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수*****
새벽,
초가을 한기에
단추를 여미고 옷속으로 숨어 들다가
문득, 길가에 누워있는
매미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이 며칠 내린 비를 맞으며
챙겨 왔던 세상 노자돈이
다 떨어진 것을
깨달았나 봅니다
열심이 준비해두었던
마지막 노래까지
모두 다 불렀나 봅니다
처마 밑 기둥에 매달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여름 내내 불렀던
자신의 노래를 기억하며
힘껏 박수를 보냈을 것 같습니다
이 여름 내내 보고 즐겼던 세상은
정말 멋지고 신나는 것들이었으며
이젠 아쉬움 남기지 않고
편안하게 떠난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름의 소중한 기억들을
매미는 그렇게 가슴 깊숙히 간직하고
웃으며 눈을 감았을 것 같습니다
매미의 날개 위에 내려 앉은
가을 햇살에 눈이 부셔
곱게 말라버린
매미의 몸 위에
흙 한줌을 뿌려 주고
빛 고운 나뭇잎도 덮어주었습니다.
유 관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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