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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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18일 09시 57분 등록

<책 읽는 책>


책을 읽는 일은 자신을 심미적, 철학적, 도덕적 존재로 만드는 일이다. 그러한 존재로 거듭난 사람은 부나 명예를 성취하기 이전에 그 자체로 자신을 완성하는 과업을 성취했다고 볼 수 있다. p14



1. 저자에 대하여

박민영: 1969년 생. 서울 출생이라는데, 전라도 사투리가 인에 배었다. 문화평론가이자 저술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주제로 하는 책에 관심이 많고 글로써 자신과 세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글을 쓰며, 블로그 「깊은샘물의 서정카페(http://blog.naver.com/fwriters.do)」를 운영하고 있다.
왜 머리를 박박 깎고 스님 같은 민둥 머리를 하고 살아가는지 물어보니 머리카락이 빠져서 그렇단다. 무언가의 열병으로 인해 예민해 보이는 인상이다. 그러나 까칠한 인상만큼 까칠한 속내는 아닌 듯 진지한 표정을 담고 사는 모습이다. 어느 시인의 경우처럼 글쟁이로서의 명징함을 쫒는 모습의 일환 같기도 하다. 스스로 학창시절 운동권 출신이라고 밝혀, 그 점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되는가 하였더니,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에는 저자가 자기 혁신을 필요로 하며, 당시의 소장 도서 천여권 중 오백여권이나 되는 기존의 책들을 다 버린 적이 있다는 대목이 나오기도 하는데,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며 열린 사고를 지향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고 생각된다.

약력은 전국대학생문학연합의장, 경기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 필자은행 대표, 도서출판 우물이 있는 집 편집장, 오월문학상 시 부문 수상 등이다.

그 자신 늦바람이 일어 서른을 훌쩍 넘긴 이후 독서 빅뱅에 빠졌다고 한다. 현재 한계레 문화센터에서 인문학 강좌를 진행하며, 월간 <인물과 사상>에 문화비평을 쓰고 있다. 누구 못지않게 작가로서의 지난한 단계를 거쳤다. 무명씨에서 기꺼이 선택한 길, 인문학적 글쓰기를 주장하는 문화 평론가요 저술가로서의 활동에 열심인 40대로 남자. 아직 미혼이나 애인이 있다고 전함.

저서:『인문학, 세상을 읽다: 인문으로 읽는 정치·경제·사회·문화』(2009.10.9, 인물과 사상사),『논어로 배우는 한자』(2008.7.10, 앨피),『이즘: 인간이 남긴 모든 생각』(2008. 5, 청년사),『논어는 진보다』(2008. 1. 10, 포럼),『즐거움의 가치사전: 인간이 욕망하는 모든 것』(2007. 5. 2, 청년사, 2007년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KBS 'TV 책을 말하다' 선정 도서),『행복한 중용』(2006.10, 북스토리),『책 읽는 책』(2005. 9.30, 2010. 2.5 / 7쇄, 지식의숲),『공자 속의 붓다, 붓다 속의 공자』(2005.10, 들녘),『논어로 배우는 한자』(2001.10.31) 가 있다.


저자가 이 책의 독자를 향해 염두에 둔 사항(타겟 대상)

・ 책을 읽어도 좀처럼 자신의 지적 능력이 발전하는 느낌을 받지 못하는 사람.

・ 책을 읽어야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

・ 독서를 통해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폭넓은 교양과 깊이 있는 지적 역량을 갖추고 싶은 사람.

・ 지성인으로서 사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싶은 사람.


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 세 가지

첫째, 많은 사람들이 폭넓은 교양을 바탕으로 지성인이 되는데 도움을 주고자.

고급 독자들은 대게 독서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그 방법들이 대중에게 좀처럼 알려지지 않고 있다. 독서법은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영역에 갇혀있다. p10

둘째,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독서 방법을 구현하고자.

셋째, '네트워크 독서법'을 알리고자.

* 모티어 애들러가 『독서의 기술』에서 기술한 '신토피칼(Syn-topical) 독서법'

신토피칼은 syndisize와 topical을 합성해서 만든 말 '같은 주제의 책을 잇달아 보는 것'

* 네트워크 독서법: '저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따라 읽은 것', '저자의 전작을 잇달아 읽는 것'



 

2. 밑줄 그으며 읽은 부분


1부 책 읽는 즐거움

01 책 읽는 사람, 책 읽지 않는 사람

당신은 책이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당신은 분명히 부질없는 야심과 쾌락에만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한데, 그 세계가 책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볼테르 p17

책을 보는 사람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갖게 된다. 책을 읽고 자신의 머리를 통해 걸러진 세계를 인식함으로써 정신적 소외를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과 본질에 대해 자문함으로써 자기로부터의 소외에서 벗어난다. p22

책을 읽는 과정은 주체적 사유를 회복하는 과정이다. p23

02 요즘 무슨 책 읽어요?

작가라면 그 사람이 쓴 책을 보고 그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아니라면 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으로 그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 무슨 책 읽어요?" 하고 물었을 때 선뜻 대답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책에 대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과의 만남은 풍요로운 영혼의 교류를 보장할 것이다. 이것은 시대가 변한다고 해서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p30

03 모든 사람은 이미 독서법을 알고 있다

책이란 전적으로 상상력에 맡겨진다. 그렇기 때문에 조악하고 평범한 정신의 소유자들은 대부분 책에서 희미하고 차가운 즐거움을 맛볼 따름이다. - 아나톨 프랑스

04 독서의 역사, 그 빛과 그늘

독서의 미덕은 정신적인 경작(耕作)이라는 데 있다. 그것은 정신적인 수목(水木)을 닮아서 몇 년 또는 몇 세대고 이어져서 해마다 새로운 잎을 낳고, 그 잎 하나하나가 부적처럼 기적을 행하는 힘이 있다. -토머스 칼라일 p36

05 입시 교육이 독서를 막는다

기억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색에 의해서 얻어진 것만이 참된 지식이다. -톨스토이 p41

06 포스트모던 시대의 책읽기

지성인이 되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근대 이전에는 문맹이나 열악한 교육 환경과 독서 환경이 장애물이었다면, 지금은 물질 만능의 가치 체계와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 그리고 사람을 끊임없이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적 분위기가 장애물이다. p50

07 책이 가득한 방, 책이 없는 방

루소는 "나는 책을 증오한다.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방법만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라고 했다. 또한 임어당은 "책을 너무 많이 읽게 되면 옳은 것은 옳고 그른 것은 그르다는 것을 모르게 된다. ...... 나는 철학을 읽지 않고 직접 인생을 읽는다."라고 말하며 과도한 독서보다는 직접적인 인생 체험과 관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54

먹고사는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 고도의 정신세계를 추구할 가능성이 약해집니다. 다시 말해서, 물질의 풍요는 정신적인 풍요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근세 이후 인도 사상에 관심을 가지기 시각한 사람들은 오히려 잘 사는 서양 사람들이었습니다. 인도 사람들이나 동양 사람들보다 서양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전에 라즈니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예수의 제자들은 거지였지만, 나의 제자들은 부자다." 이 말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도 많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가치가 있는 말입니다. 요기(yogi)가 거지가 되는 것은 쉽지만, 거지가 요기가 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빠져나가기보다 어려운지 모릅니다. p57

08 책은 왜 읽어야 하는가

사람은 대부분 스스로 체험한 인생의 경험이 세계의 전부인 줄 알고 거기에서 지혜를 얻는다. 그러나 독서가는 책을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세계와 무한대로 만난다. 니체는 독서가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해방시키고, 나를 다른 사람의 학문의 혼(魂) 속을 거닐게 한다."고 했다. 독서가는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 개인의 특수한 경험들이 보편적인 범주 안에서 새롭게 의미를 획득한다. 독서는 개인의 경험으로는 도저히 얻을 수 없는 지혜를 제공한다.

책은 모든 영감과 상상력의 기본적인 원천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영감과 상상력이 샘솟지 않는다. 설사 타고난 상상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금세 바닥난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자신이 보고 듣는 것만을 바탕으로 창의성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야 하는 사회적인 이유는, 세계가 이미 지적인 영역을 통해 인식되고 있고 그 지적 패러다임이 현실적인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혈통주의' 와 '역사의식' 은 머릿속에서 지적으로 작동하는 것이지 그 자체가 실체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혈통주의'와 '역사의식'이 사실과 부합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이러한 관념이 현실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이 존재하고 그를 바탕으로 관념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관념이 있고 그를 바탕으로 현실이 인식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문명인에게 동일하게 나타난다.

정신적으로 오염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지'가 아니라 '진성'인 것이다.

독서는 도덕적인 측면에서 인간 사회에 공헌한다. 독서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넓히는 사람은 타인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타인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보편적 인류애를 가지게 된다. 독서는 인간을 도덕적인 존재로 만든다. p59~65


2부 책 읽는 생활

09 매달 일정액만큼 책을 구입하라

한 권의 책은 그것이 나의 소유가 될 때, 그리고 얼룩이 어디에 묻어 있는지 또 어느 책장이 접혀 있는지를 잘 알게 될 때, 그래서 그런 얼룩을 보면서 버터 바른 머핀을 앞에 놓고 차를 마시던 그 어느 날을 추억할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질 때 더 잘 읽힌다. -찰스 램 p69

10 도서관과 서점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라

남의 책을 읽는데 시간을 보내라. 남이 고생한 것으로 자기를 쉽게 개선할 수 있다. -소크라테스 p73

도서관에서 책을 본다는 것은 하나의 문화이다. 책을 봄으로써 얻어지는 지식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그 문화이다. ... 우리 조상들이 독서를 의미를 지닌 지식 획득보다는 인격수양에 두었던 것도 독서를 기능이 아니라 문화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p74

나는 최상의 주거 조건으로 시장과 공원 그리고 도서관, 이 세 가지를 꼽는다. 단골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독서 환경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하다. 도서관 이용이 불편한 곳에 산다면 아무래도 책을 덜 읽게 될 것이다. 여러분도 이사할 때 주변에 도서관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어떤가? p76

11 소장하고 있는 책을 분야별로 분류해 보라

독서는 처방 약처럼 당장 효과가 나 행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그러나 한 권 한 권 읽어 가는 동안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패디먼

현대 사회에서 교양인은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를 예언이라도 하듯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오늘날 인류의 지적 향상을 위해 공헌하고자 하는 사람은 모든 것을 알려는 욕심을 포기하고, 극히 전문적인 문제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는 기계가 아니다.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은 유기체이며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긴밀한 연결망을 섬세히 읽어 내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세계를 파악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막스 베버 역시 박학하기로 소문난 전인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독자적인 학문적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79

12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얼마나 되는지 보라

어느 날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모두 정리했다. 당시 나는 약 1,000권의 책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절반가량의 책들을 내다 버렸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을 깨지 않고서는 새로운 지적 모색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버릴 책을 골라내는 기준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다시 읽을 만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책들이었다. 전자에는 소위 운동권 사회과학서적들이 포함되었고, 후자에는 구입할 당시에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담론의 유효기간이 지난 책들이 포함되었다.

그렇게 책을 정리하고 보니, 보다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책들이 남게 되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책들이었다. 결국 남은 책은 고전이었다. 그때 나는 고전의 위력을 새삼스럽게 실감했다. 왜 고전이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책을 버렸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당시 나로서는 매우 절박한 문제였으며 그런 과정이 결국은 나의 지적 슬럼프를 극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p85

재독하고 싶은 책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좋은 독서 습관을 가지고 있으며 수준 높은 독서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좋다. 그러나 그런 책이 드물다면 독서 경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p86

13 책 읽을 시간을 마련하라

공부하는 데 시간이 없다고 하는 사람은 시간이 있어도 공부하지 않는다. - 회남자

14 책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벗을 만들라

같은 책을 읽은 사람과 어울릴 때 책을 읽는 기쁨은 두 배가 된다. -캐서린 맨스필드

교학상장(敎學相長):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서로를 성장시킨다. p97

15 책과 호흡하는 문화 생활을 하라

장서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성장한다. p98

16 삶의 문제를 책으로 해결하는 버릇을 가져라

책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것은 인생에서 모든 불행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피난처를 만드는 것이다. -서머싯 몸 p103

17 독서하기 좋은 환경으로 방을 꾸며라

무슨 책이든 좋다고 생각되면 사라. 사서 방에 쌓아두면 독서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외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중요하다. -A. 베니트

우리는 흔히 어떤 사람에 대해 알고자 할 때, 그 사람이 사는 집을 방문해 보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는 것을 느낀다. 말로 백번 "너는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것보다 한 번 그 사람의 주거지를 방문해 보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 그것은 주거지가 단순히 잠자고 밥 먹는 곳이 아니라 그 사람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집이라는 공간에는 그 사람의 마음이나 세상살이의 태도가 담겨 있다. p108

주거 환경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정서적 공간이자 문화적 표현이다. 집을 독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독서의 가장 좋은 출발이다. p110

18 매달 읽은 책을 결산하라

한때 한창 독서를 하다가도 그 이후 독서를 하지 않으면 읽은 재료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소실되고 만다. -쇼펜하우어

19 나만의 도서 목록을 작성하라

목적 없는 독서는 방황에 지나지 않는다.- E. 리튼

나는 독자들이 '자신만의 독서 목록'을 꼭 갖기를 바란다. 목록에 있는 책을 다 읽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목록을 갖는 것, 그 자체이다. 한 달의 독서 계획, 일 년의 독서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과 많은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독서 목록을 가지고 있으면 자신의 독서 행위에 대해 자꾸 돌아보게 되어, 무턱대고 책을 읽지 않게 될 뿐 아니라 일정한 지적 지향을 갖게 된다.

처음에는 목적 없는 독서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고, 또 그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되지만, 전체적인 밑그림이 없는 독서가 계속된다면 지적 도약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슨 일이든 자신이 하는 일을 개괄하고 있어야 그 일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게 된다. 자신이 가고 있는 방향도 모르고, 갈피도 잡지 못한 채 책의 숲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분명 효율적인 일은 아니다.

헝가리의 문학 이론가 루카치는 『소설의 이론』에서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는 시대는 얼마나 행복한가? 그리고 별빛이 그 길을 환히 밝혀 주는 시대는 얼마나 행복한가?" 라고 말했다. 그것은 독서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아는 독서는 효과적일 뿐 아니라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p119

20 인간과 세계의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라

독자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인간에 관한 일에 흥미를 갖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 서머싯 몸

21 아는 척하기 위해 책을 읽지 말라

반대하거나 논쟁하기 위해 독서하지 말라. 그렇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 위해서도 독서하지 말라. 그저 자신이 생각하고 연구하기 위해서 독서하라. -프랜시스 베이컨


3부 책 고르는 지혜

22 자신의 지적 욕구에 충실하라

양서(良書) 목록에는 반드시 고전이 들어 있다. 그러나 자신에게 필요한 양서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밀러

고전이 좋은 책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헤세는 "정신적으로 현재에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부질없고 무의미하며, 고전과 끊임없이 관계를 갖는 것에서 정신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러나 고전을 읽는 독자는 소수의 고급 독자들이며, 고전은 독서의 출발지가 아니라 목적지임을 알아야 한다. 오죽하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고전이란 누구든지 읽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지만, 실은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책이다."라고 말했겠는가? 고전을 추천하는 사람들 역시 일정한 독서 수준에 도달했을 때에야 비로소 고전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책을 고를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 알아내는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면 펴 들고 자신의 수준에 맞는 책인지를 대충 훑어보라. 만약 자신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의 책 중에서 '자신의 독서 능력에 맞는' 고전이 있다면 마땅히 그것을 집어 들라. 그러면 가장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고전은 당신과 같은 주제에 대해 궁금하게 여긴 많은 사람들에게 오랜 시간 검증되어 온 책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장 궁금해 하는 내용의 책은 독서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을 안다'는 것은 독서에서 매우 중요하다. 독서를 잘 하기 위해서는 적극성이 필요하고, 적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의욕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궁금증'이다.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은 독서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며, 뚜렷한 독서의 목적이 있을 때 책 내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검토할 수 있다. 자신의 지적 욕구에 가장 충실한 독서야말로 최상의 독서이다. p135

23 시간의 검증을 받은 책을 골라라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칭찬받아 온 책은 틀림이 없다. 한 세대가 잘못 보아도 인류는 결코 잘못 보지 않는다. -앙드레 말로

나는 발간된 지 최소한 1년 이상 된 책이 아니면 되도록 선택하지 말 것을 권한다. 스테디셀러를 고르라는 말이다. p137

24 쉽고 재미있는 책만 읽으려 하지 말라

25 교양과 인격 형성에 기여하는 책을 선택하라

문명인들을 그토록 비극적으로 분열시켜 놓은 현대의 도덕적 판단은 인문학의 붕괴에 그 뿌리가 있다. -월터 리프만

자신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책을 읽어야 한다. 그것은 독서의 본질적인 기능에 충실한 것임과 동시에 좁게는 자신을, 넓게는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p148

26 유행에 너무 이끌리지 말라

좋은 책을 읽기 위해서는 나쁜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시 인기 있는 책에 함부로 손대지 말아야 한다. 바보 같은 독자를 위해서 책을 쓰는 저자들이 흔히 많은 독자들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쇼펜하우어

현명한 독서가는 유행을 좇는 것이 아니라 유행이 변하는 원리를 탐구하는 독서를 한다. 그래야 유행의 변화를 예상하고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선택할 때는 유행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필요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좀 더 근본적인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그 다음으로 중요하다. p152

27 고급 독자는 인문・사회과학서를 읽는다

언어가 정밀하다는 것은 곧 사유가 정밀하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밀한 언어가 발생시키는 두뇌의 피로 때문에 인문・사회과학서가 딱딱하고 재미없게 여겨지지만, 그것이 바로 인문・사회과학서의 최대 장점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지루하겠지만, 독서 능력에 맞고 관심 있는 책을 우선적으로 선택해 읽는다면 곧 인문・사회과학서만이 가져다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잇을 것이다. 인문・사회과학서를 통해 얻는 지적 성장의 기쁨은 어느 것에도 비할 바가 못 된다.

실용서가 씹기 좋게 잘 갈아진 음식을 숟가락으로 떠 먹여 주는 책이라면, 인문・사회고학서는 음식을 구하는 방법을 알려 주는 책이다. 실용서는 분명 친절하고 편리하지만, 실용서만으로 스스로 사유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실용서는 친절한 만큼 독자의 두뇌가 개입할 여백은 적다. 그렇기 때문에 실용서를 주로 읽는 독자는 수동적인 독서에 길들여지기 쉽다.

인문・사회과학서는 몇 백 년 전의 책이라 하더라도 인간 사회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그것을 탐구한 것이어서 유효기간이 길다. 지금 당장 현실에 적용될 수 없는 책이라 하더라도 저자의 정밀한 사유과정을 탐험하는 과정이 독자의 지적 성장에 커다란 밑거름이 된다. 고전 목록 중에 인문・사회과학서는 많지만 실용서는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흔히 실용서는 실용적이고 인문・사회과학서는 비실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보면 실용서는 작게 실용적이고, 인문・사회과학서는 크게 실용적인 책이다. 실용서는 단기간에 실용적인 책이고, 인문・사회과학서는 평생 실용적인 책이다. 남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인 사유와 판단에 의해 살기 위해서는 인문・사회과학서를 반드시 읽어야 한다. p156

28 좋은 번역서 선택의 중요성

악서(惡書)는 읽지 않으려 해도 자주 접하게 되지만, 양서는 반드시 읽고자 해도 기회가 뒤로 밀리는 것이 많은 독자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쇼펜하우어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출판대국이다. 그러나 그에 걸맞는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해 많은 부분을 번역서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체 출판물에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29퍼센트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참고로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독일은 10퍼센트, 일본은 5퍼센트, 미국은 1퍼센트에 불과하다. p157

29 좋은 번역자를 찾아라

번역가가 저자를 앞지르는 곳에서 원문은 미묘하게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독자는 적절한 시각을 강탈당하게 된다. -슈타이너

30 중역서와 공역서는 되도록 피하라

책의 등과 커버가 가장 좋은 부분인 책들이 있다. - 찰스 디킨스

31 판・쇄, 역자의 말, 원제를 살펴보라

세상에서 책만큼 기묘한 상품도 드물다. 책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인쇄되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팔리고,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장정(裝幀)되고, 검열되고, 읽힌다. 또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의해 집필된다. - G. C. 리히텐베르크

32 '훑어 읽기'로 책의 질을 판단하라

서평을 쓰는 사람들, 그들은 출판사가 개최한 서커스 공연에서 일하는 호객꾼인 경우가 많다. - A. 오말리

책을 고를 때 가장 필요한 것은 '훑어 읽는' 능력이다. 빠른 시간 내에 책 내용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느냐 하는 능력이 책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책을 고를 때 훑어보아야 할 내용은 제목, 저자와 역자의 약력, 출판사명, 판권, 책 표지의 광고문구, 목차, 서문과 후기, 그리고 본문 맨 앞과 맨 뒤 정도이다. p178

요즘 책들은 옛날 책보다 목차가 훨씬 더 친절해 목차만 보아도 대개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저자가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심지어 어떤 문체로 쓰여졌는지까지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독자들이 책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도록 출판사에서 제목만큼 목차에도 신경을 쓴 탓이다.

목차 중에서 자신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 있으면 그 부분을 펼쳐 읽어 본다. 관심 있는 대목이므로 대체로 빨리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본문 내용에 맞지 않게 목차가 과도하게 포장되어 있지는 않은지도 잘 살펴본다. 목차 중에 특별히 관심을 끄는 대목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본문 맨 앞과 맨 뒤를 읽어본다.

본문 첫 부분은 독자들의 눈이 집중되는 곳이므로 저자들은 대개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다. 본문 첫 부분에서 관심을 끌지 못하면 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저자들은 자신의 개성과 분위기를 집약시켜 글을 쓴다. 본문의 맨 뒷부분은 책의 결론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책을 선택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된다. p181

33 신간 정보를 이용하라

성서를 읽은 사람에게 영혼을 의탁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서를 진실로 공들여 세밀하게 읽은 사람은 그들 가운데 50명이나 될까? - 볼테르

독자들이 가장 신뢰하고 많이 참고하는 신간 정보는 일간지 서평이다. 신문 서평 외에도 대형 서점에서 신간을 소개하기 위해 발간한 소책자나 책에 대한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할 수도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신간정보를 얻고 싶다면 연합뉴스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대중서가 아닌 좀 더 전문적인 책들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한다면 전문 서평지를 구독하는 것이 낫다. 조금 수준 있는 책들을 소개하는 서평지로는「서평문화」와「텍스트」가 있다. p185

34 절판된 책 구하는 법

위대한 시인의 작품은 아직 인류에게 읽힌 적이 없다. 그것은 위대한 시인들만이 위대한 작품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책은 읽고 싶을 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읽는 것이 좋다.

* 절판된 책을 구하는 방법

첫째, 해당 출판사에 전화해서 재고가 남아 있는지 알아보고 구입하는 경우

둘째, 헌책방에서 구하는 방법; 헌책방은 어떤 책을 사겠다고 생각하고 이용하기보다는 헌책방에 있는 책 중에서 읽을 만한 책이 있는지 보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셋째, 도서관에서 절판된 책을 복사하는 방법 p189

선진국에서는 대학 도서관이 인근 주민들의 도서관 역할도 겸한다고 한다. 대학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각종 지원과 혜택을 받는다. 그런 만큼 대학 도서관이 국민의 지적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p190


4부 책 읽는 지혜

35 책을 읽는 세 가지 원칙

지식은 타오르는 불과 같다. 처음에는 불을 붙여 주는 사람의 힘에 의지하지만, 불이 붙고 나면 그 스스로 타오른다. - 루즈벨트

첫째, 쉬운 책에서 어려운 책으로

둘째, 한국인이 쓴 것에서 외국인이 쓴 것으로

셋째, 동시대인이 쓴 것에서 고전으로.

실용적으로만 따지만 고전은 현 시대의 흐름에 맞지도 않고 적용하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고전이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p198

36 늦깎이에게 독서 빅뱅이 일어나다

나는 독서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80년 이라는 세월을 바쳤는데, 아직도 그것을 잘 배웠다고는 말할 수 없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독서 빅뱅'이 일어난 것은 내가 서른을 훌쩍 넘긴 때였다.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이 서른이 넘어서야 '독서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결코 자랑이 되지 못한다. 그래도 늦게나마 독서하는 법을 터득하여 내가 모르던 지적 세계를 마음껏 유영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16년간의 정규 교육을 마치고도 효과적으로 독서하는 법을 몰랐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소모적인 지적 훈련과정을 반복하고 있는지를 반증한다. p202

37 '네트워크 독서법'을 발견하다

독서에는 우연이란 없다. 나의 독서의 원천은 모두가 서로 연관되어 있다. 파스칼, 라신, 지드 등 유명한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 프랑수아 모리아크

* 네트워크 독서법의 세 가지 방법

첫째, 한 저자의 책을 잇달아 읽는 것

둘째, 좋아하는 저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따라 책을 찾아 읽는 것

셋째, 한 주제의 책을 잇달아 읽는 것 p209

38 좋아하는 저자의 책을 모두 섭렵하라

많은 저자를 표면적으로 알기보다는 몇몇 저자와 그 주제를 완전히 알도록 힘써야 한다. - 앙드레 말로

책은 저자의 여러 가지 생각을 모두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아니다. 책은 대개 확고한 주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 주제에 맞는' 저자의 생각만 담고 있다. 주제에서 벗어나는 생각은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 하더라도 효과적인 의사 전달을 위해 책에 담지 않는다.

오히려 책의 완성도는 저자의 세계관을 얼마나 많이 담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주제와 관계없는 생각들을 얼마나 잘 덜어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이 저자의 모든 세계관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한 권의 책은 저자가 그 책을 집필할 당시의 생각을 담고 있을 뿐이다. 인간의 생각은 평생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듦에 따라, 정신적・물리적 환경이 변함에 따라 인간의 생각은 끊임없이 유동한다. 어찌 보면, 책은 저자의 유동적인 생각을 어느 순간 포착해 낸 사진기 같은 것이다. p211

39 저자의 인적 네트워크를 따라 읽어라

우리는 종종 다양한 책을 통해 매우 유사한 역사들을 읽지만 그 책의 저자에 대해 어떤 견해를 품고 있느냐에 따라 그 역사는 매우 다르게 판단된다. - 스피노자

책에는 길이 되는 것이 있고, 정거장이 되는 것이 있다. 길이 되는 책은 스쳐 지나가는 책이고, 정거장이 되는 책은 잠시 머무르는 책이다. 물론 비유하자면, 시냇물과 연못이 있는 셈이다. 시냇물은 사람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연못은 사람을 깊어지게 한다. 깊어지려면 머무를 수밖에 없고, 머무르면 깊어질 수밖에 없다. p218

40 같은 주제의 책을 잇달아 읽어라

책이 책을 낳는다. - 볼테르

글을 쓰는 사람들은 대개 가장 효과적인 독석법을 터득하고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글의 주제와 관련된 책을 한꺼번에 여러 권 읽고 참고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이 "책을 획득하는 방법 중에서도 책을 직접 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칭송할 만한 방법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라고 한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들은 책을 한 권 쓸 때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지적 도약을 이룬다. 책을 쓰는 것은 남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지만, 저자 자신 의지적 능력을 신장시키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읽기와 쓰기의 병행은 연쇄적인 지적 폭발을 낳는다. p224

41 독서의 목적은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는 데 있다

하나의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단어를 사전적 의미로만 읽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 텍스트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해 낸다. - 멀린 C. 위트록

책을 읽고 정서적 공감이나 깨달음을 얻는 것, 혹은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일방적이지 않다. 독서 수준이 높은 독자일수록 글을 '평가하며 읽고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려 한다.

독서가는 독서 행위에서 책을 '매개'로 삼을 뿐 '주제'로 삼지 않는다. 독서가는 자기 자신을 주체로 삼는다. 인간의 사유가 언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독서가는 언어의 성찬인 책을 읽는 것일 뿐이다. 진정한 독서가에게 모든 책은 참고문헌일 뿐이며, 책에 있는 텍스트를 발견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참고로 하여 자기 내부의 텍스트를 발견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책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이다. 우리가 보아야 하는 것은 손가락이 아니라 달이다. 그리고 그 달은 자신의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독서의 진정한 목적이다. 책은 저자가 세상과 소통해온 결과물이다. 독자는 그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소통할 뿐 아니라 자신과도 소통한다.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는 독서란 창의적인 독서이다. 창의적인 독서를 하는 자만이 진정으로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다. 그것은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창조적인 저서가 있는 것처럼 창조적인 독서가 있는 것이다. p228

42 읽은 책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라

해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햄릿』을 다시 읽고 그때마다 감동을 글로 남기면 그것은 사실상 우리의 자서전을 기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인생 경험이 풍부할수록 인생에 대한 셰익스피어의 해석도 그만큼 더 절실하게 와 닿기 때문이다. - 버지니아울프

한 권의 저작이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은 그 의미의 역동성과 가변성을 실증한다. 하나의 텍스트가 가진 의미의 경계는 분명하지 않으며, 그 의미를 결정하는 것은 독자이다.

여기에서 하나의 결론이 도출된다. 그것은 독서가 다른 사람의 텍스트를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텍스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총동원하여 책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책에서 사용되는 하나의 낱말은 사전적 의미로 이해하기보다는 전체 의미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독자는 책에서 하나의 절대적인 객관성을 추출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풍부한 다의성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사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획득하게 되고, 사물과 사물을 잇는 수많은 관계를 섬세하게 인식하게 된다. p233

사회・역사적 맥락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면 과거의 경험은 다르게 인식되는 것이다.

독서는 이처럼 독자가 텍스트의 해석에 창조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이고, 그 과정이 있음으로 해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게 된다. 창조적인 책읽기와 독서의 즐거움, 그리고 지적 깨달음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인 것이다. 독서는 단지 지식 하나, 정보 하나를 알아 가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성을 회복하는 과정이고, 세계를 발견하는 과정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p234

43 평가하고 질문하며 읽어라

독서만 하고 사고가 없는 사람은 그저 먹기만 하려는 대식가와 같다. 그것은 영양가 높고 맛 좋은 음식도 위액을 통해 소화되지 않고서는 이로움이 없는 것과 같다. - 조슈아 실베스터

책의 내용을 평가하려면 독자은 많은 질문을 하며 읽어야 한다.

첫째, '저자의 주장은 타당한가?'

둘째, 저자의 주장이 우리의 실정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질문해 보아야 한다.

셋째, 글에 숨어 있는 저자의 의도와 목적이 무엇인지 질문해야 한다. p238

책의 내용을 평가하고 질문하며 읽는 것은 저자와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일일 뿐 아니라 자신과도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일이다. p239

44 메모하고 밑줄 치며 읽어라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절반은 독자 자신이 만든다. - 볼테르

45 책에 메모하고 표시하는 방법

책을 읽고 성현의 뜻을 깨닫지 못한다면 인쇄공과 다름이 없다. - 채근담

46 정독과 완독만이 능사는 아니다

나는 책을 읽을 때 어려운 부분과 만나면 결코 과도하게 골몰하지 않는다. 한두 번 생각하다가 알 수 없을 때는 포기하고 만다. 어려운 부분에 계속 집착하면 자신과 시간을 동시에 잃고 말기 때문이다. - 몽테뉴

노회(老獪)한 운전사는 차의 속도를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독서에 있어서도 어느 하나의 방법만을 고집하지 않고 여러 방법을 상황에 맞게 능숙하게 운용할 수 있을 때 노회한 독서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p252

47 책을 빨리 읽는 방법

너무 급하게 읽거나 너무 천천히 읽을 때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 파스칼

첫째, 문단을 덩어리로 보고 읽어라

둘째, 접속어에 주목하라

셋째, 아는 부분이나 알 필요가 없는 부분은 과감히 건너뛰어라. p257

48 축약본을 읽고 원저를 읽었다고 생각하지 말라

요약하는 자들은 지식과 사랑을 모두 망쳐 놓는 놈들이다.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요약서나 해설서를 읽었다면, 원서를 읽을 좋은 기회로 삼아 도전하는 것이 좋다. p261

49 어려운 철학서는 개괄한 후 보라

좋은 책은 항상 우리에게 무언가를 주면서도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책은 우리가 듣고 싶어 할 때 말해 주고, 우리가 피곤을 느끼면 침묵을 지켜 준다. - 파울 에른스트

50 자신의 편견을 깨는 책을 읽어라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 책이 당신에게 얼마나 강한 펀치를 날리는가 하는 점이다. - 구스타프 플로베르

동학에 '불연기연(不然其然)' 이라는 말이 있다. 풀어서 말하면 '아니다, 그렇다' 는 뜻이다. 어떤 사물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총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오류이다. 그러나 사물에 규정된 성격이 일부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참이다. 결국 사물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은 불연기연, 즉 '아니다, 그렇다, 그렇다, 아니다' 를 반복함으로써만 가능하다.

그리고 인간의 사유 역시 이처럼 변증법적인 과정을 거쳐 발전해 나간다. 자신의 생각이 '옳다, 그르다' 를 반복함으로써 극단적인 사고를 배제할 수 있고, 열린 사고를 통해 풍부한 사유를 획득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지적 역량을 고양시키고 진리에 접근하기 위해 자신의 생각과 같은 주장을 하는 책과 반대되는 주장을 하는 책을 함께 읽어 보아야 한다. p269

책은 그것을 이용하는 방식과 의도에 따라 맹신자를 만들기도 하고 지성인을 만들기도 한다. 세계관의 소통이 아무리 책의 본래 목적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이 고립과 자기 폐쇄의 용도로 사용한다면, 책은 악의 기능을 성실하게 수행하게 된다.

자신의 의견과 반대되는 책을 찾아 읽지 않고서는 결코 지적인 확장을 기대할 수 없고, 진정한 '신념'도 기대할 수 없다. 진정한 신념은 열린 독서에서 형성되며, 열린 독서를 통해 형성된 신념만이 유연하면서도 어떠한 난관에도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 된다. 진정한 지성은 열린 지성이며, 열린 지성은 열린 독서를 통해서 만들어진다. p270

51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에 도전하라

갈매기여 오라, 천금의 책을 펼칠 때마다. - 미하시 도시오

일반적으로 전제되는 명제를 찰떡같이 믿는 사람에게 정신적 진보란 없다. 반면 이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탐구하는 사람은 지성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지성인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수많은 '텍스트'로 이루어진 사회적 담론들에 대해 통찰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과정은 근본적인 문제뿐 아니라 모든 문제에 답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p274




3. 느낀 점

하나, 일관된 형식과 주제를 통한 간결한 문장, 논리적인 핵심으로 독자를 무찌르는 구성

이 책은 독서의 올바른 방법론을 제시하며 한 가지 주제로 일관한다. 칼럼별 A4용지 두 장 정도를 내용하며, 책을 잘 읽기 위한 단계적 접근을 4단계로 구성하여, 전체 51꼭지 275쪽의 부담 없는 분량으로 충실히 엮었다. 다른 책의 사이즈에 비해 가로 세로 1.5 내지 2 센티미터 가량 작게 만들어, 앙증맞고 귀여운 감이 들기도 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필요한 누구든지 에게 도움이 되도록 기획・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문체 역시 차분하고 깔끔하다.

둘, 진솔한 설득력과 강력한 내공

머리말의 서두에서 저자는 대뜸 자신은 "본래부터 책을 좋아했던 사람은 아니다." 라고 밝힘으로써 독서에 얼마간의 부담을 안고 책을 집어 들었을 독자들을 일시에 무장해제 시키며, 자신의 주장과 설득에 귀 기울이도록 이끈다.

셋, 늦깎이 독서 빅뱅의 바람

서른이 넘어 독서삼매경에 빠지며 터득하고 깨우치게 된 좋은 독서를 위한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왜 우리가 책읽기를 생활화해야 하며, 그 가운데서도 인문학이나 사회과학과 철학 서적을 중점적으로 읽어야 하는 지를 타당성 있게 설파한다.

책이 너무 쉽게 술술 읽히다보니 빠트리고 읽지는 않았을까 의심해 보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독서 후 가뿐한 마음으로 리뷰에 돌입하며, 저자의 다른 저서들도 살펴보노라니 더한층 읽은 책의 가치와 깊이가 느껴진다.

넷, 논술이나 글쓰기를 하려는 이들의 독서법에 매우 유용

요즘에는 대학 진학 시에 논술과목이 강화되어 초등학교 때부터 글쓰기와 독서지도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바로 그러한 현상들과 맞물려 중・고생들을 위한 입시 논술의 전략과 대책에도 부응하며, 방법론과 대상 타겟을 삼아 기획하였나 생각이 미치기도 한다. 작가가 그 스스로 터득한 독서법에 대하여 일갈하니 더욱 신뢰감이 든다.
또한 이 책은 나로 하여금 글쓰기를 한다며 여태 이러한 점을 간과하며 책 읽기를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한다.

다섯, 반갑다, 책아!

이 책을 시발로 나의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사항들을 사색하는 계기가 되도록 하려한다. 한동안 접어두었던 글쓰기와 책읽기를 하려니 얼마 전 제법 수련이 되었다 싶었는데, 기실 도루아미 타불이 된 감이 없지 않다. 해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구입해 읽었다. 간과한 내용들을 되새길 수 있어 다행이다. 지금부터라도 차근히 유념하며 바른 독서법을 지향할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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