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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8일 08시 58분 등록

검사가 있어 대학로 서울대병원에 갔었습니다. 첫 진료시간에 맞추어 갔기 때문에 아직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주차장을 지나 또 다른 공사를 하고있는 어수선한 작업장 옆 녹지에 작은 등나무 쉼터가 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이 아직 이슬이 마르지도 않은 시멘트탁자 위에 도시락을 펼쳐 놓고 아침을 들고 있었습니다. 도시락이라기 보다는 밥통하나 반찬 통 두어 개가 전부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입원하셨거나, 한참 나이의 아들이 어디가 아프거나 혹은 이미 중년이 다 된 딸이 심하게 아픈 지도 모릅니다.

밥은 참 이상합니다. 혼자 먹는 것을 보면 왠지 고단하고 처량해 보입니다. 더욱이 그 할머니처럼 초점없이 한 곳을 응시하며 그저 숟가락질을 하는 것을 보면 삶이 달아난 허깨비처럼 보입니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과 오래된 간병의 희망없는 반복에 지쳐 보이는 노인을 보며, 우리 삶의 한 순간이 혹은 너무 오랜 기간이 그런 헛숟가락질의 막막함이 아니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그 할머니가 다시 있던 자리로 돌아가면 환자에게는 안심과 의지와 투정부릴 기댈 곳이 되니 사람들은 관계 속에서 그 존재가 쓰일 곳을 찾게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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