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단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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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세

  • 최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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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5월 9일 06시 12분 등록
너에게 이야기 하나를 들려줄께.

내가 태어나고 살았던 부산은 유난히 산과 언덕이 많았고 학교들도 평지가 아닌 언덕에 있는 경우가 흔했지. 그래서 언덕에 있는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그 언덕을 저주하며 고교 3년 동안 굵은 종아리를 가지게 되었어.

엊그제... 나는 그와 같은 굵은 다리를 가진 테이블 하나를 완성했어. 물론 처음부터 그런 비례를 의도했던 건 아냐. 완성하고 보니 비례부터, 색, 크기가 모두 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그 책상은 작업실 맞은편 할아버지(통나무 문제로 등장했던 예전 할아버지) 집 이층 부엌에 놓일 물건이었어.

마음에 들지 않는 테이블을 드리기는 싫었어. 생각 끝에 다른 나무와 다른 비례로 다시금 테이블을 새로 하나 만들었어. 처음 만든 것이 소녀(?) 같은 빈티지 스타일이라면 이번에 만든 것은 날카로운 선이 살아있는 아주 반듯한 정장 차림의 여성을 연상시키는 스타일. 두 개의 테이블을 보고 선택하시길 바랬어.

의뢰를 하셨던 아주머니가 오셨고 두개의 테이블을 보았어. 어느 것을 고르실까? 두번째 만든 것을 고르시겠지. (두번째 만든 것이 더 비싸 ^^;;;) 아주머니는 일말의 고민도 없이 애기하셨어. "둘 다 마음에 들어요. 둘 다 가지고 싶어요."

빈티지 스타일의 테이블을 할아버지 댁으로 옮겼어. 이층에 있는 부엌에 테이블이 들어가고 나서 놀랐지. 흰색의 싱크대와 테이블의 다리 벽지와 테이블 상판이 어울리며 마치 이 테이블이 있어야 할 자리에 제대로 들어온 것처럼 색, 비례, 크기가 맞는 거야. (최초에 테이블을 만들 때 그 부엌을 확인하고 만들었는데 그 부엌은 잊고 테이블만 보고 있었나봐. 자뻑 모드야...ㅎㅎ)

테이블이 놓이고 할아버지와 마주앉자 이야기했어. 앞으로 할아버지만의 식탁이 될 테이블에서 할아버지의 사진 앨범과 직장 시절의 자료와 에피소드가 펼쳐지기 시작했지. 1932년생인 할아버지와 1977년생인 나는, 각자의 주재원 시절 이야기에, 고등어 회에 얽힌 각자의 추억에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너무나도 짧았지만 긴 시간을 이야기했어.

어느덧, 시간은 새벽 2시를 지났고 테이블 위에는 할아버지의 추억 자료가 수북히 쌓였지. 할아버지와 아주머니, 나는 새삼 가구의 중요성에 공감했어. 이 테이블이 없었다면 이런 추억도 쌓지 못 하고 애기하지도 못 했을 거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주머니의 문자 하나가 들어왔어. '오늘 아빠가 신나게 대화하시는 모습 뵈니 너무나 감사 드립니다. 큰 선물이 되었어요. 간소하게 테이블 비용 보냅니다. 안전히 어디든 잘 다녀오세요.'


그 동안 잊고 지냈나 봐. 내가 단군 프로젝트를, 목공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 느낄 수 없었던 즐거움... '동경표류'라는 책에서 가구가 없는 방에 대해 읽은 적이 있어. '가구가 없는 내 방에 들어서면 사람들은 일순간 당황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들 나름대로 방에서 자신의 위치와 자세를 취하게 된다.' 주위의 부가적인 것들을 배제할 때 가장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취하게 된다는 애기일까? 이 때 가구는 인위적인 틀이 되는 것일까?

내가 어두워지고 점점 무기력,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건 본질적인 흥분과 몰입을 잊고 목공을 어떤 틀에 맞출려고 했기 때문이야. 지금 이대로 기쁜 것임을 잊었지.

어떤 나이든 남자가 있었어. 그는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똑바로 걸어나가면 분명 자기가 있던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을 실제로 알고 싶었어. 그래서 그는 문을 열고 똑바로 걷기 시작했어. 그리고 이웃집에 다다랐어. 똑바로 가려면 사다리가 필요하겠어. 그럼 사다리를 운반할 리어카가 필요하겠어. 그럼 리어카를 운반할 짐꾼이 필요하겠어. 그럼 리어카와 짐꾼을 집 너머로 운반할 기중기가 필요하겠어.......그럼 그 기중기를 운반할 아주 큰 리어카와 짐꾼이 필요하겠어.

최성우...지난 300일...너의 그림자가 어떠하디? 어떤 모습으로 있디?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디?
심각했지. 한숨이 나왔어. 무언가를 꾸미고 덧붙이고 틀에 맞출려고 했어. 멍청하다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난 감사해. 하루 2시간...이 새벽이 나에게 준 변화, 사람들, 천복에 감사해. 이 새벽을 기쁨과 함께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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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1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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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2 09:28:58 *.136.209.2
<VAREKAI_062>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지금 그 일을 할 수 없으니 답답해. 그리고 지금 하는 일은 대충할 수 없지. 이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책임이 있으니 지금까지 해 왔던 것과 같이 제대로 하야 하지. 그렇게 끙끙 앓다 보니 속병이 난 게야. Slow life는 느리게 산다는 의미가 아니야. 오해하면 안 돼. 시간의 주도권을 내가 쥐고 산다는 애기지"

"과로에 스트레스...여름에 너무 움직여서 그래. 너도 이제 20대는 아니야"

"부모한테 받은 몸의 기운은 다 쓴거지. 은행의 원금을 꺼내다 쓴 것처럼...그 원금이 다 까인거야. 요즘은 다들 그 원금이 바닥나는 시기가 예전에 비해서 빨리 오는 듯 해"

"몇년 동안의 과로와 스트레스 문제지요. 대부분의 그대 나이 때의 남자들도 마찬가지지요. 그래도 지금 오셔서 다행이에요"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없다. 세계를 휩쓴 경제 위기는 몇년간의 스트레스가 쌓인 결과이듯이 내 몸도 그 몇년간의 영향을 받아 한꺼번에 위험하다는 사전 경고를 보내온다. 더군다나 현재의 일에서 눈을 돌려 미래의 꿈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 징조는 더욱 크게 나타난 듯. 예전과 같이 현재의 일에만 오로지 매달려 살아간다면 이와 같은 징조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 동안 관리를 잘 해 왔다고, 남들보다 건강하다고 생각한 건 오해다. 성격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몸도 바뀌어 가는 것인가? 한의원에서 처방을 받았다. 당분간은 작업실에서의 목공 작업은 천천히 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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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2 13:29:47 *.136.209.2
<VAREKAI_063>
목공일을 잠시 쉬어야 하나 이미 약속한 의뢰들은 정리를 해야 한다. 샤프 만들기...우드펜에 비해서 단순한 작업이건만 지그 등이 성치 않아서 주의가 필요한 물건이다. 더불어 샤프는 자유도가 큰 편이다. 곡선...곡선을 만들어 가며 작업을 한다.

자연에 있어서 직선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연은 곡선이다. 그러나 사람이 만드는 곡선은 자연의 곡선을 따라가기 힘들다. 자연의 곡선은 하나의 이상향... 황금비율이라는 것이 있다.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그 황금 비율도 조금씩 변해 간다. 곡선에도 그 황금 비율이 있겠지.

찾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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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5 07:42:57 *.203.236.139
이번 300일차에는 제 한 몸 돌보기 바빠서 주위 분들도 제대로 못 보며 지나가네요.
점숙님도 바쁜 업무로 정신 없으실 듯 합니다.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화이팅 하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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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점숙
2011.08.14 21:26:02 *.228.231.103
다른 어떤 곳에서도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우는 학교에 다니시는 성우님
어떤 것을 배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무지 부럽네요.
건강 조심하고 며칠 남지 않은 300일차 마무리 잘 하세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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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5 07:47:33 *.203.236.139
<VAREKAI_064>
샤프 작업을 진행하면 만년필과 수성펜의 재료 준비를 해 나간다. 백번 넘게 한 작업이다. 나무를 자르고 구멍을 내고 정교히 다듬기 전에 다시 다듬고 사이즈를 조절하고 선반으로 가공하고 오일을 칠하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음에도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어떤 과정들을 생략해 보거나 바꾸어 본다. 그리고 다시 전 과정으로 돌아오기를 여러 수십번...그러면서도 다시 해보면서 과정을 바꿔어 나가고...

그리하여 '선택과 집중'이라는 결과 중심의 사회이건만 목공은 '흐름'이라는 과정 중심의 일임을 알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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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5 08:15:13 *.203.236.139
<VAREKAI_065>
마음이 급하다. 의뢰 받은 납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으나 우드펜에 각인을 하려면 얼마나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지 불분명하다. 진도는 더디다. 새벽 2시간을 다 써야 하나 이것저것 챙기다 보니 2시간을 채우지 못 하고 있다.

시간에 싸우지 말지어다. 예로부터 뛰어난 상사들은 시간과 싸우지 아니 하였다. 실무 담당자만 죽어라 시간과 싸울 뿐이다. 회사일에 있어서는 여러 금언들이 있다. '부하가 2시간 걸린다고 하면 그 두배가 걸린다고 생각하라.', '고객의 일반 업무의 납기는 최대한 맞추되, 안 되면 어쩔 수 없다.' (좀 더 적나라하게 적고 싶지만 여기까지...)

이번 일로 마음이 급한 이유는 '이후의 작업 공정'이 내가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점, 일이 어긋났을 때 대체할 방법이 없다는 점...그래서 구매 부서에서 납입 업체를 선정할 때도 복수의 업체를 지정하여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복수의 납입업체를 가지면 가격부터 납입까지 여러모로 유리한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 반대의 이야기도 있다. 오사노 마사유키 씨의 '목숨 걸고 일한다.'라는 책을 보면 자동차 대기업에서 자신이 만든 금형 가격을 제대로 쳐 주지 않자, 그는 대기업 구매 담당자에게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으면 금형을 반토막 내버리겠다.'라고 한다. 대기업 구매담당자는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시냐? 어쨌든 이번에는 그 가격으로 하자'라고 애기한다. (자동차 업계는 핸드폰 업계와는 달리 그 생산 수량은 작지만 몇년간의 절대적인 생산 수량이 보장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지니스 관계를 구축한다.) 이에 오사노 마사유키씨는 금형을 정말 반토막 내버린다. '설마'하며 달려온 구매 담당자가 그 광경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ㅋㅋㅋ

어쨌든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 급한 마음을 누르며 하나씩 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 조심조심


※ 위에 있는 금형을 잘라버린 이야기.... 그 뒤가 궁금하지 않은가? 그 뒷이야기를 알 수는 없지만 난 이렇게 상상해 본다. 구매 담당자는 오사노씨에게 어떻게든 해드릴테니 납입에 문제 없게 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을 것이고 오사노씨는 반동강난 금형을 감쪽같이 다시 붙여서 원래대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그는 기술의 달인이니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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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5 22:28:35 *.237.106.66
<VAREKAI_066>
마음만 급하던 우드펜들 완성.
급한 마음과는 달리 잘 만들어진 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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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5 22:53:38 *.136.209.2
<VAREKAI_067>
2학기 수업의 첫 시간...
얼굴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으로 나타나자 다들 놀란다. (수업 뒤에 동기한테 들은 말로는 표정이 너무 어두워 놀랐다고 한다.) '이것 참... 표정은 그대론데 눈과 피부가 아직 정상이 아니라 그렇게 보이나 보다.'

의무교육(?)이 아닌 가구학교...보통 1학기 등록자의 1/3 (혹은 2/3)이 2학기에 보이지 않는다. 이유는 여러가지이다. 그러나 이번 기수는 1학기 마지막 수업 때 보았던 사람들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같은 공부를 하는 사람들과 있으면 혼자 있을 때 보이지 않던 나의 부족한 부분, 상대에게 감탄할 부분들이 속속 들어날 때가 있다. 방학동안 디자인의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한 동기 형과 동생의 애기를 듣는다. 현대에서 근대로 근대에서 고대로... 그리고 다시 지금 여기로... 짧은 시간에 집중적인 공부를 한 듯하다. 그들이 공부한 것은 디자인이지만 바로 인문학이기도 하다.

디자인이란, 인문학을 비쥬얼적으로 기능화 시키는 것이란 이야기를 교수님으로부터 새로 접한다. 두고두고 소화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문장이다. 그 문장은 왜 CHANEL의 2011 파리 컬렉션 주제가 비잔틴(CHANEL PARIS-BYZANCE)인가로 다시 흘러 이야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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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5 23:02:36 *.237.106.66
<VAREKAI_068>
어제 동기들과의 대화를 되새김질 해 본다. 그네들은 앞서 가고 있는 듯 하다. 마음 맞는 동기와 짝을 맞추어 방학 동안 디자인의 역사를 훓어 내려왔다. 그것도 단순한 암기 수준이 아니라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 여행을 한 셈이다.

부러웠다. 그 공부가, 그 앎이 부러웠다. 그리고 그 시간이 부러웠다. 그들이 앞서 가고 있는 듯 한 것이 아니라 내가 뒤처진 것이다. 비교...나만의 세상을 만들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하나의 단어가 더 있는데, '의미'라는 단어이다. )

그들은 그들의 시간 흐름에 몸을 맡기고 최선을 다한다. 나는 나의 시간 흐름에 몸을 맡기고 최선을 다한다. 지금 내 최선은 '보양'이다. 심호흡 한번 고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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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5:37:01 *.237.106.66
<VAREKAI_069>
지난번에 정리한 오크(참나무)에 곰팡이가 슬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참나무를 건조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 성질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주로 북미산 오크 제재목의 품질이 가장 안정되어 있다 한다. 그렇다고 애써 얻은 이 나무들을 그냥 버리기는 아깝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참나무를 찜통에 넣고 쩌서 건조하기(어차피 내가 필요한 건 판재가 아니기에 가능할 듯), 땅 속에 묻어 두고 몇년 뒤 꺼내 쓰기(땅을 구해야 한다...) 아니면 꼼수로 초벌 가공 후 쌀자루 혹은 비닐에 넣어 서서히 건조하면서 만들기(변형을 잘 보면서 만들어야 한다.)

그것도 아니면...도끼로 잘게 잘라서 전자렌지에 돌려 숟가락, 젓가락을 만들까....참나무 때문에 전자렌지를 사야 하나....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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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5:43:44 *.237.106.66
<VAREKAI_070>
이미 나무와 함께 일인 기업의 길을 가고 있는 선배들. 어떤 이는 주방 가구만을 특화시켜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고 어떤 분은 일반인이 대상이 아닌 박물관과 미술관을 고객으로 수장품 위주의 가구를 만들어 수익을 창출한다.

당신은 100미터 달리기를 해서 10초안에 들어올 수 있나요? 아니오. 그러면 100미터 달리기를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 그것이 농구가 되었든 축구가 되었든 달리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종목을 만들어 내는 것은 내 몫이다. 견디어 내는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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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5:51:15 *.237.106.66
<VAREKAI_071>
2학기 첫번째 주제... Rack

이미 1학기에도 있었던 주제...접근 방식도 동일하다. 하지만 다들 2학기가 되면서 아이디어가 고갈되어 버린 듯 하다. 이것이 우리의 한계다. 디자인의 역사를 모르기에 자신의 선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고 자신의 선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더 이상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1학기에 발견한 각자의 개성이 개성으로 남는 단계를 지나 자신의 형태로 갖추어 가는 단계이다. (그래서 일학기와 똑같은 주제로 진행하는구나)

그러나 머리속은 새하얗다. 조명에서는 새하얀 것은 색이 아니라고 한다. 고로 한발짝도 전진할 수 없다는 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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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6:09:32 *.237.106.66
<VAREKAI_072>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공연이 있었다. 평일 저녁 클래식 공연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첫 연주가 시작된다. 문득 어릴 적 연주자들을 보면서 떠올렸던 의문이 다시금 떠오른다. '저들은 생활이 불안하지 않을까?' 라고....어린 시절 내 주위에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였는지 그네들의 생활이 꽤나 불안정해 보였나 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저마다 자신의 악기를 들고 등장하는 연주자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연주자들 중에는 이 길 밖에 모르고 살아온 이도 있을 것이요, 자신의 삶을 바꾸어 연주자의 길을 선택한 사람도 있을 것이요...저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연주에 참여한 이들이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저마다의 악기-가장 잘 다룰 수 있는 악기-를 가지고 연주에 참여한다. 문득 그 악기를 들고 연주하는 모습이 부럽다.

이윽고 등장하는 귀여운 지휘자님... 각각의 연주자들은 장기의 말과 같다. 각자가 자신의 역활이 있다. 각각의 연주자들은 그들의 역활을 해 낸다. 하지만 지휘자에게는 그 각각의 연주자가 '장기의 말'이 아니다. 그에게 연주자들은 바둑판의 돌과 같다. '장기의 말'을 넘어서 '바둑판의 알'과 같이 각자의 연주와 악기의 특색을 넘어서 하나의 커다란 그림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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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악기가 있는 사람, 아니 자신이 악기인 사람은 어디에 있든 어느 순간에 있든 홀로 있든 많은 이들과 같이 하든 그 자체로 휼륭한 연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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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6:28:09 *.237.106.66
<VAREKAI_073>
Rack의 1차 아이디어 발표... 여전히 머리속이 새하얗다. 머리속이 흰 색이니 점을 찍어 스케치를 시작하면 되겠건만 선을 그을 수가 없다.

책상 근처에 아직 정리되지 않은 책 한권을 집어 펼쳐본다.

'디자인을 비롯한 창조적인 활동들을 흔히 문제 해결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용어는 약간 부정확한 측면이 있는데, 디자인 초기 단계에는 무엇을 해결해야 할지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맞아요~ 제가 지금 그 상황이에요. ㅠㅠ)'

'그래서 가장 첫 번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단계는 문제 발견하기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이것은 결국 문제가 없다고 알려져 있는 경우나, 문제가 있는 듯하지만 다루기 어려워 보이는 기존 해결책에 의문을 던지는 것을 의미한다. (아~ 그렇군요. 그런데 어째 내가 회사에서 하는 일과 비슷하네요...^^;;)

제품 디자인의 금언으로 '성숙한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1970~80년대 운동화와 자전거는 성숙 시장의 포화 단계에 이른 제품 사례로 거론되며 이 범주의 시장에는 혁신의 필요성이나 신규 진입 공간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바로 그 직후에, 당시 시장의 주류였던 러닝슈즈와 10단 경주용 자전거가 새롭고 급진적으로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대체되면서 그 두가지 제품 범주는 급속히 확장된다. (음....여기서 약간 내 갈 길과 틀어지네요. 뭐 어쨌든 땡큐!)

이 책이 대량 생산의 제품 디자인을 주로 한 것이기에 범주가 약간 틀리기는 하나 '분화시키기 - 선택하기 - 적용하기 - 통합시키기 - 시험하기 - 패러다임 전환'순으로 진행되는 문제 해결 방식은 참조할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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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6:51:05 *.237.106.66
<VAREKAI_074>
담기...

Rack은 비인체계 가구이기에 조형적으로 다른 가구에 비해서 자유성이 높다. 그러나 Rack 본연의 기능이 있다. 담기...무엇을 담을 것인가? 일학기에는 CD라는 구체적인 담을 물건이 있었다. 지금은 없다. 자유다.

수업 시간이 돌아왔음에도 아무도 발표하는 이가 없다. 그 순간 다이어리에 낙서하고 있던 나에게 한가지 아이디어가 떠 오른다. 표현이 이상할지도 모르나 머리에서 떠 오른 것이 아니라 끄적이던 연필 끝에서 떠 올랐다.

일학기에 자연에서 따온 이미지를 옮겨 형태를 만들었다면 이학기엔 좀 더 추상적으로 변한다. 얼마전에 보았던 클래식 공연... 오케스트라는 각자의 악기와 지휘자를 통해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했다.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 자체는 하나의 하드웨어다. 물리적인 악기와 지휘, 연주가 결합되어야 한느 하드웨어... 베토벤의 교향곡은 그가 교향곡을 만든 뒤 수십, 수백만번도 더 연주되었을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유명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듣기 위해,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다. 왜? 잘(!) 하는 연주를 듣고 보고 싶기 때문이다.

잘(!) 하는 연주란 무엇일까? 잘 하는 연주란 베토벤의 교향곡을 지휘자가 오케스트라가 그 나름으로 해석하고 표현해내는 것...그들만의 특색이 있는 것이 아닐까. 더 나아가 그 나름의 해석과 표현에는 무엇을 담는가? 감성이다. 그 곡이 울려 퍼지는 속에서 곡이 가진 감성을 그 나름으로 해석하여 담아내는 것...그것이 청중에게 잘 전달될 때 그 연주는 휼륭한 연주가 된다.

담아내다. 담아내야 한다.  Rack에 담아내야 한다. Rack이 위치할 곳,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거기에 무언가가 담긴다. 그것은 물건이 아니다. 그것은 추억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아련함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기쁨이 될 수도 슬픔이 될 수도 있다. 그 감정에 따라 담기는 형태도 틀려진다.

이것이 Rack에 관한 나의 아이디어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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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7:16:36 *.237.106.66
<VAREKAI_075>
작업실에 자주 갈 수 없는 지금... 디자인에 관한 책을 마음껏 읽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어왔건만 그 때 그 때 필요한 책을 읽었을 뿐, 연계적인 학습이나 접점을 찾는 작업은 소홀히 하였다. 조각조각난 지식들을 꿰어 하나로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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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9:08:02 *.136.209.2
<VAREKAI_076>
생각해보니 8월에 실제로 작업해야 할 의뢰가 한 건 더 있었다.
다른 것들은 미룰 수 있으나 이건 힘들다.
당분간 하면 안 되는데...

우짜지? 우짜긴 우째~
피부 및 안면 보호 용구를 사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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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9:24:46 *.136.209.2
<VAREKAI_077>
바깥이 흐리다.
금요일 저녁 퇴근 시간대의 사무실...
방금 전에 있었던 지시와 그에 따른 이행...
그 이행는 고객과의 전화...

늘 있었던 지시, 늘 있었던 상담, 늘 있었던 결과
그 모든 것이 의미 있었던 과거와 애써 의미를 찾아낼려는 현재...
시간이 천천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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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9:28:31 *.136.209.2
<VAREKAI_078>
내 눈에는 '소녀시대'와 '비소녀시대'로 구분된다. 요즘 대세인 걸그룹을 바라볼 때 말이다. 나 역시(?) TV에서 걸그룹이 나오면 입을 헤~ 벌리고 넋을 빼놓고 바라본다. 노래 가사 하나하나, 율동 하나하나 어느 것 하나 우리 세대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다. 한 때는 소년 아아돌 그룹이 대세였다. 그 흐름이 어느새 걸그룹으로 바뀌었다. 왜 바뀌었을까?

신문에 '노처녀'를 주제로 한 방송이 방영되었다고 한다. '골드 미스'라는 신조어가 생겨난지 오래이다. 지인들 중 여자분들은 이렇게 애기한다. '정말 소개시켜 주고 싶은 예쁜 여자들은 많은데 그에 반해 괜찮은 남자들이 없다.'라고... 상대적인 것일까? 여성들의 지위와 역활이 확대되고 올라서면서 상대적으로 남자의 지위, 역활은 예전만 못 하다. 남성들이 고개 빳빳하게 들고 다닐 여력이 그만큼 줄었다는 애기다.

걸그룹을 들여다보자. 어느 문화 비평가는 '걸그룹'이 걸그룹에 열광하는 아저씨 세대의 '시대의 트렌드를 잘 읽은 기획자'의 산물이라고 한다.  점점 더 지위와 역활이 상대적으로 축소되어가는 남자들...이 시대의 남자들은 '오빠'라는 단어에 열광하는 종족이나 현실에서 '오빠'라 불려 줄 여성도 없을 뿐더러, 불릴만한 자격을 갖추기란 신기루와 같이 잡을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 억압된 욕구를 대신 풀어주는 대상이 걸그룹이다.

기획자들은 몇년 뒤의 트렌드를 예측해 그에 맞는 아이돌을 어린 나이에서부터 키워낸다. 그리고 곡은 한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작곡가들과 연계해 만들어 낸다. 걸그룹은 예전과 달리 어느 한명이 빠져도 표시가 나지 않는다. 개개인의 특성이 약화되어 얼마든지 대체할만한 인원을 채워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기획자는 왜 30,40대까지 대상으로 하였을까? 한가지 질문을 해 보자. 현재 TV에서 보는 연예인들... 우리 세대가 어렸을 때부터 보아왔던 연예인들 아닌가? 그리고 어렸을 때 보았던 많은 연예인들이 은퇴했다가 다시 복귀하고 있지 않은가? 거기에 답이 있다. 현재 한국의 트렌드는 30,40대가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메인 트렌드를 형성한다.

그렇다면 가구는? 공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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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9:40:40 *.136.209.2
<VAREKAI_079>
이론 공부에 매진... 그 동안 열심히 사다모은(?) 책들을 읽게 된다. 그 중에는 여성 주부들이 인테리어 전문가로 전업하여 쓴 책들도 있다. 아직까지 여성의 감각은 잘 모르겠다. '왓 위민 원트'의 멜 깁슨이라도 되어 봐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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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
2011.08.16 09:41:25 *.136.209.2
<VAREKAI_080>


단군일지는 거르지 말고 매일 매일 꼬박꼬박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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