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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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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20일 09시 37분 등록
가톨릭교에는 <고해성사>라는 독특한 의식이 있다.
신의 대리인인 신부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은총도 받고
죄에 대한 사함을 받는 일이다.무척 좋은 카타르시스일 것이다.

고해성사의 내용은 절대로 남에게 얘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으니
완벽하게 신부를 믿고 고해성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이런 고해성사가 필요하다.우리의 고민,우리의 불안,
우리의 수많은 희망,우리의 수많은 절망을 털어놓을 수 있는 것.

나는 이것을 <쓰레기통이 되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능력>이라고
좀 속되게 표현한다.

대학원 시절,평소 말 없던 학우가 연구실에 찾아오더니 어찌된 영문인지
온갖 고민을 털어 놓는 것이었다.그날 밤 술을 마시며 하는 말,나를 보면
얘기를 털어놓고 싶은 심리를 느낀다고 한다.그러면서 툭 던지기를,
"김진애,쓰레기통 아냐?"

참 좋은 찬사였다.남의 쓰레기를 받아줄 수 있는 쓰레기통이 될 자질이
있다는 것은 아주 좋다.그 칭찬을 귀에 담고 나는 적절하게 쓰레기통이
되려 노력했고,또한 적절하게 나의 쓰레기를 버릴 쓰레기통을 찾으려
노력했다.

컴퓨터를 보면 <휴지통>이라는 것이 있다.필요없는 파일을 버리는 곳이다.
이 휴지통에 파일을 버리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요새는 CD가 있어 많은 용량의 파일을 보관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보관하는 것이 좋은 것은 결코 아니다.
일정 시점에 과감하게 자신이 가진 것을 버릴 수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버리는 것은 정말 훈련을 요한다.또한 용기를 요한다.
우리의 정서는 순환해야 하는 것이다.
좋은 말로는 <정서대사>고 자극적인 말로 하면 <정서 배설>이다.

부디 자신의 정서 대사에 귀를 기울이라.
정서를 쏟아놓을 수 있는 쓰레기통을 찾으라.
당신 자신이 쓰레기통이 되어줄 줄 알고 당신에게
쓰레기통 역할을 할 사람을 찾기도 하라.

이렇게 쏟아놓는 것은 꼭 그 어떤 해결을 위해서 만은 아니다.
그저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미 상당부분 풀리는 것을 느끼고 되고
무엇보다도 기분 전환이 되면서 자신의 문제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받아주는 사람이 해답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내가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으로 자라기> - 김진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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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놀랐던 것은 저에게 개인 메일을
주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분들은 물론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이며,사회의 중추이신
꽤 훌륭한 분들이셨습니다.

글을 통해 보면 정말 지적이고 단아하고 순수를 간직하며
살아가시는 분들이라는 거죠.

그 분들이 저를 쓰레기통으로 여기셨는지 메일로 이러저러한
얘기들을 하실 때 놀랍고도 의문이었지요.

왜 그것들을 드러내놓고 하시지 않을까 하고요.
이 좋은 커뮤니티를 놔두고 .......

그런 의문들이 들 때마다 늘 느낀점은 좀 더 용기를 갖자입니다.
뭐가 그렇게들 두렵습니까요.
사람사는거 다 똑같은데 ,좀더 자신을 열면 어떻습니까.

가끔 참새가 되면 어떻고,푼수면 어떻습니까.

인생은 일장춘몽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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