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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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3일 08시 06분 등록

 

...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시인 오리팅스 블루(Hoetense Vlou)의 시 p139


1. 저자에 대하여: 김효정


영화 프로듀서.

시를 쓰고 싶어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시나리오를 쓰고 싶어 다시 영화를 전공했단다. 1999년부터 싸이더스FNH(당시 우노필름)에 입사. 〈행복한 장의사/감독 장문일>, 〈킬리만자로/ 오승욱>, 〈무사/ 김성수>, 〈결혼은, 미친 짓이다/ 유하>, 〈싱글즈/ 권칠인>, 〈역도산/ 송해성>, 〈호로비츠를 위하여/ 권형진>의 제작에 참여.

프로듀서로 데뷔해 〈트럭/ 권형진>, IPTV 인터렉티브 영화 〈스토리 오브 와인/ 이철하>, 〈저스트 키딩/ 이무영>의 제작에 참여하는 등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2010년, 영화사 ‘꿈꾸는 오아시스’를 설립하고 세상 사람들이 꿈 꿀 수 있는 행복한 영화를 준비 중이며, 아버지들의 꿈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사막 레이스 그랜드슬래머로 여성으로는 동양 최초이자 전 세계 세 번째.

모로코 사하라, 중국 고비, 칠레 아타카마, 이집트 사하라, 남극에 걸쳐 총 1,051km를 완주하며, 지구에서 가장 건조하고, 뜨겁고, 춥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사막을 건넜다. 때로는 꼴찌였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용기 있는 사람만이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오늘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모습과 함께 우리 곁에 있다.



2. 본문 중 감동의 구절


마지막 사막- 남극(The Last Desert-Antarctica)

마지막 사막, 남극을 달리다

나는 선실에서 이리저리 구르고 있었다. 이니 내팽개쳐지고 있었다. 배는 요동쳤고, 선장은 절대 선실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옷걸이는 한 시간이 넘게 90도 각도로 흔들렸다. 동그란 선실 창문은 수백 번도 더 물속에 잠겼다가 올라오길 반복했다. 나는 침대에 찰싹 붙어 있었지만 몇 번이고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아예 바닥에 누워 있는 게 편할 정도였다. 선반 위 온갖 짐들이 바닥에 떨어져 엉망이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제발 거센 파도가 잠잠해지길 기원하는 것밖에는... . p20

완주 메달을 거는 순간 대부분의 글랜드슬래머들이 눈물을 흘렸다. 성취의 뿌듯함과 기쁨에 겨워서였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내 눈물엔 다른 감정도 섞여 있었다. 허무했다. 목표달성, 또는 성취 뒤의 허탈감이 그렇게 큰지는 처음 알았다. 꿈이 이뤄지는 순간 내 가슴은 텅 빈 듯했다. 공허했다. 자꾸 영문 모를 눈물이 났다. 그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몰랐다. ... 나 자신을 다독였지만 꿈을 이뤘다는 기쁨보다 이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를 공허함에 머리가 하얗게 비어 버렸다. p24

마침내 스타트~! 벌써 선두는 저 앞으로 치고 달린다. 남극에서 달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견딜 만했다고 하면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내 기억 속 남극은 그렇게 춥지 않았다. 그깟 추위쯤은 꿈과 맞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너무 힘들어서 잠시 쉬려고 하면 운영요원들이 계속 뛰라고 닦달했다. 체온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금세 동상에 걸리기 때문이었다.

온몸이 젖은 채 배로 돌아온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았는데 스피커에서 레이스 재개를 알렸다. 워낙 불안정한 기상 때문에 조금이라도 날씨가 좋고 지형이 괜찮은 섬이나 대륙을 만나면 바로 상륙해 레이스를 강행했다. 2구간은 케코하버(Neko Habour)였다. 채 마르지도 않은 신발에 다시 발을 구겨 넣고 상륙용 고무보트에 올랐다. 젖은 신발은 금세 얼어버렸고, 세 겹의 양말도 무용지물이었다. p27

다음 날 3구간 레이스가 열린 피터만 아일랜드(Petermann Island)는 심한 눈보라에 휩싸여 있었다. 어둑했다. 구름 때문인지 밤이 되어서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몇 시인지 시간 개념도 없어졌다. 심한 폭풍설인 블리자드가 몰아쳐 고무보트에서 내려 장화를 벗기 어려울 정도였다. 상륙용 장화를 벗고 레이스용 신발로 갈아 신으려면 장갑을 벗고 맨손으로 신발 끈을 조여야 하는데 장갑을 벗었다가는 순식간에 손이 동태가 되고 말 것 같았다. 점점 거세지는 눈보라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금방이라도 날아가 바다 깊숙이 빠질 것만 같았다. 우릴 구경하는 젠투 펭귄조차 귀찮았다. 내 앞을 지나가던 젠투 펭귄은 잠시 서서 기다려도 우릴 구경하느라 자리를 뜨지 않았다. 국제법상 펭귄에게는 5미터 이내로 다가갈 수 없어서, 5분이 넘도록 펭귄이 지나가길 기다려야만 했다. 그 5분이 5시간만큼 길게 느껴졌다.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추위가 견딜 수 없을 정도였다. 점점 몽롱해지고 졸음이 몰려왔다. 기계적으로 발을 옮기는 동안 결국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땀과 뒤섞인 콧물은 조금씩 얼어붙어 코로 숨쉬기가 어려웠다. p29


격랑의 남극 바다 탈출

마지막 사막, 남극 행 여로는 멀었다. 11월 19일 예정대로 출발했다. 항공편은 인천~프랑스 파리~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리에스~우슈아이아(Ushuaia)로 이어졌다. 장장 30시간 30분의 비행과 20시간의 공항 웨이팅을 감수한 끝에, 2박 3일 만인 11월 21일에야 지구상 최남단 항구도시 우슈아이아에 도착했다. 통나무로 지은 작은 공항은 겨울산장을 연상시켰다. 1520년 마젤란이 발견할 당시 원주민들이 신호하려고 피우는 불길을 보고 '불의 땅' 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남아메리카 대륙 남쪽 끝 섬, 티에라 델 퓨에고(Tierra del Fuego). 그 섬 서쪽에 있는 우슈아이아는 칠페의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와 함께 남극으로 들어가는 양대 관문으로 유명하다. 우슈아이아는 원주민 말로 '서쪽에 있는 안쪽 포구' 라는 뜻이다.

택시를 타고 우슈아이아 시내로 들어서자 작은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가 나왔다. 이곳은 원주민보다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레스토랑이나 기념품점 등 거리 어느 곳에서든 '세상의 끝' 이라는 뜻인 '핀 델 문도(Fin del Mundo)' 라는 글귀를 볼 수 있었다. 마침내 내가 세상의 끝에 와 있다는 실감이 들었다. 우슈아이아의 때 묻지 않은 공기와 바람은 긴 여정의 피곤을 씻어주었다. p34

3회째인 남극레이스는 과거 매번 크고 작은 사고들이 있었다. 2006년에는 궂은 날씨로 말미암아 비행기가 연착하는 바람에 한 참가자가 남극 행 배를 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2007년에는 항공사 실수로 한국 참가자들의 짐 중 절반이 다른 공항으로 날아가는 화물 배달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p35

2008년 남극레이스에는 13개국에서 총 26명이 참가했다. 운영요원까지 합해도 총 인원이 48명밖에 되지 않았다. 2009년에는 남극레이스가 열리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함께 시내 레스토랑에서 '최후ㅠ의 만찬'을 했다. 많이 먹어둬야 했지만 이상하게도 먹히지 않았다. 험난한 것으로 소문난 남극행이기에 긴장되고,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 날, 12일 여정의 남극 행 배를 타야 했다. 한 번 타면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다. 150년 전 극지방을 탐험했던 모험가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저 끝없이 깊고 까만 바다에 나를 맡긴다고 생각하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가 밀려왔다. p36


사하라 사막마라톤(NMarathon Des Sables- Morocco)

'알파미' 먹기 훈련

촬영은 한번 시작하면 12시간은 족히 이어지는 터라 그동안 4킬로 그램 이상의 배낭을 에고 일하면 훈련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했다. 최장기록은 4.5킬로그램의 배낭을 23시간이나 메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날은 밥 먹을 때 이외에는 의자에 앉지도 않았다. 또 틈만 나면 스트레칭을 했다. 앉았다, 일어났다, 제자리 뛰기를 하며 그해 겨울 추위를 이겼다. 밤샘 촬영이 이어지는 경우에는 사하라 사막마라톤에서 무박 이틀간 80여 킬로미터를 가야 하는 롱데이를 염두에 두고 졸음을 이기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p48

사하라 사막마라톤 참가를 결심한 지 8개월여가 지난 2002년 2월 마침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사하라 사막마라톤을 제대로 즐기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있어야 하고 포기하지 않는 의지력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 체력향상을 위해 나름대로 판단하고 실행했다.

우선 새벽 수영을 시작했다. 도움이 될지 확신이 서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좋아하는 종목이어서 선택했다. 적어도 유연성을 키우고 심폐기능을 강화할 수는 있을 듯했다. 전형적인 저녁형 인간인 영화 하는 사람이 새벽에 일어나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당시 나는 새벽 3시까지 일하고도, 또 술을 마시고도,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수영장에 갔다. 9월끔에는 1.5킬로미터를 38분 만에 자유형으로 쉬지 않고 헤엄칠 수 있게 됐다.

그해 6월에는 자전거 출퇴근을 시도했다. 서울 수유리 집에서 삼성동 사무실까지는 약 20킬로미터이었다. 다들 미쳤다고 빈정거렸지만 해 볼만 했다. 따로 운동할 시간을 낼 수 없었던 상황에 체력을 다질 수 있는 좋은 운동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지구력을 테스트해 보고 싶기도 했다. 또 나의 사하라 행 의지가 얼마나 굳건한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효과도 있었다. 첫 자전거 출근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2시간 30분. p49

8월에는 영화 일을 시작한 지 3년 7개월 보름 만에 처음으로 일주일 휴가를 얻어 지리산으을 갔다. 사하라를 꿈꾸는 사람들끼리 1박 2일 지리산 종주를 하며 의지와 체력을 다졌다. 무리였는지, 다녀와서 사나흘 동안 근육통에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시간이 없을 때는 밤에 우리 집 옥상에서 줄넘기를 하기도 했다. 특히 밤길이 무서울 땐 옥상을 이용했다. 여전히 기초체력이 달려 걱정스러웠지만 9월이 되면서 운동하며 흘리는 땀의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땀 냄새가 익숙해졌다.

9월 16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MBC 마라톤대회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사하라 사막마라톤에 참가하는 멤버들과 같이 뛰었다. 2시간 43분. 여자 참가자 중 중도 포기한 40여 명을 빼고 완주한 240명 중의 234등이었다. 골인 후 주최 측에서 나눠주는 빵을 두 개 먹고도, 식당에서 밥을 두 공기나 더 먹었다. 보통 밥 반 공기면 배가 불렀는데... . 달리기가 엄청남 칼로리를 소모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12월 29일에는 대전 계족산 산악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한동안 달리기 훈련을 하지 못해 맘에 걸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하얀 눈 덮인 산길을 밟으며 푸른 하늘의 중간쯤에 떠있는 기분을 느긋하게 즐기느라 숨도 차지 않았다. 오르막이 나타나면 빨리 걷고, 내리막이 나오면 천천히 달렸다. 기록이야 조조했지만 9월 한강변을 달릴 때보다는 여유가 있었다. 내 몸이 변하고 있었다. p51


행복한 고통

런던을 경유해 사하라에서 돌아오던 날, 또 다른 경유지 도쿄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화장실을 다녀와 내 자리로 가려는데 처음 보는 할머니가 나에게 아는 척을 했다. 새하얀 머리를 세련되게 스타일링한 일본 할머니였다.

"혹시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을 완주하고 돌아가는 길인가? "

"네? 예!"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지? 내 얼굴이 너무 새까매 보였나.

"우와, 정말 대단하네, 그 힘든 사하라 사막마라톤을 완주하다니."

호리호리한 체구의 할머니는 영어도 유창했다.

"아니, 근데 어떻게 아셨어요? 제가 사막마라톤 완주했는지?"

할머니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웃었다. 아하, 내가 입고 있던 사하라 사막마라톤 완주자만이 받을 수 있는 기념티셔츠를 알아본 것이었다. 마라톤을 정말 좋아해서 국제마라톤대회에도 가끔씩 출전하는데, 지난 주말에 런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도쿄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다. 내 눈에는 할머니가 더 멋져 보였다. 건강을 유지하고 해외 유명 마라톤대회까지 원정을 다니는 할머니가 대단해 보였다. 할머니는 다음 해 사하라사막마라톤에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려주었다. p66

사막 레이스는 환경 레이스

사막레이스는 환경보호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레이스로 인한 환경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 애쓴다. 운영요원, 촬영요원, 보도진, 스폰서 등 모든 관계자들이 환경원칙을 지켜야 한다. 물병, 물병 뚜껑, 에너지바 껍질 등 그 어떤 종류의 쓰레기도 코스나 캠프사이트에 버려서는 안 된다. 만약 코스에 쓰레기를 버리다 적발되면 시간 벌점 부과 정도가 아니라, 심하면 더는 레이스를 할 수 없도록 아예 탈락시킨다. 물병 등 쓰레기는 체크포인트와 캠프사이트의 지정된 곳에서만 버려야 한다. p68

이집트 사하라레이스, 고비 마치, 아타카마 크로싱, 남극레이스를 개최하는, 오지레이스 전문기획사 레이싱 더 플래닛(Racing The Planet)도 환경을 최우선시하고 있다. 특히 남극레이스를 펼칠 때는 몇 차례에 걸쳐 참가자들에게 환경교육을 했다. 남극 대륙이나 섬에 내릴 때마다 소독한 고무장화를 신고 상륙용 보트에서 내려야 했다.

남극 동물들과는 일정 거리를 반드시 유지해야 했다. 펭귄이 지나가면 일단정지 후 5미터 이상 떨어져 펭귄이 지나가길 기다려야 했다. 바다표범을 만났을 때 유지해야 하는 거리는 20미터 이상이었다. 남극에는 어딜 가나 펭귄이 넘쳐났다. 처음엔 사람들이 펭귄을 구경하지만, 조금 지나면 펭귄들이 사람 구경하러 몰려나왔다. 그 때문에 호기심 가득한 펭귄들과 5미터 이상 거리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남극 레이스를 펼치는 코스에는 국제기구에서 파견 나온 환경감시 요원들이 배치돼 환경조약을 어기는 일이 없는지 챙겼다. 한 번은 달리던 중 언덕 정상에 있던 환경감시요원에게 인사를 건넸으나 그는 싸늘하기만 했다. 그는 망원경에 눈들 박고, 레이스 참가자들이 환경 파괴행위를 하지 않는지만 살필 뿐이었다.

이처럼 환경감시를 철저히 하는 것은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며 환경 문제가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국제적 조치로서 1991년 환경보호 관련 행동지침을 규정한 '마드리드 의정서'가 채택됐다. 이를 게기로 50년간 광물자원 이용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남극 생태계 보전을 위해 국제사회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극지 탐험의 상징이랄 수 있는 개썰매도 금지됐다. 남극 토종 생태계에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극레이스 도중 어떤 참가자는 소변이 너무 급해서 눈 쌓인 언덕을 넘어가 시원하게 해결하고 돌아오다 환경감시요원에게 적발돼 된통 혼이 난 일도 있었다. 그 참가자는 상황이 다급해 어쩔 수 없었다며 변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레이스가 끝날 때까지 요주의 인물로 찍혀 집중 감시를 받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레이스가 끝난 후 배로 돌아가 해결했으면 좋았겠지만 생리현상과 관련해서는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하기 마련 아닌가, 남극레이스 도중에 대변이 마려운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면 비닐봉지에 해결하고, 그 봉지를 배에 가져가 처리해야 한다.

사하라레이스 등에서는 용변을 본 후 사용한 화장지를 비닐봉지에 담아와 캠프사이트나 체크포인트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다. 건조한 사막에서 화장지는 잘 썩지 않으며, 오랜 세월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게 된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화장지를 배낭에 넣어 오는 정도의 찜찜함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닐까. p71


사하라는 내 꿈 공장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은 매년 자원봉사자가 코스에만 100명, 전체적으로는 400명이 배치될 만큼 전체 규모가 커졌다. 생수는 약 10만 리터가 소비되며 200개의 텐트가 설치된다. 전천후 차량 100대와 산악바이크 3대, 헬리콥터 2대, 세스나기 1대가 동원된다. 4대의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 특별홍보기가 운용되며 버스 19대, 낙타 4마리가 수송용으로 활용된다. 쓰레기 소각을 위해 소각로를 갖춘 특수 차량 1대가 따라붙는다. 반창고 소비량은 5킬로미터에 달하며 물집치료 밴드 2,700개, 부기를 내리는 팩도 1먼 5,000장니아 소요된다. 진통제는 5,300알, 소독약은 125리터가 소비된다. 의료팀은 42명으로 구성된다. 영상 편집용 버스 1대와 카메라 5대에 인공위성 송수신기 1대가 가동된다. 통신망은 인공위성 전화 6회선, 컴퓨터 팩스 인터넷 15회선으로 구성된다. p75


꼴찌가 박수 받는 까닭

'낙타는 ... 수천 리를 걷고도 지친 내색을 하지 않다가 어느 순간 무릎을 꺾고 숨을 놓아버리지.'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에서 낙타를 그렇게 설명했다. p82



고비 마치(Gobi March-China)

행운의 상징, 사막비와 혹등고래

<쇼생크 탈출>에서 19년 만에 교도소 탈출에 선공한 앤디(팀 로빈스)가 양팔을 벌리고 비를 맞으며 자유를 만끽하던 것처럼 나는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렸다. 앤디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악취가 나는 오물 속을 500야드나 기어 자유를 향해 나아갔다. 나는 27년 만에 꿈을 향해 상상도 할 수 없는 뜨거운 열기를 뚫고 250킬로미터를 걷고 있었다.

"꿈을 갖고 살든가. 희망 없이 죽든가. 기억해요, 레드(모건 프리드먼). 희망은 좋은 거예요. 어쩌면 제일 좋은 것일지도 몰라요. 그리고 좋은 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요."

앤디가 레드에게 남긴 편지 속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그 지긋지긋한 쇼생크를 탈출한 앤디의 자유와 비길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나 역시 자유를 좇아 사하라를 걷고 있었다. 소나기는 나의 완주를 에고해 주는 듯했다. 꼭 완주할 수 있을 거란 희망에 들떠 걸음이 빨라졌다. p120


배설, 즐겨라!

서발이벌 레이스에서 화장실 개념은 별도로 없다. 굳이 설명하자면 어디서든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막 레이스 고수들은 충고한다. "곳곳이 화장실이다. 단 캠프사이트에서 너무 멀리 나가지는 마라. 나중에 텐트 찾기가 힘들다."라고. 그래도 몇 가지 지켜야 할 규칙은 있다. 레이스 코스에서는 체크포인트, 민가, 고대 유적으로부터 적어도 10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서만 용변을 해결하도록 되어 있다. p130


뒷걸음치며 걷는 이유

프랑스 시인 오리팅스 블루(Hoetense Vlou)의 시가 떠올랐다.

...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p139


능력이상 메고 가면 고통이 따른다

200 고비 마치에서 만난 러시아 출신 예브게니 고르코프(Evgeniy Gorkov). 그는 사막레이스 첫 참가임에도 레이스 내내 부동의 1위를 지켰다. 1위를 하려면 배낭이 저렇게 가벼워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브게니의 배낭은 홀쭉했다. p189



아타카마 크로싱(Atacama Crossing-Chile)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행

굳은 의지로 고난과 난관을 이겨내는 모습을 종종 본다. 도전 앞에 한계는 없는 듯하다. 송경태 님. 이미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이름이다. 송경태 님은 나와 함께 2008 남극레이스를 완주해 그랜드슬래머가 됐다. 나는 송경태 님을 남극레이스에서 처음 만났다. 송경태 님은 2008 아타카마 크로싱, 2007 고비 마치, 2005 이집트 사하라레이스를 완주했다. 또 2009년 5월에는 아프리카 나미비아 나미브 사막레이스를 완주하기도 했다.

송경태 님은 군 복무 중이던 22세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잃었다. 그럼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많은 장애인에게 큰 용기를 주고 있다. 현재는 전북시각자애인도서관 관장, 전주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인이기도 하다.

사막레이스에서 시각장애인 참가자들은 도우미들의 도움을 받으며 같이 뛴다. 대개 도우미와 연결한 1미터 정도 길이의 로프를 잡고 뛴다. 사막레이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땅바닥이 평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우미가 달리면서 중계방송 하듯 지형을 세세히 설명해 주기는 하지만, 착지지점을 볼 수 없어 부상당할 위험이 크다. 잘못 착지해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도 있다. 평탄하지 않은 지형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평상시와는 달리 무릎을 높이 쳐올리는 주법을 구사해야 한다. 이렇게 뛰면 체력소모가 많고, 무릎 부상을 당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거기에 날씨는 사막레이스 참가자들을 한계상황으로 몰아넣지 않는가.

나와 함께 사막레이스에 참가했던 또 한 명의 시각장애인이 있다. 이용술 님이다. 2003년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 2005년 고비 마치, 2006년 아타카마 크로싱 등에서 세 차례나 함께 달렸다. 2004년 에는 아마존 정글 마라톤에 도전하기도 했다. 이용술 님은 군 입대를 압둔 22세 때 구타당하는 친구를 돕다 각목에 맞아 실신했는데, 이틀 후 깨어보니 두 눈이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절망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1990년 대 초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만 140회 넘게 뛰었다. 또 100칼로미터 울트라마라톤을 여러 차례 완주하는 등 장애인 마라토너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분이다. 이용술 님은 마라톤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하곤 했다.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과 중국 고비 마치는 완주했다. 아마존과 아타카마 크로싱에서는 최악의 코스인데다 무릎 컨디션마저 좋지 않아 안타깝게도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p194

내 기억에 가장 인상적인 도우미는 김경수 님이다. 서울 강북구청에 근무하는 김경수 님은 2005년 고비 마치, 2006년 아타카마 크로싱에서 이용술 님의 도우미로 뛰었다. 이용수 님이 2003년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에 참가했을 때는 윤충준 님의 도움을 받았다. 김경수 님은 2009년 나마비아 나미브 사막레이스에서는 송경태 님의 눈이 되어 주기도 한 베테랑 도우미이다.

도우미들은 250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쉬지 않고 상황과 지형을 설명해야 하는 데 절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양 쳘에는 가시덤불이고, 바닥은 뾰족한 소금사막이니까 무릎 높이 올리고 발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

"이 자갈밭만 지나면 저 앞에 사람들 허벅지까지 오는 개울이 하나 있어. 물살에 쓸려가지 않도록 중심 잘 잡고... ."

장애불을 사실대로 설명하며 길을 안내하는 것은 그나마 괜찮은 편이다. 도우미는 장애인 참가자의 사기를 고려해 거짓말을 밥 먹듯 해야 하는 고충도 이겨내야 한다.

수없이 많은 모래 언덕을 보면서도 "이 언덕만 넘으면 내리막이야. 조금만 참자!"거나 "조금만 더 가면 체크포인트가 나올 거야. 거기서 좀 수지!"라는 거짓말은 애교 수준이다.

2005 고비 마치에서 만난 폭 30센티미터 내외의 칼 능선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가면서도 발을 헛디딜까봐 조마조마했다. 숨죽이며 1킬로미터가 넘는 칼 능선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그날 김경수 님과 이용술 님은 해질 무렵이 지나도 도착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칼 능선 낭떠러지에서 사고가 난 것은 아닐까,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탈진해 잠을 청할 무렵, 뒤늦게 도착한 나는 모닥불 앞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있었다. 후미그룹 참가자들이 한 명, 두 명 들어오고 있는데도 김경수 님과 이용술 님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저 멀리 작은 불빛이 보였다.

"경수 아저씨? 괜찮으세요?"

나는 부은 발을 절룩이며 맨발로 달려 나갔다.

김경수 님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한마디 말이 없었다. 평소에는 언제나 밝게 웃으며 "어~ 효정!"하며 반겨주었는데... .

지칠 대로 지친 이용술 님을 모닥불 겉으로 이끌었다. 김경수 님은 멍하니 불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만 들여다보니 김경수 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눈빛은 그날 코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보여주었다. 이용술 님의 젖은 신발과 양말을 벗겨 말리려고 모닥불 옆에 널어 놓았다. 그리고 배낭에서 알파미를 꺼내 뜨거운 물을 부어 저녁 준비를 도왔다.

"힘들었다."

그 나지막한 한마디가 등 뒤에서 들렸다.

김경수 님은 나중에 "양 옆이 낭떠러지인 칼 능선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어."라고 털어놓았다.

"말하면 바짝 긴장할 게 뻔한데... , 다 말할 필요는 없잖아... . "

두려움을 혼자 감내하며 온몸에 힘을 꽉 주고 레이스를 했을 김경수 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p197


사막에서 사랑을 외치다

사막레이스를 처음 온 사람들은 최종일 피니시 라인을 넘어서며 똑같은 말을 한다.

"다시는 안 돈다!"

과연 그럴까.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이 처음 시작된 1986년 이후 참가한 1만여 명 중 30퍼센트는 그렇게 지긋지긋해했던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을 다시 찾았다. 왜일까? 사막의 아름다움을 한 번 맛보면 꼭 다시 찾게 된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

그 말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2003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에서 혹독한 고통을 겪었지만, 2년 동안이나 들뜬 상태로 고비 마치를 기다렸다.

' 번 일어난 일은 다신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다시 일어난다.'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에서 그렇게 썼다.

정확했다. 2006년 아타카마 크로싱은 당연하다는 듯이 갔고, 2007 이집트 사하라레이스 참가는 기정사실화 되어 있었다. 그리고 2008년 마침내 마지막 사막, 남극 설원을 누비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p205


안전한 모험, 사막레이스

지프를 타고, 낙타를 타고, 안전하게 사막을 여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관광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온몸으로 부딪혀야만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작가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가 「사색기행」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육체으 여행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p210



사하라 레이스(Sahara Race-Egypt)

울보들

사막에선 많은 사람이 운다. 많은 참가자가 험난한 레이스를 이겨내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며 눈물을 뿌린다. 많은 이들은 사막의 밤하늘 별빛을 바라보며 눈물짓기도 한다. 그동안 걸어온 인생길을 되돌아보며 회한에 휩싸여... . 또 그동안 일상에 쫓겨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않았던 자신을 바라보고선 미안해서 눈물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사막의 아름다움에 빠져 자신도 모르는 사이 눈가에 물기가 번지기도 한다. 몇 시간 동안 사람 구경도 못한 채 혼자 걸어갈 때는 외로움에 눈물이 주르륵 흐르기도 한다. 심지어 까닭 없이 울기도 한다. 마지막 날 골인하는 순간이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대견해 하며 미소 짓지만, 또 많은 사람들은 거친 자연환경을 이겨낸 기쁨에 겨워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않는다. p234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일요일」의 실제 주인공 모리 슈워츠 교수는 숨지기 전 남긴 잠언집「모리의 마지막 수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년들이 되새실 필요가 있는, 나도 나중을 위해 기억해야 할 표현이다.

조절했을 때,

화났을 때,

분노를 터뜨리세요.

사람이 항상 고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 품위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모리 교수는 또 좌절해서 우는 사람들을, 화를 내거나 분노를 터뜨리며 우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충고하고 있다.

우는 사람이 있으면 어깨를 토닥여 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말하세요.

"괜찮아요. 내가 당신과 함께 있을 테니... ." p235


상처 없는 영광은 없다

이제는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사계절 까만 피부,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하는 발. 이 모든 게 자랑스럽다. 상처 없는 영광은 없다. 그 상처가 아니었다면 그 영광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니 말이다.

민규동 감독의 영화<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은 니체의 명언으로 끝을 맺는다.

"몇 번이라도 좋다. 이 끔찍한 생이여, 다시!" p247


무겁고, 덥고... 탈진

사막레에스에서 포기까지 고려해야 하는 극한 상황을 맞는 이유는 기온 등으로 인한 탈진 아니면 모니카처럼 배낭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는 경우이다. p265


파란 하늘과 꿀 빛 모래

"사람에게는 숨길 수 없는 게 세 가지 있는데요. 기침과 가난가 사랑. 숨길수록 더 드러나기만 한데요." p271




3. 내가 저자라면


여름은 까딱하면 사람을 제 정신이지 않게 하는 경향이 있다. 애당초 어설프게 지어진 집을 위치만 보고서 장만했노라 하며, 수십 년 째 푸념과 더불어 사시는 어머니는 더군다나 미니 3층 슬라브 집인 우리집 옥상 탓을 곧잘 하시곤 한다. 한낮에 옥상이 달궈지면 맨 위층인 우리집 안을 온통 찜통을 방불케 함이 이유의 한 가지이다. 다행히 역으로 볕이 좋아서 소일거리 삼아 채소 등을 가꾸기에는 그만인 것을 즐겨하면서도 참을 수 없는 불볕더위를 궁싯대곤 하신다.

7월 복달임인 요즘 같은 때에는 집안에 가만히 머물러 있기만 해도 무척 더워 나는 우리 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겨울은 또 얼마나 외풍이 세고 추운지 말이다. 그래서 심지어 제법 늦은 결혼을 할 때도 가족에게서 탈피하고픈 마음 따위는 전혀 느껴보지 않았지만, 집은 아파트 같이 여름에는 에어컨 등으로 쾌적하고 겨울에는 외풍 없이 따뜻한 곳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정도다. 그래서 봄과 가을이 없어진 듯한 요즘 같은 때에 여름과 겨울을 이 집에서 살기에는 너무 적합하지 않으며, 싫다고 곧잘 안달을 하는 지경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참 편안한 생활을 누리면서도 감사함을 느끼기는커녕 매양 더 안락하고 좋은 것만을 탐하며 사는 허영덩어리라는 것을 알겠다.

책의 저자는 젊은 여성 영화인으로 사막을 달리며 자신만의 꿈을 다져나가는 견실한 30대 커리어우먼이다. 내용을 5장으로 구성하며, 자신이 계획하고 경험한 5개의 사막레이스에 대해 자세하게 다루었다.

이 책은 연구원 도반 하나가 읽어보라며 뜻하지 않은 선물로 준 것인데, 무슨 책인가 하고 준 성의를 생각해서 처음 읽으려고 했을 때에는 더위 때문에 잘 들어오지 않아 던져두었었다. 그러다가 그래도 성의가 가상하니 읽어나 봐야지 하고 다시 잡으니 제법 재미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60페이지 가량은 의무적으로 읽었으나, 뒤로 넘어갈수록 흥미를 유발시키며 내용이 짜릿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부터 다시 읽기도 하였다. 아마도 도반은 지난 봄, 나의 무기력을 얼핏 간파하고서 의욕을 돋우기 위해 기억하였다가 마음을 쓴 모양이다.

책의 저자는 사막레이스를 경험하면서 특히  아버지들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노라고 한다. 사막의 레이스에 도전하게 된 계기도 TV에 방영된 중년의 한 은행원의 첫 시도를 보면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고서 꿈을 꾸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극한의 여러 다양한 사막레이스를 펼치면서 중년 이상의 연배들의 도전에 특히나 애정을 느끼며, 소소히 나누는 이야기를 제법 의미 있게 실어둔 점이 인상적이다. 저자 자신이 사춘기 이후로는 아버지와의 대화가 별로 없었는데, 사막레이스에  참여하게 되면서 동행한 이들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아버지들의 생각과 그들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고,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와의 관계도 더 좋아졌다고 한다. 극한의 상황에서의 아버지들의 눈물과 땀을 근접해서 관찰하게 되면서, 그들도 어린 아이처럼 울 수 있는 사람들이며, 가족의 생계와 그들 자신의 생을 지탱해 나가기 버거워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또한 나름의 꿈을 지향하는 한사람들 임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여 그러한 모습들에 대해 감동을 느끼게 되었으며, 생활과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꿈에 대해 영화인으로서의 필을 포착함과 동시에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사막마라톤이란 것에 한 번 도전해 볼까 하는 생각이 얼핏 스친다. 아마도 힘들 것이고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의 이때가 아니면 언제 해볼 수 있으랴 하는 심사로 자꾸만 누군가를 꼬여 함께 사막마라톤에 도전해볼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진심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 그러면서 지나온 인생과 앞으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혹은 무념무상 가운데 생각해 보고 싶다. 과연 불가능하기만 할까? 너무 늦었을까? 혼자는 준비 등에 어려움이 있어 포기하기 쉽상이니, 덜 좀 두려움이 일고 구체적으로 계획과 실행에 옮겨볼 수 있도록 누구 동행할 사람을 좀 찾아봐야겠다.

이 책은 자유롭게 별 무리 없이 쓰여졌다.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게 보통의 책자보다 작은 사이즈로 손에 잘 잡히도록 하였으며, 사진도 필요 이상 많이 넣지 않고 꼭 필요한 부분만을 삽입 한 것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좋다. 하지만 활자가 내가 보기에는 작은 것과 내용과 달리 구성은 평이한 느낌이 드는 것이 조금 아쉽다. 그러나 책쓰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기록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한 것은 장점이라 생각된다. 표지가 너무 수수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언뜻 해 보았다. 이 책은 여행서 같은 느낌이지만 평소 저자가 <어린왕자>와 <연금술사>를 끼고 살아온 저력 때문인지, 분위기가 그와 유사하게 담담한 한편, 은근하게 우러나는 맛과 편안함의 측면이 있기도 하다.

과연 저자로 하여금 꼭 써야할 그 시기에 적합하게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 10년 쯤 지나서 회고 형식으로 이 책을 썼다면 얼마나 감흥이 떨어졌겠는가 말이다. 상황에 맞는 글쓰기가 너무 지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이제라도 나도 누구와 사막레이스를 꿈꿔볼 수 있을까? 그것이 문제로다!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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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4 18:14:56 *.210.3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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