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2010년 6월 11일 11시 30분 등록


#
찰떡 궁합이란게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묶어주듯, 사람과 공간을 맺어주기도 한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듯이 찾고 싶은 공간도 있다. 내가 즐겨 찾는 곳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식사는 왁자지껄하여 소란스러우나 중심에서 약간 비켜난 곳, 식사 후 산책은 짙푸른 녹음이 드리워진 곳, 커피는 야외 테라스가 있거나 전망을 볼 수 있게 틔인 곳, 선술집은 1, 2층을 넘지 않고 지하가 아닌 곳,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곳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 일은 책상너머 큼직한 창문이 있는 곳에서, 잠은 새소리가 들리는 곳에서 일어나고 싶다.

 

# 물론 나만의 기준이다. 까탈 스럽지 않은 기준이기에 다른 이에게도 제안한다. 그러면 그들은 그 곳과 딱 어울리는 장소를 추천해 준다. 늘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방법으로 괜찮다. 가급적 가고 싶지 않은 공간도 있다. 자연스럽지 않은 광기가 흐르는 곳. 감탄 대신 고함이 넘쳐나고, 혼자만의 쾌감이 절정을 이루는 곳. 나에게는 노래방, 놀이동산이 그런 곳 같다. 정신 줄을 놓아야 놀았다고 생각 드는 그런 곳은 이제 피하고 싶다.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함께하는 사람을 잘 만나면 그나마 지옥은 면할 수 있다. 탬버린 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 카페를 탐험하다 보면 커피 맛보다 공간의 야릇한 매력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 커피보다 공간 파는 것이 카페 장사 아닌가 싶을 만큼 공간은 섹시하다. 인이 박히는 커피처럼, 공간 역시 중독적이다. 공간이 그 가치를 높이려면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해진다. 이를 location이라 부르자. 카페 만들기는 좋은 location을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도 좋을 듯 하다. 이때의 기준은 당연히 사람이다. 유동인구라고 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 개념은 내가 만들고 싶은 카페와는 거리가 멀다. ‘사람 숫자 location을 찾으면 비용만 올라간다. 나는 사람 사는 곳을 내 카페의 location으로 잡고 싶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즉 '내가 사는 동네'이다. 카페를 알아봐주는 그들과 더불어 살아보자. 

그림1.jpg
[그들은 동네 카페로 시작하여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사진은 광장동, 성수동, 천호동 골목 카페]

그림2.jpg
[동네의 이런 곳이면 더욱 좋겠다. 목동, 북촌 한옥마을 인근. 우측에 보이는 저런 곳을 카페로 만들면?]


IP *.149.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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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6.11 15:42:07 *.197.63.9
돌발적 즉흥 콘셉트 시도^^

위의 사진 좌측부터 사진 1, 2, 3...

하나, G동 : 단독 주택이었다. 교수인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서 살다가 귀국했다. 그곳에서 익힌 자연스러움으로 처음엔 대로변 상가에 카페를 열었다. 그러나 임대료 등을 내고 나면 별반 남는 것이 없어 재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사는 집을 개조해 보기로 하고 테이크 아웃점처럼 작게 문을 열었다. 물론 처음엔 완전 주택가에 불과할 뿐이었다. 다만 등산로가 있는 길목이었고, 주변에 신학대학이 있기는 해도, 카페가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쉼터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열심히도 했지만 카페와 쉼터 및 이 골목안에서의 공간을 필요로 하고 알아주는 이웃들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기쁨이었다. 지금은 가족이 참여하는 가족형 카페요, 애초보다 3 개 동이나 더 확장하여 아지자기하게 이어진 당당한 카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산행하며 부담없이 들러 차 한 잔 나누기도 하고, 카페로 마실을 오는 아주머니들과 조용하며 한적한 사랑방 같은 공간을 그리는 이들의 요긴한 쉼터가 되고 있다.

둘, S동: 직장 생활을 하며 권태감이 들거나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칠 때마다 카페를 하고 싶은 열정에 사로잡히며 어쩔 줄 몰랐다. 그렇게 약 3년 간 질질 끌며 가슴앓이만을 해대다가 자금이 얼추 모아진 어느 날, 급기야 결정을 내리고 가게를 보더다니던 중, 지금의 자리를 만나게 되었다. 작고 아담한 공간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어 바로 계약을 하고 그토록 오래 그리던 나만의 공간을 드디어 갖게 된 설레임이란 생각만 해도 즐겁고 신기하다. 집과 가깝거나 잘 아는 곳은 아니었고, 카페 자리를 찾아 다니다가 가게를 보고 적당하다 싶어 계약을 하였으며, 출퇴근 시 전철로 한 시간 가량이 소요되나 처음 시작이고 너무나 하고 싶었던 카페이기에 그 정도는 감수하며 즐겁게 임한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취미 생활과의 병행을 위해 한 달에 두 번 출사를 나가고 있으며, 그 때에 맞추어 정기적으로 휴일을 정해 쉰다. 그 외는 모든 시간을 카페 공간에 머물며 작업과 일을 병행해 나가고 있다.

셋, C동 : 골목 카페지만 인근에 바로 내노라하는 건물들과 교차로가 있는, 중심에서 한 불록 뒤에 살짝 감춰져 평범하게 자리한 매력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장소를 개발해 내는 안목과 발품을 파는 인내가 있다면 좋을 것이다. 조용하고 단순한 골목 카페일 것 같지만 주변에 대형 오피스 상가와 백화점과 사통팔달의 십자 교차로와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철역사에서도 가까운 곳이다. 아쉬움이라면 가게가 크지 않다는 것. 그래서 앞 과 옆으로 테라스를 달아 이용하고 있지만 워낙에 작은 공간이다. 좌우가 뒤바뀐 뒤집어진ㄱ자형의 내부 공간을 하고 있으며 직접 로스팅과 그라인더까지 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쥔장은 이제 커피 전문 사장님으로 변신했고, 이곳은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득시글 붐비게 되었다.

아래 사진 4, 5, 6

넷, M 동 :  내용 통과
 
다섯, B 동: "이 해 박는 집"이란 치과 간판의 맞은 편 쪽 일대 풍경. 제법 넓은 골목으로 도로라고 할 만큼의 폭이 주어지며 일대가 주는 깨끗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매우 감칠맛 나는 위치임. 멀리 보이는 하얀 건물이 색깜과 분위와 독특한 디자인으로 이 지역의 세련되고 우아하며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림.

여섯, S 동 : 써니가 좋아하는 코너 자리. 맴 적으로다가 찜해 둠. 전봇대가 약간 눈에 거슬리지만 서도 아쉬운 대로 괜찮은 위치임. 무엇보다 전망 죽여 줌. (Very  good) 저런 집은 무조건 사야함. 강추! (사부님 댁과도 견줄 수 있음.ㅋㅋ ) 
그런데 저 곳까지 올라가자면 요즘 같은 날씨에 땀 좀 흘리게 됨. 자동차를 이용하기에 불편. 도로가 없거나 좁거나 한 것이 이 지역의 난제에도 불구하고 요즘 하나, 둘 카페들이 속속 들어차고 있으며, 평당 시세 또한 대단히 만만찮음.
일단 아래층만을 이용해서 작은 카페로 운영해도 손색이 없을 재미난 구성이고, 1, 2 층을 다 연결해서 카페로 활용할 경우 2층에서 즐기는 시내 경관과 녹색으로 펼쳐지는 인왕산(?)이 받쳐주눈 주변 환경이 남다를 것임. 생각 같아서는 저 집을 구입해서 확 다시 짓고 싶음. 그러면 조망이 확 트이는 코너 자리로서의 참 좋은 작업실 겸 카페가 될 수 있을 것임. 아쉬운 점은 비록 코너라 해도 조망 외에 앞도 옆도 주변 환경의 부대 가치가 별로 받쳐주는 상황은 아님. 즉 교차로 식의 코너가 아니라 언덕 한복판 일방 통행의 일방적 코너자리라는 것이 저 위치의 한계라고 생각되나, 저 주택을 코너의 자리를 잘 살려서 창을 크게 내어 이용한다면 서울 시내 전경을 다 볼 수가 있는 매력 또한 좋을 것임. 한마디로 꼭대기이기는 하나 부촌이요, 요즘 인기지역이라는 사실로 볼 때 저런 위치라면 구입해도 좋을 것 같음.

 이상 클릭으로 인한 순간적 발동으로 영감과 발상이 날아가지 않도록 곧바로 댓글로 옮겨 봄.^^  메모의 습관화 실행이라고나 할까?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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