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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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면 식물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더라? 책을 뒤적입니다.
오늘도 나는 나의 목련나무에게 말을 건다.
나를 용서해줘서 고맙다고, 이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 해줘서 고맙다고.
일년초 씨를 뿌릴 때도 흙을 정성스럽게 토닥거려주면서 말을 건다.
한숨 자면서 땅기운 듬뿍 받고 깨어날 때 다시 만나자고, 싹트면 반갑다고,
꽃 지면 어머머 예쁘다고 소리 내어 인사한다.
꽃이 한창 많이 필 때는 이 꽃 저 꽃 어느 꽃도 섭섭지 않게 말을 거느라
또 손님이 오면 요 예쁜 짓 좀 보라고 자랑시키느라
말 없는 식물 앞에서 나는 수다쟁이가 된다.
박완서 산문집 <호미> 15쪽에서 한참 머물다 내친 김에 그 부분을 찾아 읽습니다.
요새도 새벽에 눈만 뜨면 마당으로 나가게 된다. 봄에는 이불 속의 등 따순 맛에 벌떡 일어나기가 귀찮다가도 식물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는 듯한 느낌 때문에 이부자리를 박찼던 것 같다. 밖에 나가 나날이 부드러워지는 공기와 흙의 감촉을 즐기며 마당을 어슬렁거리노라면 땅 속에서 아직 움트기 전의 식물들이 부산하게 웅성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느낌은 고막에 와 닿는 음향은 아니지만 마음을 두드리기도 하고, 무슨 영감처럼 소리 없이 사람을 깜짝 놀라게도 한다. (16쪽)
박완서할머니가 서 있던 그 봄 공기 속에 우리도 서 있는 듯 합니다. 오늘도 고이 잘 댕겨 오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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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나의 목련나무에게 말을 건다.
나를 용서해줘서 고맙다고, 이 엄동설한에 찬란한 봄을 꿈꾸게 해줘서 고맙다고.
일년초 씨를 뿌릴 때도 흙을 정성스럽게 토닥거려주면서 말을 건다.
한숨 자면서 땅기운 듬뿍 받고 깨어날 때 다시 만나자고, 싹트면 반갑다고,
꽃 지면 어머머 예쁘다고 소리 내어 인사한다.
꽃이 한창 많이 필 때는 이 꽃 저 꽃 어느 꽃도 섭섭지 않게 말을 거느라
또 손님이 오면 요 예쁜 짓 좀 보라고 자랑시키느라
말 없는 식물 앞에서 나는 수다쟁이가 된다.
박완서 산문집 <호미> 15쪽에서 한참 머물다 내친 김에 그 부분을 찾아 읽습니다.
요새도 새벽에 눈만 뜨면 마당으로 나가게 된다. 봄에는 이불 속의 등 따순 맛에 벌떡 일어나기가 귀찮다가도 식물들의 웅성거림이 들리는 듯한 느낌 때문에 이부자리를 박찼던 것 같다. 밖에 나가 나날이 부드러워지는 공기와 흙의 감촉을 즐기며 마당을 어슬렁거리노라면 땅 속에서 아직 움트기 전의 식물들이 부산하게 웅성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런 느낌은 고막에 와 닿는 음향은 아니지만 마음을 두드리기도 하고, 무슨 영감처럼 소리 없이 사람을 깜짝 놀라게도 한다. (16쪽)
박완서할머니가 서 있던 그 봄 공기 속에 우리도 서 있는 듯 합니다. 오늘도 고이 잘 댕겨 오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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