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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 이국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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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9일 01시 16분 등록
              [ 그리하여 나는 그 빛으로 족한 사람이 되리라 ]
                                                                                   이 국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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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일차 끝자락, 길을 잃었고 어둠 속에 혼자 남겨졌다. 지금껏 살아온 데 대한 의미를 잃었으며 자신도 완전히 잃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었는지도 신기하려니와, 그렇게 어둡고 길이 보이지 않던 기간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눈 뜨면 학교 가면서 일상을 영위해 올 수 있었는지 그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책에서 읽었던 '무기력감'이란 낱말의 진정한 의미가 그러한 상태였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오랜 고민 끝, 자문과 자답.......
'이제 그만하고 싶다'가 나에게서 나온 대답이었다.

  그래서 그만하기로 했고 학위를 위한 공부를 멈추었다. 세상을 향해 확실하게 해 둘 요량으로 그 말을 던졌다. '나는 오늘부터 금연할거야'라는 말처럼, 주변인에게 도장 찍어두고 더 이상은 미련을 갖지 않고 싶었다. 타인에게는 놀랍다는 반응이면 충분할 표현이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무의미 혹은 무감각함이란 배를 건너탄 듯 했다. 학위를 포기하면, 학위 다음을 위해 살아왔던 내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나아가게 될 줄 알았다. 적어도 이제부터는 그리도 되고싶었고, 자타가 재능있다 인정해왔던 가족치료사가 되기 위한 길로 뛰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그 것마저도, 그 어떤 것 마저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3년 후면 교사도 안할거다. 박사 학위도 안하겠다. 그렇다고 가족치료사가 되는 것도 하고 싶지 않다.
' 무서웠다. 남아있는 내 생이 이렇게 답 없이 컴컴한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바라는 것이 없는 그런 무의미한 상태로 생을 마감하게 될까봐 무서웠다.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지날때까지 직업적 모델이 없었다. 딱 하나, 선생님만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여자도 직업이 있어야한다. 그래야 무시 당하지 않고 결혼해서도 당당하게 살 수 있다. 결혼 후에 무슨 일이 생길 줄 아느냐, 여자도 경제권이 있어야 기가 죽지 않는다. 성격으로나 필체로보나 얘는 선생님을 하면 딱 잘할 아이"라고 말씀하시며 우리 담임선생님께 말씀하셨다. 누구 앞에서 내가 어떻다는 말을 처음 들은터라, 그 감격빨이 그만 대학진학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그래서 의미없는 교대 4년을 다녔다. 우리 아버지 욕을 있는대로 하면서.

  교대 진학을 하면서, 아무런 결정권도 정보도 없던 내게 부러운 '과'가 하나가 있었다. 경대 '국문학과'. 국문학과가 뭐하는 곳인지도 모르면서 거기가면 글쓰는 사람이 되는 곳인줄 알았나보다. 그러나 나의 글쓰기와의 인연은 아련한 아쉬움을 남기고 멀어져갔다. 대신 전율과도 같이 심리학이란 과목이 내 세상으로 들어왔다. 아마도 교대 4학년때 교육심리학이란 과목을 듣지 못했더라면 나는 내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상상할 수가 없다. 노교수님의 낡은 강의노트에서 흘러나오던 프로이트는 그렇게 내 가슴에 거대한 집을 짓기 시작했다.

  졸업 후 바로 선생님이 되었다. 홀로 남겨진 생활, 무엇인가 건설적인 것을 하지 않으면 인생이 잘못되기라도 하는 사람처럼 무엇인가 해야했다. 주말마다 대구엘 갔고, 서점엘 들러 대학원 입시요강집을 샀다. 가장 끌리는 대학원을 골랐고, 직장은 경북 영양이면서 대학원은 서울 안암동 소재 대학을 골랐다. 몰랐다 그때는. 내가 가려고만 하면 옮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는 그 대학에 지원했다. 퇴근 후 모기와 추위와 싸워가면서 시험 준비를 했다. 아이들과 수업 중이던 시간, 세상에서 그렇게 기쁜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른 것은 처음이었다. 합격이었다. 

  합격과 동시에 난관, 어떻게 경북에서 서울 안암동까지 야간 수업을 다닐 것인가? 세상 참 철없고 현실감각 없기론 장땡인 내가 아니고서는 그 누구도 시도못할 무대뽀적 지원이었다. 결국 교학실에 이야기해 대학원 수업을 3년으로 늘리고 다른 방도를 세웠다. 다행이었다. 역시 우리 신랑은 그런 면에선 짱이다.  

  멋진 교수님들과 수업, 그러나 대학원 공부 기간 내내 나는 디립다 나를 대상으로 실험했고 거친 내면탐험을 거쳐 결국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은 어디인가?에 봉착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가족이었다. 그렇게 대학원을 졸업하면서 내 논문은 가족치료와 연결되었고, 드디어 경북생활을 청산하고 우연찮게 서울로 올라왔다. 내가 뭐라고, 그래도 감히 기존의 상담법이 영 성에 차지 않았다. 너무 오랜 기간을 요하는 게 문제였고 내담자가 지치기 쉬울 뿐더러 나 역시 과거를 디립다파는 건 피곤하다 여겼다. 97년, 우연히 눈에띈 워크샵 공고문, 일주일간의 워크샵. 새로운 상담방법을 만나게 되었을 때는 천지가 개벽하는 느낌이었다. '인식의 전환' .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은 나에게 있어 삶의 태도 자체를 바꾸었다. 유영. 그 것이 되었다. 운명이었다.

  학급 내 아이들의 문제를 가족과 연결시켜 보기 시작했고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나는 적어도 청소년기를 거치며 결코 되고싶지 않았던 선생님과 같은 모습으로 아이들 앞에 서지 않으려 노력하는 선생님이 되었다. 그래서 언제나 자신있었고 당당했다. 적어도 아이들이 성인이되어 나를 돌이켜보았을 때, 그 때에 비로소 좋은 선생님의 모습으로 남는 것, 그 것이 하기 싫은 교사생활에서 지켜낼 수 있는 나의 최소한의 자존심이었다.

  97년부터 시작된 가족치료 관련 공부는 2003년 1년 동안의 가족치료 전문가과정 수련으로 귀결되었다. 어떻게 그 일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매 주 토요일마다 조퇴를 했고 한 번 가면 꼬박 10시간을 투자했다. 2006년 박사과정을 진학했다. 주말은 도서관이 집이었다. 과제에 시험에 공부에 아이들에....... 그리고 또 6개월의 자기분석과정 수련. 토요일마다 역시 10시간. 공부를 위한 일년의 연수 휴직, 그리고 복직. 그러나 의욕을 가지고 돌아온 교직사회에 대한 실망과 그리고 절망감 또 부끄러움. 아니라 외쳤던 교직사회의 현장에 버젓이 자리한 내 그림자. 내가 과연 여기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절망 끝에 만난 건 2박 3일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처음으로 내 꿈이 가치있음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겼고, 꿈벗들이 생겼다. 이야기할수록 내가 살아나는 영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나 몰랐다.
내가 재능, 직업, 학위,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것, 이 모든 것을 연결하려고 한다는 것을. 그 것들은 하나로 연결되지가 않았다. 재능은 있으나 학교에선 빛이 나지 않았다. 치료사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으면 재능이 빛이나나 치료사로서 활동할 시간이 없었다. 학위를 마무리하기엔, 직업과 병행하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요구했다. 논문을 위한 휴직은 공식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시간확보도 어려웠다. 가라앉아 내려갔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천직을 발견하여 만들어내려 했는지 모른다. 잘 되지 않았다. 학교를 통한 가족치료적 접근, 혹은 교사 훈련을 통한 학교사회의 변화, 학교라는 전달체계를 통해서 가해지는 변화라면 얼마만큼 파급효과가 있을지 생각만해도 아찔한 일이었고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조직과 시스템을 바꾸면 얼마든지 가능하고 파워풀한 방법이었다. 그래서 그 일에 더 올인했다. 그러나 어려웠고 자꾸 비껴갔다. 그야말로 내 눈 앞에서 꽝! 하고 문이 닫혔다. 충분히 내가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도 내 앞에선 문이 닫혔다. 충격이었고 더 가라앉기 시작했다. 교사나 학생들 학부모를 대상으로 내 재능은 빛날 수 있었으나 나에겐 결정적인 부분이 부족했다. 타고난 재능만큼 타고나지 못한 재능도 있었다. 내가 그 것을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서 학교에 대한 변화는 다른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어야한다고 생각했다.

  대신, 있는 힘 없는 힘 쥐어짜내 용기를 불어넣어가며 학위를  마치려 애썼다. 무엇을 하려고 긴 시간을 투자할 것인지 자문해보았다. 이유가 딱히 없었다. 학교를 그만두려하니 학위를 마쳐야 할 필요가 사라졌다. 학위는 교사로서 학교를 통한 변화라는 내 말에 공신력을 입히기 위한 수단이었지 목표가 아니었다. 그 것을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어느날 문득 들었다. 해야한다는 것도 싫었고 더구나 하기가 싫어졌고 지쳤다.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올 해 들어서면서부터, 어떻게 약속이나 한 듯 일련의 시련이 무심하게 나를 덮쳤는지, 어떻게 그런 일들이 그리고 가벼운 듯이 내 어깨 위로 내려앉았는지를 알 지 못한다. 어둡고 의미가 사라졌고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길을 잃었을 뿐 아니라 그 어떤 곳을 향해서건 아무런 간절함도 소망도 의지도 욕망도 차오르지 않았다. 지금껏 의미를 두어왔던 그 모든 것에서 아직도 숨 붙어있는 생기를 발견하지 못하는 그 절망감은 차라리 공포에 가까웠다. 살아온 나날에 대해 의미를 놓아버린 것도 자신에겐 가혹한 일이었지만 혹여나 살아있는 나날을 그런 상태로 무기력하게 숨쉬게 되면 그 때는 정말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두려움 속에서 떨었다.

  아무런 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 유일하게 했던 것들. 영화보기, 영화리뷰 올리기, 독서. 논문 때문에 라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것들, 닥치는대로 하며 시간을 보냈다. 허기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과 함께 또 나를 들여다보기 그리고 술. 퉁퉁 부은 눈은 그 즈음 학교에서 알러지라는 이름으로 통용되었다. 그래, 스스로도 어쩌면 무기력이란 넘에 대한 알러지임이 분명하리라 믿었다.

 그러다 영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인빅터스였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두 배우가 나오는 영화,  맷 데이먼과 모건 프리먼이 나오는. 어떻게든 의욕을 불러올리고 싶어 선택한 영화. 넬슨 만델라의 삶의 한 조각을 다룬 영화. 바닥을 칠 만큼 친 어느날, 영화는 중반을 달리며 그윽한 모건프리먼의 목소리로 독백을 토해 내었다.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나를 뒤덮는 밤의 어둠 속에서

어떤 신이든 내게
불굴의 영혼을 주심을
감사하노라.

환경의 잔인한 손아귀 속에서도
난 머뭇거리지도 울지도 않았노라.

운명의 뭉둥이에 두들겨 맞아
내 머리는 피 흘리지만
굴하지 않았노라.

분노와 눈물의 이 곳 저 너머에
유령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러나 세월의 위협은
지금도 앞으로도
내 두려워하는 모습
보지 못하리라.

저 문 아무리 좁고
명부에 어떤 형벌이 적혔다해도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넬슨 만델라-

   비음 섞인 중저음의 목소리에 눈물 콧물 뒤범벅 된 나를 위로하듯 생각
하나가 뛰어들었다.
'어쩌면 헛 된 욕심으로 살아 왔을지 모른다. 되어야 하는 어떤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나로 살아내지 못한 것인지 모른다. '나' 그 자체로 살아야겠구나. 더 이상 나를 숨기지 말고 세상을 향해 드러내며 솔직하게 살다 가야겠구나.'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그리고 또 하나의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

  삶에 태도에 대한 비교가 섬뜩하게 전해져온다. '나'로 사는 길이 어떤 길일까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을 해야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더 이상 속절없이 세월을 흘리지 말고 '나'로 세상과 마주해야한다는 결론을 안고 일어섰다. 언저리를 맴돌며 다치지 않게 살아갈 일이 아니라, 안전하게 포장된 '나'를 보이려 애쓰는 삶이 아니라, 내가 되려 애쓰는 삶,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내가 되어나가는 그 삶을 선택해야 한다는 울림을 들은 것 같다. 아마도 그 것이 가혹했던 지난 어둠과 그늘 속에서 뼈저린 댓가를 지불하고 찾아낸, 자문에 대한 대답이리라.

  그리하여 나는 이제 어둠에서 벗어나게 될 것임을 안다. 마음이 이끌리는대로 살아가는 것, 그 것이 '나'로 사는 길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300일차는 그렇게 캄캄한 어둠 속에서 잉태되었다. 그러나 이제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이다. 300일차는 단순하게, 오로지 단순하게 '나'를 마주하기 위해 쓰여질 것임을 안다. 매일이 축제처럼 이렇게 마음 가벼울 수가 없다. 빡시게 살아왔던 나날이 그것을 벗어던지면 이렇게 가벼울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서였음만은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기상시간과
과 새벽 활동
1. 새벽 시간 : 오전 5시~7시
2. 새벽 활동:  1) 20분 : 의식
                     2) 1시간 40분 : 독서 및 관련 활동

* 300일차 목표
1. 독서활동에 매진하여 주 1권의 책을 읽는다.

* 중간 목표
1. 주 1권의 책을 읽는다.
2. 인상깊었던 구절을 정리하고 내 생각을 덧붙여 블로그에 올려둔다.
3. 독서를 통해 변화해 가는 생각을 기록하여 정리 해 둔다.

  300일차 시작 전에 조금씩 살아나주어 기뻐 미칠 지경이다. 어둡고 움직일 힘조차 없는 저 밑바닥에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지경이다. 300일 수련과정을 성실하게 보내고 싶다. 수련 과정을 거치며 진정 '나'답게 사는 길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순수하게 그 일에 몰입하고 순수하게 그 일을 즐기고, 그럼으로써 순수하게 내 안에서 '나'의 방식으로 세상에 말 걸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오직 '나'의 관심에 귀 기울이고 진심으로 나를 이해하려 애쓰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그리하여 세상과 나의 방식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나에게는 뒤로 물러남도 주변에서 머뭇거림도 없고 눈부신 대상에 대한 부끄럼도 거두려한다. 더 이상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되리라. 그리하여 나는 이 우주에서 나만의 색으로 반짝이는 별이 되리라. 그 별은 나의 이름으로 빛이 나며 그리하여 나는 그 빛으로 족한 사람이 되리라.

  300일차를 거쳐 변화해 나갈 내가 기다려지고, 또 어디서 터닝을 하게될지도 궁금하다. 나의 이 다이내믹한 변화가 실로 가벼운 치기 내지는 훌러덩 마음 변함의 수준만 아니기를 바래본다.

아직도 주변은 난리다. 택도없는 소리 말라고 한다. 잠시 쉬라 한다. 기다리겠다 한다. 지켜보는 이들은 그러려니 한다. 지금껏 살아온 길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그들은 긴 세월 내 마음 속에서 요동치다가 번개처럼 내려앉은 내 결심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한다. 아깝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들려줄 마음도 없다. 긴 시간동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위해 달려 온 방향, 그 방향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이 시점, 그 것이 내게 있어 얼마나 깊은 슬픔과 마주해야 하는 일인지 잘 알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온전히 나의 몫인 것이다.

깊은 숲 속,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집, 거기에 앉아 조용하게.......그 뒤에 그려질 모습은 300일차를 거치며 완성될 글 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 교수님께도 어떤식으로든 통보가 될 것이다.

내가 써내려간 이 글귀가 퍽 마음에 든다.

" 이제 나에게는 뒤로 물러남도 주변에서 머뭇거림도 없고 눈부신 대상에 대한 부끄럼도 거둔다. 더 이상 어둠 속에 홀로 서 있지 않을 것이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빛을 향해 나아가게 되리라. 그리하여 나는 이 우주에서 나만의 색으로 반짝이는 별이 되리라. 그 별은 나의 이름으로 빛이 나며 그리하여 나는 그 빛으로 족한 사람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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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05 12:14:42 *.212.209.51
287일차 (8월 3일 / 수요일) 

회복 탄력성 읽고 있다. 그동안 관심을 둬 왔던 해결중심, 강점 관점, 행복, 회복탄력성, 프로그램, 긍정적 인식변화 등등 의 주제들이 한 줄로 꿰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게 진정 내가 써보고 싶은 주제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미친 속도로 읽어대고 있다. 이 책은 필사가 필요한 책이다. 그간 쓰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는 혼자생각을 하면서 기쁘게 책을 읽는 중이다.

아이 학원가고 혼자 남아있는 집에서 퍼질 것 같아 읽을 책 두 권과 자료집 한 권을 들고 수지도서관으로 향했다. 여성회관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 회원인증하고 자리를 배정받으려니 대기자가 150명이 넘는다. 이런...
할 수 없이 전자정보실로 들어가 빈 자리에 앉아 책을 읽었다. 마침 컴퓨터가 고장난 자리가 하나 있어 아무도 그 자리는 배치를 받지 못하는 자리였다. 나를 위한 자리였다.

약 1시간 30분 뒤, 자리 배정, 새로운 시스템....조용하긴 디게 조용한데 잠오겠다 싶다. 한 참 읽다보니 졸렸고 몸이 뒤틀렸다. 집에 가고싶어 왔고 시원하게 샤워하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퍼질러 앉아 책을 읽었다. 좋기만 했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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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05 12:30:55 *.212.209.51
288일차 (8월 4일 / 목요일) 

새벽에 일어나 어제 읽던 '회복 탄력성' 뒷부분 부록을 읽고 자신을 점검해보았다. 비교적 나를 잘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요소가 강점이 된다는 게 재밌다.

책 읽기 완료했고, 유학원 찾아가서 아이 진로 결정해서 대표랑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해 두었다. 유학원에 간 목적은 다른 목적이지만 어젯밤 신랑과도 통화하고 최종결정한 다음 유학원에 본격적으로 알리고 진로를 결정해 공부시키기로 한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선 못 내 아쉽다. 아빠가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한 학과를 가고 나중에 일을 배우는 것도 좋을 듯한데, 그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고  판단했던 것과는 위배되는 생각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헛갈려하긴 했지만, 근래 책을 읽으면서 결심을 굳히고 결정을 내리게 된 것 같다.

늦은 밤 아이와 통화, 그제서야 아이는 마음이 후련하고 뭔가 답답해있던 것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 한다. 짜식이 내가 진작에 알아보고 중학교때부터 배우라 할 땐 띵가띵가 하두만 이제와서야....

어찌되었든 이 길이 그 녀석이 하고 싶어하는 공부가 맞다는 것을 믿도록 한다. 사람은 얼마든지 변화한다. 때가되어 필요한 또 다른 것이 생겨나면 녀석도 스스로 변하고 배우게 되리라. 내가 타인의 삶을 재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비록 자식이라 한들....함께 고민하고 달릴 수는 있지만, 살아내야 하는 것은 그 녀석이기 때문이다. 단지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을 포함한  그 이후, 사회생활은 긴 여정이고 그 녀석의 삶은 그 녀석이 살아가야 하므로, 우리의 필요에 자식을 옭아매거나 매어둘 수는 없다. 그리고 우리의 눈치를 보게 해서도 안되는 것이다. 그렇게하기 위해, 실은 많은 버려야하는 아까운 것들이 있지만, 인생에서는 언제나 댓가를 지불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리 마음아파 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 그 녀석의 선택이 백 번 옳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순간 우리의 고민 끝에 내린 최선의 결정이었음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사는 것도 어렵지만, 자식이 어찌 될까봐 지켜보는 마음은 내가 어찌되는 그 어떤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 내가 어려운 것은 참아낼 수 있지만, 아이들이 참아낼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들은 더 많은 고통을 수반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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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05 12:47:27 *.212.209.51

오늘 몇 개월간에 걸친 숙원사업을 몇 가지나 해결했다.

유학원가서 아이 진로 결정한 것
유학원 갈 일이 있어 갔었던 일 해결하고 입금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무리 사려고 해도 살 게 마땅치 않아 사지 못하고 있던 냉장고를 새로 샀다.
최대용량으로 사려고 했으나 디자인이나 안의 수납 시스템이 영~ 마땅찮고, 디자인이나 내부는 외국산이 훨씬 깔끔하고 단순하면서 마음에 드는데, 이게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향후 A/S 문제도 있을 수 있는 일인 것이고...

그래서 가급적이면 국산을 사려고 마음먹고 보고 다닌지가 한 몇 개월은 되는 것 같다. 참 마뜩치가 않았는데, 어제는 도저히 안되겠어서 외국산이라도 사고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세계죽전에 들렀는데.... 거기서 심! 봤! 다!~~ . 좋아 죽을뻔했다.

국산에, 내가 딱 꿈꾸던 외형의 재질에, 디자인 또한 그 정도면 무난하고 특히나 냉장실이나 냉동실 구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단지 한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면, 이게 외국시장에서만 출시되던 모델이었던지라 대용량이 출시되지 않았고, 또 가격이 진짜 장난아니게 비쌌다.  그래도 그냥 그 제품으로 했다. 다음 주 월요일날 설치 해 준다고 했다. 너무 신났다.

또 지난 번에 해리포터를 봤지만, 이 번엔 진짜 작별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좋은 자리에 앉아 제대로 보고 안녕을 고했다. 영화 중간 중간 눈물을 흘렸더니 옆에 있던 외국인은 내가 이상했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은 두루 담고있다.  해리의 맑은 영혼, 용기, 사람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 믿음이 가지고 오는 기적과 같은 마법과 우정과 사랑.... 그리고 그 속에서 그 어떤 사랑보다 위대했던 스네이프의 사랑. 

스네이프의 사랑은 너무 고귀하고 숭고해서 가슴이 미어졌다.  냉소적이고 싸늘하던 표정과 독설뒤에 숨은, 혼자만의 고귀한 사랑의 맹세라니... 과연 가능한 사랑일지...

그렇게 해리포터를 보냈다.

아이에게 보낼 신발과 옷 몇가지를 샀고, 잃어버리고 내내 가슴미어져하던 딸내미를 위해 같은 종류의 지갑 하나를 구입했다.

좋아 죽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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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05 14:18:06 *.212.209.51
289일차 (8월 5일 / 금요일) 

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힘이 빠진 신랑의 전화 목소리, 그러고 보니 어제 신나서 일 해결하느라 돌아다녔더니 통화를 한 번도 못했다. 저녁에 천안에 내려오면 어떻겠느냐는.... 허걱!

다른 때 같았으면 있는 핑계 없는 핑계 대면서 안 가~! 하고 말았겠지만 때가 때인지라 내려가줘야 될 것 같아 딸내미 챙겨 놓고 부랴부랴 내려왔다. 와서 별로 할 것도 없었는데. 둘이 저녁 만들어 먹었고 이야기 조금 하고 텔레비젼 보고.... 어제따라 딱한 사정들이 어찌나 많이 나오는지 보고 있으니 물 새는 집에 살지 않는 내가 얼마나 다행인지. 그래서 약간 오버를 해서 신랑한테 이렇게 좋은 집에 살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좋아 죽을라고 한다. 하여튼 남자들이란 원 쯧쯧쯧.... ㅋㅋㅋ 뭐, 어쨌든 들어서 나쁜 말은 아니니 기분 나쁠 일은 없을 터였다.

새벽에 일어나 출첵하고, 읽으려 들고 내려온 크리스토퍼 피터슨의 '긍정심리학 프라이머'를 읽었다. 긍정심리학의 창시자 격인 마틴 셀리그만이 강력 추천한 책이기도 하려니와 서점에서 훑어 본 목차에 따르면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담긴 책이다.

읽으면서 또 다시 불끈 솟아오르는 생각, 내 논문은 몇 개의 테마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고, 그 이후 내가 살아가게 될 모습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고, 내가 쓰게 될 논문의 가치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게 될 것이다. 그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

이 쪽 방향에 대해 논문을 쓰고 살아가기 위해 그 동안 그렇게 엉뚱한 닫힌 문 앞에서 망연자실 했던 모양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내 앞에 있는 그 어떤 모양의 일이나 사람도, 내게 올 만한 이유가 있어서 온 것이고, 그 일을 통해 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내가 배우고 성장하고 그렇지 못하고는 오로지 내 역량에 달린 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다. 반드시 내 앞에 벌어지는 사건이나 관계가 좋아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것 그대로 지켜볼 수 있는 것, 나의 개연성에 안달하지 않고 그 나름의 목적성과 정당성에 박자 맞출 수 있다면, 내 마음도 지극히 고요하게 흐를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다.

이제 씻고 상냥한 척 하면서 사무실에 들러 인사하고 신랑이랑 이야기 좀 더 하다가 집으로 갈거다. 아~ 나는 정말 위장의 천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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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05 14:22:19 *.212.209.51
문득 문득 머리속에서 어떤 아이디어가 번득여서 내가 다 깜짝 놀란다.
난 공무원이고 지극히 소심쟁이에다 말주변도 없고 부끄럼만 많고 말하는 것 보단 듣기를 더 잘하는데, 꼬레마켓을 시작한 요즘은 자꾸 이상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러다가 이 세상 돈 다 벌어들이는거 아닌가 모르겠다 흐흐흐

필요한 곳과의 연결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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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08 08:57:12 *.121.41.244
290일차 (8월 6일 / 토요일) 

바쁘고 약간의 기대에 찬 하루 토요일, 오전 아이 교정치과에 데려가는데 휴대폰을 놓고 갔다. 귀찮아서 그냥 가고 말았다. 아이 치과에 내려주고 주차하고 무거운 짐챙겨서 우체국까지 걸었다. 정말 더운 날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얼마나 국가의 시책을 잘 따르시는지 에어컨을 켜 뒀음에도 우체국 안은 시원하지가 않다. 단지 어디서 바람은 나오고 있구나 싶지만 후덥지근하다.

중국으로 짐을 부칠 때마다 애를 먹는다. 한자를 쓰기가 너무 힘들다. 다음엔 영문으로 쓰도록 해야겠다. 애를 먹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겨우 그렸다. 더구나 휴대폰도 놓고와서 연락처도 모르겠고.... 하여튼 애를 먹었다. 그래도 한가지 해결을 하니 얼마나 마음이 홀가분하던지 .... 아이가 이 거 받고 좋아했으면 좋겠다.

안경점 들러 안경다리 수평 맞추고 집, 아이랑 둘이 이야기하며 놀다가 준비해서 워크샵을 향해 출발.
음~ 워크샵 가는 길에 살짝 후회했다. 튼튼한 보조가방에 물건을 담아오지 않은 것과 또 최소한으로 줄여서 와야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출발한 후였고,  내용물은 정말 무거웠다. 쓸데 없는 물건을 다 빼놓고 왔었어야 했고 캐리어 차에 싣고 여행갈 때만 생각했지 이 걸 들고 엄청나게 걷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별로 그에 대한 감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단군이용 무거운 책도 놓고 왔었어야 되고, 파우치에서 최소한의 것만 가져가면 되었었다. 어찌되었든 찾아가는 길은 약간 헛갈렸지만, 혼자가 아니라서 훨씬 좋았다.

걸어서 물어서 또 묻고 찾아간 도착 장소, 여러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끔 만들었다.

나와 다른 일상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공간을 접한다는 것은 나름 신선한 경험이다. 그리고 나를 많이 뒤돌아보게 된다. 비누 만들기 체험을 했고, 멤버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주고받은 밤이었다.

내가 사는 세상의 익숙함 이외에 또 다른 세계가 엄연히 존재함을 피부 깊숙히 느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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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08 09:02:27 *.121.41.244
291일차 (8월 7일 / 일요일) 

밤을 새워 이야기를 했다. 방에서 이야기하다 모자라 새벽 거리를 걸었고, 커피를 마시고 또 이어지는 이야기와 이야기....

사람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고 알게되는 하루, 또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하루, 그래서 나도 다시 보게되는 하루.

한 지인에게는 과제를 주었고, 이쁘게도 따라오겠다고 한다. 임시방편이지만 내 시도가 바람직한 모습을 한 결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래본다. 오는 길, 무거웠던 마음을 떨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려 걸어올라오는 길에 집을 보니 무지하게 반가웠다. 아이불러 혼자 둔 미안함에 고기 사준답시고 갔다가 평소 안먹던 고기는 혼자 다 먹은 듯 살이 무지 불어났고(에구 ~~ 하여튼 나는 너무 주책 같다), 집에 와 샤워하고 딸이랑 둘이 앉아 아이가 내 발등을 안마해주니 세상에 천국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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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08 21:30:42 *.121.41.244
292일차 (8월 8일 / 월요일) 

보고 싶었던 해리포터 6편 혼혈왕자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졸았을 정도였으니 어지간히 어제 피곤했던 모양이다. 읽던 책을 뒤져 읽었는데 비몽 사몽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속에서 뜨거운 그 무엇이 솟구쳐 올라온다. 예전 아바타라는 영화에서 자신만의 탈 것(날으는 용처럼 생긴 사나운 동물, 이름은 생각안남)과 첫교감하는 그 때의 느낌을 나는 근래 느끼는 것 같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아니 어쩌면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게된 된통 얻어맞은 듯 느꼈던 그 충격적인 인식의 전환과 그 이후의 일련의 경험과 성장, 그것들이 비로소 요 근래와서 정박할 곳을 하나 찾은 느낌, 뭐 그런 비슷한 느낌 일 것 같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나를 위해 준비된 운명적인 그 무엇과 비로소 뿌연 안개속을 헤매다 만난 실체를 마주하게되는 그런 기분이랄까?

시간이 흘러 이런 기분으로 만난 이야기들과 내가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는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불가능한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시간과 노력은 들 것이다. 하루 하루가 기대되는 나날이어서 너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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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08 21:49:25 *.121.41.244
드디어 냉장고가 배달되었고,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부엌 정리를 했다. 파김치가 되긴 했지만 꽤 근사한 부엌이 되었다. 손대는 김에 부엌 서랍들을 정리했고, 욕조용 수도 수리했고, 세탁기를 원래자리로 되돌리고 부엌 옆 베란다를 오직 부엌 용으로만 쓰기위해 A/S신청을 해 두었다. 난 오늘 너무 많은 일을 처리했다. 일도 너무 잘하는 것 같다. 나는 정말 너무 가정적인 사람이 아닌가 모르겠다.

며칠 전에는 김치도 담궜다. 온 동네방네 자랑을 했다. 스스로의 힘으로 담근 첫 김치이자 생애 두 번째 담근 김치였다.  워크샵에 김치를 조금 싸들고 갔는데 내 김치를 먹어본 사람들 말로는 맛있다고 했다. 진짜다. 빈 말이 아니다. 김치 좋아하는 내 입에 맞는 것을 보면 이건 정말 대박김치다. 혹시 이러다가 나중에 김치 장사해도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ㅋㅋㅋ 난 정말 김치담그는 데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거 아닐까? 너무 가정적인 모습에 내가 다 놀라겠다.

하여튼 김치에 냉장고에 그리고 새로운 그릇까지... 멋진 부엌이 탄생한 날이다. 아, 그런 날을 기념하여 맥주 한 잔 해야겠다. 운동 다니지 않은 날로부터 시작하여 음식조절 완전히 망각하고 맘대로 먹고 놀고 있는데, 9월부터는 다시 다녀야겠다.  트레이넘 샘이 모르는게 다행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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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08 21:34:56 *.121.41.244
워크샵에서 막간을 이용해 타로를 봤다.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가 내 질문이었다.
내가 고른 카드를 보고 모두 대박이라고 난리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은 모두 크게 세 가지였다.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그냥 타로 결과일 뿐이지만, 즐거움을 주기엔 퍽이나 유용한 도구였다.
그래서 한참을 서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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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10 08:56:55 *.121.41.244
293일차 (8월 9일 / 화요일) 

다문화가정의 문제점과 정책 등에 관한 연구보고자료를 읽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다양하고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에 안타깝고 수 많은 가정에 속한 이들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 보건복지부나 교육인적자원부 등 관련부처마다 필요한 계획이 수립되고 실행에 옮겨지고 있으며, 그에 실지로 종사하는 지인들이 제법있어 어느정도의 가시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이들 가정의 뿌리깊은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일반가정과 빈곤가정의 문제와는 또 다른 형태를 띄고있다는 생각에 약간의 한 숨이 나온다.

관련부처에서 내놓은 계획들을 보니 일단 효율적으로 실행되어가기만 한다해도 좋겠다란 생각하게되고, 시간이 빨리지나 재빨리 정착되고 시스템화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꾸리고 있는 각 가정에도 문제라고 한다면 다분히 존재한다. 그래서 행복한 가정, 불행한가정이라는 말들도 오고가는 것이고, 가족이 해체되고 가족의 영향 부모의 영향은 양육에 영향을 주는 것, 그래서 아이들도 문제를 가질 수 있는 것이이다. 문제를 잉태한 가정의 악순환을 언급한다면 현재의 다문화가정은 훨씬 더 뿌리깊은 갈등의 원천을 가졌으나 정작 본인들은 이에 대해 다분히 무지한 채 가정을 꾸리게되고, 현실에서 그 일상이 가시화될 때는 그것을 다룰 능력이나 준비가 덜 갖추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생각을 하게만드는 자료이다. 그러나 비록 정책이긴 하지만 필요한 계획들이 수립되어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어느정도는 덜 답답하지만, 과연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종사자들이 일을 진행해 나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수 많은 다문화가정에서 삶을 꾸리고 계신 분들이 행복하면 좋겠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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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10 20:34:43 *.121.41.244
294일차 (8월 10일 / 수요일) 

눈이 따갑다. 그렇지 않았는데 어제부터 왼쪽 눈에 스트레스가 너무 느껴진다. 눈이 마르고 아리고 아프고 뜨질 못하겠고 그리고 열이 난다. 눈동자에 생채기가 난 것처럼 아리고 눈물을 넣어도 들어간 물이 너무 빨리 뜨거워진다.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원인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음....스트레스 같다. 친척들 올라오시는 일, 금요일부터 지방가느라 집 비우는 것 때문인 것 같다. 마음 가벼이 떠날 수 있어야 여행일텐데 아직 그런 호사를 누리기엔 무리인 것인지, 무리인 것인지....

꼬레마켓은 서서히 체계를 잡기위해 다양한 시도 중이다. 일이 신나고 재밌다. 눈만 안아프면 살 것 같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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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2011.08.11 14:02:18 *.213.90.190
국향님... 안녕하세요~^^ 소라에요.
여전히 국향님을 떠올리면
제가 반했던 매력적인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ㅎㅎ
그리고 아직도 귀여움을 간직한 오목조목한 이마선과 코끝선두요.
국향님의 작은 체구에서 고로코롬 폭팔적인 에너지가 흘러나오는지
뵐때마다 늘 놀래고, 단군일지에 들어오면 더더욱 놀래고 있어요.
국향님의 단군일지를 읽으면서

"내 논문은 몇 개의 테마 안에서 만들어질 수 있을 것 같고, 그 이후 내가 살아가게 될 모습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고, 내가 쓰게 될 논문의 가치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일치하게 될 것이다. 그 점이 무엇보다 기쁘다."
 
이부분을 읽고 한참을 머물러 있었어요.
저두 이제 논문 준비 초입에 이르렀습니다. 너무 공감되는 말이에요.
마음에 새기고 돌아가요. 국향님.
늘 이렇게 불현듯, 우연인듯 힘이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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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11 14:27:59 *.121.41.244
안녕하세요 소라님!^^
소라님 덕분에 제 목소리에 자신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제 코랑 이마는 신랑이 좋아하던데 소라님께서도? ㅋㅋ ^^

너무 좋게 봐주시니 우째야 좋을지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준비하시는 논문이 잘 진행되기를 기원합니다. 저는 아예 마음을 바꿔서 천천히 세월과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마음 먹은대로 계획한대로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 아닌 것 같습니다. 때때로 세상이 우리에게 말 거는 소리에 귀기울인다면,  나에게 기대한 자연스러운 길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구요, 완주파티에서 뵐게요.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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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12 07:18:08 *.121.41.244
295일차 (8월 11일 / 목요일) 

다문화 가정 관련 연구보고 자료 읽기. 분량이 많아 쉽게 끝나지 않는다. 시골 내려갈 짐을 꾸렸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갑자기 그 먼길을 어떻게 갈까 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거창이란 곳은 태어나 처음 가보는 것이다. 뭔 마음으로 거기를 들르겠다고 한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치 해리가 펠릭스 펠릭시스란 행운의 물약을 마시고 슬러그혼 교수에게 얻어내고자 하는 말을 듣기 위해 그의 방이 아니라 해그리드의 오두막을 향해 가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뭐 그런 심정이라고나 할지...

한 번은 가도 좋을 것 같다. 차를 가지고 떠나는 국내여행, 더구나 혼자 떠나 자고오는 처음 여행이다. 차에 짐은 잔뜩 실어두었다. 불안과 기대가 공존하는 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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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14 20:05:42 *.121.41.244
296일차 (8월 12일 / 금요일) 

읽다 남겨둔 다문화 가정 관련 연구보고 자료 읽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대략적인 경향성을 파악하게 된 것 만으로도 읽을 필요성이 있는 중요한 내용이었다. 그래도 아직 1/4의 분량이 남아있다. 아마도 주말에 집으로 돌아와서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젯밤 가져가 짐들을 꾸려고 차에 전부 내려다 실어두었다. 그래서 무리없이 아침 일찍 출발했고, 휴게소 한 번 쉬고 거창에 도착, 조카 만나 점심먹고 조카 상사 만나 차 한잔 마시고, 조카랑 엄마집으로 갔다. 종일 운전한 시간만 6시간이 넘는다. 혼자서 차 가지고 멀리도 왔다. 나름 흥미진진한 모험의 길이었고, 시골집에 식구들없이 혼자 온 경험은 처음이라 색다르다.

심신이 홀가분하다.
운동한 티가 났는지 엄마는 내 자세가 곧아지고 날씬해져서 보기가 좋다고 하신다. 운동했다는 말을 듣기 전에 말씀하신 것을 보면 확실히 효과가 있는게 분명하다. 아니면 엄마눈에는 뭐든 이뻐보이든가... 둘 중에 하나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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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14 20:16:42 *.121.41.244
297일차 (8월 13일 / 토요일) 

밤 늦게까지 거실에 누워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언제 잠들었는지 눈뜨니 아침이고 이불이 덮여있다. 밖을 내다보니 아침부터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새벽에 알람 듣고 일어나 성희님께 구원요청 보내고 다시 눈을 감았다. 활동은 무리다.

엄마집 화장실을 보니 청소가 필요해보였다. 그렇게 지저분한 분은 아닌데 화장실이 저런 것을 보면 분명 보이지 않는게 분명해보인다. 아마도 돋보기를 끼시고 청소를 하지는 않으실 것이니까.

세제랑 고무장갑끼고 화장실을 전부 엎어서 청소했다. 집에서는 손도 까딱않고 도우미 아주머니께 의지하면서 엄마집에와서는 부엌 청소에 화장실 청소에....... 엄마한테는 비싼 일당을 쓴거라고 말했다. 엄마는 아신다. 지 집에서는 하지도 않는게 여기와서는 저러고 있네.... 하신다. 나머지는 모르겠다.

아침먹고 엄마랑 수퍼 내려가서 잔뜩 생필품들 시장을 봤다. 주로 무거운 것으로 샀고, 가능하면 사 둘 수 있는 것은 다 사들고 싣고 왔다. 엄마혼자 그 먼 길을, 더구나 언덕진 집까지 들고 오는 것은 너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서 싣고 올 수 있는 여건이되어서 기쁘다. 조금이라도 엄마가 덜 고생할 수 있어서 좋다.

오후, 조카랑 집을 나서서 대구로 갔고 서부정류장에 내려준 뒤 문경으로 갔다. 친구들을 만나 한 참,
이제 모두들 편안해 진 우리들, 가만히 생각하니 대학입학해서 만난 사이니 근 28년이 되어간다. 참 오래 봐 온 사이다. 일 년에 두 번씩 보는 사이지만, 늘 그렇게 없는듯 있어서 좋은 사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조금씩 더 여유롭고 더 느긋하고 더 웃음이 많아져서 좋다. 나이를 먹는 것은 진정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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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14 20:27:11 *.121.41.244
298일차 (8월 14일 / 일요일) 

4시면 어김없이 울리는 알람, 성희님께 출석문자 보내고 눈을 다시 감는다. 하하호호 넘어가는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무의식적으로 드는 생각, 내일 새벽 출석하려면 지금 잠들어야하는데... 하는. 그러더니 진짜로 잠이들었었나보다, 그 시각이 11시였다. 고맙게도 친구들이 날 깨우지 않았다. 어제부터 운전을 오래 했다는 생각 또 오늘 집까지 다시 올라가야한다는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정신이 들어 눈을 감고 있으니 새벽 소리가 어지럽게 울린다. 그리고 이름모를 각종 벌레들과 새소리에 섞여 어렴풋이 꿈하나가 떠오른다. 간만에 생각난 꿈인데 친구들이 연루된 것으로 보아 확실히 꿈은 무의식의 발로임이 분명하다. 꿈속에서 난 교통사고를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퍼뜩 들자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두어시간 후, 친구들이 일어난다. 푹 잔 나와는 꽤 대조적인 시간이었던 모양이다. 새벽 산책, 아침 식사, 또 한차례 수다, 도자기박물관, 점심식사를 거쳐 쿨한 안녕을 하고 올라왔다.

천안을 거쳐 집까지 가야한다. 아직 천안이다. 이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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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17 09:05:43 *.121.41.244
299일차 (8월 15일 / 월요일)

http://blog.naver.com/albert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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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향
2011.08.17 09:07:57 *.121.41.244
300일차 (8월 16일 / 화요일)

http://blog.naver.com/albert38

이틀분의 단군일지는 어쩐 일인지 아무리해도 올라가지 않아 이렇게 링크 걸어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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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2011.08.19 11:12:40 *.143.199.187
와우~ 드디어 300일 졸업이네요...
앞으로도 새벽기상이 이어져야할텐데...요 몇일 푹~ 자버렸어요. ㅠㅠ
왠지 국향님은 변함없이 일어나 책을 읽으실것 같아요.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는거 세삼 신기하고 재미나요.
예측할수 없으니 인생이 흥미로운거겠지요? ㅋㅋ
앞으로도 쭉~ 재미지게 함께가요 국향님!
오늘 저녁 파티 즐거운 시간될것 같아요...맛난 저녁먹고 심야영화도 보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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