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자유

주제와

  • 김애란
  • 조회 수 3216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3년 3월 31일 10시 14분 등록


>
>
> 눈이 부시게 빛나는 날 결혼식이 있어 서산에 갔었습니다. 젊은이들은 그렇게 함께 인생을 시작하고, 하객들은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의 손을 잡고, 마지막 만난 때가 아주 오래 전이었음을 나무라며, 좀 더 자주 보자는 말을 남기고 헤어집니다. 그러나 가장 빨리 다시 만나는 때는 아마도 누군가의 아이들이 결혼식을 하거나 누군가의 부모가 돌아가신 때가 될 것입니다.
>
> 우연이 맺어진 핏줄의 인연은 같이 태어난 동네를 넘어 도시로 농촌으로 또 바다 건너로 삶의 공간들이 확장되면서 겨우 결혼식과 장례식 때나 손을 나누고 얼굴을 보게 합니다.
>
> 결혼식에서 돌아오는 길에 서산 농장의 넓은 초원을 가로질러 개심사에 잠시 들렀습니다. 낡고 퇴락했으나 그래서 자연스러운 옛 맛이 좋은 절입니다. 대웅보전의 왼쪽으로, 단청을 칠하지 않아 단아한 선비 같은 심검당 앞에 목련 두 그루가 가득 꽃망울을 달고 서있는데, 건물과의 어울림이 절묘하여 겨울 속의 봄 혹은 봄 속에 남은 겨울을 보는 듯 합니다.
>
> 절 앞 고목나무 집에서 도토리묵에 동동주 한 잔을 하고 저수지를 끼고 돌아 나왔습니다. 아직도 많이 남은 햇빛이 호수 위에 가득하고 봄은 졸음처럼 행복합니다. 아름다운 주말이었습니다.
>


서산.

이젠 서해대교가 뚫려 1시간 30분 내외면 다녀올 수 있는
좋은 고장이지요.

부석사가 있고 안면도 바닷가가 가까운 마을.
처음 시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갔을때가 생각납니다.

처음 먹어보는 어리굴젓과 꽃게장을 정신없이 먹었던 기억.
손으로 꽃게장을 먹어 보라고 어른들이 조르시는 바람에
무턱대고 먹었다가 손에 밴 게장의 냄새가 오래가는 바람에
아뿔사 했었지요..^^

충청도 사람들의 뭐뭐 했시유우~하는 말투에
참 느긋한 기질이 있을거라 지레 짐작했지만
알고 보니 무척 재빠르고 화끈한 기질들을 발견하고
놀란게 한 두번이 아니랍니다.

하하 ....시댁의 영향으로 지금은 어리굴젓 담그는
솜씨가 고수의 경지에 이른 저를 보고 아는 이들은 이러지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더니.......대단하슈~

뜻밖의 선물처럼 서산 얘기를 해주셔서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지네요.

돌아오는 5월엔 서산에 있는 간월도 바닷길을
걸어 볼 예정입니다.

소나무 숲이 있고 검은 자갈이 깔린 그 바닷길이
문득 그립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IP *.148.162.92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68 행복한 백수론과 진화론의 만남 [4] 이기찬 2009.01.28 3223
2767 한아름팀을 소개합니다. file [12] id: 숲기원숲기원 2012.01.06 3221
2766 순대조리보국을 외치는 꿈발전소에 다녀왔습니다. file [4] 숲기원 2011.11.27 3220
2765 Interview J 2003.03.27 3220
2764 [기질에 맞는 창직: 1인회사연구소 8주간 실행워크숍] file [1] 수희향 2017.05.06 3217
» -->[re]서산은 남편의 고향이랍니다.좋은 곳이죠. 김애란 2003.03.31 3216
2762 사진 강좌 시작합니다. [9] 범해 2010.09.14 3216
2761 구변경연-함성 영남권 열세번째 모임 공지! [2] 운전 정희근 2009.07.27 3215
2760 당신을 'The Party, 미리 가보는 이탈리아'에 초대합니다... [3] 유재경 2011.07.11 3213
2759 1기 연구원 박노진님과 함께 하는 토크쇼~~ [5] 새벽산책 2012.01.03 3210
2758 나를 세우는 4가지 기둥 2기 모집 효우 2015.09.23 3207
2757 북콘서트에 못가는 아쉬움을 달래려.. [7] 신재동 2010.11.02 3207
2756 운제 김달국 형님께 file [9] 백오 김용규 2008.11.25 3207
2755 2009년 꿈벗 봄소풍을 다녀와서 file [7] 차칸양 2009.06.05 3206
2754 구변경연 함성영남 49차 경주 모임 후기 file [14] 형산 2016.03.27 3205
2753 2월 16일 초아 선생님을 모십니다 [4] 꿈꾸는 간디旿 2008.02.11 3204
2752 디톡스프로그램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36] 꿈벗정양수 2017.04.11 3201
2751 게시판 깨짐 현상에 관하여... file [4] 신재동 2013.10.29 3200
2750 이탈리아에 대해 궁금한 모든 것, 그에게 물어보세요! file [1] [3] 유재경 2011.07.27 3199
2749 <돈의 흐름을 읽는 습관(돈습관)> 2기를모집합니다! 차칸양 2021.04.07 3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