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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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우리 동네 골목 카페를 찾았다. 비 내린 다음날.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만 좇다가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파란 하늘과 어울리는 흰색 간판과 차양아래 놓인 흑색 철제 테이블이 카페의 멋을 한껏 뽐내고 있다. 야외 테라스에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카페지기의 빠른 손놀림, 한가롭게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 카페와 잘 어울리는 풍경들이 보기 좋다. 적당히 소란하고, 분주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운동복 차림에 책 한 권. 오늘은 그 곳에서 푸른 5월을 즐기려 집을 나섰다. 걸어서 5분. 언제든 찾아가 책 읽고 카페지기와 수다 떨 수 있기를 바라던 작은 소망 하나를 이루었다.
# 커피 볶는집 ‘고원이家’. 카페지기 이름을 간판에 올렸다. 커피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신뢰를 드러내고 있어 그 자신감이 마음에 든다. 카페는 생각보다 근사하고 짜임새 있다. 10평 정도 규모지만 2인 테이블 8개를 들이고 주방과 로스팅 기계까지 갖추었다. 생두를 직접 볶아서 내리는 커피집이라는 자부심이 여느 프렌차이즈 샵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밝은색 원목으로 천장까지 마감하고 몇 가지 소품들로 깔끔하게 장식하여 좁은 느낌을 줄였다. 넓고 쾌적한 공간을 만들려는 카페지기의 고민을 잘 해결했다. 카페 공간에서 인테리어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는 대목이다. 읽으려 가져간 책은 일찌감치 밀쳐두고 카페지기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비 창업자로 생각했는지 카페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들려준다. 커피하는 사람들, 그들은 늘 마음을 연다.
# 카페 경영은 그에게도 하나의 꿈이었다. 이미 20대부터 자신만의 카페를 상상하였고, 30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커피 공부를 시작하였다. 창업까지 2년여를 준비했다는 말에 놀라자 모든 공부가 그러하듯 커피 역시 익히면 익힐수록 여전히 해야 할 공부가 많다고 한다. 카페를 하려면 무엇보다도 커피를 즐기고 이 일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루 12시간 이상 카페에 매달리려면 스스로의 확신과 재미를 동력으로 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일은 밥벌이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커피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오히려 창업을 결정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커피 시장의 10% 정도에 불과한 원두 커피 시장에서 경영은 불을 보듯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카페를 시작한 것은 이 일이 하고 싶은 일이고, 앞으로도 이 일로 보람을 느낄 것이라 보기 때문이란다. 수익은? 당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 ‘고원이家’ 문을 연지 이제 1개월째다. 단골이 생겨 어제도 새벽 1시를 넘겨 가게 청소를 마쳤다고 한다. 그나마 집이 가까워 아침 8시면 어김없이 문을 열 수 있단다. 집 근처를 가게로 정한 이유이다. 6월부터는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커피 교실을 열고, 휴일도 가질 계획이다. 골목 카페, 그 곳은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는 작은 발전소이다. 그 곳에는 자기의 꿈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있어 카페는 사랑방이 되고, 쉼과 배움이 있는 문화 공간이 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말이다. 혹시 아는가? 고흐의 카페 ‘라 뉘(café la nuit)’ 같은 명소가 될지. 동네마다 골목마다 좋은 카페가 꽃 피었으면 좋겠다.
ㅇ 찾아가는 길 : 5호선 오목교역 8번 출구. 목동초등학교 건너편 목동 현대 2차 APT 골목
ㅇ 전화번호 : 02-2061-9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