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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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 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인용해 봤습니다.
말씀드리고 싶은 주제가 바로 '달리기'거든요.
(김연수씨 글이 참 좋네요. 정말 공감 가네요! ^^)
처음 마라톤을 시작한 건 2007년도 중앙일보 마라톤 입니다.
평소에 달리기를 좋아해서 달리고 그랬던 건 아니였는데
그냥 우연한 기회에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서 10km 짧은 마라톤을 신청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달리기를 접하게 되었고 그 뒤로 10km를 여러번 더 뛰고
하프코스를 뛰게 되었고 그렇게 몇 번 더 뛴 다음에 마침내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런 건 대단한 사람만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뛰고 보니까 누구가 뛸 수 있겠더라구요.
홀이라는 사업가가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훈련시켜서
전문 등반가가 오른 수보다 더 많은 사람이 정상을 밟게 해줬다는 얘기처럼요.
사실 마라톤이 인생과 많이 닮아있다. 자신과의 도전이다. 뭐 이런 말이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그냥 욕만 나왔답니다. 신청하고 10km로 정도 뛰면서
"아, 내가 이걸 왜 신청했을까?" 후회만 들고 빨리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앞섰답니다.
그냥 처음 뛸 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단지 머리속이 말끔히 비워져 멍한 느낌이었어요. ㅋㅋ
그런데 그 다음에 뛸 땐 좀 달랐습니다.
보통 완주하려면 4~5시간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일반적인 공간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름다운 광경을 여럿 목격했기 때문이죠.
시각 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해피 러그, 100세 노인의 100회 마라톤 도전기
부부 동반 완주, 환경 보호, 아프리카 구하기, 수능 대박을 위한 선생님들의 달리기 등등
저마다 자신의 분명한 목적이나 의식을 위해서 자신 삶의 한 부분을 할애해서 도전하고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감동 받았던 장면은 어떤 아저씨를 뵈었을 때 였는데요.
그 아저씨는 발목이 많이 꺾여서 도저히 걸을 수 없을 것으로 보였습니다.
한 걸음 내 딛는 것 조차도 매우 힘들어 보이셨는데
그 몸으로 직접 달리기까지 하시고 더군다나 풀코스에 도전하고 계셨어요!
아. 그때의 감동이란. 솔직히 뛰면서 눈물을 조금 흘렸습니다. ㅠ
그리고 등 뒤에 무언가 써 놓으셨더라구요.
Run for sufferers. 뭐 이런 문구였던 걸로 기억나요.
그 때 뛰었던 마라톤이 조선일보 마라톤이었는데 조선일보 마라톤은 춘천에서 하거든요.
그 자체로도 풍광이 매우 아름다운 곳인데. 그 분을 뵙고 나니까 그 곳이 한층 더 아름다워 보이더라구요.
음. 내년에도 그 분을 뵈었으면 좋겠네요.
항상 제 삶에 따뜻함을 선물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드려요.
이제 곧 있으면 주말이네요!
즐거운 금요일 보내시고 오늘 하루 부족 여러분께도 따뜻함을 선물해 주는 좋은 사건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행복하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