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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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일로 인해 여기 저기 수습 차 쏘다니다 하소연을 할 친구를 불러냈다. 40년 넘은 오래된 친구다. 어려서는 고생을 많이 하기도 하며 자랐는데, 의연하게 자라더니 결혼해서는 한동안의 고비를 격고 나서 무난하고 속 편하게 가장 잘 살아가는 친구다. 그들 내외와는 격이 없이 지내며 바쁘다는 핑계로 설령 나 답답할 때만 찾아가도 허물을 탓하지 않으니, 멀리 사는 친형제보다도 훨씬 나을 때가 많다. 하여 훈훈함과 있는 그대로의 무던한 심성에 일시적이나마 평온함을 맛보며 돌아오곤 한다.
며칠 전 이날도 지하철에 이어 마을버스로 갈아탄 후 목적지 정류장에 내리니 그녀의 집으로 향해 가는 길목에 전에 없이 눈에 들어오는 곳이 하나 있다. 언뜻 새로 시작하는 카페인 듯한 간판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무심결에 그냥 지나치다가 가던 발걸음을 멈추어 뒤로 몇 발자국을 되돌려 본다. 그냥 갈까? 말까? 순간 친구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망설임이 인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해본다. 역시나 그냥 들어오라는 말에 무조건 하고 나오라고 우기니 생전 안하던 행동이라 의아해 하며 알았다는 대답을 해온다. 느닷없는 나의 행동에 무조건하고 허락을 해오는 친구의 대답에 순간 기분이 좋아져 흐뭇한 감동이 인다. 잠시 동안 거리에서 기다렸다가 그녀가 나타나면 같이 들어갈까 하며 안을 들여다보니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어 한적하고 깔끔해 보이는 분위기가 나를 유혹한다. 마침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내 심사를 알아차리기나 한 듯 나를 안으로 잡아 끌어들이는 듯하다. 잠시 잠간 동안의 기다림도 피곤하단 듯이 문을 밀고 들어서서 두리번거리며 살펴본다. 아무도 없으니 자리는 내 마음대로 찜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안정감을 찾고 싶은 듯 안쪽에 등받이가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충분히 기대어 본다. 점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온다.
일행이 곧 올 것이니 주문은 잠시 후에 하겠다며 점원에게 눈인사를 나누고 무얼 먹어볼까 메뉴판을 살핀다. 이곳에 올 생각을 하기 바로 전, 볼 일이 있어 들른 다른 아파트 단지 한편에 허름하게 생긴 분식점이 어찌나 문전성시를 이루던지 호기심에 찾아 들어갔다. 그곳의 비닐 천막 아래 간이 식탁에 앉아 떡볶이와 순대를 먹은 것이 지금에서야 그득하게 차올라와 실상은 아무 것도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게다가 테이크 아웃 커피까지 다 마신 연후인지라 더 이상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담하게 새로 생긴 카페가 눈에 꽂혀 들어왔으니 뭐라도 시켜야 하겠기에 궁리를 하며 메뉴판을 살펴보는 사이 친구가 출입문을 밀고 들어선다.
"여기 생긴 지 얼마 안 되는데, 어떻게 알았어?" 라고 하며 되레 내게 묻는다. "그냥... . " 하고 얼버무리며 그저 웃는다. "여기 한 번 앉아보고 싶어서." 라고 하니 "어이구?" 무슨 일이냐는 듯 내 눈치를 살피며 자리에 앉는다. 그녀도 음식 생각이 별로 없다고 해서 우리는 과일빙수 하나를 우선 맛보기로 하였다. 여주인은 40대 초반으로 보인다. 예쁘장한 알바 한 명과 개업을 한 것 같다. 이곳은 커피 전문 카페나 주류 카페가 아닌 학생들과 직장인들을 겨냥한 샌드위치 카페다. 물론 다양하게 커피도 주문 가능하지만 주 메뉴가 샌드위치인 것이다.
가게는 10평 남짓해 보이고 안으로 주방이 따로 설계 되어 그곳에서 주문한 메뉴를 만들어 나온다. 마치 빵가게에서 빵을 구워 나오듯 한 구조로 되어있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자 잠시 후 신혼부부가 삐죽이 들여다본다. 8 개월 된 여아를 데리고 와서 샌드위치랑 무엇을 주문해 먹는다. 간단하게 늦은 점심을 때우는 듯이 보인다. 아기가 순하며 낯을 가리지 않아 우리 쪽을 향해 자주 방긋 웃는다. 친구는 24살짜리 딸아이가 있는 엄마로서 이제 손자 볼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가 몇 개월이나 되었을지 알아맞히기를 하니 영락없다. 키워본 경험이라니 과연 '척 보면 압니다.' 이다.
주문한 과일빙수는 주인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하다. 그런데 친구는 계속 맛이 없다고 한다. 나는 곁에 있는 개업 초기의 쥔장이 들으면 섭섭해 할까봐 소리를 죽이는데 반해, 친구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듯 편하게 말을 한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빙수 가게가 있는데 항시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맛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과일빙수 인데 결국 단팥을 더 얹어 달라고 초과 주문을 하였다. 그래도 친구는 맛이 없어하고, 나는 통조림 과일을 쓰지 않은 정직함과 싱싱한 과일의 상태가 좋게 느껴진다며 먹었다.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아 그렇겠지." 라고 말을 하니, "빙수가 다 똑같지 뭐 다르냐?" 하고 되물어 온다. 이곳은 시럽도 강하게 사용하지 않고 과일에서는 풋내가 날 정도로 싱싱한 생과일을 사용하여 살아 있는 맛이 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페들은 각종 시럽에 닝닝한 미숫가루며 무엇인지 알 수도 없는 복합적인 맛을 내는 젤리 등을 얼마나 많이 섞어대는가? 하지만 이 카페는 뽀얗게 갈은 얼음에 각종 생과일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진하지 않은 약간의 시럽을 쳐서 과일빙수 고유의 맛을 살리려 애쓴 것 같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섞은 얕은 맛은 없지만 고유함이 살아있는 맛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투덜거리며, 나는 이야기에 빠져들며 우리는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다 비웠다. 쥔장은 따로 단팥 값을 받지 않았다. "나중에 또 오세요." 하며.
나도 아줌마지만 아줌마들은 참 맛이나 물건 등의 비평에 냉정하고 투철하다. 그녀들의 일상이 좋은 물건 알찬 살림살이를 중요시 하다 보니 자연 몸에 배인 행동인가보다. 나도 비교적 까탈스러운 편인데, 그녀처럼 면전에 대놓고 어디는 어떻다고 말할 자신은 아직 없다. 수영장과 헬쓰장을 다니며 왕수다 대열에 끼여 사는 그녀의 오랜 생활상 덕분인 것 같다. 전에는 그녀가 그러한 반응을 보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살림살이가 몇 십 년인가? 그러니 당연 그럴 만도 하다.
샌드위치 전문 카페에 오기 조금 전, 다른 동네의 아파트 촌 옆에 허름하게 차려진 분식점이 대박을 내고 있는 현상은 이렇듯 아줌마들의 입소문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동네 아줌마라는 아줌마와 학생들은 다 이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도무지 배달을 못할 정도로 주문이 밀리고, 어쩔 수 없이 불어터진 것을 배달할 수밖에는 없는 양상을 목격하는 것이 가히 재미난 광경이었다. 주문한 음식만 먹고 나면 바로 일어나는 몇 개 안 되는 자리는 연신 사람이 뒤바뀌고 테이크아웃점처럼 싸가지고 가는 사람들의 줄만으로도 손발이 모자라는 지경이었다.
가게는 3평이나 될까? 가게 안에는 식탁이 하나 밖에는 놓이지 않고 그것조차 재료들을 올려놓아 들어설 자리도 없다. 아예 차양으로 모자라는 공간을 확장시켰으며, 나무 그늘과 차양 사이를 비닐 천막으로 연결하여 비를 피하며 영업하는데, 노천카페처럼 운영하는 식이다. 밖에 간이 테이블이 네댓 개 혹은 필요에 따라 그 이상을 뒤뜰이나 길거리에 펼치는 형국이다. 그러니 가게 공간보다 세도 안 내는 바깥 공간을 훨씬 더 크게 활용하는 곳이다. 겨울이 되어도 두꺼운 비닐 천막에 난로를 피워가며 운영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나름 그런 공간을 즐기는 듯하다. 주변이 모두 반듯반듯한 시멘트 콘크리트 벽들뿐인데 반해 제법 서민적 풍미와 인간적인 정취가 묻어나는 공간으로 향수나 그리움을 자아내듯 묘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가 이채롭다.
이 분식점의 남다른 차별화 전략은 가격도 싸고 맛도 좋으며 양도 적지 않고 친절함이 비결이다. 완전 박리다매 전술인데, 주문하는 줄이 끊어지지 않으니 일 매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싸기 때문에 너도 나도 누구나 부담 없이 자주 찾는다는 것, 장사가 잘 되니 절로 신명이 나서 즐겁게 일하는 모습, 너무 바쁘니 고객이 알아서 도와주며 참여하고, 심지어 불편함까지도 당연히 감수하며 친숙해 지는 장점을 지닌, 재미나고 신나는 분식점이다.
쥔장아저씨는 귀밑머리가 하얀 것을 보니 40은 족히 넘은 것 같은데, 어떻게 저런 부지런한 전략을 도모할 수 있었을까? 그의 종일 흘려대는 성실한 땀방울이 아름다워 보인다. 길 건너 맞은편에는 오가닉 제품을 파는 유명 체인점이 냉방기 빵빵하게 돌리며 버젓이 운영되고 있고, 이곳 분식점을 이용하는 고객 중 상당수 역시 그러한 가게를 이용할 테지만, 향수를 자아내며 맛도 가격도 저렴하면서도 썩 괜찮은 이 분식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하는 강렬한 유혹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들 분식점 운영진의 성실한 마인드에 기인한 운영 철학에 있을 것이다. 그 점들이 바로 진정성에 입각하여 탄탄한 신뢰성 구축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신뢰는 진정성 너머의 일상으로 다져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이들 분식점 바로 뒷면, 그러니까 도로를 향한 바깥쪽으로 도로의 정면에는 김밥천국이라는 체인점이 버티고 있지만, 그곳은 파리만 날릴 뿐이었다. 가격도 뒷면의 억척 분식점 때문에 김밥 한 줄에 천원으로 두 가게가 똑같았다. 누가 보아도 버젓한 몫에 가게 세도 훨씬 비쌀 것인데, 다른 곳의 가맹점들처럼 인상된 가격으로 올려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함이 한 눈에 들여다 보인다. 뒷집의 이름도 없는 허름한 분식점 때문에. 그리고 그들의 다부지고 공격적인 처세술에 기가 눌려 따라잡지를 못하는 것이다. 간판도 없는 분식점 역시 처음에는 이익에 비해 일손이 달려 애를 먹었을 테지만, 만날 바쁘면 사람 하나쯤 더 쓰면 되는 일이니 문제가 될 것이 없고, 그러다보니 더 열심히 박리다매에 몰입하고 사소한 차이가 점점 큰 격차를 벌이는 형국이다.
오늘도 근처에 방문할 일이 있어 시장기나 때울 겸하여 또 한 번 들러 눈여겨보고 왔다. 시간대와 상관없이 별반 다르지 않고 연신 바쁘며, 한 번 방문한 고객을 멀리서부터 알아보고 반기는 태도로 팀원(가족 구성원이든 아니든 간에)이 똘똘 뭉쳐 한마음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두 명의 주인 같은 사람을 제외하고 지난 번 이용 때와 달리 오늘은 다른 사람이 거들고 있었는데,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양 연신 싱글벙글하며 일손을 돕는다. 신바람나는 경영을 보매 그래서 잘되는 집은 계속 잘 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먹을까 주문을 하려하니 "그날 더운 곳에서 잡수시느라 고생하셨다"며 잊지 않고 안쓰러움을 토하고 위로까지 하니, 더 많이 팔아주고 싶은 심정이 된다. 이렇듯 사람 마음 거기서 거기 일진데, 인간관계 때로 참 아리송하기도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인가 보다. ㅎ~ ^-^*
IP *.197.63.182
며칠 전 이날도 지하철에 이어 마을버스로 갈아탄 후 목적지 정류장에 내리니 그녀의 집으로 향해 가는 길목에 전에 없이 눈에 들어오는 곳이 하나 있다. 언뜻 새로 시작하는 카페인 듯한 간판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무심결에 그냥 지나치다가 가던 발걸음을 멈추어 뒤로 몇 발자국을 되돌려 본다. 그냥 갈까? 말까? 순간 친구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 망설임이 인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 나오라고 해본다. 역시나 그냥 들어오라는 말에 무조건 하고 나오라고 우기니 생전 안하던 행동이라 의아해 하며 알았다는 대답을 해온다. 느닷없는 나의 행동에 무조건하고 허락을 해오는 친구의 대답에 순간 기분이 좋아져 흐뭇한 감동이 인다. 잠시 동안 거리에서 기다렸다가 그녀가 나타나면 같이 들어갈까 하며 안을 들여다보니 손님이라고는 아무도 없어 한적하고 깔끔해 보이는 분위기가 나를 유혹한다. 마침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내 심사를 알아차리기나 한 듯 나를 안으로 잡아 끌어들이는 듯하다. 잠시 잠간 동안의 기다림도 피곤하단 듯이 문을 밀고 들어서서 두리번거리며 살펴본다. 아무도 없으니 자리는 내 마음대로 찜하면 되는 것이다. 나는 안정감을 찾고 싶은 듯 안쪽에 등받이가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충분히 기대어 본다. 점원이 메뉴판을 가지고 온다.
일행이 곧 올 것이니 주문은 잠시 후에 하겠다며 점원에게 눈인사를 나누고 무얼 먹어볼까 메뉴판을 살핀다. 이곳에 올 생각을 하기 바로 전, 볼 일이 있어 들른 다른 아파트 단지 한편에 허름하게 생긴 분식점이 어찌나 문전성시를 이루던지 호기심에 찾아 들어갔다. 그곳의 비닐 천막 아래 간이 식탁에 앉아 떡볶이와 순대를 먹은 것이 지금에서야 그득하게 차올라와 실상은 아무 것도 먹고 싶은 것이 없다. 게다가 테이크 아웃 커피까지 다 마신 연후인지라 더 이상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담하게 새로 생긴 카페가 눈에 꽂혀 들어왔으니 뭐라도 시켜야 하겠기에 궁리를 하며 메뉴판을 살펴보는 사이 친구가 출입문을 밀고 들어선다.
"여기 생긴 지 얼마 안 되는데, 어떻게 알았어?" 라고 하며 되레 내게 묻는다. "그냥... . " 하고 얼버무리며 그저 웃는다. "여기 한 번 앉아보고 싶어서." 라고 하니 "어이구?" 무슨 일이냐는 듯 내 눈치를 살피며 자리에 앉는다. 그녀도 음식 생각이 별로 없다고 해서 우리는 과일빙수 하나를 우선 맛보기로 하였다. 여주인은 40대 초반으로 보인다. 예쁘장한 알바 한 명과 개업을 한 것 같다. 이곳은 커피 전문 카페나 주류 카페가 아닌 학생들과 직장인들을 겨냥한 샌드위치 카페다. 물론 다양하게 커피도 주문 가능하지만 주 메뉴가 샌드위치인 것이다.
가게는 10평 남짓해 보이고 안으로 주방이 따로 설계 되어 그곳에서 주문한 메뉴를 만들어 나온다. 마치 빵가게에서 빵을 구워 나오듯 한 구조로 되어있다. 우리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자 잠시 후 신혼부부가 삐죽이 들여다본다. 8 개월 된 여아를 데리고 와서 샌드위치랑 무엇을 주문해 먹는다. 간단하게 늦은 점심을 때우는 듯이 보인다. 아기가 순하며 낯을 가리지 않아 우리 쪽을 향해 자주 방긋 웃는다. 친구는 24살짜리 딸아이가 있는 엄마로서 이제 손자 볼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며, 아이가 몇 개월이나 되었을지 알아맞히기를 하니 영락없다. 키워본 경험이라니 과연 '척 보면 압니다.' 이다.
주문한 과일빙수는 주인의 성격만큼이나 깔끔하다. 그런데 친구는 계속 맛이 없다고 한다. 나는 곁에 있는 개업 초기의 쥔장이 들으면 섭섭해 할까봐 소리를 죽이는데 반해, 친구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듯 편하게 말을 한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빙수 가게가 있는데 항시 사람들로 미어터지고 맛이 훨씬 더 좋다는 것이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과일빙수 인데 결국 단팥을 더 얹어 달라고 초과 주문을 하였다. 그래도 친구는 맛이 없어하고, 나는 통조림 과일을 쓰지 않은 정직함과 싱싱한 과일의 상태가 좋게 느껴진다며 먹었다.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아 그렇겠지." 라고 말을 하니, "빙수가 다 똑같지 뭐 다르냐?" 하고 되물어 온다. 이곳은 시럽도 강하게 사용하지 않고 과일에서는 풋내가 날 정도로 싱싱한 생과일을 사용하여 살아 있는 맛이 났다. 하지만 대부분의 카페들은 각종 시럽에 닝닝한 미숫가루며 무엇인지 알 수도 없는 복합적인 맛을 내는 젤리 등을 얼마나 많이 섞어대는가? 하지만 이 카페는 뽀얗게 갈은 얼음에 각종 생과일과 아이스크림, 그리고 진하지 않은 약간의 시럽을 쳐서 과일빙수 고유의 맛을 살리려 애쓴 것 같다. 그래서 이것저것을 섞은 얕은 맛은 없지만 고유함이 살아있는 맛이었다. 어쨌든 그녀는 투덜거리며, 나는 이야기에 빠져들며 우리는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말끔하게 다 비웠다. 쥔장은 따로 단팥 값을 받지 않았다. "나중에 또 오세요." 하며.
나도 아줌마지만 아줌마들은 참 맛이나 물건 등의 비평에 냉정하고 투철하다. 그녀들의 일상이 좋은 물건 알찬 살림살이를 중요시 하다 보니 자연 몸에 배인 행동인가보다. 나도 비교적 까탈스러운 편인데, 그녀처럼 면전에 대놓고 어디는 어떻다고 말할 자신은 아직 없다. 수영장과 헬쓰장을 다니며 왕수다 대열에 끼여 사는 그녀의 오랜 생활상 덕분인 것 같다. 전에는 그녀가 그러한 반응을 보인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살림살이가 몇 십 년인가? 그러니 당연 그럴 만도 하다.
샌드위치 전문 카페에 오기 조금 전, 다른 동네의 아파트 촌 옆에 허름하게 차려진 분식점이 대박을 내고 있는 현상은 이렇듯 아줌마들의 입소문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동네 아줌마라는 아줌마와 학생들은 다 이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도무지 배달을 못할 정도로 주문이 밀리고, 어쩔 수 없이 불어터진 것을 배달할 수밖에는 없는 양상을 목격하는 것이 가히 재미난 광경이었다. 주문한 음식만 먹고 나면 바로 일어나는 몇 개 안 되는 자리는 연신 사람이 뒤바뀌고 테이크아웃점처럼 싸가지고 가는 사람들의 줄만으로도 손발이 모자라는 지경이었다.
가게는 3평이나 될까? 가게 안에는 식탁이 하나 밖에는 놓이지 않고 그것조차 재료들을 올려놓아 들어설 자리도 없다. 아예 차양으로 모자라는 공간을 확장시켰으며, 나무 그늘과 차양 사이를 비닐 천막으로 연결하여 비를 피하며 영업하는데, 노천카페처럼 운영하는 식이다. 밖에 간이 테이블이 네댓 개 혹은 필요에 따라 그 이상을 뒤뜰이나 길거리에 펼치는 형국이다. 그러니 가게 공간보다 세도 안 내는 바깥 공간을 훨씬 더 크게 활용하는 곳이다. 겨울이 되어도 두꺼운 비닐 천막에 난로를 피워가며 운영을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나름 그런 공간을 즐기는 듯하다. 주변이 모두 반듯반듯한 시멘트 콘크리트 벽들뿐인데 반해 제법 서민적 풍미와 인간적인 정취가 묻어나는 공간으로 향수나 그리움을 자아내듯 묘한 정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가 이채롭다.
이 분식점의 남다른 차별화 전략은 가격도 싸고 맛도 좋으며 양도 적지 않고 친절함이 비결이다. 완전 박리다매 전술인데, 주문하는 줄이 끊어지지 않으니 일 매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싸기 때문에 너도 나도 누구나 부담 없이 자주 찾는다는 것, 장사가 잘 되니 절로 신명이 나서 즐겁게 일하는 모습, 너무 바쁘니 고객이 알아서 도와주며 참여하고, 심지어 불편함까지도 당연히 감수하며 친숙해 지는 장점을 지닌, 재미나고 신나는 분식점이다.
쥔장아저씨는 귀밑머리가 하얀 것을 보니 40은 족히 넘은 것 같은데, 어떻게 저런 부지런한 전략을 도모할 수 있었을까? 그의 종일 흘려대는 성실한 땀방울이 아름다워 보인다. 길 건너 맞은편에는 오가닉 제품을 파는 유명 체인점이 냉방기 빵빵하게 돌리며 버젓이 운영되고 있고, 이곳 분식점을 이용하는 고객 중 상당수 역시 그러한 가게를 이용할 테지만, 향수를 자아내며 맛도 가격도 저렴하면서도 썩 괜찮은 이 분식점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하는 강렬한 유혹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들 분식점 운영진의 성실한 마인드에 기인한 운영 철학에 있을 것이다. 그 점들이 바로 진정성에 입각하여 탄탄한 신뢰성 구축이 되었다는 생각이다. 신뢰는 진정성 너머의 일상으로 다져지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킨다.
이들 분식점 바로 뒷면, 그러니까 도로를 향한 바깥쪽으로 도로의 정면에는 김밥천국이라는 체인점이 버티고 있지만, 그곳은 파리만 날릴 뿐이었다. 가격도 뒷면의 억척 분식점 때문에 김밥 한 줄에 천원으로 두 가게가 똑같았다. 누가 보아도 버젓한 몫에 가게 세도 훨씬 비쌀 것인데, 다른 곳의 가맹점들처럼 인상된 가격으로 올려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 처함이 한 눈에 들여다 보인다. 뒷집의 이름도 없는 허름한 분식점 때문에. 그리고 그들의 다부지고 공격적인 처세술에 기가 눌려 따라잡지를 못하는 것이다. 간판도 없는 분식점 역시 처음에는 이익에 비해 일손이 달려 애를 먹었을 테지만, 만날 바쁘면 사람 하나쯤 더 쓰면 되는 일이니 문제가 될 것이 없고, 그러다보니 더 열심히 박리다매에 몰입하고 사소한 차이가 점점 큰 격차를 벌이는 형국이다.
오늘도 근처에 방문할 일이 있어 시장기나 때울 겸하여 또 한 번 들러 눈여겨보고 왔다. 시간대와 상관없이 별반 다르지 않고 연신 바쁘며, 한 번 방문한 고객을 멀리서부터 알아보고 반기는 태도로 팀원(가족 구성원이든 아니든 간에)이 똘똘 뭉쳐 한마음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두 명의 주인 같은 사람을 제외하고 지난 번 이용 때와 달리 오늘은 다른 사람이 거들고 있었는데,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는 양 연신 싱글벙글하며 일손을 돕는다. 신바람나는 경영을 보매 그래서 잘되는 집은 계속 잘 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먹을까 주문을 하려하니 "그날 더운 곳에서 잡수시느라 고생하셨다"며 잊지 않고 안쓰러움을 토하고 위로까지 하니, 더 많이 팔아주고 싶은 심정이 된다. 이렇듯 사람 마음 거기서 거기 일진데, 인간관계 때로 참 아리송하기도 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인가 보다. 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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