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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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페는 사람이다/ 가배나루(커피나루)
여러 곳을 탐방하게 되었지만 이 까페의 쥔장만큼 고객과의 소통과 감정을 중요시 하는 까페지기도 없는 듯하다. 지하철 충정로역 부근의 이 까페는 큰 건물 뒤편 골목 안쪽에 층별 40평 정도의 2층으로 된 아담한 곳인데, 특히 쥔장이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여니 까페와는 월등히 다르다.
어떤 점이 다를까?
처음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로 우측에 계산대와 좁은 까페 조리실에 쥔장과 직원들로 득시글하다. 이들은 무언가 재미있는 놀이에 즐겁게 몰두하다 손님을 맞이하는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까페 입구에 사람이 들어서자마자 누가 들어오는 지를 놓치지 않고 살피는 가운데 밝은 인상을 풍기며 인사를 나눈다. 자리를 선정하여 앉으면 서빙하는 직원이 다가와 물컵을 내려놓으며 손님이 더 올 것인지 바로 주문을 할 것인지를 자연스럽게 살피며 주문할 때까지 여유를 두고 기다린다. 처음 오는 손님이 핸드 드립 커피를 시키면 친근하게 취향을 물으며 은근 살짝 손님의 기호와 수준을 파악하는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이곳은 고객이 필요를 제시하면 주문한 커피나 차를 마치 전문DJ가 진열장에서 음반을 골라내어 먼지를 닦고 바늘에 이물질이 걸리지 않게 하여 음질 좋은 음악을 틀어줄 때와 같이 능숙하고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리거나 차를 내는 일체의 광경을 오픈 된 공간에서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고객과의 거리가 멀지 않은 아담한 공간을 제공 또는 작은 공간을 십분 활용하여 바로 곁 즉석에서 제조 과정 일체를 목격하며 신뢰할 수 있도록 하거나, 고객과 가까이 마주 한 상태에서 커피를 내려주기도 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러한 사이 서로간의 배려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런 어울림이 형성하는 분위기가 고조됨과 동시에 진지함과 신실함이 묻어나는 곳이다. 수용 인원에 비해 공간이 비좁아 생긴 현상이기도 할 것이지만 일체의 제조 과정과 진행 사항을 고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공하고 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는 것은 대단히 매력적인 요소가 된 느낌이다. 이렇게 하면 자연적으로 쥔장이나 직원들이 내려주는 커피를 근거리에서 직접 보며 느끼게 되고, 그 모든 과정과 시간을 일상적으로 함께 나누게 되니 자연스럽게 서로에 대한 거리를 좁혀 친밀감과 함께 신뢰감이 쌓이는 것은 물론, 커피의 맛과 질에 대해 전혀 의심을 하거나 탓하는 마음이 저절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공연한 염려나 불신의 마음들이 끼어들 틈새가 없다. 나아가 고객과 까페가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의 편안한 공감대가 형성된다. 게다가 이곳의 가배나루 까페지기는 공정무역을 통해 들어오는 커피만을 구입하여 고객에게 제공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명시하는 한편, 매우 자신감이 넘치는 제조와 더불어 커피와 일에 대한 자부심 또한 무척 대단하다. 그래 그런지 맛 또한 대단히 일품이다.
이렇게 형성된 단골 고객들이기 때문에 아래층에 사람이 많으면 자신들이 알아서 윗층으로 올라가 자유롭게 까페공간을 이용한다. 일행과 어울려 이야기를 나누거나, 책을 보는 등 저마다의 목적에 충실하다. 요즘에는 주로 흡연을 하는 이들이 2층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곳의 까페지기는 고객을 어떻게 설득하고 까페만의 특징을 어떤 방식으로 주도해 나가는가?
까페의 분위기와 맛에 압도되어 신뢰감이 쌓여가도 쥔장은 절대로 손님 하나하나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으며 손님이 까페에 머무는 동안에 잠시라도 허투루 눈을 떼는 일이 없다. 커피를 내리거나 설거지를 하면서, 혹은 계산을 하거나 탁자 위를 치우면서도 항시 평화롭고 배려감 있는 활동으로 고객의 상태를 주시한다. 혹시 무엇을 불편해 하지는 않을까, 무엇을 도와야 할까? 직접적인 개입은 아닐지라도 까페를 찾은 손님의 목적 및 성취에 잘 도달되고 있는 지를 세심하게 살피며 지원하는 것이다. 손님이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나름의 특색과 취향에 맞추어 일행과의 분위기는 잘 흘러가는지 등을 하나하나 체크하며 마치 사랑스러운 아이 돌보듯 부담스럽지 않게 슬며시 아이 컨택을 해 나가는 것이다.
5대째 목회자 집안의 출신이기도 한 이곳 가배나루의 쥔장의 영업철학은 세상의 모든 열쇠는 사람이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과 더불어 일상의 모든 것들이 영위된다는 신념이 어느 까페지기의 경우보다도 매우 강하게 뿌리박힌 상태에서 일을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를 찾는 한사람 한사람이 다 소중하고 그들과의 소통은 단순히 영업적 전략이나 매출을 끌어당기는 요소로서의 차원을 넘어 이 까페지기만의 취향적 일상으로 펼쳐진다. 어찌 보면 교회가 아닌 보다 자유롭고 개방된 공간에서의 일상적 목회활동과 사랑을 펼치는 듯한 모습이다. 사람에 대한 열정적 사고와 섬김의 정신이 까페 운영의 철학과 경영적 맥락의 근간이 되어, 무엇보다 심적으로 매우 안정된 기반하에서 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며 확고하게 영업 방침을 세워나가는 것임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까페지기의 철학은 까페란 사람과 사람의 소통의 장소인 한편, 커피는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자신의 까페를 이용하는 모든 고객은 공평한 상태에서의 손님이요 이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까페를 찾는 모든 사람을 대할 때 각자의 존재가치를 공평하게 인정하고 모두가 소중하다는 인식의 바탕하에서 임한다. 단순히 밥벌이를 해결하는 일로서의 인식보다는 까페와 더불어 이웃과 함께 나눈다고 하는 의식이 강하게 자리한 상태에서의 일상의 흐름과 몰입을 즐기는 것이다. 쥔장 나름의 철학은 어떤 사람도 다 하나의 가족과 같은 테두리, 즉 공동체 안에 소중하게 존재한다는 신념을 가진다. 따라서 처음 방문하여 대면하게 되는 고객이라 할지라도 전혀 초면의 생소함으로 다가가거나 낯선 존재가치를 부여하지 않는다. 태초부터 이미 존재하는 혹은 존재 할 시기에 준하여 명명되어 만나는 것에 지나지 않음으로 여기는 것이다. 마치 따로 또 같이 함께 하게 되기로 오래 전 예정된 사실을 받아드리는 바와 같이, 낯선 사람이나 그저 스쳐 지나가는 타인을 대한다는 생각보다는 원래부터 알고 있었으나 사정에 의해 또는 적절한 시기에 따라 만나게 되는 것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처음의 만남이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자신의 까페를 찾은 손님이면 비록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일지라도 서먹함보다는 모두가 이웃이라는 생각으로 전혀 낯설게 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이따금씩 찾아주는 손님을 맞을 때와 마찬가지로 편안히 대해 주는 것이 일상의 모든 가짐과 이 까페만의 운영 지침 곳곳에 배어있다. 그러므로 아주 이상하거나 특별히 제한되어야 하는 막무가내식의 고객 외에는 한울타리 안의 공동체라고 하는 일체감을 형성시켜 나가는 묘한 매력과 힘을 지닌 곳이며, 동시에 진정한 사람중심의 까페 본연의 모습을 지향하고 그 모습들을 느껴볼 수 있는 곳이다.
까페, 입지도 중요하지만 근간은 사람이요, 장인 정신의 맛과 쥔장의 마인드가 담긴 정성된 경영이어야
전에 이곳이 아닌 제법 유명한 곳에서 일을 해오다 이곳에 개업한지 약 3년이 되었는데, 썩 좋은 입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일 방문 고객이 많아 수익은 꽤나 안정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균형을 유지하려면 매사 점검이 필요하기 때문에 항시 고객 관리에 만전을 기울이고자 애쓴다.
까페를 운영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에 대해서는 단연, 까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까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이며, 이들이 처음에는 커피를 마시러 오다가 주인과 소통하고, 또 자주 드나드는 손님들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이 자연스레 연결이 되어 이곳 가배나루만의 까페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흐믓한 자부심으로 충만해 보인다. 이 까페는 쥔장과 고객들의 소통과도 같이 점차 고객들끼리도 친화되어 나름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모임과 행사를 갖기도 한다. 어울림과 나눔의 문화를 형성해 나가는 한편, 그러한 활동들이 자연스레 일어나는 것을 쥔장 스스로가 돕고 참여하는 곳이다. 자신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고 사람을 떠나서는 무슨 일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말에 너무나도 공감한다고 하면서 철저하게 고객중심 마인드를 경영의 기치로 삼음을 강조한다. 단순히 수익 창출을 목표로 사람에게 다가가는 마케팅을 펼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초지일관 사람에게 온화하고 정성스럽게 다가가기 위한 조건들에 충실하고자 항시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당연 안 될 수가 없고 결코 안 되지 않는다고 단호히 주장할 만큼 견실해 보인다. 처음의 마음을 잃거나 지속적인 노력을 게을리 하기 때문에 안 되는 것이지, 기본을 충실하게 이어가다보면 자연 진화되고 하고자 하는 경영이 안 이루어질 수가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따라서 자신은 까페 경영에 대하여 언제든지 자신 있고 즐겁게 임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놀이가 되는 것이라고 여유롭게 하지만 맥을 확실히 하며 설파한다. 더불어 맛은 아주 기본적 요소로 당연지사로 여기며 고객들이 까페에서 편하게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나아가 자신의 까페에 와서 무엇을 하고 즐길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항시 고민하며 도움을 주고자 애쓴다. 따로 또 같이 함께 동참하면서 나눔을 가지려고 하는 의지가 어느 곳의 까페지기보다 강하다.
그렇다면 쥔장의 주장을 어떻게 확인해 볼 수 있을까? 유심히 고객들을 살펴본다. 이곳을 드나드는 고객들의 현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진풍경은 어느 고객이든 너나 할 것 없이 출입문을 드나들 때에는 누구라도 먼저 보는 이가 까페의 일원들과 매우 친근하게 인사를 나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한마디로 이곳은 손님과 주인사이에 벽이 허물어져 있다. 그래서 모든 일에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까페 운영진들은 보다 신속하게 손님의 주문이나 요구에 응하려 하고 손님은 상황을 파악하고 차분히 기다릴 줄 안다. 두터운 단골층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쥔장이 발휘하는 센스 또한 주의 깊게 배울 만한 것이 있었다. 한가한 시간 대에는 손님 하나하나를 살피는 것에서 나아가 잊지 않고 감사를 표현하며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때때로 차 한 잔을 더 제공하기도 하면서. 그러니 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나라면 또한 당신이라면 어떤 곳을 찾아 가겠는가 말이다.
직원과 함께하는 까페 운영을 위해 휴가를 같이 보내며 여행의 휴식을 통한 공동의 성장을 도모
이곳의 까페지기는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주며 모두가 공동참여적인 자세로 임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이곳의 까페는 잦은 직원교체가 일어나지 않으며 아르바이트 직원을 두지 않고 5명의 상용직원 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커피를 제대로 알고 맛을 내기 위해서는 약 3년에서 5년 정도의 기간을 투자하여 경력을 쌓아야 감각적인 맛을 내는 정도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며, 그렇게 성실하게 다져놓은 후에 독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다. 이 까페지기는 일 년에 한 번 직원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며 일체감 형성 및 자유로운 가운데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에도 나름의 배려와 계획들을 가지고 임한다. 지난여름에는 함께 해외여행을 하며 많이 걸어 다녔는데, 참 좋은 경험이었다고 한다. 여행을 통해 각자가 자신을 반추해 보기도 하고 또 함께 여행을 하며 일상의 점검과 함께 새로운 꿈과 포부도 찾고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일요일에 한 번 쉬며 명절 등 때때로 주위의 다른 곳에 비해 자주 쉬는 편이기는 한데, 앞으로 경영이 조금만 더 안정이 되면 직원들에게 한 달에 일주일가량 쉬게 하면서 일에 몰두 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고 싶다는 포부와 계획을 밝혔다. 현재 점심시간대에 너무나 밀려드는 고객들 때문에 그 가동을 못하고 있지만 점차 실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의 위치가 재개발 지역이라 언젠가 옮기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러한 이유로 인하여 임대료가 높게 형성되지는 않았고, 그래서 맛에 승부를 걸며 성실하게 임하니 수익이 안정적으로 되었다고 경영적 노하우의 이유를 털어놓는다. 평일 평균 200여명의 고객이 찾아주고 주말에도 150명가량의 손님들이 이용해 매우 바쁜 상황이다. 실제로 오후 4~5시 경에 가장 한가할 뿐 그 외는 매우 바쁘게 운영된다.
앞으로의 계획과 아쉬움이 있다면? 하고 물으니 현재 쥔장은 11시경에 출근해 10시 경에 일을 마감하고 들어가고, 나머지 시간대는 직원들이 채워주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 이전을 하게 될 텐데, 새롭게 하게 되면 지금처럼 다소 복잡하기보다 손님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나누며 여유 있게 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제공하고 싶다고. 손님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한편 구체적인 계획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 계획들이 쥔장의 이상에만 머물지 않고 종사자 모두가 합심해서 잘 실현되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곳의 까페 탐방을 통해서는 요즘의 컨셉화 추세와는 다소 거리가 있으며, 화려한 장식이나 근사한 건물의 까페는 아니지만, 서민적 풍모의 분위기와 더불어 까페가 지닌 본연의 속성에 충실한 까페지기의 성실한 운영 방식을 접하게 되었고 그 점이 매우 고무적이었다. 아울러 까페가 지닌 기본적인 요소에 충실한 소중한 경영 노하우를 터득하게 된 느낌이다. 일상 속에서 자신의 뚜렷한 철학과 신념이 녹아드는 소명과 천직의 일을 찾아 행하는 가운데, 즐겁고 힘차게 경영과 꿈을 실현해 나가는 능동적인 까페지기의 모습을 발견하고서 흐믓한 마음과 함께 대단히 기뻤다. 그의 일상적 취향으로 녹아든 일에 대한 열정과 기운찬 몰입에 매우 감동받는 한편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것이다. 까페탐방을 하여보면 까페지기들이 이구동성으로 3D 업종의 척박한 어려움에 갇혀 울상으로 지냄을 한탄하기도 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곳 가배나루 까페지기를 접하여서는 당연한 영업적 한계와 현실을 뛰어넘어 보다 긍정적 마인드와 진취적인 기상으로 나름의 인생을 향유해 가는 당당한 까페지기의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소명에 의한 진실한 경영을 실현해 나가는 모습에 감동이 이는 한편, "맞아. 저렇게만 하면 되겠다!" 고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덩달아 자신감이 붙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 까페를 통해서는 일을 하여도 어떤 철학으로 접근하여 일상적 취향으로 녹아들게 하고, 더불어 보람과 성취를 실현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하여 진진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모처럼 건강한 신념에 기반한 안정된 경영의 노하우를 접하매 새삼 희망과 자신감을 가져보게 되는 까페 탐방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