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 조회 수 5296
- 댓글 수 1
- 추천 수 0
<꼬레이야기 5: 1인기업가들= 사장+ 모든 잡일까지 다 하는 자들>
그날따라 어린? ㅋㅋ 동생들이 다 바빠서 국향언니와 나 둘이서 비누재료를 사러 나선 참이었다. 드디어 서원전원에서 최종적으로 비누며 비누에 각인할 도장까지 오케이 사인을 주셔서 재료 및 포장 용품들을 구매하려 시장을 가던 길이었다. 전철 역 이름도 가물가물하고, 출구는 더더욱 모르겠고. 어리버리 묻고, 문자를 날리는 가운데 언니가 불쑥 이야기를 던진다.
“근데.. 이거 우짜면 좋을지 모르겠다..”
“뭘? 시장가는거? 나만 믿어!”
뭘 믿으라는건지 말하는 나조차도 모르면서 무대뽀 먼별이는 무조건 큰소리부터 치고 본다 ㅋㅋ
“그게 아이고.. 비누 주문이 들어왔는데 만들 수 있을까 싶어서..”
순간 귀가 번쩍뜨이며 “먼 소리! 주문이 들어오면 만드는 것이 제작자들의 도리인지, 먼 소리” 흥분하며 반응한다. 이렇게 어리버리 비즈니스를 하는데도 누군가 꼬레 제품을 찾아주시는게 마냥 신기할뿐이다.
“당연히 그렇지. 근데 월욜 아니 늦어도 화욜까지는 택배로 보내야해서 만들 시간이 우찌 되야 하는지 계산이 안 나온다.”
“머? 월요일? 낼 모레까지는 보내야 한다고?!”
오미.. 이거 무슨 시험하시는 것도 아니고, 하필 첫 개인고객 주문이 이렇게도 타이트하게 들어오다니.. 그때까지 우리는 서원전원에 디자인 통과하는데만 집중해있어서 아직 정식 비누는 한 세트도 만들지 못한 상황이었다.
“몇 개인데..?”
먼별이, 아까 당연히 만들어야 한다고 큰소리 칠 때와는 사뭇 풀 죽은 목소리다 ㅋㅋ
“10세트.. 아니 9세트만 만들어주면 될 것 같아..”
“오마나!”
첫 개인 주문량이 그토록 많은 것에 놀랐고, 이걸 우찌 만들지 난감해서 또 놀라고..
“만들자. 만들면 되지 머.”
“언제..?” 여전히 걱정스런 표정의 언니가 되묻는다.
“낼. 일욜있잖아. 시간되는 사람들끼리 일단 뭉쳐서 만드는거지. 첫번째부터 안된다고 하는 게 말이 되. 잠깐, 지금 바로 시장가지 말고, 일단 카페에 들어가서 재료 다시 정리하자..”
아침 일찍 서둘러 길을 나서는 바람에 커피 한잔 제대로 못 마시고 나온 차에 잘됬다 싶어 얼른 카페로 들어가자 한다. 거기서 차분히 추가로 사야 할 목록도 정리할 겸, 커피 한잔 마시며 운동화 끈도 다시 묶을 겸 말이다^^
그렇게 시장에 발을 들여놓은지 몇 시간, 큰소리 치던 먼별이는 공간치임을 여실히 드러내며 어느새 국향언니가 앞장서 길 안내를 하고 있다^^:: 그래도 그동안 몇번째 방문에 이제 제법 낯익은 상점들에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씩, 둘씩 생겨난다. 서원전원 수주량에 갑자기 뛰어들어준 고마운 개인주문까지 재료들과 함께 포장 용품까지 사정없이 장을 보니 둘이서 짊어지고 양손에 가득 들어도 손이 부족하다.
처음 시드니에서 약국을 오픈했을 때, 이전까지 깨닫지 못했던 아주 절실한 부분 하나를 깨달은 것이 있다. 오너와 월급쟁이 사장과의 차이점이라고나 할까. 조직에서는 사장이 되면 아주 근사해진다. 폼나고 사무실도 넓어지고, 그야말로 사장이다. 하지만 1인 기업 혹은 자영업자 사장들은 폼과는 거리가 멀다.
“1인 기업 오너= 사장+ 그 밖의 모든 잡일까지도 다 처리하는 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현실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치열한 경쟁사회인 조직을 나와 작더라도 나만의 숍을 가지면 조금 더 여유롭게, 조금 더 우아하게 살 줄 알았는데,우리들만의 약국을 차렸을 때, 비로소 오너의 무한책임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이전에 지인들과 회사를 차렸을 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밀한 부분까지 전부 내 손으로 해결해야 하는 현실에 맞딱뜨렸다. 난감했다.
‘어떻게 이런식으로, 이렇게까지 자질구레한 일까지를 매일 해야 할까.. 차라리 조직의 일원이 훨 낫겠다..’싶은 생각이 하염없이 흘러들어왔다. 아마 그 누구라도 조직의 문을 박차고 나와 현실과 마주할 때, 한번쯤은 느끼게 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늘 북카페를 차리는게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였는데, 그 또한 설거지에서 장보기까지를 포함해야 하는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겠구나..하는 것을 깨달은 것도 그 즈음이었던 것 같다. 세상엔 결코 우아하기만한 직업은 없는게다. 모든 것에 있어 일정부분 눈이 뭉쳐지려면, 뒤안 길은 늘 힘들고, 고달프고, 엄청난 인내력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 현실, 현실이다..
지금의 꼬레마켓 또한 그러하다. 흥미진진하고 아이디어 충만한 창조놀이에, 거기다 기회의 문이 열리는 것 까지는 눈물나게 감사한 일이지만, 꼬레마켓 멤버들은 이제 현실에서 비즈니스의 눈을 뭉치는 것이 어떠한지를 체험하는 단계로 서서히 이행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중 첫번째가 시장훍기.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것이 시간도 절약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재료 및 포장 그리고 기타 용품들이 확실히 자리잡힐 때까지는 시장을 훍어야 한다. 온 몸으로 부딪혀 오감으로 알아내는 것과 집 안에 앉아서 컴퓨터 스크린으로 만나는 세상과는 다르다. 거기다 한가지, 시장에서 직거래를 하면 마음씨 좋은 사장님들이 가끔씩 찔러주는 보너스 상품도 얻을 수 있고 그러면서 관계가 성립되기 시작한다. 아무리 비즈니스 거래라고는 하지만, 그 근간을 흐르는 것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이니 말이다..
그렇게 낑낑대고 장을 본 다음날, 국향언니와 성희 그리고 나 셋이서 다시 모였다.
후다닥, 후다닥~
엄벙덤벙~
쉴 새없이 일하고, 숨가쁘게 일하는 가운데, 시간은 엄청도 빨리 흘러간다.
아무래도 비누 최종디자인이 결정되고 첫 공식 작업인데다, 물량도 그 때까지 우리가 다뤄보던 물량보다는 훨씬 많으니 서로들 말은 안하지만 과연 그날안에 주문량을 마칠 수 있을지 내심 불안했다.
드디어 마지막 비누 포장까지 마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저녁 6시를 넘어 창밖이 어둑해지고 있다. 세상에.. 세 사람이 왼종일 낑낑거리며 일해서 비누 30장을 겨우 만들었으니 물량을 마쳤다는 안도의 느낌과 함께 이래갖고 밥벌이가 될까 순간 허탈한 느낌도 동시에 밀려든다.
집에 돌아와서도 잠이 오질 않는다. 머리 속은 온통 비누 제작 과정이 그려지며, 어떻게 해야 제작공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오거나이즈할 수 있고, 과연 하루 몇 명이 어떤 식으로 일해야 할지 끝도 없이 머리속으로 그리며 어느새 피곤한 몸은 잠에 빠져들었다.
다행히 비누를 받아보신 고객이 “너무,너무,너무 향도 좋고, 정말 좋은 품질의 꿀을 넣은 티가 팍팍나서 너무 좋다. 주변사람들도 놀랐고, 선물받은 분들도 아주, 아주 좋아하셨다”라는 대만족의 피드백을 보내주셔서 다시 기운을 얻고 고심에 또 고심, 드디어 서원전원의 대물량을 작업하는 날의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사극의 전투씬 버전 맞다 ㅋㅋ 그만큼 우리 꼬레마켓에겐 중요한 날이었다. 고작 비누 30장 갖고도 낑낑거렸는데, 그 날은 무려 그의 두배인 60장은 서원전원 수주 60장에, 기타 샘플로 약 30장, 총 90장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이 날은 전원이 모였으니 조금 안심은 되었지만, 때론 사람이 많은 것이 무조건 작업의 효율성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어서 더욱 조심해서 동선을 짜야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래도 경험이란 참 무서운 것 같다. 사람들은 가끔 과거 경험에만 메여서 거기에 얽매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는데는 스스로 경험한 것만큼 중요한 자산이 되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인간이란 아는만큼만 움직일 수 있는 존재인 것도 같고, 생각만이 아닌 직접 부딪혀 실행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아지기도 하고..
그 전 주에 헤매본 경험상, 이번에는 시작부터가 달랐다. 공간부터 구분하고, 비누 제작과 포장 담당을 별도 분류하고.. 비누 제작하는 것에도 동선이 그려지고.. 작업을 하면서 슬슬 전체 그림이 더 명확히 그려지며 몇 명이 가장 효율적인 팀을 이룰지, 그래서 최대 몇장까지 하루 작업이 가능할지가 떠올랐다. 더 놀라운건, 다음날 정기 꼬레모임에서 토론하는데 우리 모두 같은 생각, 같은 목표치를 생각했다는 점이다! 참 대단한 꼬레멤버들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결국 꼬레멤버 전원이 모여 왼종일, 초절정 몰입 끝에 드디어 서원전원의 첫 수주물량을 만들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다음날 꼬레모임에서 우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꼬레마켓이 시작한지 100일차가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지난 100일, 우린 과연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누군가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자신 속에 숨겨져 있던 재능이 터져 나오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그저 막연히 생각해보던 1인 기업가의 길이 어떤 것인지를 어렴풋이나마 경험해보기도 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이 손재주가 있고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다 느끼는가 하면, 또 누군가는 자신의 현재 필살기를 확신하기도 하고.. 이것이 어쩌면 꼬레마켓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인 무엇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을 나와 단숨에 무에서 유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 무언가 아웃풋을 만들어내기까지 그 과정에서 여러 번 모든 것이 내려앉는듯한 좌절감도 맛봐야 하고. 그것을 꼬레마켓이란 울타리 속에서 좀 덜 아프게 경험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꼬레마켓에선 각자의 필살기를 갖고 모여 하나의 전체 그림을 그려본다.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의 목표를 설정해놓고 사람들을 거기에 맞추는 것과는 반대로, 개개인이 지닌 필살기를 맞춰 큰 그림을 그린다. 다소 실험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그러면서 우린 또한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개별적인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경험조차 직접적인 비즈니스적 경험부터 1인기업가로 독립하는데 무엇이 가장 걸림돌이 되는지에 대한 내적, 환경적 경험까지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계속 이러했으면 좋겠다.
꼬레마켓은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가능한 많은 이들에게 따듯한 실험터를 제공하는 모임터로 이어가면 좋겠다. 그러나 그러기위해선 그 자체도 비즈니스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니, 그 또한 꼬레마켓의 운명에 맞기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개인들이 성장하여 꼬레마켓이 성장하고, 꼬레마켓이 성장하여 더 많은 개인들을 품어나가고.. 이러한 선순환이 계속되면서 언젠가는 글로벌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꼬레마켓이 진출하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차곡차곡 쌓아가며 살아가는 것이 스스로 기회의 문을 열어주면 이끌고 있는 꼬레마켓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다. 차곡차곡, 하루하루말이다…
----------------------------------------------------------
변경연 여러분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드디어 저희 꼬레마켓에서 첫 B2B 수주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근데 이야기가 아무래도 비누쪽으로 치우치다보니, 실상 리아마켓 (www.leahmarket.co.kr)을 떠받치고 있는 지인이랑 호금양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것 같아 살짝 첨부합니다 ㅎㅎ
어느새 11월이 되었습니다. 꼬레를 기획하고 정신없이 달려오다보니 올해는 정말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게 11월이 된 것 같습니다. 조금은 부산하고 바쁜 12월보다 어찌 생각하면 11월이 한해를 정리하기 더 좋은 시간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을이 무르익어 겨울의 알싸함이 느껴지기 시작하는 11월, 여러분 모두 깊고 충만한 시간들 보내시고 저희 꼬레마켓 계속 애정으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꼬레마켓 올림^^
사진은 포토갤러이에 올려놓았으니 잠시 봐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당^^
호오오옥시 주변에서 연말연시 부담없는 가격대의 선물을 고민하는 분들 계시거나
작은숍 혹은 작은 기업에서 연말사은품 고민하시는 분 계시면,
저희 꼬레마켓의 "허니 오리진"의 진정성 넘치는 꿀비누가 따듯한 선물이 될 수 없을까용..? ^^
이제 저희 세상과 만날 준비가 되었으니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신 분들은
alysapark@hanmail로 연락주세요^^
(참, 제가 담주초 잠시 산사수행 다녀오니 혹 답변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당^^)
그럼 따듯한 겨울, 향기나는 시간들 보내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