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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25일 21시 47분 등록
'질겅질겅 씹다가 뱉어 버린 껌 같아요'

어느 교회 목사님이 요즘 아이들과 상담을 하면서 느낀 점이다. 어쩔 수 없이 중고생, 갓 스물을 넘은 학생들이 고객이다. 이들은 논리보다는 이미지,  아날로그 보다는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다. 나도 엑스세대라고 불리워지면서 자랐는데, 요즘 청소년들의 정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X, Y, Z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 '연결NET'을 의미하는 N세대도 아니다. 리니지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노스페이스가 짬뽕이 된 써드 파티(third party) 세대다. 

식당에 얼라들 7명이 왔다. 이제 갓 20이 된것 같다. 크리스마스라 술 한잔 했다. 그중 한명이 튄다. 

'씨발, 빨리 빨리 앉아. 아줌마 여기서 제일 잘나가는 뭐예요' 

'돈까스 오므라이스가 맛있어요' 

'거기에 뭐 들어가는데요. 당근 들어가요. 빼주세요. 다른건 뭐 있어요' 

한참 어린놈이 큰소리로 떠들고, 욕하고, 종업원 막대하는 모습을, 나는 그냥 보아넘기지 못한다. 

................

6천원짜리 분식 먹으면서, 기고만장하다. 음식장사하면서 쌓은 노하우가 있는데, 이럴때는 손님을 받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조심스럽게, 나가라고 말씀 드리다.

'재료가 없어요.' 

'뒤져서 나오면 어떡할래요?'한다.  

어이가 없어서, 한마디 했다. 
'나가'

그다음부터는 씨발, 좃나, 개새끼....이런 욕들만 주고 받았다. 띠동갑 보다 한참 어린 손님에게 욕들어먹으니까, 똥통을 뒤집어쓴 느낌이다. 커서 뭐가 될까?  경찰에 전화를 걸려고하다. 손이 떨려서 번호가 눌러지지 않는다. 

'떨지 말고 해. 내가 대신해줄까? 병신새끼'
 
조카뻘 보다 훨씬 어린녀석이....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맴돈다. 결국 전화를 그가 했다. 경찰은 늦게 온다. 그 사이에 있는대로 진상을 부린다. 그리고, 시간 맞추어서 적당히 꽁무니를 뺀다. 물론, 딴에는 당당하게 말이다. 그들이 가게를 나가자, 약 10분 정도 다리가 심하게 떨렸다. 무서웠나 보다.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연결되어있지만, 정작 자기 주변을 둘러싼 분위기나 상황에는 무관심하거나, 왜곡해서 받아들인다.  

하루가 지나고 생각해보니, 내가 감정적이었다는 결론을 내다. 술 취한 애들을 건드는 것이 아닌데, 성깔을 건드리면도 없지 않아있다. 그래도 같은 상황이 또 온다면, 똑같이 할것 같다. 대신 나는 피하겠지. 그런 꼴은 못보니까.   

얼마전에는 여자 중학생 두명이 화장품 가게에서 물건 훔치는 것을 잡았다. 그녀들은 도둑질을 범죄라기 보다는, 일종의 게임내지는 '도전거리'로 생각하는 듯 했다. 죄책감은 커녕, 주인으로서 추궁하는 나를 못마땅해했다. 심하게 다그치는 내 스스로가 미안한 감정이 느껴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세대간의 단절을 처음으로 느끼다. 말도 통하고, 의미도 통하는데, 대화가 되지 않는다. 나는 범죄'라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상식인데, 그들은 아니라고, 나만큼 당연하게 생각한다. 
IP *.111.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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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26 05:18:28 *.10.140.150

중학교 학생을 가르키는 친구들의 표현에 따르면

 

그들을 외계인이라고 부르더군요.

 

소통불가..

 

그 많은 부분은  나를 포함한 그들의 부모세대의 잘못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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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1.12.27 01:08:35 *.111.206.9
네, 좀 난감했습니다. 가미카제 갔더군요. 피하는게 상책이라는 거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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