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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의

/

2단계,

두

  •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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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5일 21시 51분 등록
Animal laborans...굴레를 짊어진 짐승처럼 매일 고된 일을 되풀이 해야 하는 인간, 즉 '일하는 동물이다. 원자폭탄을 만드는 일을 매력적인 일로 느꼈던 오펜하이머의 상태나 효율적인 가스실을 만들려고 절치부심했던 아이히만, 혹은 매일 직장에서 의미없고 반복적인 일만을 하는 일부 직장인들의 모습이 여기에 해당한다.

Homo faber...제작자를 뜻하는 단순한 말이었다가 르네상스 시기에 깜짝 나타나 공동의 삶을 만들어내기 위해 물질적인 노동과 행위를 판단하는 존재로 쓰이는 단어. 어떤 이는 Animal laborans의 상위자를 칭하기도 한다.

우리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윤리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어떤 일이 가치 있는 일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는 이는 Homo faber이다. 단추만 누르면 핵 미사일이 날아오르는 시대. 정보가 사방팔방에서 넘쳐나는 시대이기에  그 만큼 윤리적 판단, 개인의 가치 판단이 중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Animal laborans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물건을 만들면서 일을 하면서 무수한 생각을 한다. 리처드 세넷의 말처럼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Good)을 찾을 수는 없는 것일까. 우리가 만드는 물건이 사회적, 종교적, 정치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

결국 Animal laborans가 Homo faber를 안내하는 존재가 아닐까하는 물음까지 다다른다. 그래...그렇다면 Animal laborans로서 시작하자. 회사일이 되었던 공예가 되었던지, 그 일 속에서 즐거움과 선(Good)를 추구한다. 이 일이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불안해 하지도 말고 뒤를 돌아보지도 말라. 나를 위한 새벽 두 시간(5:30-7:30)은 Homo faber가 아닌 Animal laborans로서 존재하며 나의 밝은 곳을 더 밝게 만드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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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8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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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8 19:11:38 *.12.196.22
성우님 저에요, 수희향이요^^

어쩐지 성우님께는 아주 길게 인사를 드릴 것만 같기도 하고 (그동안 별로 댓글을 달지 않아서^^:::), 이미 여러 팬분들이 계셔서 안심?이 되기도 하여 이제야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ㅋㅋ

성우님께 200일차는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누구보다 단군 안밖으로 때론 폭풍같기도 하고, 때론 거대한 파도와 마주하면서도 결코 여정에서 이탈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는 성우님을 보면서, 우리에게 과연 꿈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곤 했었습니다.

올 초, 연구소 사이트 어딘가에서 목공 작품을 시작하였다는 성우님의 칼럼을 읽을 때만해도, 좋긴한데 현실과 너무 멀지 않나..하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추카해드리고 싶었지만, 선뜻 댓글을 달지 못했던 이유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성우님께서 단군 1기-100일차를 지원해오셨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전 흥미로운 천복이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그것이 과연 천직화할지에 대해서는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저조차 깊이 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 후 100일차에 하나씩 올라오는 단군일지들을 보면서...
'이 분, 진심이구나..'하는 느낌이 서서히 들기 시작했습니다..

100일차도 엄청 바쁘셨지만, 그래도 많은 작품들과 함께 이미 시작된 내면탐구를 통해 200일차는 조금 더 편안히 가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200일차 들어 제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200일차..
샤먼인 제가, 누구보다 크게 응원해드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 말조차 건넬 수 없을 정도로 격무에 휩쌓인 성우님을 먼 발치에서 뵈면서, 진정 우리에게 꿈이 뭔지, 현실이 뭔지를 깊이 생각하였습니다. 과연 우린 현실을 이겨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과 함께였습니다..

그 길, 헤쳐나오신 성우님께 진정 큰 응원의 박수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과는 달리, 현실이 너무 극한으로 달려가니 별다른 응원조차 해드리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길 위에 계시는 성우님께 오늘에야 비로서 깊은 감사의 마음 전하고저 합니다. 애쓰셨다는 표현조차 이럴때는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감사드리며, 최근의 일지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더 큰 에너지장으로 경계를 넘고 있는 그 모습, 다시 한번 침묵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함께 해주신 지난 200여일의 소중한 인연 감사드리며, 덕분에 저역시 많은 것을 배우고 깨우칠 수 있었습니다.

성우님은, 성우님안에 세상을 품고 있음을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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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0 00:02:47 *.136.209.2
샤먼님 글을 몇번이나 읽고 또 읽었습니다. 마치 제 단군 생활 100일차, 200일차를 농축해 놓으신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심정은 담담합니다. 평온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강에서 노를 젖는 심정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노를 저어가면 달빛이 비치는 강으로 물 흐르듯 나아갈 수 있겠지요. 프로젝트를 기획해 주신 샤먼님에게는 항상 마음속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노로 인해 생겨나는 물결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노를 저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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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09 23:52:34 *.136.209.2
<Animal laborans_076>
출장길에 오르며 노먼 포터의 "디자이너란 무엇인가"를 가방에 넣었다. 첫 시작부터 난관이다.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70여페이지를 넘어가자 속도가 나고 리듬이 생겨난다. 이 책의 지금까지의 느낌을 엑셀에 비유하자면 이렇다.

"자네...엑셀 좀 할 줄 아나?

        "네. MOS 자격증도 있고 함수도 쓸 줄 알고 단축키도 얼마정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함수의 중첩도 다를 수 있나? 엑셀의 이름 정의 에러도 다룰 수 있고? 좀 더 나아가 매크로, 즉 VBA는 어느정도 할 수 있지? 사용자를 위한 에러 처리는 어떻게 하나? VBA를 통해 ACCESS와 연동은 가능해? SQL CODE는 어디까지 이해하지? 아니, DATABASE의 정의가 뭐지? 혹은 EXCEL과 LAB VIEW를 연동할 수 있나? 몇 십줄의 VBA CODE를 단순화 할 수 있을 정도로 코드에 대해 이해가 깊나?

"%^&$%^$%t$%&^#$&#$%&$^$%^"

이런 느낌의 책이다. --;;;;

※ 왜 엑셀일까? 위의 기술을 다 알아도 못 해내는 엑셀 노가다 중이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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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0 13:12:54 *.136.209.2
<Animal laborans_077>
100일차에 비해 200일차는 일어나고서도 제대로 놀지(?) 못 한 날이 많아졌다. 예전에 비해 한가지 변화점이 있다면 일상에서 눈 앞에서 머리속의 아이디어를 형상화하고 구체적인 작업을 순차적으로 펼쳐 놓는 것이 점점 더 잘 된다는 점이다.

마치 당구를 배울 때 칠판이 당구대로 보이듯이...외근을 가다가, 거리를 걷다가 특이한 디자인이나 도기가 점점 더 눈에 보인다.  

장기적으로 새벽기상을 가져갈려면 시간관리, 체력관리, 술관리는 더욱 더 중요해진다. 오늘은 푸~욱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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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1 12:12:27 *.121.159.55
<Animal laborans_078>
전시회가 끝났다.
하지만 세상과 접한 나의 첫 물건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 같다.
조용히 200일차의 출사표를 읽어본다.
이미 거기 씌여져 있었구나

문장이 떠오른다.

"최성우...나무로 소통하는 세상을 만듭니다. 나무로 소통하는 세상을 꿈 꿉니다."
 
아직은 더 나은 문장을 발견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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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1 17:57:06 *.55.76.110
아주 오랜만에 들어와봅니다.
100일차 때와 달라진 작품들이 훌쩍 커버린 성우님의 꿈인 듯하여 맘에 들어오네요.

얼마전 가구회사 사장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이야기가 나오는 '달의연인' 이라는 드라마를 보았는데요, 여행에서 돌아온 남자가 자신이 가구를 좋아하는 것은 나무가 좋아서...였다고 말하는데 성우님이 떠오르더군요.

나무로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성우님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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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4 20:53:39 *.136.209.2
家具が好きなのは、木が好きだから、、、
항상 이렇게 자신에게 애기하고 있지요. 언젠가는 모두에게 애기하게 될터구요.
300일차도 화이팅! ^^

※ 키무라 타쿠야는 여전히 멋있더군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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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요한
2010.12.13 05:52:13 *.176.113.224

성우님,
오랜만이지요?

그간 성우님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여기에서 잠깐 둘러보고 알게 됩니다.
"나무로 소통하는 세상..'이라...!
참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다만 공원이나 수목원과 차별될 수 있도록, 나무 작품, 나무 공예...가 좀 더 구체적으로 느껴지도록 하는 표현이 없을까? 좀 더 생각해보게 되네요.

200일차 마무리 잘 하시고, 뚜벅뚜벅 300일차도 잘 걸어가실 것을 믿습니다.
2010 크리스마스도 행복하게 보내세요~~!

해피크리스마스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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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4 20:56:23 *.136.209.2
요한님과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언젠가 쓰신 단군일지의 "(너무나 바쁘지만) 부모님에게 맡겨둔 내 아이를 데려와서 꼭 내 손으로 키우리라."라는 문구에는 뭉클했습니다.  30대와는 다른 단군 1기의 포근한 어머니와 같은 존재감...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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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3 13:20:32 *.136.209.2
<Animal laborans_079>
30대 초중반의 남자 두명이 일요일 아침부터 그 다음날 월요일 새벽 2시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술?, 잠?, TV?, 영화?, 게임?
아래와 같은 것도 가능할 듯... ^^;;;

2010-12-13_02-06-57_179.jpg

아직은 백골의 모습이다. 오일을 바르면 '브라운 에쉬'의 아름다운 무늬가 꽃 피겠지

2010-12-13_01-55-53_618.jpg

실제로는 왠만한 침대 사이즈보다 큰 회의용 테이블 2개... --;;;

2010-12-13_01-56-15_662.jpg

새벽의 작업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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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4 20:57:51 *.136.209.2
이제 30대 초반은 아닌 듯...^^;;; (그러나 끝까지 '초중반'이라고 외치고 싶다는...ㅎ)
당연히 같이 해야죠! 화이팅!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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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18:49:45 *.93.45.60
와 좋다. 30대의 초반의 남성이 일요일 아침부터 월요일 새벽2시까지 몰두 할 수 있는 일을 찾으신 성우님은 행운아!!!
탐나네. 심플한 게 참 이쁘다.

테이블 보는데 난 왜 작업대 생각이 날까? 그림 그릴려고 올해 초에 접이식 탁자 큰 걸 샀거든. 큰 그림 그리고 싶다고 큰걸 샀어. 전지를 펼치고도 그 옆에 물감을 올려 놓을 수 있는 걸로다. ㅋㅋㅋ


아 잠깐... 300일차 열심히 해봅시다. 그때 도움 많이 받고 싶어.
아주 징하게 이야기하면서 천복과 천직, 비즈니스 구상해보고 싶은데 같이 해줄거지? 음? 음?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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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
2010.12.13 14:38:02 *.35.254.135
와우 정말 근사한 테이블이네요^^*
주인이 정해진 건가요?
여력이 된다면 여러개 특별주문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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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4 20:59:26 *.136.209.2
사진의 테이블들은 같이 작업하시는 분의 회사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어요. 본격적인 가구를 세상에 내 놓으려면 아직 많이 부족함을 느낍니다. 더 많이 배워야 하구요. 이헌님은 잠재 고객으로 등록 완료 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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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2010.12.14 04:34:50 *.142.196.227
아우님!!  성장하고 있는 느낌이 확 전달된다.
오랜만에 일지에 들어와 한참을 보고 느꼈어.
200일 도착지에 왔네.
당신으로 200일 여정이 즐거웠어 아우님을 축복해.
좋은 일 많이 생기는 삶이 되고 함께 하니 멀리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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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4 21:02:55 *.136.209.2
바쁘다는 핑계로 동기분들의 근황을 자주 못 봤네요.
형님도 차곡차곡 내공을 쌓아가고 계시지요?
물리적인 시간이 나만의 천복으로 꽃 피어나는 그 날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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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4 21:06:43 *.136.209.2
<Animal laborans_080>
텅 빈 새벽 거리는 어제와 마찬가지
새벽에 마주치는 풍경 역시 변함이 없다.
골목길을 내려와 작업실의 셔터문을 올린다.
FM 라디오를 틀자 디제이의 익숙한 음성이 들려온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의 "This is the moment"라도 들려달라고 사연을 보낼까'
난로에 손을 녹인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생각 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작업 했다.
To be animal laborans...

단군 프로젝트 200일차 마지막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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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5 11:40:46 *.218.163.100
이전에 이야기 한 프로젝트를 누군가 시작했네요.
인상적인 작품이네요.

icon_stand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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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9 20:58:29 *.226.153.64
캬...잘 했네요. 잘 한 작품이에요...,Good job 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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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9 21:28:21 *.226.153.64
<Animal laborans_081>
"그냥 일 치우고 나와라... 기다리고 있을께"
평일 저녁, 고객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예전에 모시던 차장님-지금은 회사를 떠나 자신의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아 자기의 일을 하고 있다.-이 연락이 왔다. "혹시라도 빨리 마치면 와....", "자리 옮겼어. 아직 멀었어?", " 몇 분 남았니? 기다리고 있단다." 힘들것 같다고 말씀드렸건만 연락을 계속 주신다.

강남의 어느 맥주집...지금은 회사를 옮겨 일하고 있는 다른 동기와 차장님이 자리하고 있다. 일년 넘게 못 보았던 분들...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왜 그랬냐? 지금 너가 하고 있는 일...너가 할 일 아니지 않냐?! 그런 일을 왜 맡았어?" 그냥 웃는다. "역시 안 바뀌셨네요. ㅎ" 국내 대기업으로 이직한 동기의 근황을 물었다. 곧 팀장이 된다며 요즘은 자극을 많이 받기 위해 기업체 분들, 성공한 분들을 많이 만나려고 한다고 한다. 

어느새 이야기는 다시 사람들 애기, 회사 애기로 흐른다. "성우야. 지금 내 상황이 힘든 건 너 책임도 있는거야. 적극적으로 의견 표현을 해. 너희 때의 일년의 50 때의 5년에 해당하는 거야. 지금 늦었어. 작년에 왜 이직하지 않았니?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내면 탐구요...^^;;; 자기 자신을 들여다 봤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어요.그리고 사람들을 만났지요" "난 아직 평생에 걸쳐 할 것이 무언지 잘 모르는데...(굉장히 유능한 이 분의 기본적인 목표는 금전이다.) 무언지 모르지만 빨리 결정해라. 대한민국에는 너희 같은 사람들이 넘쳐 난다. 내가 너희를 만나는 것은 회사 다닐 때도 가르쳤지만-이 분을 통해 "영업은 꿈을 그려서 사람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라는 것과 그 구체적인 기술을 알았다. - 아는 것을 나눠주고 싶고 또한 너희들에게서 자극 받고 싶기 때문이야. "

예전에는 이런 애기들에 마음이 많이 들떠 있었던가...사람들로 가득한 강남역을 걸어가며 내가 보낸 지난 일년이 소중한 시간이었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갈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흔들리지 않는 담담함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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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9 23:02:25 *.226.153.64
<Animal laborans_082_1>
공예 트랜드 페어가 있었다. 그와 관련된 세미나도 있었다. 사실 누가 강연하는지는 잘 몰랐고 강연 내용이 흥미로워 신청했었다.

첫번째 강연이 끝나고 두번째 강연자가 무대위로 올랐다. 긴 머리에 긴 머플러...진행자에게 "사진 촬영하는 거라면 다음부터는 미리 애기해 줘요. 나 이런 거 불편해"라고 애기한다.. --;;; "저 솔직히 이 강연 하기 싫었습니다." (넌 도대체 누구냐?) "저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리고 야전군입니다. 연평도로 치면 155mm 자주포 담당입니다. 우연히 공예가들과 몇년째 작업을 같이 해 오고 있습니다. 앞선 강연자 분이 공예 도시를 애기했지만 저는 그딴거 잘 모르겠습니다. 전통을, 공예를 운운하지만 지금 한국의 공예는 너무 힘든 상황에 놓여져 있습니다. 정말 XX새끼 라는 욕이 나옵니다." 

헐...이 분 제대로다. 축 늘어져 있던 내 자세가 바뀐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의 강연...한 마디로 애기하자면 '촌철살인'... 논리적이지만 뜨겁다. 그 분의 말을 좀 더 옮겨 보자

"마케팅이 되기 때문에 디자인인다. 바우하우스는 실패한 것은 마케팅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들 트렌드만 쫓아간다. 껍데기를 보는 꼴이다. 본질이 중요하고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상대가 팔아줘야 이짓을 한다. "
"왜 공예가 중요한가? 디자인이 중요한가? 지속적이고 오래가야 한다. 나와 교감할 수 있는가? 공예는 시간의 축적이다. 본질이 중요하다."
"장인과 시장을 연결시킬 시스템이 필요하다."
"옻칠이 과연 필요한가? 예전 촛불에서야 옻칠이 필요했지만 몇백배나 강한 조명이 있는 요즘에 옻칠이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내가 미술을 처음 배울 때 우리 은사는 나에게 물감 짜는 법부터 가르쳤다. 그 사람이 나무를 얼마나 아는지 알려면 그 사람 창고에 얼마나 나무가 있는지 보면 된다."
"사물적인 물건이 있고 도구적인 물건이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인가? 그 존재의 본질은 무엇인가? 기능이다. 기능이 우선이다. 팔아야 한다.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시스템은 있는가?, 나의 존재는 무엇인가? 타자를 통해 표현되는 나는 누구인가?"

두서없이 적었지만 달변이다. 강연이 끝나고 어느 분이 질문했다. "저는 공예가로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시장을 떠나야 공예가 된다는 걸 최근에 깨달았습니다. 꼭 그와 같이 시장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가요?" 그 분은 깊은 한숨과 함께 애기했다. "제가 오랜시간 동안 정리하지 못 한 질문이 그 부분입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20대 배를 곯아가며 미술을 했을 때 경제적 여건이 되면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을 거라  느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썩고 더러운 것이 있었기에 내가 좋은 일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무인도 있으면 내가 누군지 알 수 없듯이..."

그는 이렇게 마지막을 맺었다. "실존이 본질보다 우선합니다. 우선 중요한 것은 고민하는 것,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는가 입니다."

그의 이름은 "마영범" 실내 인테리어 업계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존재...통영시와의 "통영 12Craft" 프로젝트를 담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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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9 23:15:57 *.226.153.64
<Animal laborans_082_2>
공예 트렌드 페어의 마지막 강연자는 일본인이었다. 누구이길래 일본에서까지 와서 강연하지? 강연자의 이름을 검색하자 책 한권이 나온다. "디자이너 생각 위를 걷다" "헉!!! 이 분이 강연자인가?!" '롱 라이프 디자인' 컨셉을 내세워 잊혀져 가는 물건들을 재조명해 자신의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독특한 디자이너... 이분은 20년간 그래픽 디자이너였다. 그리고 어느날 물건들이 함부로 버려지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지금의 독특한 D&Department 를 설립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 분은 "다움"을 중요시 한다. 사람도 물건도 "자기다움"이 있다. 요즘에는 그런 "자기다움"이 없는 물건들, 즉 팔리지 않는 물건들이 도처에 늘려 있다. 낭비다. 기업에도 그 기업이 만들어질 당시의 제품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재조명해 판매하는 작업을 했고, 현재는 일본의 47개현의 자기다움을 간직한 물건을 찾아내 판매하는 NIPPON VISION을 추진중이다. 이 분의 애기를 조금 옮겨보자.

"디자이너가 어디에 팔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이 직접 발신할 장소를 가지는 방법도 있다."
"홍보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돈을 투자해서라도 해야 한다."
"자신의 공간을 가꾸고 발전시킨다."
"고객 모두가 공유하는 키워드를 가꾸고 길러낸다."
"서울을 잘 가꾸는 것이 서울의 상품 판매와 연결된다."

이 분에게 마지막 질문을 드렸다. "물건에서 자기다움을 재발견하는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질문이 너무 생뚱맞았는지, 이 분 스타일 자체가 그래서 그런지 여러애기만 늘어놓으시더니 "대답이 제대로 안 되네요."하고 웃으신다.

세미나 전체를 관통하는 단 한가지 사실...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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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19 23:24:24 *.226.153.64
<Animal laborans_083>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물건이다. 오늘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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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쓰이는 물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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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20 23:25:03 *.230.159.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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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20 23:16:40 *.230.159.124
정답은 "연필깍이" 입니다.... ^^ 구조는 시간날 때 다시 올리겠습니다. (상상들 하시는 것과는 약간 틀릴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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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0 10:13:19 *.207.0.49
음... 3번째 사진을 보아하니 그리 크지는 않다, 유추 가능..

그렇담,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야그인디..
분명 뚜겅이 열릴 것 같고, 그 안에 무언가를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것 까지는 추측이 되는디..
음... 호오오오옥시... 비타민을 포함한 비상약 담아서 다니는 거 아닐까요..? 라고 답하면 넘 식상할 것 같은디^^::::

공간쪽으로만 오면 4차원 상상력의 먼별이가 별똥별도 안되는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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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21 21:26:07 *.230.159.4
<Animal laborans_084>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 했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리고 아프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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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0.12.28 22:24:10 *.121.162.107
<Animal laborans_085>
사람도 '자기다움'이 있듯이 사물이 아닌 물건도 '자기다움'이 있다. 그 물건의 '자기다움'은 어떻게 찾아지는 것일까? 어떻게 (재)발견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이 어떻게 (현실에서) 세상을 경험하는가? 이것을 이해하지 못 하면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이런 '예측 가능한 기적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바렐라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사실 우리의 언어와 신경계가 결합하여 끊임없이 환경을 만들어냅니다. 우리는 오직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만을 볼 수 있습니다. 언어를 넘어서면 우리는 말하는 '맹인'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언어는 신경계와 연결된 또 다른 눈이자 손과 같습니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행동을 조율합니다. 우리는 언어안에서 존재합니다. 우리는 언어화와의 반복적인 행동 혹은 인간의 습관을 통해서 함께 의미를 만들어 갑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행동지각론입니다. 인지 혹은 지각과 행동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거기서 살아가면서 세계를 규정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삶이 곧 앎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바렐라는 숟가락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무엇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것은 인류라는 종족의 기본적인 특성(손, 음식에 대한 필요성 등)과 인류의 역사(예절, 민족 고유의 방식 등등) 속에서 하나의 숟가락이 된다. 여기서 인류의 특성과 역사는 계속 되풀이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우리는 밥을 먹기 위해서 입에 숟가락을 집어넣는다. 하지만 이런 반복적인 관행이 없었다면 숟가락은 현재의 목적으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신체와 언어의 힘입니다. 이런 힘은 반복되는 상호 작용과 관습을 창조할 수 있고 그렇게 해서 미래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상호작용 뒤에는 어떤 반응이 있게 마련입니다. 혹은 선언이나 약속을 하고 나면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의 만족이 따릅니다. 이것이 이치입니다. (리더란 무엇인가 中에서)

답을 찾아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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