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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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부시게 빛나는 날 결혼식이 있어 서산에 갔었습니다. 젊은이들은 그렇게 함께 인생을 시작하고, 하객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의 손을 잡고, 마지막 만난 때가 아주 오래 전이었음을 나무라며, 좀 더 자주 보자는 말을 남기고 헤어집니다. 그러나 가장 빨리 다시 만나는 때는 아마도 누군가의 아이들이 결혼식을 하거나 누군가의 부모가 돌아가신 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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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이 맺어진 핏줄의 인연은 같이 태어난 동네를 넘어 도시로 농촌으로 또 바다 건너로 삶의 공간들이 확장되면서 겨우 결혼식과 장례식 때나 손을 나누고 얼굴을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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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서산 농장의 넓은 초원을 가로질러 개심사에 잠시 들렀습니다. 낡고 퇴락했으나 그래서 자연스러운 옛 맛이 좋은 절입니다. 대웅보전의 왼쪽으로, 단청을 칠하지 않아 단아한 선비 같은 심검당 앞에 목련 두 그루가 가득 꽃망울을 달고 서있는데, 건물과의 어울림이 절묘하여 겨울 속의 봄 혹은 봄 속에 남은 겨울을 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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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 앞 고목나무 집에서 도토리묵에 동동주 한 잔을 하고 저수지를 끼고 돌아 나왔습니다. 아직도 많이 남은 햇빛이 호수 위에 가득하고 봄은 졸음처럼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주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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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이젠 서해대교가 뚫려 1시간 30분 내외면 다녀올 수 있는
좋은 고장이지요.
부석사가 있고 안면도 바닷가가 가까운 마을.
처음 시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을때가 생각납니다.
처음 먹어보는 어리굴젓과 꽃게장을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
손으로 꽃게장을 먹어 보라고 어른들이 조르시는 바람에
무턱대고 먹었다가 손에 밴 게장의 냄새가 오래가는 바람에
아뿔사 했었지요..^^
충청도 사람들의 뭐뭐 했시유우~하는 말투에
참 느긋한 기질이 있을거라 지레 짐작했지만
알고 보니 무척 재빠르고 화끈한 기질들을 발견하고
놀란게 한 두번이 아니랍니다.
하하 ....시댁의 영향으로 지금은 어리굴젓 담그는
솜씨가 고수의 경지에 이른 저를 보고 아는 이들은 이러지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대단하슈~
뜻밖의 선물처럼 서산 얘기를 해주셔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지네요.
돌아오는 5월엔 서산에 있는 간월도 바닷길을
걸어 볼 예정입니다.
소나무 숲이 있고 검은 자갈이 깔린 그 바닷길이
문득 그립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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