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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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다니는 둘째 아이가 처음 대모가 되었습니다. 대녀는 중학생 혜빈입니다. 서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처의 오랜 친구인 한 수녀가 있는데, 이 분은 키는 작지만 일을 만들어 크게 벌리는 것을 즐기는 아주 밝은 분입니다. 이번 두 아이의 만남도 중간에 들어 서로를 이어 주었습니다. 짧은 의식이 있었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돕는 좋은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다보면 우연한 만남이 마치 운명처럼 평생을 가고, 그 만남 때문에 서로 즐거움을 나누고 어려울 때 위로를 받게 됩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일이 또 있을까요 ? 오늘은 지나간 자신의 역사를 뒤져, 좋은 만남, 평생 만남의 그 작은 사건이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를 생각해 보면 괜찮은 하루가 될 것 같군요. 다시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비는 마른 추억에 어떤 느닷없는 번짐과 생생한 물감 맛을 더해주곤 합니다. 그리하여 갑자기 보고 싶게 하고 전화하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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