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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애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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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11일 05시 06분 등록



비록 밝은 한가위 보름달은 못보았지만,한가위의 희망이 담긴

새벽에 이 글을 날립니다.

여기는 서해바다가 보이는 작은 농촌마을이랍니다.

들녘엔 아직도 여름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긴 하지만 고개숙인 벼이삭엔

결실의 향기가 가득합니다.


한가위 차례상을 물리고나면,바다를 보러가고 싶습니다.

안면도와 간월도가 보이는 바닷가엔 이름모를 암자가 있지요.

그 암자 뒤로는 푸르른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고요.

암자로 걸어 들어가는 바닷길이 열리는건 아침 썰물 때입니다.

그 썰물따라 걸어 들어 가면 바다로 둘러싸인 소나무 향 가득한

언덕 위에 암자가 보입니다.




오후 다섯시경엔 밀물이 밀어 닥쳐 암자로 가는 바닷길이 닫히는

시각입니다.

그럴때면 조용하던 바다는 분주한 소음으로 잠시 소란해지며

바닷길이 닫히는 그 순간의 찰나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바닷길이 밀물로 급히 닫히기 시작할 때,

찰랑거리는 바닷물을 발로 철벅거리며 걸어나오는 그 기분이란!




올 한가위엔 그 바닷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해풍과 소나무 숲을 안주삼아 잘 익은 곡주를 한 잔 하는 것도

좋을듯 하고요.

곡주대신 바다를 향해서 돌팔매질을 실컷해보는 것도 좋을듯 합니다.

바다위를 수놓는 작은 돌팔매질의 동그란 파문을 즐길때

생은 갑자기 여유를 되찾기 시작합니다.


-한가위날 새벽에 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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