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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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4일 16시 31분 등록

<매월 비누 100, 10년간 수주 MOU 체결>

 

지난 일욜이었다. 핸드폰에 낯익은 이름이 뜨면서 전화가 걸려온다.

 

~ 언니~”

 

지금 머하나?” 언니의 친숙한 음성이 들려온다.

 

지금 나..”

 

대화 도중 갑자기 전화기 너머 음성이 달라진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국향 남편 권해섭입니다. 오늘 천안 내려갈 수 있나 물어보려고 전화했는데 집사람이 미안하다고 못 묻고 있습니다. 어떻게 오늘 괜찮겠습니까?”

형부 아니 꼬레 입장에선 비누 첫 수주 계약을 약속해주신 서원전원의 권해섭 대표님이시다!

 

, 형부 안녕하세요. 오늘이요? 그럼요, (당연히~) 가능하죠. 호호

맘같아선 하모요, 하모요. 뉘 호출인데 되고, 안되고가 있을까요~라고 말할 뻔 했다 ㅋㅋ

 

원래는 그 다음날로 약속이 잡혀있었는데 권 대표님 스케쥴이 워낙 바빠 일정 조절이 필요했던 거였다. 당근 되고 말고다. 눈썹 휘날리며 대충 준비하고 집앞까지 데리러 온 언니와 형부 차를 타고 (이거이거 수주 주는 입장에서 집 앞까지 데리러 온다. 세상에 이런 비즈니스는 아무래도 없을 것 같다^^:::) 천안으로 내려가는 길은 하늘도 참 파아라니 맑았다.

 

20년을 넘게 산업 배터리 시장에서 업계 2위의 기업을 일궈오신 권 대표님이시지만 커다란 체격의 바위 같은 단단함에 비해 성격은 차분한 내향형의 CEO 이시다. 나 또한 심한 I의 꿈벗 출신답게 못지 않은 내향형. 차 안에선 거의 국향언니 대 형부, 혹은 국향 언니 대 나로 이어지는 개별? 대화를 이어가며 어느 새 천안 도착. 생각보다 최근에 지은 아파들이 많고 거리도 무척이나 잘 정비되어 있고 깨끗하다.

 

? 천안 공장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

도저히 공장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지역을 달리는데, 아파트를 지나 낮으마한 지붕의 건물들이 아늑하게 자리잡은 곳이 나온다.

 

여긴 또 머지? 나름 꽤 예쁘네.’

 

여기가 형부 공장이야

어라, 이젠 내 생각까지 읽어내리는지, 그곳이 공장이란 언니의 말이 들려온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일본 여행갔을 때 일본 공장지역을 통과한다고 했는데 너무 깨끗하고 아늑해서 놀랐는데, 흡사 그곳의 분위기와 닮았다.

 

깨끗한 코너 모퉁이를 돌아 낮으막한 문을 열고 들어서니 Maxland, 서원전원, 배터리 등의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분명 공장이 맞긴 맞는 듯 한데 너무 정갈하고 아늑하다. 정말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그러나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서 공장 여기저기 방문을 시작했는데 우선 한 쪽 건물 2층 전부에 마련된 사택이라 부르기엔 그 규모가 거의 세미나 룸 딸린 펜션 같은 곳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난 그저 우와~ 여기 디~기 좋다!”만을 말할 수 있을 뿐이었다. 정말 좋았다. 꼬레마켓 전원이 숨바꼭질하면서 워크숍을 해도 될 만큼 넓고도 깨끗하고 필요한 모든 설비가 잘 갖추어진 곳. 그곳에 그런 공간이 숨어 있었다.

 

다음으로 생전 처음보는 배터리 만드는 공정. 당연히 지금도 뭐가 뭔지 전혀 이해되지 않지만 그 중에서 잠수함에 넣는 배터리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 같은 기계치가 평생 잠수함에 들어갈 배터리를 구경할 기회가 올거라고는 진정 상상하지 못했기에 말이다!

 

배터리가 너무 무거워서 잠수함이 가라앉드면 안되잖아요

내향형 권대표님 표 농담에 그때쯤에야 난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

자신이 소중히 일궈온 너무도 단아하고 안정된 터전을 보여주시면서도 자랑이랄까 과장된 말씀 한마디 없이 조용히 문을 열어 설명만 해주시는 대표님이 참으로 단단하다는 인상을 받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터전이 마치 권대표님 같다..’

공장을 다 둘러본 내 느낌이었다.

무언가 꽉 들어찬 느낌. 어느 한군데 겉치레없이, 반면 소홀함도 없이, 그냥 터전과 사람이 하나되어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대표님께서 20년을 한결같이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인 로케트 배터리에 밀리지 않고 2위 자리를 유지해오고 있는지 알 것 같은 곳이었다.

 

사업은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나름 현역 때의 기억을 더듬어 준비해간 인터뷰 자료를 펼쳐놓고 회의실에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바로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지금까지 별 말씀없이 조용히 공장 내부를 보여만 주시던 권대표님의 눈빛이 빛나며 말씀이 술술 이어진다. 한 분의 개인 역사가 펼쳐지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인터뷰를 마치며 든 생각은, 성공이란 진정 외적인 잣대가 아닌 스스로 만든 세상 하나 지닐 수 있다면 그것이 정말 소중한 성공이란 생각이 들었다. 험란한 비즈니스 파고를 넘나들며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신다는 대표님 말씀처럼, 나 또한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전해져오는 시간들. 인터뷰를 하러 간 내가 오히려 말로써 혹은 침묵으로 참 많은 걸 배운 값진 시간이었다.

 

인터뷰가 끝나자 이번엔 대표님께서 저녁을 사주신다. 이거이거 이건 정말 아닌데 하면서도 함박웃음을 띄고 따라갔다 ㅋㅋ 거기다 대표님께서 차를 몰고 언니랑 내가 뒤에 태워져 갔으니 호사도 이런 호사가 없다^^

 

여보~ 우리 비누 맘에 들면, 거기거기 또 그 회사에도 소개시켜주세용~”

크아~ 언니한테 저런 애교가 있었다니! 평상시 이성의 여신으로만 알던 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새우튀김 다 떨어뜨릴 뻔 했다 ㅋㅋ

 

그래그래. 안 그래도 당신 도와주려고 내가 요즘 모임에도 나가고 그래. 난 당신 먹는거만 봐도 행복하니까 얼른 먹어

오모나! 커다란 체격에 바위같이 듬직한 대표님의 반응하고는!! 꼬레마켓 멤버의 일원으로서 분명 눈물나게 감사한 코멘트인건 맞는데, 순간 결혼하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속이 쓰리기도 했다 ㅋㅋㅋ

 

그렇게해서 우리의 첫 수주의 밤은 흘러갔다. 뭐 한달에 100장이라고 권대표님께서 못박아 말씀주신거는 아니다. 그건 그냥 우리끼리 두 손, 두 발 동원해서 계산해본 수치다. 또한 10년이라고 말씀주신 것도 아니다. 그치만 이 두분. 그냥 앞으로 10, 또 그 다음 10, 또 그 다음 10. 계속 알고 가면 좋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두 분다 말씀처럼 젊은 시절은 젊기에 폭풍처럼 보낼 수 밖에 없는 시간들을 보내고, 이젠 삶의 다양한 색을 다 품고 있는 안정감이 느껴지는 그래서 지금부터 인생의 황혼기를 함께 걷고 싶은 분들이라고나 할까. 어쩌면 우리 모두 창조놀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운영진 혹은 고객 이런 사회적 이름을 내려놓고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벗들이 되는 우리의 철학이 스며드는 관계.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담긴 10년의 관계 MOU인 것 같다..

 

그런가하면 꼬레마켓 첫 비누 수주가 전적인 내부거래?의 도움으로 이루어진 일욜 전날, 토욜에는 리아마켓에도 작지만 또 하나의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군의 후예에는 고 연우라는 마스코트가 있다^^ 어머니께서 연우를 출산하신 날에도 단군이 출석을 하신 전설을 안고 세상에 태어난 아기이다^^ 그리고 아버지 또한 단군의 후예 3백일차 완주자이시고.

 

바로 그 주철은님을 토욜 만나게 되었다. 이전부터 한번 만나자, 만나자 하면서도 뭐가 그리 바쁜지 지난 토욜에야 겨우 시간을 내게 되었다. 철은님, 국향언니 그리고 나. 여자 셋이 모이니 반가움과 함께 수다가 폭포수처럼 터져 나온다. 친절하고도 자상하신 고정욱님 이젠 방긋방긋 웃는 연우를 데리고 카페 주변에 산책을 하겠다며 자리를 비켜 주신다. 정욱님은 언제 뵈도 참 자상하시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철은님이 요즘 공부하고 있는 뇌건강 쪽으로 이야기가 옮겨졌다. 그러면서 철은님의 어린이 건강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하셨다는 사실 까지도.

 

그런데 왜 어린이용 비타민 처방전은 없어요?”

역시! 전문가가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아주 솔직히 말씀드리자면요, 저랑 제 동생이 둘 다 결혼을 안해서 사실 아이들 쪽에까지 미쳐 신경을 쓰지 못했어요.” 궁색하지만 변명을 한다.

 

이어지는 철은님의 설명을 듣자하니, 어쩌면 비타민 처방전은 성인도 성인이지만 유아/아동/청소년에게도 너무도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수 잘 배운 느낌이다.

 

그럼 철은님이 기본을 만들고 호주에 보내서 약사들한테 크로스 체크받아서 어린이들을 위한 처방전도 만들어보죠.” 역시.. 아무래도 국향언니는 비즈니스 신이 강림이라도 한 것 같다. 순간 포착 능력이 거의 본능적이다 ㅋㅋ

 

그럴까요? 저도 관심있는 분야라 그런지 흥미로울 것 같아요.”

단아하지만 깊은 심지의 철은님, 신중한 표정이지만 밝게 웃으며 답한다.

리아마켓이 성인용 비타민 처방에 이어 또 하나의 작품을 기획하는 순간이다. 정말 스스로의 생명력이 있는 것 같다는 말밖에는 할말이 없다..

 

지난 주말 이틀 사이에 두 가지 큰 일이 다가왔고 꼬레마켓은 그렇게 또 한걸음 내디디고 있다. 그야말로 이젠 우리 모두 즐기며 함께 힘모아 뜻모아 일할 일만 남았다고나 할까. 솔직히 문이 하나씩 열릴 때마다, 새로운 세상이 그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설레이기도 하지만 잘 할 수 있을까 긴장이 되기도 한다. 그 때문인지 요즘엔 새벽에 눈을 뜸과 동시에 일을 하면서 잠을 깨울 정도로 생각이 꼬레마켓에만 집중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큰 느낌은 뭐니뭐니해도 참으로 감사하다는 생각인 것 같다. 어찌보면 사실 비즈니스라고 하기에는 사람 다섯이 뭉쳐 있는 거 외엔 아무것도 없는 꼬레마켓인데 하나씩, 둘씩 서서히 눈이 뭉쳐지는 것이 그저 신기하고 감사할 뿐이다.

 

내친 김에 우리 다섯 리아마켓 (www.leahmarket.co.kr) 슬로건을 저희는 어제보다 건강해지려는 분들을 돕습니다라고 지었다. 숨길 수 없는 표절이다^^::: 하지만 뿌리가 변경연이기에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이보다 더 좋은 슬로건은 있을 수 없다는 지인양의 주장에 우리 모두 맞장구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글로벌 시장에서 꽃 피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지만, 뿌리는 언제나 뿌리이니 말이다. 저작권료를 지불할 형편이 못되니 그저 스승님의 너그러움에 기대어 우리 다섯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 보여드리며 가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언제나 기발한 아이디어로 반짝반짝 별가루를 더해주며 조용히 자신만의 Energy Therapist의 길을 만들어가는 지인이, 늘 빛의 속도로 리아마켓 사이트를 하루가 달리 예쁘게 만들어주는 호금양, 마음이 여려 부담감 백배겠지만 언니들을 믿고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비누 개발을 담당해주는 막내 성희. 아내들이 기쁘면 당신들도 기쁘다 적극적으로 후원과 도움을 마다하지 않는 든든한 권대표님과 자상한 정욱님. 거기다 엄마와 이모들의 이야기가 지겨웠을법도 한데 이젠 의젓하게 멋진 미소만 날리고 기다려주는 영준이와 아빠 품에 안겨 고이 자면서 엄마를 기다리는 연우까지. 어찌보면 우리가 꼬레마켓을 진행하는 가장 값진 의미요 가치가 아닐까 생각하는 하늘이 정말 파아란 2011년 가을이다. 부디 이 아름다운 관계들이 세월과 함께 조금씩 조금씩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변경연 여러분 저희가 서원전원의 첫 수주를 잘 이행할 수 있을까요?

초짜들인 저희를 감안하여 가장 간단한 색깔에, 가장 간단한 디자인만 요구하시는 권대표님의 숨겨진 배려심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저희 정말 최선을 다해 그냥 평범한 비누가 아니라 조금은 특이한 무언가를 선보이고 싶어서 9일 날 왼종일 모여앉아 몇 가지 실험에 들어갑니다. 과연 어떤 비누가 탄생할지, 저희 꼬레마켓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따듯한 애정에 힘입어 천천히 그러나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드리며,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그 터전을 넓혀가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가을 그 자체인 10월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 꼬레마켓 올림.

IP *.65.178.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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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1.10.07 09:18:50 *.180.75.178
첫 수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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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1.10.07 14:26:44 *.12.196.231
거의 내부거래?입니당 ㅋㅋㅋ
그래도 추카인사 감사합니당! ^^
프로필 이미지
2011.11.02 05:06:29 *.118.116.99
글도 잘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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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1.11.02 05:38:40 *.12.196.33
용현님 여기서뵈니 더욱 반갑고 감사한데요^^
언제 용현님 하시는 일 이야기듣고 한 수 배우고 싶습니다. 그럴 날 오겠죠..?^^
감사드리며, 11월도 충만히 보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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