽과 남쪽으로는 서울시와 접하고 있다. 카페는 구리시 한 복판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 문화권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구리 시민을 끌어당기기에 적합하다. 지하철 중앙선을 타고 구리역에서 내리면 도보로 20여분 거리다. 서울 근교 나들이 삼아 들를만한 곳에 잘 위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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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공간, 커피 아리스타

 

커피 아리스타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카페 지기가 주방일로 바쁘다. 출발 전에 미리 연락을 해두어서 간단한 인사만 나누고, 2층에 먼저 자리 잡았다. 이렇게 카페 지기가 바쁘면 슬쩍 한 곳으로 물러나 서로가 잠시 여유를 갖는 것도 카페 탐방 노하우가 쌓여가는 증거일까? 2층으로 오르는 나무 계단이 오후 햇살에 부드럽게 반짝인다. 커피 아리스타는 2층짜리 건물 한 채를 모두 사용한다. 1층은 커피와 차를 2층에서는 피자, 파스타, 샌드위치 등 식사가 가능하다. 3층에는 야외 정원과 테라스가 마련되어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만들고 있다. 한 개 건물을 통째로 카페로 낼 수 있다니, 규모 면에서 압도되고 슬쩍 부럽기까지 하다. 실내 장식 하나 하나가 꼼꼼히 채워진 것을 보며, 혹시 건물주인이 매장을 비워달라면 어쩌려고? 우려와 의문이 동시에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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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에 놓인 넓직한 4인용 원목 테이블이 마음에 든다. 한 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책과 CD의 구성도 눈에 띈다. 그저 전시용으로 몇 권의 책을 갖다 놨거니 했는데, 책 주제가 예사롭지 않다. 조셉 캠벨과 에릭 홉스봄의 책부터 고양이와 호랑이 관련 서적, 영화와 사진에 대한 것까지 주제와 장르가 분명한 책들로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영문학을 전공한 주인의 취향이 잘 들어나고, 영화 관련 일을 하며 틈틈이 시나리오 작가로도 활동한 주인의 발자취를 고스란히 자기 색깔로 드러내고 있다. 2층에서는 재즈와 음악 그리고 영화 감상이 가능한 시설로, 1층에서는 책이 커피 문화 공간임을 말해주고 있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브런치, 새우 볶음밥, 파스타제 각각으로 주문하여 맛을 음미했다. 맛있다. 브런치로 나온 수프와 샐러드가 구수하고, 파스타의 쫄깃한 면발이 쏘스와 더불어 향긋하다.

 

커피 아리스타는 2008 1 18일 지금의 자리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이 호(41) 사장은 일만하는장소나 커피만 파는 매장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재밌고 즐겁게 할 수 있고, 찾아 오는 사람들이 편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단다. 그러면서 한 권의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나이 든다는 것> 카페 탐험대가 추구하는 목적이 마음에 들고, 자신의 꿈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탐험대에 적잖은 관심을 보인다. 기다렸다는 듯이 써니 선배와 수희향은 돌연 변경연 홍보, 아니 전도사가 되어 꿈벗과 연구원 제도, 창조놀이를 설명하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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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는 특별한 행운

 

카페를 운영하면서 얻은 행복요? 무엇보다도 평생 반려자가 될 사람을 바로 이곳에서 만난 일이지요. 그리고 좋은 직원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일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 하나를 꼽으라면 들고양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해 주는 것도 행복 가운데 하나인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손님이 꾸준히 늘어 매상이 좋을 때가 가장 큰 행복이라고 솔직히 말한다. “카페를 운영하려면 기다리는 배짱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카페가 유명해지고 손님들이 믿고 찾아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커피 아리스타 역시 카페 문을 열고 약 6개월 정도는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2008년 여름 카페의 최고 성수기를 맞아 우연찮게 알게 된 한 지인 소개로 캐나다인 바리스타가 주방에 서면서부터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단다. 때마침 가게 앞으로 들어선 버스 정류장도 큰 몫을 담당했다. 그러고 보면 그에게 카페는 우연이라는 특별한 행운을 만나는 곳인 듯 하다. 아버지 도움으로 카페를 처음 시작하고, 가게에서 반려자를 만나고, 자신의 꿈을 이루고 새로운 꿈을 갖게 해주었다. 그러나 카페가 행복과 꿈 만 가득한 곳이 아니라며 카페의 현실을 들려준다. “카페를 운영하는 것은 한 마디로 파출부다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하루 종일 서있다 보니 다리 통증은 기본이고 주부습진에 온갖 허드렛일을 해야 하는 그야말로 3D 업종이 따로 없지요.”

 

카페를 운영하면 그 만큼 남들보다 좀 더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커피와 커피 향 가득한 매장에서 하루 종일을 보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침 9 30분 출근하여 저녁 11시 퇴근까지 거의 하루 종일 이곳에서 생활하지요. 종업원이 출근하는 오후 3시 정도나 되어야 한 숨 돌려요. 그나마 그 시간에도 시장에 가서 물건 사오거나, 은행에 들르거나, 짬을 내 친구라도 만나야 하지요. 일주일에 하루 쉬고, 1년에 딱 두 번 있는 가게 공식 휴일의 삶은 그래서 쉽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며 예전의 자유로운 삶이 추억이 되어 버린 것 같다고 아쉬워한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돈이 모이면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고, 그러다 돈 떨어지면 다시 직장생활하며 살았던 시절이 있었단다. 그렇다면 그에게 카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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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는 나의 꿈이었다

 

카페는 이루어진 꿈 입니다. 여러 꿈 가운데 하나였지요. 카페 운영이 힘들다지만, 한편으로는 공상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시나리오 작업이 몰입하고 다소 외로운 시간이 필요한데 카페는 전혀 이를 허락하지 않아요. 하지만 설거지하며, 청소하며 새로운 세계를 자연스럽게 공상할 수 있어 좋은 점이 되기도 하지요.”

 

구리에서 가장 맛있는 고급 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싶다는 이호 사장. 구리에 사는 젊은 사람들 가슴에 자부심이 되는 카페, 100년 가는 카페를 만들겠다고 조심스럽게 포부를 밝힌다. 이미 옆 가게를 인수하여 스넥바를 만들어 카페를 확장시켜 나갈 계획도 가지고 있다. 카페 경영을 성공시키는 것이 또 다른 꿈을 이루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리라. 가령, 그는 마블 코믹스에 대한 시나리오와 출판에 관심이 많다. 그것도 한국형 영웅을 만들고 싶어한다. 외국에는 이미 수퍼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배트맨 등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 다양한 영웅들로 가득한데, 우리나라에는 그럴싸한 한국형 영웅이 없다는 것이다. 맞다. 어린 시절 태권동자 마루치, 주먹대장 같은 영웅들이 있었는데, 요즈음은 죄다 물 건너온 글로벌 영웅 이외에 딱히 떠오르는게 없다. 우뢰매 정도?

 

진지했던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확인하는 이 사장 얼굴이 금새 환해진다. ‘그녀가 가게에 나타난 것이다. 써니 선배와 수희향도 반갑게 맞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그녀 옆에 있는 최정희 선생님이다. 그녀는 최정희 선생님의 옆 반 선생님이란다. ~ 세상의 인연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묘한가? 자리를 정리하는 분위기에서 우연찮게 이 사장의 숨겨진 꿈 이야기를 하나 더 듣게 되었다.


"조그마한 마을을 하나 만들고 싶어요. 
마을 전부가 도서관인 마을요.
그곳에서 쉬고 읽고 쓰고 즐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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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며]

 

카페 경영의 성공 요소 3가지만 꼽아 달라 부탁했다. 일반화시키기에는 미흡하다며 주저하듯이 들려주는 이야기. 첫째는 주인이 먼저 손님에게 다가서는 것. 그래야 손님이 주인을, 카페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좋은 감정을 서로 나누는 것이 출발이라고 밝힌다. 두번째는 좋은 카페는 역시 좋은 커피, 맛있는 커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커피 아리스타는 생두에서 부터 커피 볶는 기계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품질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단다. 마지막 세번째는 필살기. 그 카페만의 필살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 재즈, 영화, 책이 이 곳의 필살기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한다문화적 아이콘이 인테리어 장식을 대체할 때 개성있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성공 카페가 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힌다. 

 

카페 경영에 등장하는 주요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역시 철저한 준비. 카페는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가게 건물을 임대하는 것에서부터 커피 재료와 식자재를 구매하고, 커피를 내리는 것에 이르기까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많다. 이 사장 역시 그 준비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귀뜸 한다. 카페 운영자를 따라다니며 직접 도제식으로 배우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추천한다. 수업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니 당연히 보수는 없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카페 지기의 시간 관리이다. 카페 문을 여는 시간부터 퇴근(?)하는 순간까지는 손님과 카페 운영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자기개발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손님이 없는 잠깐의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한다고? 물론 가능한 계획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 밀려오는 막연한 불안감, 오히려 그 시간이 귀중하게 여겨지기 보다는 다음 달 낼 월세와 전기료, 자재구입비 걱정에 썰렁한 가게를 쳐다보며 한 숨 짖는 마음이 진실에 가까울 수 있겠다. 그렇다면 '새벽 2시간 법칙'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지 않을까?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하루는 공평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카페 지기의 시간 관리,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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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149.87.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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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4.10 01:30:44 *.36.210.138
글이 올라올 것 같아, 잠못 이루고 기다리고 있었지... 사진 몇 장 남겨달라고 하고 싶었는뎅...
다 써버렸지? 몰라몰라~
치과 다녀와 치통으로 종일 잠만 자고 연구원 하나가 잠을 깨워 일어났다. 아침에 속초에 가야는데 취소하고 싶을 만큼 아파. ㅠㅠ

필 받아 급속도로 진전하는 그대에게 응원의 박수 짝짝짝! 이사장 좋아하시겠는 걸. 이참에 바싹 끌어당겨볼까?

이야기가 무르익어 후식으로 호밀빵 제공받은 것에 대한 보답의 필발치고는 너무 근사합니다려. PM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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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0.04.11 20:09:58 *.119.66.184
담달 기사땜에 취재 놓칠까봐 염려하고 있었는데 연락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급한 일 마치고 카탐여러분, 사장님과 사장님의 그분 그리고 정희선배님과의 정겨운 만남
간단히나마 취재후기 적어볼까 합니다 (아니면 5월호에서 생생하게 전달할까요? ㅋ)
무튼, 차까지 몰고 오셔서 경기도민 덕분에 시간 아낄 수 있어 마니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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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2010.04.23 13:17:24 *.153.252.66
 그대들 만나는 순간
잠자던 방랑기가 또 도졌답니다. 은근히 걱정도 되지만
행복한  설레임이지요.
 어제는 천마산엘 올랐어요.
병꽃이 꽃망울을 머금고  산취며 다람쥐가 산길의 벗이 되어주더군요.
나도 그 누구에겐가  산취가, 다람쥐가 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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