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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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7일 수요일.
1. 연구공간수유너머
모처럼 카페 탐험대 일원과 만남을 가졌다. 각자 어떻게 방향을 정하고 있는가에 대한 안부 겸 약속 장소를 정하다 평소 관심을 두었던 곳의 공간 탐방을 나서 본 것이다. 연구공간<수유너머> 용산 본점을 탐방하여 보았다. 후암동 해방촌 부근의 외국인 학교 내 2, 3층의 건물을 통째로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해 놀랐다. 건물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각 층의 실내공간, 즉 교실을 약간씩 변형 및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다. 언뜻 대안문화공간으로 폐교를 활용하는 듯한 연상이 되었다. 그룹별 소모임을 매우 활발히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며, 무언가 약간 특이하게 운영하는 듯한 인상이다. 각 층의 각 방마다 여러 프로그램이 자유롭고 진지하며 저마다의 형태에 적합하게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 교실 밖에서 대강 들여다 보기에는 수련회 프로그램이나 교회 등에서의 자치활동 같은 분위기이다. 그러므로 틀에 박힌 듯 사무실 공간만으로 인지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특정 프로그램의 성격과 운용 계획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며, 넓은 공간에 몇 개의 소그룹 형태로 진행되기도 하고, 아예 별도의 독립된 공간을 따로 이용하기도 하는 등,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참신하고 다채로운 형태로 공간 활용을 하는 느낌이다. 어느 공간에 대해서는 강당으로도 쓰고 공연 무대로도 사용하며 소그룹의 덩어리 모임에 이용하는 식이다.
특이하게 건물 내에 카페와 식당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자체 운영을 하며 당번제로 순번을 정하여 공동체 활동 형태로 꾸려간다. 일행은 그곳 카페에서 싸고 저렴한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며 30분 이상 휴식을 취하였다. 나는 간밤에 잠을 설쳐 눈을 감고 쉬었다가 나왔고, 효정은 틈새를 이용해 두꺼운 책을 펼쳐 읽었다. 카페가 건물의 가장 높은 공간의 한쪽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동네 자체가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일 정도의 워낙 높은 지대여서, 요즘 같은 더위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선풍기 하나 정도만으로 해결이 되었다. 한낮의 탱양이 비껴간 오후 4시경이었는데 처음 들어설 당시에는 에어콘도 안 돌리고 운영하나 싶었는데, 해가 비치는 창가에 앉았음에도 지역이 높은 곳이라 제법 시원하게 바람이 들어왔다. 솔솔 불어오는 자연바람의 시원함을 맞으니 오랜만의 생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진 - 외국인 학교 건물의 2, 3층 공간에 위치한 <연구공간수유너머>의 표지판
2. 책 잇는 방 토리
잠시 휴식과 분위기를 대략 적으로 접해본 후 우리는 마을 버스를 타고 다시 갈월동쪽으로 나왔다. 효정이 탐방을 목적한 것이 아닌 만큼 그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당동의 카페 SiX로 자리를 옮기자고 하였으나, 이왕에 시내로 나왔으니 새로운 곳을 탐방하며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고 숙대쪽으로 향해 보았다. 지난 번에 언뜻 바삐 스치며 보아둔 터키식 케밥요리 전문점에 가서 요기를 해볼 요량이기도 하였다. 집에서 충분히 챙겨 먹고 나서도 이상하게 카페 탐방에만 나서면 금새 무엇이 당기곤 하는 것이다. 다시 숙대 근처로 진입하여 케밥하는 곳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아 돌아다니다가 눈에 들어오는 지하 책방에 들어갔다. 기실 이상북(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연상하며 어떤 공간으로 꾸몄을까 상상을 해보게 된다. 예상대로 비슷한 분위기의 헌책방+새착방의 개념인 <토리>라는 명칭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그곳처럼 넓지 않아 공간 활용을 겸하기는 어렵겠다. 자그마한 커뮤니티 책상 하나가 겨우 놓인 정도다. 이상북에서도 그랬지만, 어쩐지 이런 공간들의 지기들을 만나면 신선하기도 하고 마음이 짠한 느낌이 들곤 한다. 모두가 버젖한 대로변의 잘되는 층을 선호함에 골목에서 약간 들어한 건물의 지하에 위치한 곳에서, 욕심과 허영보다는 자신들의 꿈을 향해 진지하게 다가서는 사람들이고는 해서 그런가 보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문화운동과 연계하여 운영해나갈 계획이란다. 나는 그곳에서 헌책 3권을 구입하고 나오다가 마침내 터키 케밥 집을 발견하여 우리는 그곳에서 가볍게 저녁을 때웠다.

사진- 책 잇는 방 토리
3. 터키요리 케밥
케밥집 사장 (- 그는 자신을 매니저라고 소개하며, 여직원 한 명과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곳의 직원이라고 하였다)도 젊은 청춘에 이미 산전수전의 공중전을 겪은 듯, 내공이 만만찮은 재미난 사람이었다. 안 해 본 것이 없이 거의 대부분의 업종을 두루 섭렵해 보았단다. 돈도 많이 벌었었는데, 순진해서 다 잃었다고 하는 데도 여유가 있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겁없이 흥미를 느끼며 해나갈 사람으로 보인다. 우리 일행이 맞은 편에서 기웃거리며 들어올 때부터 처음 오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나. 약 3개월만 일을 해보면 눈치 코치가 생겨 손님에 대해 판단이 서게 된다고 하며, 편안한 인상으로 친근감 있게 너스레를 떤다. 사실 케밥 한 개로 요기가 되지는 않았지만, 음료와 함께 먹으니 간식으로는 적당했다.
이 가게의 특이한 점은 야박하게도 물을 서비스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리고는 음료를 세트 메뉴식으로 판다. 어쩔 수 없이 물 대신 음료를 마시게 되는 시스템이며, 절대 가격의 변동이 없게 하는 운영 방식이다. 저가 메뉴 한개를 500원 싸게 팔고 대신 세트를 시키면 원래의 가격에 청량 음료수를 제공해 주는 방식이다. 물론 다른 일반 메뉴는 음료값이 따로 500원이 추가되는 것이다. 물을 무료 제공 하지 않는데도 500원 정도의 비교적 싼 가격으로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시게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의당 매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전략인 것이다. 과거 언제부턴가 "물은 서비스" 라고 써 붙여 놓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격적인 운영을 하는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음식점에서조차 손님에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서비스도 하지 않으려는 얄팍한 상술로나 전파될까봐 문득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인스턴트 청량 음료를 권장하는 분위기와 어쩔 수 없이 그것 들을 주문 할 수 밖에는 없는 상황과 구조를 만들어 놓음이 얄미움을 너머 무섭기까지 하다. 이제는 음식도 파는 것을 그대로 믿고 주문하거나 구입하기보다 건강을 생각하며 스스로가 알아서 분명하게 선택하여 취할 일이다.
4. 카페 메종로즈
맛있게 맛을 본 케밥 요리점을 나와 본격적으로 밥을 더 먹을까 어쩔까 하다가 다시 카페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사실 여태 제대로 된 이야기 하나 하지 않고 무더위에 터벅터벅 돌아다니며, 각자 서로의 느낌을 접해 보는 식이였으니 이야기를 좀 나누어야 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바깥에 써붙인 가격도 저렴하고 공간도 여유있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카페 <메종로즈> 이다. 우선 좀 편하게 쉬면서 이야기나 나눌 만한 조용하고 한가해 보이는 곳을 선택했던 것이다. 카페에는 중년의 남자와 어린 여급이 손님을 맞았다.
일반적으로는 중년의 쥔장이 왔가갔다 하며 손님을 살피는 것 보다는 젊고 앳된 점원이 재빠르게 다가와 안내와 주문을 받는 것이 손님으로서는 편하다. 그런데 챙모자를 쓴 상태로 언뜻 카페에 들러서며 느껴지는 분위기로는 제법 멋을 부릴 줄 아는 한량 같은 중년의 쥔장에, 아직 며칠 되지도 않은 어설픈 여급이 주인으로부터 무언가를 단단히 지시받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우리는 일단 한가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공간과 구성물인 의자와 탁자에 만족해 하며 , 한갓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냉커피를 주문했다. 더위에 일일히 걸어다니며 관찰해야 하는 찾아 다니는 탐방 활동이란 힘이 들고 지치게 마련이다. 하여 쉬면서 오늘 일정의 마무리 대화를 나누고, 카페를 나서기 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주인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참에 둘러보니 공간이 너무 괜찮게 느껴지는 것이다. 좋은 느낌을 전하며 잘 되는가 하고 물으니 친절한 쥔장이 바로 말을 받으며, 하소연 가득한 이야기를 꺼낸다. 몇 마디를 나누어 보니 음색이며 거동면에서 상당한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 것이다. 신실해 보이는 태도에 선뜻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다. 그동안 여러 곳들을 탐방하며 얻어들은 노하우와 책을 통해 학습하며 갖게 된 생각들에 대해 입이 근질거린 것일까?
단박에 진지한 이야기로 돌입되었다. 그러자 신이 난 쥔장은 마치 숨겨둔 보물이라도 꺼내어 보여주듯 닫아둔 2층 공간으로 안내해 주었다. 아래층과 연계된 괜찮은 공간이 조용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5년간 운영하였고 한 때는 상당히 잘 되었는데, 요즘에 싼 가격대의 빈티지풍의 카페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어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이나 새로운 아이템 등에 뒤쳐지게 되면서 커다란 덩치를 운영해 나가기가 버거운 모양이다. 실내 공간을 꾸민 것 하며, 안목이 예사롭지 않아 공간 꾸밈에 대해 연유를 들어보니 아내와 외동딸이 모두 화가로 활동하고 있단다. 그들에게 전시 공간 겸 생활의 기반이 되도록 갤러리형 카페를 운영해 나가고 있는 것인데, 요즘에 유사 이래로 몹시 경영란에 처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카페 하나하나의 꾸밈에 안목과 정성과 배려와 멋과 낭만이 풍겨나는 곳으로, 공간에 대한 사랑과 진정성이 묻어나는 곳이다. 공간의 숨죽임이 안타까워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 갤러리 카페 메종 로즈에서 안내하는 쥔장의 영애 박해언 님의 개인전 안내 포스터
예상치 않게 이야기가 무르익으며 카페 쥔장의 숨겨진 개인사와 인생관도 접하게 되었다. 석 달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 만으로 밤을 지샐 수 있다는 범상치 않은 카페 주인의 언변 이면에는 그럴 수밖에는 없는 충분한 삶의 이력들이 담겨져 있다.
카페 초창기 시절, 그의 선친께서 이미 전쟁 직후부터 마산의 <외인구락부>라는 곳을 직접 운영하시었단다. 그로인해 어릴 적부터 카페라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친숙함은 물론, 그 지역 문인 및 예술인들과 정치인 등을 접하며 성장하였단다. 그러한 영향들로 인한 때문인지 조금은 남다른 취향과 독특한 일상을 영위하며 나름 폼나게 살았음을 자부한다. 그만이 누려온 생활 전반에 대한 익숙한 멋과 중년의 한가로운 기품들이 물씬 배어남이다. 하지만 그 자신은 가페의 일에 만족스럽지 않단다. 무엇보다 카페를 운영해온 지난 5년 동안은 카페에 얽매여 국내의 가까운 속초 한 번을 다녀오지 못했다는 하소연이다.

카페에는 아내와 딸, 두 화가의 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층별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 정면의 창은 테라스에서 들여다본 바깥 풍경을 향한 둘 만의 연인석 공간을 찍은 것이며, 앞의 하얀 식탁과 의자는 자유로이 테라스 공간에 놓인 것들이다.
가족이나 주변 환경 외에 쥔장의 내공도 만만치 않다. 미대륙을 4번이나 자동차로 횡단하며 동굴 탐험을 한 이력을 갖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낭만적 탐험가인 것이다. 대학시절부터 동굴탐험을 하여 언론 매체 및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는가 하면, 37세 때인 1991년에는 후배들과 함께 미대륙의 동굴 탐험대를 결성하여, 그곳 동굴 탐험을 즐기는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동강 레프팅 등의 시도도 자신이 맨처음 하였는가 하면, 그 외 여러 이채롭고 다양한 문화적 체험들을 많이 지녔기 때문에 삶이 풍요롭게 회상되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꿈과 모험에 가득 찼던 지난 시절의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가 쉴새 없이 흘러나왔다. 경험이 풍부하고 삶의 관조도 깊으며 사고가 글로벌한 세계를 향해 열려있어 진취적이고 호방하다. 그래서 이곳 대학가의 젊은 카페 손님들과도 이야기가 잘 통한다고 한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체득한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그만의 삶의 철학과 생활상에 빠져들어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을 기약하고는 헤어졌다.
현재로서는 변경연과 가장 적합하게 잘 어울리는 공간을 찾은 느낌이다.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신념을 가진이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 교류하며, 상생의 관계를 펼쳐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오늘은 이만 그치기로 한다.
할 일도 많은데 일지를 정리하다가 문득 사진을 올려볼 양 한 것이 익숙하지 않아 엄청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끙! ^-^*
IP *.197.63.9

모처럼 카페 탐험대 일원과 만남을 가졌다. 각자 어떻게 방향을 정하고 있는가에 대한 안부 겸 약속 장소를 정하다 평소 관심을 두었던 곳의 공간 탐방을 나서 본 것이다. 연구공간<수유너머> 용산 본점을 탐방하여 보았다. 후암동 해방촌 부근의 외국인 학교 내 2, 3층의 건물을 통째로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해 놀랐다. 건물의 골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각 층의 실내공간, 즉 교실을 약간씩 변형 및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다. 언뜻 대안문화공간으로 폐교를 활용하는 듯한 연상이 되었다. 그룹별 소모임을 매우 활발히하는 모습으로 비춰지며, 무언가 약간 특이하게 운영하는 듯한 인상이다. 각 층의 각 방마다 여러 프로그램이 자유롭고 진지하며 저마다의 형태에 적합하게 운영되고 있는 듯하다 . 교실 밖에서 대강 들여다 보기에는 수련회 프로그램이나 교회 등에서의 자치활동 같은 분위기이다. 그러므로 틀에 박힌 듯 사무실 공간만으로 인지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특정 프로그램의 성격과 운용 계획에 맞게 융통성을 발휘하며, 넓은 공간에 몇 개의 소그룹 형태로 진행되기도 하고, 아예 별도의 독립된 공간을 따로 이용하기도 하는 등, 아이디어를 동원하여 참신하고 다채로운 형태로 공간 활용을 하는 느낌이다. 어느 공간에 대해서는 강당으로도 쓰고 공연 무대로도 사용하며 소그룹의 덩어리 모임에 이용하는 식이다.
특이하게 건물 내에 카페와 식당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자체 운영을 하며 당번제로 순번을 정하여 공동체 활동 형태로 꾸려간다. 일행은 그곳 카페에서 싸고 저렴한 핸드 드립 커피를 마시며 30분 이상 휴식을 취하였다. 나는 간밤에 잠을 설쳐 눈을 감고 쉬었다가 나왔고, 효정은 틈새를 이용해 두꺼운 책을 펼쳐 읽었다. 카페가 건물의 가장 높은 공간의 한쪽에 위치해 있는데다가 동네 자체가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일 정도의 워낙 높은 지대여서, 요즘 같은 더위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어 놓은 채 선풍기 하나 정도만으로 해결이 되었다. 한낮의 탱양이 비껴간 오후 4시경이었는데 처음 들어설 당시에는 에어콘도 안 돌리고 운영하나 싶었는데, 해가 비치는 창가에 앉았음에도 지역이 높은 곳이라 제법 시원하게 바람이 들어왔다. 솔솔 불어오는 자연바람의 시원함을 맞으니 오랜만의 생소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진 - 외국인 학교 건물의 2, 3층 공간에 위치한 <연구공간수유너머>의 표지판

잠시 휴식과 분위기를 대략 적으로 접해본 후 우리는 마을 버스를 타고 다시 갈월동쪽으로 나왔다. 효정이 탐방을 목적한 것이 아닌 만큼 그가 마음에 들어하는 사당동의 카페 SiX로 자리를 옮기자고 하였으나, 이왕에 시내로 나왔으니 새로운 곳을 탐방하며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고 숙대쪽으로 향해 보았다. 지난 번에 언뜻 바삐 스치며 보아둔 터키식 케밥요리 전문점에 가서 요기를 해볼 요량이기도 하였다. 집에서 충분히 챙겨 먹고 나서도 이상하게 카페 탐방에만 나서면 금새 무엇이 당기곤 하는 것이다. 다시 숙대 근처로 진입하여 케밥하는 곳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아 돌아다니다가 눈에 들어오는 지하 책방에 들어갔다. 기실 이상북(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연상하며 어떤 공간으로 꾸몄을까 상상을 해보게 된다. 예상대로 비슷한 분위기의 헌책방+새착방의 개념인 <토리>라는 명칭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그곳처럼 넓지 않아 공간 활용을 겸하기는 어렵겠다. 자그마한 커뮤니티 책상 하나가 겨우 놓인 정도다. 이상북에서도 그랬지만, 어쩐지 이런 공간들의 지기들을 만나면 신선하기도 하고 마음이 짠한 느낌이 들곤 한다. 모두가 버젖한 대로변의 잘되는 층을 선호함에 골목에서 약간 들어한 건물의 지하에 위치한 곳에서, 욕심과 허영보다는 자신들의 꿈을 향해 진지하게 다가서는 사람들이고는 해서 그런가 보다. 다소 생소한 이름의 문화운동과 연계하여 운영해나갈 계획이란다. 나는 그곳에서 헌책 3권을 구입하고 나오다가 마침내 터키 케밥 집을 발견하여 우리는 그곳에서 가볍게 저녁을 때웠다.
사진- 책 잇는 방 토리

케밥집 사장 (- 그는 자신을 매니저라고 소개하며, 여직원 한 명과 체인점으로 운영되는 곳의 직원이라고 하였다)도 젊은 청춘에 이미 산전수전의 공중전을 겪은 듯, 내공이 만만찮은 재미난 사람이었다. 안 해 본 것이 없이 거의 대부분의 업종을 두루 섭렵해 보았단다. 돈도 많이 벌었었는데, 순진해서 다 잃었다고 하는 데도 여유가 있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겁없이 흥미를 느끼며 해나갈 사람으로 보인다. 우리 일행이 맞은 편에서 기웃거리며 들어올 때부터 처음 오는 사람이란 걸 알았다나. 약 3개월만 일을 해보면 눈치 코치가 생겨 손님에 대해 판단이 서게 된다고 하며, 편안한 인상으로 친근감 있게 너스레를 떤다. 사실 케밥 한 개로 요기가 되지는 않았지만, 음료와 함께 먹으니 간식으로는 적당했다.
이 가게의 특이한 점은 야박하게도 물을 서비스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그리고는 음료를 세트 메뉴식으로 판다. 어쩔 수 없이 물 대신 음료를 마시게 되는 시스템이며, 절대 가격의 변동이 없게 하는 운영 방식이다. 저가 메뉴 한개를 500원 싸게 팔고 대신 세트를 시키면 원래의 가격에 청량 음료수를 제공해 주는 방식이다. 물론 다른 일반 메뉴는 음료값이 따로 500원이 추가되는 것이다. 물을 무료 제공 하지 않는데도 500원 정도의 비교적 싼 가격으로 시원한 탄산음료를 마시게 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의당 매출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전략인 것이다. 과거 언제부턴가 "물은 서비스" 라고 써 붙여 놓고 저렴한 가격으로 공격적인 운영을 하는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음식점에서조차 손님에게 최소한의 기본적인 서비스도 하지 않으려는 얄팍한 상술로나 전파될까봐 문득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인스턴트 청량 음료를 권장하는 분위기와 어쩔 수 없이 그것 들을 주문 할 수 밖에는 없는 상황과 구조를 만들어 놓음이 얄미움을 너머 무섭기까지 하다. 이제는 음식도 파는 것을 그대로 믿고 주문하거나 구입하기보다 건강을 생각하며 스스로가 알아서 분명하게 선택하여 취할 일이다.

맛있게 맛을 본 케밥 요리점을 나와 본격적으로 밥을 더 먹을까 어쩔까 하다가 다시 카페에 들어가기로 하였다. 사실 여태 제대로 된 이야기 하나 하지 않고 무더위에 터벅터벅 돌아다니며, 각자 서로의 느낌을 접해 보는 식이였으니 이야기를 좀 나누어야 했다. 어디를 갈까 하다가 바깥에 써붙인 가격도 저렴하고 공간도 여유있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다. 카페 <메종로즈> 이다. 우선 좀 편하게 쉬면서 이야기나 나눌 만한 조용하고 한가해 보이는 곳을 선택했던 것이다. 카페에는 중년의 남자와 어린 여급이 손님을 맞았다.
일반적으로는 중년의 쥔장이 왔가갔다 하며 손님을 살피는 것 보다는 젊고 앳된 점원이 재빠르게 다가와 안내와 주문을 받는 것이 손님으로서는 편하다. 그런데 챙모자를 쓴 상태로 언뜻 카페에 들러서며 느껴지는 분위기로는 제법 멋을 부릴 줄 아는 한량 같은 중년의 쥔장에, 아직 며칠 되지도 않은 어설픈 여급이 주인으로부터 무언가를 단단히 지시받고 있는 듯한 분위기이다. 우리는 일단 한가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공간과 구성물인 의자와 탁자에 만족해 하며 , 한갓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냉커피를 주문했다. 더위에 일일히 걸어다니며 관찰해야 하는 찾아 다니는 탐방 활동이란 힘이 들고 지치게 마련이다. 하여 쉬면서 오늘 일정의 마무리 대화를 나누고, 카페를 나서기 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주인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그 참에 둘러보니 공간이 너무 괜찮게 느껴지는 것이다. 좋은 느낌을 전하며 잘 되는가 하고 물으니 친절한 쥔장이 바로 말을 받으며, 하소연 가득한 이야기를 꺼낸다. 몇 마디를 나누어 보니 음색이며 거동면에서 상당한 분위기가 풍겨 나오는 것이다. 신실해 보이는 태도에 선뜻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다. 그동안 여러 곳들을 탐방하며 얻어들은 노하우와 책을 통해 학습하며 갖게 된 생각들에 대해 입이 근질거린 것일까?
단박에 진지한 이야기로 돌입되었다. 그러자 신이 난 쥔장은 마치 숨겨둔 보물이라도 꺼내어 보여주듯 닫아둔 2층 공간으로 안내해 주었다. 아래층과 연계된 괜찮은 공간이 조용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5년간 운영하였고 한 때는 상당히 잘 되었는데, 요즘에 싼 가격대의 빈티지풍의 카페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어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이나 새로운 아이템 등에 뒤쳐지게 되면서 커다란 덩치를 운영해 나가기가 버거운 모양이다. 실내 공간을 꾸민 것 하며, 안목이 예사롭지 않아 공간 꾸밈에 대해 연유를 들어보니 아내와 외동딸이 모두 화가로 활동하고 있단다. 그들에게 전시 공간 겸 생활의 기반이 되도록 갤러리형 카페를 운영해 나가고 있는 것인데, 요즘에 유사 이래로 몹시 경영란에 처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카페 하나하나의 꾸밈에 안목과 정성과 배려와 멋과 낭만이 풍겨나는 곳으로, 공간에 대한 사랑과 진정성이 묻어나는 곳이다. 공간의 숨죽임이 안타까워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 갤러리 카페 메종 로즈에서 안내하는 쥔장의 영애 박해언 님의 개인전 안내 포스터
예상치 않게 이야기가 무르익으며 카페 쥔장의 숨겨진 개인사와 인생관도 접하게 되었다. 석 달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 만으로 밤을 지샐 수 있다는 범상치 않은 카페 주인의 언변 이면에는 그럴 수밖에는 없는 충분한 삶의 이력들이 담겨져 있다.
카페 초창기 시절, 그의 선친께서 이미 전쟁 직후부터 마산의 <외인구락부>라는 곳을 직접 운영하시었단다. 그로인해 어릴 적부터 카페라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친숙함은 물론, 그 지역 문인 및 예술인들과 정치인 등을 접하며 성장하였단다. 그러한 영향들로 인한 때문인지 조금은 남다른 취향과 독특한 일상을 영위하며 나름 폼나게 살았음을 자부한다. 그만이 누려온 생활 전반에 대한 익숙한 멋과 중년의 한가로운 기품들이 물씬 배어남이다. 하지만 그 자신은 가페의 일에 만족스럽지 않단다. 무엇보다 카페를 운영해온 지난 5년 동안은 카페에 얽매여 국내의 가까운 속초 한 번을 다녀오지 못했다는 하소연이다.
카페에는 아내와 딸, 두 화가의 그림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층별로 전시되어 있다. 사진 정면의 창은 테라스에서 들여다본 바깥 풍경을 향한 둘 만의 연인석 공간을 찍은 것이며, 앞의 하얀 식탁과 의자는 자유로이 테라스 공간에 놓인 것들이다.
가족이나 주변 환경 외에 쥔장의 내공도 만만치 않다. 미대륙을 4번이나 자동차로 횡단하며 동굴 탐험을 한 이력을 갖고 있는 예사롭지 않은 낭만적 탐험가인 것이다. 대학시절부터 동굴탐험을 하여 언론 매체 및 신문지상에 오르내렸는가 하면, 37세 때인 1991년에는 후배들과 함께 미대륙의 동굴 탐험대를 결성하여, 그곳 동굴 탐험을 즐기는 등의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동강 레프팅 등의 시도도 자신이 맨처음 하였는가 하면, 그 외 여러 이채롭고 다양한 문화적 체험들을 많이 지녔기 때문에 삶이 풍요롭게 회상되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꿈과 모험에 가득 찼던 지난 시절의 무궁무진한 이야기 보따리가 쉴새 없이 흘러나왔다. 경험이 풍부하고 삶의 관조도 깊으며 사고가 글로벌한 세계를 향해 열려있어 진취적이고 호방하다. 그래서 이곳 대학가의 젊은 카페 손님들과도 이야기가 잘 통한다고 한다.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체득한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그만의 삶의 철학과 생활상에 빠져들어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 다음을 기약하고는 헤어졌다.
현재로서는 변경연과 가장 적합하게 잘 어울리는 공간을 찾은 느낌이다. 좋은 생각과 아름다운 신념을 가진이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서로 교류하며, 상생의 관계를 펼쳐 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기도 하지만 오늘은 이만 그치기로 한다.
할 일도 많은데 일지를 정리하다가 문득 사진을 올려볼 양 한 것이 익숙하지 않아 엄청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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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여러장 사진 넣는 방법>
1. 파일 사이즈를 가로 600 픽셀 정도로 맞추어 크기를 줄인다.
- 게시되는 이미지 총 용량이 2MB(어서 많이 듣던 표현 ^^... 이메가 정도는 넘어서야 하는데...)를
넘지 못하니 '포토샵' 등을 이용하여 파일 사이즈를 줄여야 함.
- 이걸 하지 않으면 용량 제한으로 여러장 사진 게시가 불가해 짐
2. 오른쪽에 있는 '파일첨부' 버튼 눌러, 넣고 사진 이미지 꾹꾹 눌러준다. (여기에서 여러장의 사진을 첨부해 줘야 함)
3. 그 다음 '본문삽입' 단추를 사용하여 넣고 싶은 곳에 이미지를 넣어 줌
4. 끝
1. 파일 사이즈를 가로 600 픽셀 정도로 맞추어 크기를 줄인다.
- 게시되는 이미지 총 용량이 2MB(어서 많이 듣던 표현 ^^... 이메가 정도는 넘어서야 하는데...)를
넘지 못하니 '포토샵' 등을 이용하여 파일 사이즈를 줄여야 함.
- 이걸 하지 않으면 용량 제한으로 여러장 사진 게시가 불가해 짐
2. 오른쪽에 있는 '파일첨부' 버튼 눌러, 넣고 사진 이미지 꾹꾹 눌러준다. (여기에서 여러장의 사진을 첨부해 줘야 함)
3. 그 다음 '본문삽입' 단추를 사용하여 넣고 싶은 곳에 이미지를 넣어 줌
4.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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