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 써니
  • 조회 수 3269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0년 5월 20일 12시 36분 등록


카페 변절變節

카페를 접는다. 왜? 심장에 브레이크가 없어서, 뇌에 가속 페달이 없는 것이 불안하여 접다. 브레이크가 없으면 성격상 지를 것이 뻔하고, 액셀이 없으면 질러놓고 당황할 것이 불 보듯 자명해 이를 뜯어말리기로 한다. 이것이 내 두려움의 정체다. 계륵이다. 억울하다. 팔팔할 때 청춘이 원했노라 다락방에서의 꿈까지 기원을 찾아보았지만, 갈망만 하다가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묶인 내 청춘처럼 카페도 그리 되었다. 왜 내가 이걸 달려들었는지 모르겠다. 처음 공모가 나붙었을 때만 해도 개인적으로 처한 상황이 긴박하여 접어둘 수밖에는 없었다. 예정된 일이기도 하지만, 그러다 나도 모르는 사이 참다못한 일이 폭발(?) 혹은 예상한 바대로 진행하기 위하여 일을 쉬게 되었다. 그래도 선뜻 나설 수가 없어 차일피일 하다가, 하도 무기력해져서 그저 바람이나 쏘이려고 참여해 본 것이 이리되고 말았다. 그놈의 정 때문에. 한 번 기웃거리면, 마치 꼭 해야만 하는 일로 여겨지고는 해서이다. 딴엔 심각하여 용한지 어쩐지는 알 수 없는 몇 군데를 찾아가 물어보기도 했다. 뭐 좀 속 시원한 장밋빛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 하는 심사였겠다. 꼭 그것만을 이유 삼을 수는 없지만 여하튼 한군데도 그럴 듯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 물론 내 결정할 나름이긴 하다. 설상가상으로 하필이면 요럴 때 이제 나타난 동창 하나는 정년까지 보장해 주겠다고 호언장담이다. 기분이야 나쁠 것이 없지만 어쩐지 헛갈린다. 두 개의 유혹을 뿌리치기는 좀 아쉬운 까닭이다. 그래서 줄곧 해온 일을 마다하고, 딴엔 한 달간 따돌려 봤지만, 내 마음에 하루에도 열두 번 죽이 끓어댄다. 여전히 하자니 그렇고 안 하자니 또 꼴이 아닌 것 같아 연신 방황이다. 유일한 핑계는 자신감 부족이다. 잘 될 거라는 막연한 느낌이나, 결사적으로 이거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미지근하다는 것. 이런 글을 쓰자니 실컷 연애해 놓고 마치 파혼하는 느낌, 변절자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래도 할 수 없다. 냉정해 지고 분명해 져야 한다고 스스로를 압박해 본다. 감당을 못할 거라면 이쯤에서 접는 것이 차라리 최선이다.

그러면 하면 되지. 아니, 아무도 못 믿어. 나는 나조차 믿지 않아. 나를 믿는 것이 아니라 나를 든든하게 해주는 그 무엇들을 믿는 것이지. 누구나 위안을 삼을 만한 것들이 역시 나를 지탱하는 것이었나 보다. 그런데 나는 무엇에건 다른 이들보다 더 집착과 혼란이 많다. 원래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 같다. 굳이 왜냐면 아마도 그게 나라서 그렇다고 밖에는 할 수 없다.


안정 빵이라는 그림의 대명사이기에는 아직 너무 부족한 카페 환상과의 연애 고충

아닌 말로 카페로 100억을 꿈꾸기에는 내가 너무 철이 들어버렸다.(ㅋㅋ) 그렇다. 내 몰골을 보고서는 너무 나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기도 한다. 자신감만 있다면 변절을 막을 만한 그럴듯한 변장變裝술쯤이야 얼마든지 가능할 수도 있다. 적어도 당분간만이라도 체면을 유지하려 들 것이다. 나라는 위인은 위험과 실수가 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에는, 아니 하겠다는 결정만 내려지면, 이것저것 따지지 않는 타입이기도 하다. 물불을 가리지 않는 맹목적 성향이 나름 짙다. 무원칙이 원칙, 무턱대고 사심 없이 달려들어 곧잘 실속 없다는 말을 듣고는 한다. 간혹 내가 무시당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내 인생의 가장 위대한 사건과 실패인 사랑도 그렇게 속절없이 했고, 그 후 여러 번에 걸친 야심의 일들도 그와 다르지 않게 달려들어 했다. 돌이켜보니 그때엔 그다지 누구에게 상의를 하지도 않았다. 특히나 홀로서기를 하면서 몇 번의 제법 굵직한 배팅을 거의 대수롭지 않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감정이 안 일어 자꾸 여기 저기 물어보거나, 이 생각 저 생각에 떠돈다. 접자니 망설여지고 뛰어들어 하자니 어쨌거나 머리로는 아무런 계산이 나오지 않는다. 맞다. 뇌리에 대강이라도 안전 빵의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다는 것이 변절의 최대 이유다. 내가 나의 망상을 취할 수 없어 버리는 것이다. 상상이란 현실 속에서 실재적 느낌을 동반하여 제공하는 힘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 여태 그래왔다. 예상이 안 되고 견딜 수 없는 것들은 각오라도 비장했다.


꿈에 울고 일어나 또 카페로 향하는 심사를 무어라 해야 하나?

어젯밤 나는 울다가 잠이 들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갈등하는지 감정을 추스르려 몇 줄을 끼적이다가 취침해야 할 시간을 조금 넘겨 잠에 들었다. 새벽 기상해야 할 시간에 알람이 울렸고, 깨어야 하는 시간보다 앞당겨 넉넉하게 장치해 두었으니 '5분만' 하고 언뜻 미룬 것이 그만... . 잠결에 문득 시간을 보니 한 시간이나 훌쩍 지나가 버린 후였다. 단박에 김이 새며 '에이, 모르겠다'는 자포자기自暴自棄의 심사가 엄습한다. 그냥 계속 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러면 안 되고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일어나 앉았다. 수면 부족인지 온 몸이 나른하다. 어제도 그제도 깨어 시도하는 일의 수행을 마치고 낮에 잠시 눈을 붙였었는데도, 연일 외출 때문인지 몸이 피곤하다. 신경 줄기들이 늘어나 허우적거리는 느낌이다.

난, 100억을 원한다. 손끝으로 만지며 몇 날이고 세어볼 수 있는, 질감과 수치를 직접 내 눈으로 똑똑히 보고 느끼고 싶을 정도다. 속물의 나는 카페와 더불어 은근 많은 수익과 호황을 기대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꿈으로만 시작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에 버금가는 풍부한 감정이 내게 깃들어 뻗치기를 바란다. 그런데 그 감정이 일지 않는다. 느낌이란 왠지 하고 싶은 마음이 꽂히는 것인데, 변덕이 죽만 끓여댈 뿐이다. 기실 내 열망 가운데의 속셈은 무엇보다 안정을 원한다. 틀려먹은 생각일까? 서푼짜리도 안 되는 알량꼴량한 것에 지나지 않는 생각의 실타래일까. 그러나 이는 숨길 수 없는 가장 명백한 사실이다.

지난 세월 동안의 나를 상기시켜 본다. 그래, 맞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의해 그것을 영감이거나 확신이라 믿으며 여태 버텨온 거였다. 태워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빈껍데기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고, 살아온 것이 내 정체성이다. 다른 무엇이 더 있을 것 같지만 없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제까지 살아온 대로 살아갈 뿐, 무엇이 다르겠는가. 엄밀히 잘 살펴보면 경험과 배움에 입각하여 가장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믿어 의심치 않고 줄곧 행할 때, 그것만이 가장 정확한 힘을 유발해낸 것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신뢰와 영감이란 믿을 수 있는 뚜렷한 내재화에 의한 실행이요, 그 결과들인 것이었다. 그럼 지금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 내 마음이 무작정 믿고 따라도 될 만한 그 일을 하고야 말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이다. 최소한 그것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카페, 해우소!

변경을 찾은 이유도 바로 이것이 아니었겠는가. 정서적 안정감을 누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것의 이 공간이 나를 잡아끄는 최대의 공감대였을 것이다. 아닌가? 나의 순수이성비판을 통해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누구든 본능적으로 정서적 안정을 위해 자기가 머물 곳을 찾는다. 마려울 때 편하게 눌 수 있는 곳, 해우소다. 변경이 나의 해우소 역할을 했던 것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카페 역시 해우소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마려운 것을 참다 쏟아낼 수 있는 공간, 아무도 썩은 창자를 통해 구불구불 기어 나오는 구린 것의 정체를 눈치 채지 않는 양하며, 시커먼 커피 혹은 꽃을 넣은 허브 차에 융화시켜 마음껏 농락하고 동시에 향유할 수 있는 곳. 그것이 필요했노라 아니 할 수 있을까. 그래서 대다수는 예에 모여 맑은 샘물을 끊임없이 갈구하며 후벼 파 솟게 하는 것이리라.

카페, 요즘의 생사고락 속 불확실성의 미래 현장의 카페가 바로 나다. 내 모습이다. 어설픈 희망을 품다가 어디선가 지쳐 쓰러져 사라지고 마는 행위가 그렇다. 애당초 아무런 재능도 아이디어나 패기와 야망도 없이 희뿌연 회색의 빛깔로 한쪽 구석에 처박혀 꾸벅거리다, 안절부절하며 감동도 연명도 발하지 못한 채 기진맥진 뻗어버린 우유부단함이여. 끙!


새빨간 거짓말을 정당화할 이무기의 여의주는?

어느 날 글을 잘 쓰게 되는 이는 없다. 새빨간 거짓말이 아니고 무엇이랴. 아니다, 그건 분명하게 아니다. 성실이란 재주를 승하게 하는 밑천이지, 재주가 성실의 밑천은 아닌 것이다. 물론 둘의 어울림과 상생의 조화란 금상첨화錦上添花다. 그걸 혹자는 운이라고 하고 그조차도 진실한 노력 없이는 바랄 수 없는 성과라고 설파하기도 한다. 우연이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려지는 것일 뿐이라고 해도, 상상이 예측은 아니다. 더군다나 공상에 지나지 않을 허상을 가지고 진입할 수는 없다. 한 번도 변신해 보지 않은 이무기는 용의 여의주를 탐할 뿐, 그걸 폼 나게 주무르지 못한다. 무엇에건 그럴듯해 보이는 폼이 중요하다. 진실을 나타내는 것은 폼이지 진실 그 자체만이 결코 아니다. 내게는 나를 설득할 만한 폼이 서 있지 않다. 카페는 아쉬움의 내 자화상이다. 솔직히 늦었다는 시인과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차려놓고 한숨을 쉬느니 그리움으로 남겨두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애원하는 양 해놓고 치를 떨며 살아가는 일을 저지르고 싶지는 않다. 물론 잠시잠깐 행복할 수도 더 많이 즐거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원천적으로 해결이 될 것인가? 장담을 할 수 없음이다. 의타적인 태도로 저지르고 방방 거리지 말고, 차라리 낙관의 화려한 허영을 꿈꾸는 것이 낫다. 죽어도 좋을 명징함 없이는 함부로 들이대지 말아야 할 일이다.

물은 100도C에서 끓지만 사람은 진실한 사랑의 힘으로 끓는다. 그 인자 없이는 끓을 수가 없다. 운명이라는 불확실성의 불안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명징함. 좋아, 명징함. 그게 어쨌다는 거야. 그게 카페를 해야만 하는 당위성인 것 이기라도 하단 건가?

난 카페를 하면 잘한다. 당분간은 고전을 하겠지만 기어이 잘하고 말 것이 확실하다. 밤낮으로 고민할 테고, 금전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니까, 어떻게든 이루어 낼 것이다. 그러나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주식으로 대박을 낸다든지, 차라리 속편하게 조금 벌고 조금 쓰자는 방안이나, 가능하다면 직장생활을 더 해보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카페, 에로스 & 불륜

엑셀도 브레이크도 없이 질주 본능 앞에 떠는 여자가 있다. 여자는 매일 고민한다. 웃었다 울었다 지랄염병을 떨면서 하루는 맑고 하루는 흐리다. 아니, 종종 먹구름이다. 카페를 돌아다니며 눈여겨보는 것 자체가 에로스가 아니라 불륜인 것이다. 선보고 몇 번 만났으면 결혼해야 된다는 구태의연舊態依然하고 고리타분한 사고와 같다. 키스는커녕 손도 잡지 않았는데, 애 낳을 궁리에 그 아이의 장차 유학생활까지 걱정하는 식이다. 넘겨짚어도 한참 넘겨짚는다. 시작이 곧 결과로 확증되어 나와야 하는 양 하면, 어느 누가 창업을 하고 또 누가 못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렇다. 세상이 두 쪽이 나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절대 망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인 것이다. 내가 여태 이혼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겉도는 가운데, 아이들에 얽매여 나름 조신해 보이는 일 외에 삼가하는 상황과 다를 바가 없다. ㅋ 나는 이렇게 실없는 사람이다. 남 보기에는 하고 싶은 대로 다 지르고 사는 듯 보이지만, 어느 면의 속은 곪아 터지고 썩어 문드러진 채 맹하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떨기는 왜 그리 떠는 것일까? 소심하고 배짱이 없기 때문이다. 공상만 즐긴 다고 인생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실행력에 적절한 균형감과 월등한 파워가 없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그것이 바로 노하우고 창의성이다. 팔자를 타고 났건 생겨 먹은 것이 그러하든, 하여간 배짱과 뚝심으로 무조건 하고 대들었으면 일어 서고 볼 일이다. 사업이란 크던 작던 돈만 벌면 일단은 장땡이다. 그러면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설령 누가 뭐라해도 기본적으로 답답할 것 없다. 돈은 곧 권위와 우월을 상징하는 척도가 된다. 조금 단순하고 무식하다손 치더라도 편리성으로 인하여 선망의 대상이 된다. 인생 역전과 인격 도약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돈, 돈, 돈이 말이다. 물론 학문과 명예를 더 중요시 하는 사람에게는 아닐 것이다. 그렇더라도 인생을 보람으로만 채울 수 있을까. 내가 수녀인가. 그들은 희생과 봉사가 삶의 방향이고 목적이다. 하지만 내 처지에 하찮아 보이는 몇 푼 안 되는 밑천이라도 잃고 나면 살아갈 기력이 없어진다. 어떻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으리만치 상상을 초월한 자멸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엑셀과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 속, 위험과 부대 관계의 속성은 낙관적이지 않다.

나는 수녀가 아니다. 나는 희생과 봉사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허영과 어설픔의 산물이다. 내 정체는 욕심이고 게으름이며 자유로움이다.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겠다는 똥배짱의 야심이다. 똥배에는 똥이 들어차 줘야 한다. 그래야 포만감으로 평화로울 수 있다. 나는 시인의 똥도 빨 주제가 못된다. 관 값 정도만을 항시 유지한 상태에서 평화를 갈구할 수 있는 순례자의 폼 혹은 품위 따위가 내게는 없다.

그러나 인생이 가야할 길이 있다면 그것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정직하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고 있는 것인가? 나는 도대체 왜 살고 있는 것일까? 꿈도 없으면서, 꿈을 꾼다고 한다.


낙장불입의 카페

꾸물꾸물하던 날씨, 꾸물꾸물하던 잠, 꾸물꾸물하던 기분에서 깨어 밖으로 향할 준비를 서두른다. 밤새 울고서 누가 죽었냐며 복장을 터트리듯 언제 그랬냐는 변덕스러움은, 기껏 미리 약속을 해두고 엄살을 떨어대는 탓일까? 아니 그렇지만은 않다. 아니라고 하면서 내미는 사랑의 혓바닥처럼, 뜨거운 입술처럼, 나는 또 무언가를 핥으러 벌써 마음이 분주하다. 도대체 왜 탐방을 하러 나서는 것인가? 밤새 울었고 밤새 지쳐하면서, 왜? 왜? 도대체 왜?

누구처럼 고심 끝에 따 놓은 당상을 해결해야하는 의무나 명분도 내게는 없고, 꼴리는 대로 자유분방하고 의기양양하며 화려한 싱글처럼 살면 그만인데, 왜 골치를 썩어가며 흥분하고 발광인가.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해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생 몸살을 앓는 성격이라서? 아니다. 미련, 미련, 미련 때문이다. 가지 않은 길을 바라보는 아쉬움과 연민 때문이다.

한번 질렀으면 그만인 화투판처럼, 카드놀이처럼, 의리도 목숨도 돈 앞에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무서운 도박처럼, 카페 탐방도 그러할 것인가? 전혀 그럴 일은 아니다. 나에게는 탐방할 권리는 얼마든지 있지만, 추호라도 망할 일말의 건더기라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는 충분한 준비와 훈련을 거친 후에 딱 한 번! 달려드는 이판사판의 공사판과 같은 돌진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 말리는 나는 또 사뿐하고 유유한 걸음으로 카페를 향한 외출을 한다.


Café & Stock's 엔트로피Entropy

오랜만에 통장을 살펴본다. 긴축재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잦은 카페 탐방으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도 여간 만만찮다. 돌아다니며 커피 맛만 보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도 먹어야 하고 탐방 후에도 먹어야 한다. 싸돌아다녀야 함의 대체적인 경우란 음식으로서 만이 에너지를 보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혼자 먹는 것보다는 둘이 혹은 여럿이 같이 먹고 마시며 나누어야 제격이요 제 맛이다. 기껏해야 몇 만원을 써대는 것이 고작이긴 하지만, 횟수가 거듭되다 보니 자연 주머니가 가벼워질 수밖에. 상황이 상황인지라 있는 대로 기분을 누릴 수 없어 안타깝지만, 그래도 간간이 누리는 이 맛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언제 또 이런 낭만과 호사스런 여유를 누려보겠는가 생각을 하면 흥을 돋우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은 어딘들 다 못 가겠냐만 그래서 야점을 먹고 나서거나 최대한 아껴보려 하다가도, 최소한의 맛은 보고 누리려는 날건달기가 슬슬 발동함에 은근슬쩍 기분을 up시켜 보게도 된다. 노세, 노세, 젊어 노세. 라는 말을 상기하며 오는 백발, 가는 세월이 어찌 안타깝지 않으랴.

카페를 탐방하다 울화통이 확 치밀어 탐방할 맛을 싹 잃고 넋이 나간 적이 있는데, 압구정 가로수 길을 돌아다닐 때였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라 더욱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목격한 바에 의하면 여태 몇 개월 동안에 가장 활기찬 거리라는 것이 더욱 심적 타격을 안겨주었다. 돈은 여기에 다 집중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헛고생하는 듯한 배신감마저 드는 것이었다. 죄다가 폼 나는 모양새로 사람이나 건물, 아울러 자동차들까지 삐까뻔적에 휘황찬란하며 반지르르한 자태로 득시글하다. 어딜 가나 자유롭고 번듯하게 맵시를 내는 것들로 꽉 들어찬 느낌이다. 허참, 기가 막혀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말이 나오지 않아 우두커니 맥을 놓고 한참동안이나 멍한 채로 멈추어 있었다. 멋스러운 자태로 오가는 행인들과 수없이 눈에 띠는 외제 승용차와 낭만적 운치를 자아내는 건물 등 모두가 이채롭고 다양하여 다른 곳의 분위기와는 확연한 차이를 느끼게 끔 해 주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생동감 넘치면서. 염병, 돈이란 돈과 사람이라는 사람과 제법 쓸 만하다 싶은 것들은 죄다 모여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지랄이다. 감이 이곳에는 끼이지도 못하고 그동안 하릴없이 변방만 떠돈 기분이 들어 씁쓸하기 짝이 없다. 밥맛까지는 아니지만 괜스레 창자가 꼬이고 속이 메스꺼운 듯 하며, 기각 팍 죽어버리고 의욕이 상실되는 묘한 감정이 일었다. 장사란 되는 곳에서 해야 한다는 속설을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은, 너무나 확연하게 인지되는 장면 앞에서의 감출 수 없는 흥분이었을까.

8천 원짜리 커피. 왜 그걸 마시는데, 그 순간에 4천원이면 두 잔을 주는 곳이 떠오르는가 말이다. 2천오백 원이나 3천원만 줘도 스스럼없이 편안하게 느껴지던 곳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만만함이란 때로 촌스러움의 극치이기도 할 것이다. 마치 처음 고급 레스토랑에 가서 칼질해댈 때와 같이 공연히 뻘쭘해 지는 요상한 심사라니. 이것이 지지리 궁상이 아니고 뭣이겠나 하며, 스스로에게 화딱지가 치밀어 오르는 것이었다. 그만큼 세도 비싸고 관리비도 많이 나갈 테지만, 또 그 이상으로 받쳐주는 생기와 위력이 감도는 것이 부러워 벌떡대는 심통이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역시나 그곳도 한 불록 뒤만 하여도 참, 다른 양상을 띠었다. 밤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낮 동안은 뚜렷하게 극명한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 사실이었다. 겨우 블록 하나를 사이로도 별개인 양 보이는 작태가 심상치 않다. 철저한 현실적 상황을 목격하매, 가볍지 않은 마음이다. 야릇한 허탈감 한편, 허허로운 웃음만이 봄바람에 실려 나부꼈다.

돌아와 정신을 가다듬으며, 오래 전 접어둔 주식계좌와 요즘의 시장상태를 간접적으로나마 잠시 살펴보다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진다. 경기가 안 좋으니 한참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만 생각한 채 관리를 소홀히 했던, 잊어버리기 일보직전의 계좌가 거의 깡통수준으로 곤두박질쳐 나뒹굴고 있었다. 얼마 되지는 않지만 코스피 2,000 포인트 시절에 만들어 놓았던, 행여 때가 되면 복귀하겠지 하며 일부러 잊어버리고 있기도 하였는데, 완전히 초토화된 상태다. 깡통이 되어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마야, 하고 나는 절로 뒤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살아가면서는 아무것도 하겠다고 설쳐서는 안 되겠다고 하는 생각이 그제야 번쩍 드는 것이다. 이런, 도대체가 말이 안 되는 지경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코스피가 2,000 포인트가 되어 준다고 해도 이 주식은 영락없는 깡통 그 자체일 뿐이다. 코스피가 적어도 20,000 포인트가 되기 전까지는 회복 불능의 빈사 상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섣불리 달려들려 하는 카페라는 것도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덤벼들다 방치되는 날에는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아니 한만 못하고 회복 불구자가 되고 말 수도 있다.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불황을 뻔히 알고 뛰어들려고 하는 것은 너무나 무모한 짓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내 역량과 상태로서는 말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생각하며 재도 지나치지 않다. 적어도 종료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이렇게 오락가락하지 않을까 싶다. 웃기는 짜장이다. ㅎㅎ ^-^*

IP *.36.210.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꿈의 직업 프로젝트 - 창조놀이 [14] 부지깽이 2009.10.19 23702
114 나비의 카페이야기- 다시 찾은 커피나무 file [2] 윤태희 2010.05.29 3543
113 나비의 카페이야기- 영상 갤러리 카페 file [1] 윤태희 2010.05.28 3223
112 [까탐] 공간 만들기 5 ... 우리 동네 카페 file [4] 바람처럼~ 2010.05.28 4299
111 써니의 단군프로젝트와 함께하는 카페 탐방 일지 file [8] 써니 2010.05.26 4135
110 써니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카페 칼럼/ 카페는 추억이다! 써니 2010.05.26 3268
109 나비의 카페이야기- 바닷가 그 집[3] file [6] 윤태희 2010.05.25 3398
108 나비의 카페이야기- 바닷가 그 집[2] file [2] 윤태희 2010.05.25 3240
107 나비의 카페이야기- 바닷가 그 집[1] file [2] 윤태희 2010.05.25 3677
106 [까탐] 공간 만들기 4 ... 카페를 여는 이유 file [4] 바람처럼~ 2010.05.25 4350
105 수희향님! [7] [2] 해와 달 2010.05.23 3212
104 단군프로젝트 - 출사표에 담을 6가지 항목 file 한정화 2010.05.23 3152
» 써니의 까탐 칼럼/ 떨림의 카페, 유치幼稚 8잔상 써니 2010.05.20 3269
102 <단군의 후예들: 출정의 북을 올리며..> [27] 수희향 2010.05.20 3353
101 나비의 카페이야기-백년어 서원 file [5] [3] 윤태희 2010.05.20 3999
100 부산부족 첫모임 후기 file [9] 지금 2010.05.19 3425
99 [까탐] 공간 만들기 3 ... 카페를 찾는 여행 file [1] [13] 바람처럼~ 2010.05.19 5953
98 나비의 카페이야기-진리를 말하지 않고 함께 걸어 갈 동무들의 공간. [1] 윤태희 2010.05.19 3307
97 <단군의 후예들: 최종참가자 및 향후진행> file [33] 수희향 2010.05.18 3139
96 단군의 후예들 첫번째 모임 file [12] 한정화 2010.05.18 3323
95 [까탐] 모임 후기...내가 만드는 카페 1 file [6] 바람처럼~ 2010.05.18 4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