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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12일 08시 20분 등록

매실이 한창입니다. 아는 분이 농약을 치지 않은 매실을 챙겨 보내 주었습니다. 작고 못생겼습니다. 처와 함께 매실차를 담아 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항아리 하나를 샀습니다. 배가 통통하고 예쁘장한 놈으로 골랐습니다. 매실 꼭지를 따고 잘 씻어 소쿠리에 담아 물을 잘 빼냈습니다. 마침 꿀을 아주 싸게 세일하는 곳이 있어 1.8 리터 짜리 잡화꿀을 한 병에 9,500원을 주고 6병을 샀습니다.

뽀송이 마른 매실을 항아리에 넣고 켜켜이 꿀을 넣어 두었습니다. 마지막에 위에서 꿀을 넉넉히 부어넣었습니다. 닥나무 창호지로 위를 봉하고 뚜껑을 덮어 그늘 진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매실을 안에서 발효하고 항아리와 닥종이는 그 거친 호흡과 더불어 숨을 쉽니다.

3개월이 지나면 훌륭한 꿀매실차가 만들어 질 것입니다. 6개월 쯤 지나면 맛이 좀 더 깊어 지겠지요. 손님이 오면 한 잔 씩 드릴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얼음을 띄워 두고, 겨울에는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면 훌륭합니다.

지금 해서 봉해 둔 것이 시간이 지나면 다른 향기로운 것으로 바뀝니다. 오늘은 또 다른 날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매실차를 담그며, 6개월 후에 서로 나누어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확실한 미래처럼 보입니다. 미래도 이렇게 확실할 수 있군요. 오늘이 더 기뻐지는 것은 미래로부터 기쁨을 선사 받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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