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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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종의 <방문객>, 불과 몇달 전 2011년 광화문 글판 여름편입니다.
1997년부터 게시된 58개의 광화문 글판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글이라고 합니다
전 이 글을 볼때마다, 읽을 때마다 가슴에 잔잔한 감동에 마음이 행복해진답니다.
그리고 제게 이 글귀는 Keith Jarrett이라는 재즈피아니스트와 동의어입니다. :)
제가 어쩔줄 모를 정도로 좋아하는, 작은 체구의 할아버지 피아니스트는,
재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당대 최고의 재즈피아노 연주자 중 한분입니다.
처음 친구가 건네준 키스자렛 앨범을 듣고, 아 이사람은 참 세모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었어요.
소리가 시리고, 한음한음 세심함을 넘어 예민하게 느껴져서 처음엔 듣기가 편하지 않았거든요.
그냥 싱겁게, 좋네. 정도였는데 유럽여행 중 나폴리의 노천극장에서 키스자렛 트리오 콘서트를 본뒤
제가 늘 최고로 꼽는 재즈피아니스트는. 단연 키스 자렛입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좋아해요.
여름밤 나폴리 노천극장의 재즈 콘서트라니 로맨틱하죠? 하지만...
무대음향도 좋지 않았고 상식을 뛰어넘는 이태리사람들의 엄청난 비매너는 가히 충격이었답니다. 그럼에도,
그저. 아름답다. 아름답다. 아름답다.이게 사람이 연주하는건가?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이생각뿐이었어요.
키스자렛의 최고의 공연은 절대로 아니었지만, 제겐 엄청난 감동이었어요. 라이브의 힘이었겠죠.
그당시엔 키스자렛이 죽기전에 한국에 올까? 라는 생각에 일본에라도 가야겠다 생각했더랬습니다;
한국엔, 작년 첫 내한에 이어, 올해 6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2번째 콘서트가 있었습니다.
An evening of Solo Piano Improvisations.
짧은 글솜씨로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런지요. 그냥. 그 자리, 그 순간에 있었던건데요.
그다지 적절친 않은 표현인데, 어떤 미지의 곳, 우주에 접속해 대화하고 있는 느낌. 또는 그 이상.
아름답고 고집있고 단단한 소리, 선율에 감사하고 행복한 밤, 잘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할아버지는 즉흥연주가 끝나고, 흥에 겨워 무려 5곡이나 되는 앵콜곡의 은혜를 내려주셨습니다 :)
콘서트가 끝나고. 넋을 잃고 멍한 상태에서 버스를 타고 우연히 창밖을 봤는데.
순간 이 글판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답니다.
나는 오늘 어마어마한 한 사람의 인생을 만난거구나.
오늘 제가 소개하는 키스자렛의 명반, Koln Concert 가 어찌 들리실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제가 키스자렛 음악을 들을때처럼 시큰둥하게 좋은 음악이군.생각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음악취향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니 그저 바라는 것은, 그게 어떤 것이 되었든
삶을 응원하고, 위로하고, 풍요롭게 하는 마음깊이 사랑하지 않을수 없는 무언가와의 조우를 기원드립니다.
행복한 아침 되세요 :)
이게 즉흥 연주라니, 믿어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