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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11일 21시 14분 등록
아침에, 다시 찾아 온 아침에, 바깥 정원에 테이블을 놓고 그 위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가 산에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가기 전에 커다란 햇감자 일곱 알을 주며 강판에 갈아 놓으라고 합니다. 잔치집에 가는 팥쥐 엄마처럼 숙제를 내 주고 산으로 가 버렸습니다. 집 뒷산이 되어버린 북한산 '그 소나무' 까지 갔다오면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 그 사이에 강판에 감자를 갈아 놓으면 맛있는 감자전을 먹을 수 있습니다.

감자를 씻어 칼로 껍질을 벗긴 다음 강판에 갈았습니다. 감자가 클 때는 쉽지만 점점 작아져 손에 쥐기 어려워지면 조심스럽게 살살 갈아야 합니다. 잘 갈아졌습니다. 죽처럼 변한 감자를 보다 문득 윌 듀란트의 '역사 속의 영웅'이라는 멋진 책 속의 서문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웃었습니다. 대충 이런 이야기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간의 역사는 빛나는 남자들의 기록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여자라는 자궁에 대한 조공의 역사였다. 남자는 여자가 길들인 마지막 가축이었다.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가정의 중요함, 절제, 친절,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인내를 가르쳤다. 야만으로부터 문명으로의 전환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는 일요일 아침에 껍질이 약간 노르스름하게 누른 기막힌 감자전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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