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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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취미나 별다른 소양도 없는 사람이지만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동요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정신세계의 비타민이라 여기며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동요는 그러니까 이른 아침 풀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처럼 시인들의 고양된 영혼에서 건진 더없이 소중한 보배이고 정신세계의 이슬방울이다. 동시를 짓는 시인의 행위나 시에 곡을 붙이는 작곡가의 작업은 생명이 있는 동물, 그 중에서도 인간만이 행할 수 있는 최고의 지적유희가 아닐 수 없다.
시의 세계는 수준 높은 영혼의 탐험여행이라 말하겠다. 마음의 세계는 무한히 열려있는 신세계이고 내가 가진 유일무이한 나만의 텃밭이다. 이야 말로 인간이 가진 자유와 평등과 평화에 맞닿아 있는 은혜의 영역이 아니고 무엇이랴!
오랜만에 간 친정에서 꽃을 보았다. 엄마의 장독대에 핀 과꽃이었다. 엄마는 어디서 꽃씨가 나서 하필 저 과꽃을 심었을까? 나는 그 즉시 옛 추억을 떠올리며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
꽃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 꽃을 들여다보면
꽃 속에 누나 얼굴 떠오릅니다
시집 간지 어언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어 생각나요.
꽃, 꽃빛이 내게 다가왔다. 그렇다. 연분홍도 아니고 진분홍도 아닌 중간 쯤 돼 보이는 분홍색 과꽃이 아름답게 꽃무리저 다가오고 있었다. 이 아름다운 순간을 동요와 함께 만끽하며 잠시 생(生)의 경의로움에 빠져들었다. 그것은 위안이었고 구원의 순간이었다. 때때로 맞이하는 이같은 경이로운 순간을 위하여 동요에 대한 관심의 끈을 나는 그리도 오랫동안 놓지 않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