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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6월 27일 22시 34분 등록

폭풍이 멀리 대만 북동쪽에 머물고 있을 때 통영에 다녀왔습니다. 왜 그때 그곳에 가게 되었을까요. 좋은 날 다 놔두고 일정이 잡힌 그날이 하필이면 비행기도 뜨기 어렵고, 폭우가 몰아 치기 직전이 되버렸을까요. 윤이상과 청마의 고향이기도 한 한국의 나폴리라는 이곳도 난개발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사는 모든 아름다움 곳에는 늘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분노가 서글픔이 되어 울컥 치밀어 오릅니다.

날씨는 점점 나빠지고 빗방울이 굵어집니다. 바닷가에 가서 그 흔한 회도 한 접시 먹지 못하고 충무김밥 몇 개로 허기를 채우고 급히 되돌아 왔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편에서 신문 한 면에 보들레르의 시 일부가 실려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 옛날에 보았던 바로 그 시로군요. 한때, 어떤 청년 시절에...

“늘 취해 있어야한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이것만이 문제다.
어깨를 짓눌러 그대의 허리를 휘게하는
시간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늘 취해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에 ?
술이건, 시건, 미덕이건, 그대 뜻대로
다만 취하기만 하라
....................................“
샤를 보들레르, ‘취하시오’ 중에서

바닷가에서 못한 소주 생각이 폭우처럼 몰려오는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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