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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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26일 02시 37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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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카페 탐방을 나섰다. 아니 동네 구립 독서실을 이용하려고 했는데, 없어졌다는 소문이다. 허탕치기 싫어서 날씨도 좋고 하여 책을 하나 들은 채로 발길을 돌려 훌쩍 버스를 타고는 카페를 이용하기로 하였다. 요전에 언젠가 버스를 타고 지나오다가 눈에 뜨이는 곳이 하나 있길레 찜해 두었던 곳이다. 버스를 타고 어디쯤인가를 더듬거리다가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린 바람에 다시 거슬러 올라와야 했지만 그렇다고 짜증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은 마치 언제 태풍이며 억수같은 장대비가 쏟아졌냐는 듯이 화창하기 그지없다. 9월 들어 여러 일들이 겹쳐서 발생하여 바쁘게 처리를 하다 보니 요 며칠 몸살을 앓다가 추석 지나고 바로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고서야 조금 나아졌다. 그래서 오늘은 모처럼 만에 나들이를 하고 싶었나 보다.


한편 추석 명절을 쇠러 온 오빠가 덜컥 병이 나서 졸지에 척추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알려 오면서도 제발 아무도 방문하지 말것 이며, 더군다나 노부모님께 최대한 별 일 아니니 염려 붙들어 매라는, 위로부터의 엄명이 떨어진지라 분부를 받잡고 집에서 조용히 책이나 읽자니 집중이 안 되어 책 하나를 들고 나가버렸다. 게다가 가을 늦장마와 함께 우리 집은 어디에 무엇이 원인인지 모르는 지하 방으로 물이 스며들어 원인을 찾느라 공사 일꾼들이 다녀갔으나, 탐지기 작동비만 수십만 원 씩 나갈 뿐 도통 원인을 찾지 못해 허탕인지라 이래저래 심난하여 조용히 몇 시간 외출을 하고 와야겠다 마음을 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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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길을 가다 우연히 유심히 보아둔 곳을 방문하여 확인할 때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 되곤 한다. 그러한 시도들이 한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은 까닭이다. 마치 척 보면 아는 사람처럼, 스스로가 선택한 점괘에 만족하듯이.

카페 레트로도 버스를 타고 지나치다가 간판이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길레 눈여겨 보아두었던 것이고, 언제고 시간이 나면 들려봐야지 하고서 다시 더듬더듬 찾아가 방문하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어떤 곳일까 궁금하고 나의 척 보는 수준이 과연 어느 정도 정확한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의 기분을 무어라고 해야 할까? 묵지빠하며 이기는 기분? 아니면 홀짝 하여 모두 맞출 때의 전율? 하여튼 뭐 내기를 하여 맞출 때의 기분 같은 거다. "어때?", "괜찮지?" 하고 나 스스로에게 묻고 혼자 대답하며 흡족해 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니 즐겨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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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레트로의 방문 역시 혹시나 했던 것이 과연! 으로 예상을 빗나가지 않아 나는 스스로의 예견에 만족해 했다. 게다가 입구를 향해 가다보니 작은 공원이 있어 간판을 찾자 마자 간판부터 한 방 찰칵 찍고 들어갈 때의 제법 삼삼한 기분이라니. 이만하면 볕 좋은 날 혼자서라도 가방하나 달랑 둘러매고 편안한 복장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서 가뿐한 마음으로 들어가 볼 만하다는 생각에 젖어들게 된다. 몇 번 나홀로 족이 되어 가보더니만 이제 제법 이력이 붙나보다. ㅋㅋㅋ 도둑질도 하면 는다고 처음에는 혼자서 청승 맞게 무슨 카페를 들어가나?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는데, 어느새 제법 익숙해지는 것이 나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스러운 듯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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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벽면에 스크린도 설치되어 있고, 카운터 바로 앞에는 10좌석 정도의 커뮤니티 탁자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운터 주변으로 앉기보다 바깥 창이 시원하게 뚤린 카운터의 정면이나 출입구 정면이며 카운터의 좌측 측면인 환한 창가를 향해 자리를 잡고 앉아, 바깥 풍경과 창문으로 불어오는 살랑이는 가을 바람을 즐기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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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카페를 향해 들어오며 계단을 오르는데, 제법 운치가 느껴진다. 상당히 신경을 썼고 분위기가 괜찮겠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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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들어갈 때는 내부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입구에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부에 들어가서 제법 만족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더욱 애정이 가서 나올 때 더욱 유심히 벽면의 장식들을 다시금 살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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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계산을 마치고 나오다가 다시 들어가서 혹시 카페 쥔장이 꽃누름(압화) 작가냐고 물으니 애됫 여종업원의 대답이 작가 인지는 모르겠으나 쥔장이 직접 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다음에 언제 기회가 닿으면 인터뷰를 해보아도 재미나겠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발걸음을 향해 나왔다.


처음에 내가 방문했을 때는 점심 시간 이후의 오후인지라 제법 시간이 되었는데도 실내가 복잡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적한 공간을 골라 편하게 책을 읽다가 갈 수 있겠구나 했는데, 잠시 후가 되니 사람들이 밀려들어와서 좌석을 거의 매우다시피 해 얼른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게 아닌가 순간 고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내 공간에 꽤나 여유가 있어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젊은 층보다는 노년 층들이 많이 이용하며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으로 애용되고 있었다. 어르신들의 목청이 어찌나 크고, 한 편에서는 담배연기가 날아와 목을 컬컬하게 했지만 나의 독서에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나는 오늘 루쉰의 소설 전집의 일부분을 읽거나 필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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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내가 오늘 이곳에 온 기념으로 주문한 것은 세트메뉴인데, 치즈 와플과 커피였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시켰는데, 웬걸 나오는 폼이 기대 이상이다. 여러 가지 과일까지 소복이 담겨져 나오지 않는가 말이다. 와플은 치즈 와플인지 뭔지 솔직히 맛의 구분이 잘 가지 않았으나, 딸려 나온 과일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족시켜 주는 것이었다. 커피는 리필이 되느냐고 물으니까 추가 요금만 내면 가능하다고 해서 나중에 한 잔 더 시켜 먹으면 되겠구나 했는데, 마셔보니 진하게 느껴진다. 먹자 마자 가슴이 찌르르르 한 게 오늘 밤 잠을 안 오게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천천히 마셨다. 잔도 크고 맛도 진해서 천천히 마시다보니 더 추가 주문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아마 한 잔을 더 마셨다면 내일까지도 잠이 안 올지도 모를 만큼 강한 맛이 느껴졌다. 내가 조금 예민한 상태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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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이 정도의 분위기면 지인들과의 약속 장소로 기억해 두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운터에 계산을 하며 보니 옆에 카페에 관한 책이 수북이 놓여 있다. 파는 거냐고 물으니까 독서용이라고 한다.  위의 우측 사진은 꽃누름을 하여 만든 장신구류로 판매도 하는 모양이다.
                                                                              

나는 책을 읽다가 지인과 통화도 하는 등 그곳에서 간만에 휴일 낮의 한가로움을 즐겼다.
그런데 갑자기 띵~ 큰소리를 내며 문자가 날아들어 깜짝 놀라 받아보니, 오빠가 서둘러 입원한 병원을 옮겨 다른 곳을 예약하고 현재 집으로 옮겨와 쉬고 있다는 올케의 전갈이다. 안 그래도 조금 찜찜 했으나 경황이 없는 사람들에게 공연히 걱정거리나 앉기는 듯 하여 속으로만 근심을 하였는데, 잘 되었다는 생각에 얼른 답신을 보내주었다. 수술 후에 들여다 보려 했던 당초의 계획을 바꿔 집에 가는 길에 잠깐 오빠를 보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러 책읽기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오빠는 명절 때보다 상태가 더욱 악화되어 걸음을 걷지 못하였다. 그새 얼굴이 반쪽이다. 신경이 눌려 마비 증상이 오는 모양이었다. 명절이고 연휴라 애써 참았지만 통증이 심하다보니 꽤나 시달렸던가 보다. 아버지 모시고 큰댁에 가서는 차례상에 절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더니...... . 나이를 먹으면 병치레를 하며 늙는 일만 남았는데, 이렇게 늙어가나 보다 하는 생각에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좋은 의료진을 만나 빨리 쾌유되기만을 두 손 모아 빈다.
어쩐지 이래 저래 잠이 오지 않는다. 아프지 않아야 한다. 삶에 여유를 가지면서 건강관리에 신경을 써야 할 일이다.


IP *.197.63.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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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2010.09.26 04:45:04 *.197.63.196
p.s. cafe Retro: 관악구 남현동 / 사당역 6번 출구 낙성대 방향 / Tel: (02) 582-0230

매장 규모는 한 80평 가량 되지 않을까 싶다. 화장실도 남녀 2개씩 마련되어 있고, 배란다에 커플 석이 있기도 하다.
비교적 큰 평수인데 반해 따로 칸막이 등이 설치되어 있지는 않고, 약간의 분리된 분위기로 나뉘어 있기는 하다. 창가 바깥쪽이 작은 공원으로 꾸며 있어 커다란 나무들과 함께 분위기를 한층 업 시키는 측면이 있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세트 메뉴의 가격은 7,000원 이었다. 가격 대비 그만하면 만족한 수준.

잘못하여 사진이 이상해 질까봐 수정하지 않고 붙여둠.^^ 아직 서툴러서......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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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4 13:09:14 *.93.45.60
레트로 저도 여러번 모임을 한 곳입니다.
베란다 쪽으로 열고 나가면 흡연석입니다. 담배연기를 맡았다니 아마도 날 좋은 날 가셨나 봅니다.  겨울엔 그 문을 닫고 안쪽만을 사용하더군요.  옷 많이 입고 가면 밖도 좋죠.

저녁시간과 밤시간에 그림그리는 사람들이랑 모임을 하기엔 조명이 좀 어둡더라구요. 안쪽에 칸막이 없이 넓게 뚤린 공간에 듬성듬성 배치된 테이블들이 이야기하기에 좋은 공간입니다. 테이블이 2~3인이 위쪽에 차와 노트를 펼 쳐놓고 사용하기에 적당할 만큼 넓찍하고.. 좋아요. 그런데 그림그리기에는 조금 더 넓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죠.
음악 좋고, 조명 부드럽고, 카운터와 테이블과의 거리까지가 먼 테이블이  많아서 조용하게 지낼 사람도 좋고.
중앙에 여러명이 앉아서 음료 바시기에 좋은 구조이고... 하하하. 여기는 열린 공간인 것 같습니다. 그 특성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사당역 근처에서 모닝페이지 모임하는 사람들이 잘 이용하는 곳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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