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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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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월 29일 13시 30분 등록
칼바람 부는 어제,구본형 선생님이 보내주신 메일에 오늘은 가지 않은 길로
한번쯤 가보라는 글을 읽고 참 많은걸 생각한 하루였지요.

사실 전 늘 남들이 가지않은 길만을 간 꼴통기질이 다분한,어찌보면 청개구리형의 인간입니다.

어딘가에 묶이길 죽기보다 싫어하고,언제나 홀로 걷길 좋아했지요.
여자로써 남들 다하는 결혼조차도 저에게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왜냐고요?
여자만화가들은 거의 독신입니다.더군다나 저처럼 많은 아이를 가진 분은
거의 못봤지요.

제가 남들이 가지않은 길을 좋아한건 어릴 때부터,산동네에 살아서 제일 꼭대기에 자리잡은 집엘 가려면 골목길을 무수히 올라야했고 그때마다 다른 길을 택하며 올라가곤 했습니다.

산동네엔 미로처럼 수많은 골목이 거미줄처럼 얽혀있고,전 늘 무엇인가를 상상하며 오늘은 이길,내일은 저길을 걸어가며 때론 돌멩이에게 속삭여보고 이름 모를 들풀에게까지 얘길 걸어가며 올라야 지루한게 겨우 덜어지곤 했으니까요.

왜 이런 얘길 이렇게 오래 하냐구요?
사실은 어젠 뻥튀기를 안주삼아,생수를 술삼아 눈물을 흘린 날입니다.

결혼한뒤엔 사실 저때문에 우는 일은 별로 없더군요.
늘 다른 사람들,암에 걸리신 친정어머니,아이들,남편 때문에 울거나
이름모를 안타까운 사람들 때문에 울지요.

그렇다고 제가 마음이 여리진 않습니다.강한 편이지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특히 새로 만화를 시작하는 이들 중에 참 많은 이들이
가지않은 길을 간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산동네 길에 익숙지않은,엘리베이터나 탄탄한 대로에 익숙한 그들이 이 험난한 만화판에서 얼마나 살아 남을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만화사이트에 가보면 그들이 내지르는 탄식에 아예 귀를 막아버리고
싶을 만큼 절망감이 팽배해 있지요.

그들에게 어떤 길을 보여줘야 할지를 눈물 흘리며 고민한 하루였습니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바로 그때,구본형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메일을 열어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길로 가는 저도 내일이면 남들 다가는 시골로 떠납니다.
시댁이 있는 시골로 .....
돌아와서 다시 해묵은 설 인사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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