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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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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7월 24일 00시 08분 등록
아하, 달리기에 관심있는 분들이 많으시군요.
왠지 반갑네요. 근데 저는 정말 못 달려요. 체력장(386 구세대임) 800미터 때도 맨 앞에 달려도 항상 끝에 들어왔거든요. 당장 심장이 터져 죽을 것 같았던 느낌이 다시 생각나요. 대학때는 419 마라톤 쬐끔 뛰고 손에 도장 받아서 점심 먹은 거 그게 다예요. 한 끼 때울라고요.
아무튼 모든 달리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요.
걷기 대회라면 잘 할 수 있을거 같은데...
백만센티티미터 달리기 너무 아름다워요. 왠지 감동이...

> (백만센티미터 달리기)
>
>어둠속에 비가 내렸다.
>쌀쌀했다.
>뛰기에 편한 복장이 춥지나 않을까 염려되었다.
>
>문의에 도착
>번호를 확인받고 칩을 받아 신발끈에 부착하고 준비운동을 끝내고
>하프에 이어 출발하다.
>후미에서 달린다.
>2키로라는 바닥의 빨간 페이팅을 보며 헉헉거린다.
>
>다리를 움직인다.
>오분뒤 출발한 5키로 팀들이 앞서간다.
>나만의 속도로 무심히 달린다.
>
>한사람씩 나를 제키고 앞서간다.
>나자신의 뜀박질만 생각하고 계속 자리를 내준다.
>4.5키로에서 반환점을 돌아오는 선두팀들이 맞은편에서 달려온다.
>
>할아버지한분이 파이팅을 외쳐준다.
>화답하고 계속 달린다.
>
>멀리 호반이 보인다.
>반환점도 보인다.
>팔뚝에 파란 도장을 받는다.
>기분좋다.
>
>출발부터 다리에 쥐난 아저씨
>배가 아픈 아저씨
>스무살 남짓의 무표정한 여학생
>그리고 나
>넷은 10키로구간의 맨꼬리다.
>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린다.
>7키로지점에서 무표정한 여학생 구급차를 탄다.
>
>갑자기 경찰사이드카와 구급차 방송용차들이 나를 에워싼다.
>건재하다고 오른손을 올리려다 곁을 보니
>하프의 선두선수가 그들의 주인공이다.
>
>갑자기 기록이 궁금해진다.
>기록전광판을 실은 차가 지나간다. 한시간 오분..
>
>오분 늦게 출발했으니 한시간가량 뛰었다.
>
>샛노란 은행나무 네그루가 보인다.
>인사하지 않을수 없을만치 아름답다.
>국화향과 코스모스 감나무 감잎 은행잎 바람..
>
>뛰며 가을을 몸으로 맞는다.
>
>마지막 물컵을 쥐며 나와 나란히 뛰는 아저씨를 앞에 보낸다.
>그의 아내가 골인지점을 지키리라
>
>터지는 플러시.
>방송차 박수와 함성..
>
>후..
>10키로 꼴찌인 나는 하프 우승자와 같이 골인을 했다.
>
>한시간 십칠분 이십이초.
>출발할때와 같은 속도와 컨디션으로 들어오다.
>
>백만센티미터
>기분이 째진다.
>
>두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
>결국 궁극적으로는 혼자서 살아내야 한다는 것과
>달릴 수 있는 건강과 다리가 감사하다는 것.
>
>가을이 아름답게 익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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